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완벽함을 거부하고 당사자의 언어로 외친다, ‘우리는 미쳤다!’ - 1인 프로덕션 <미친 존재감> 독립기획자 손성연 인터뷰

전체 기사보기/인터뷰

by acteditor 2022. 10. 5. 19:06

본문

[ACT! 132호 인터뷰 2022.10.19.]

 

완벽함을 거부하고 당사자의 언어로 외친다, ‘우리는 미쳤다!’

1인 프로덕션 <미친 존재감> 독립기획자 손성연 인터뷰

 

인터뷰 및 작성황혜진 (ACT! 편집위원)

 

 

연극 시작되기 전, 4명의 주인공이 무대 위에서 자신과 동료 배우들을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왈왈입니다. 저는 쓰러질 수 있고 다시 일어나요. 그리고 침을 삼키는 게 어려워서 휴지를 갖고 다녀요. 환청이 들리면 대사가 꼬일 수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틈틈이 대본을 보기도 하고 서툰 연기지만, 그들의 공연에는 자신의 이야기로부터 나오는 진정성이 있다.

 

지난 20211119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었던 공연 <우리는 미쳤다!>의 공간 안에선 관객과 배우 모두가 안전하고 실수가 두렵지 않다. 무대 위에서의 완벽함을 거부하고 당사자 서사가 담긴 이야기로서 정신장애인 삶의 가시화를 목표로 하는 1인 프로덕션 <미친 존재감>의 독립기획자 손성연을 만나보았다.

 

Q. 인터뷰에 앞서 본인 소개와 미친 존재감을 만들게 된 계기 말씀 부탁드려요

 

저는 손성연입니다. ADD(주의력결핍장애)와 불안장애가 있어서 9년 동안 약물을 복용하고 있어요. ‘미친 존재감을 만들게 된 계기는 일단 제가 당사자이기 때문이고 제 근처에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이 조현병이거나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관련 분야로 관심이 가게 되었습니다. ‘미친 존재감을 만들게 된 시기는 저의 정체성이 극작가라는 직업에서 독립기획자로 전환되는 시점이었어요. 저는 사실 극작가로서의 정체성이 계속 고립됐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연극 활동을 제대로 해본 적도 없고, 고립되어 있다가 독립기획자 고주영 님께 메일을 보내서 과외를 받게 되었어요. 그 후 미친 존재감이라는 1인 프로덕션을 만들게 되었고 그 프로덕션에서 주제로 잡았던 것은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를 정체화하는 캐릭터 창작을 매개로 해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가시화하는 것, 그것이 최종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창작 과정에서 당사자들과 같이 캐릭터를 만들었고 지금과 같이 인터뷰하거나 서로 대화하는 걸 녹취하고 기록하면서 다시 한번 직면하는 작업이 많았습니다.

 

Q. 극작가가 아닌 독립기획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자 하시게 된 것은 독립기획자가 더 넓은 의미로서 활동할 수 있어서일까요?

 

그런 것보다는 독립기획자는 자기가 상상한 것을 실천하는 예술을 한다고 생각해요. 가령 요즘에는 제가 발달장애에 관심이 있어요. 발달장애랑 정신장애랑 접점이 많아서요. 오늘 아침에는 지하철 시위하는 현장을 따라갔었는데, 제가 만일 일반적인 극작가였다면 그렇지 않았을 거라는 거죠. 확장 시키고 밖으로 나가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이런 일들이 없었을 거라는 거죠. 물론 극작가라는 역할이나 다른 분들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제가 극작가라는 정체성이 있었을 때 그랬어요. 그래서 기획자로서 내 가치관을 현실 세계에서 계속 실천해 나가는, 일종의 활동가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렇다고 또 활동가는 아니지만요(웃음

< 미친 존재감 > 독립기획자 손성연

 

Q. 미친 존재감이라는 이름이 저에게는 이중적인 의미로 다가왔는데요. 실제 의미도 궁금하고 어떻게 짓게 되셨는지도 궁금해요.

 

처음에 만들어진 계기는 웃긴데, 예전에 친구한테 , 매드 프라이드라는 게 있어.”라고 했더니 매드 프라이드? 미친 존재감이야?” 그러는 거예요. 그렇게 만들게 되었고, 그냥 그 단어가 좋은 것은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일상에서 배제당하고 추방당하다 보니까 그냥 막 외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대부분 타인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이 되어있어서, 예를 들면 통제 불가능하고, 이해 불가능하고... 이런 것을 전복시켜보고 싶었습니다. 또 한국에는 정신장애정신질환말고그들을 지칭하는 언어가 없어요. 다 부정적인 언어들이어서 당사자들 동의하는 어떤 언어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것도 고민하고 있어요

 

Q. 1인 프로덕션이라고 하셨는데, 추후 독립 기획자, 연출, 작가 등과 함께 팀으로서도 미친 존재감을 운영할 생각도 있으신가요?

 

저한테 미친 존재감이라고 하는 거는 프로덕션이거든요. 그러니까는 제가 또 다른 프로덕션을 또 만들 수도 있는 거죠. 그리고 저는 단체를 만들었을 때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떤 공동체가 안전하게 굴러갈 때 개별적 존재들이 약간 위험할 수도 있다고도 생각해서 저도 공동체를 만들고 싶지만, 우선은 프로덕션 위주로 활동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공동체가 안전하게 굴러갈 때 개별적 존재들이 위험할 수 있다라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조직이 되게 탄탄하거나 조직이 안전할 때, 예를 들면 예전에 극단이라는 개념 안에는 우리 가족이다라는 것도 있는데 그 안에서 어떤 위계가 만들어진다는 거죠. 그리고 우리는 안전한 창작 환경을 만들 거야라고 해도 그 안전하다는 말속에 어떤 또 다른 위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요.

 

캐릭터 독백 쇼케이스

 

Q. 공연을 준비하실 때 배우는 어떤 식으로 모집하나요?

 

제가 하는 작업은 약간 다큐멘터리 베이스예요. 다큐 연극, 포스트 드라마라고도 하는데 그 이론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다큐 연극이라고 하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어떤 배우와 같이 작업하지 않아요. 중심은 당사자고 당사자가 배우로서 움직이고.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센터나 커뮤니티나 이런 곳에 공고를 뿌려서 만나요. 저는 공연장에서 완벽한 드라마 중심으로 연습을 열심히 해서 완벽하게 어떤 무대를 만드는 게 연극에서 필요할까, 의문이 들긴 해요. 장애를 이야기하는 건데 장애 자체는 완벽함과는 거리가 먼 거고 불완전한 상태인 거고 통제 불가능한 상태인데 전문 배우들을 데려다가 재현을 해버리면 그 사람의 이야기가 잘못 번역되거나 오해되거나 이런 과정들이 있을 것 같아서요

 

Q. 몇 번의 공연을 하면서 기획이나 준비 과정에서 조금 힘들었던 거나 개인적으로 아니면 이제 그런 힘듦이 타인한테 왔던 거라면 그걸 이제 어떤 식으로 풀거나 어떤 식으로 이해하면서 연극을 준비하셨을까요?

 

사실 어느 작업이나 아마 갈등은 있을 거예요. 제가 했던 공연의 예를 들면, 정신장애나 정신질환 당사자들이 불안함이라는 감정을 연기로 표현할 때 이 사람이 불안해진다거나 하면서 갈등이 생기기도 했고... 그래서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거의 연습 전 1시간 동안 그냥 연습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거의 1시간 정도 번갈아 가면서 하고 누가 울 때도 있고 울고 다시 얘기할 때도 있고 또 연습 왔는데 오자마자 울 때가 있어요. 그러면 연습을 멈추고 왜 우는지 같이 얘기 나누고 이런 식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거는 누군가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구성원들이 서로 왜 그랬는지를 물어보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연극&nbsp; < 우리는 미쳤다 !>&nbsp; 배우

 

Q. 그러면 진짜 이렇게 얘기하다 보면 그때 해야 할 연습을 못 하기도 하고 계속 얘기만 나누다가 집에 갈 때도 있고 하겠네요?

 

예전에는 공연을 뭔가 이게 잘못되면 내 인생 망하는 것 같고 그랬는데 그게 아니라 삶이 예술보다 더 중요하니까, 일단 안전해야죠. 안심해야 하는 거고. 만약에 중간에 사람들이 트라우마다 무언가가 불편해서 이야기를 빼겠다고 했을 때 그게 뭐 아무리 좋은 장면이라도 빼는 게 맞다 생각하고요.

 

Q. 과정이 다큐멘터리와도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아요.

 

거의 다큐죠. 이번에도 연대표 만들기 워크숍, 사진 찍기 워크숍 이런 걸 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도대체 이 사람이 어떤 질문을 가지고 있는가가 핵심인 것 같아요. 가령 우리는 미쳤다를 했을 때 저희가 집중했던 거는 우리가 왜 이렇게 됐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까였거든요. 그러니까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고정된 관념을 부수는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면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어떤 조현병의 증상들을 캐릭터화해서 이 캐릭터와 같이 늙어간다는 건 또 어떤 건지 이런.

 

Q. 활동을 하면서 혹은 연극을 하면서 프로젝트 동안 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작년 공연이 코로나 때문에 하루에 10명의 관객만 받을 수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가족들을 먼저 우선순위로 초대하잖아요. 당사자분들이 가족들이나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했는데 그 사람에게 자신의 얘기를 전달한다는 느낌이 느껴졌을 때 기억에 남았어요. 연극이라는 것 자체가 세상을 바꾸거나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다만 계속 그 안에서 서로서로 뭔가 배워나가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예를 들면은 저는 아직 발달장애에 대해서 정확히 모르는데 계속 그쪽 세계로 가보려고 하고 배워보려고 해요. 모두가 연극을 했으면 좋겠고 쉽게 할 수 있는 장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요. 배타적이지 않고 오히려 시민 연극도 더 많아지고 생활 연극도 더 많아지고 이랬으면 좋겠어요.

 

연극&nbsp; < 우리는 미쳤다 !>&nbsp; 영상상영회

 

Q. 시작한 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얻고 싶은 것이나 아니면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싶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요?

 

우리는 미쳤다에서는 어떤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가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고 작년도에 했던 거는 거의 그동안 쌓였던 것들을 쏟아낸다는 느낌이었어요. 뭔가 억압되고 이런 걸 표현해도 된다, 그런 거였던 것 같아요

 

Q. 그러면 이제 앞으로는 지금 준비하고 계신 연극도 있다고 하시긴 했는데 연극 말고도 앞으로 또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나요?

 

영상을 계속 기록 촬영하고 이런 과정들이 있고 나중에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어떤 주제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지금 준비 중인 미친 집으로 초대합니다는 연작이거든요. 그래서 이게 첫 번째고 예를 들면 다음에 폐쇄 병동 그다음에 시설 그다음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어떤 구조의 프로젝트인데 그중 하나가 다큐멘터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Q. 당사자가 본인 이야기를 하는 거는 의미 있는 일이지만 본인에게도 용기가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러한 활동을 해보고 싶은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한 당사자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그분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라기보다. 오히려 그분들이 기회가 없다고 생각해요. 모두에게 뭔가 선택권과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전문적인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비장애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너무 크고 예술계에 진입하는 것도 되게 진입 장벽이 커요. 특히 예를 들면 정신장애인이 어떤 기획서를 쓰고 이런 과정들이 기회들이 너무 없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용기는 그다음에 그 사람들이 선택하는 문제이고 일단 기회가 너무 없다, 그리고 미학적인 기준도 비장애 중심주의여서 대안적인 새로운 가치평가 기준이라는 것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연극&nbsp; < 우리는 미쳤다 !>&nbsp; 관객과의 대화

 

Q.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도 성연님이 독립 기획자로서 잃지 않고 싶은 어떤 가치가 있나요?

 

제가 프로덕션을 만들었을 때 사람들이 그 과정에서 헛된 시간을 안 보내게 하고 싶은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제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기획이나 워크샵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그런 프로그램들을 많이 만들어서 그 사람들이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게 하고 재밌으면 되지 라고 하는 거, 그게 너무 어렵거든요.

 

 

Q. 마지막 질문드릴게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해주세요.

 

미친 존재감 많이 사랑해주세요(웃음)

 


미친존재감 인스타그램 @madpresence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