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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장을 나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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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2. 6. 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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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30호 길라잡이 2022.06.11]


투표장을 나서며

 

박동수 (ACT! 편집위원)

 

 

 요즘 요리를 자주 합니다. 대단한 것을 만들진 않지만, 짜장라면 레시피를 찾는다던가 볶음밥을 고슬고슬하게 만들고 있다 보면 잡생각이 없어지는 느낌입니다. 일종의 명상이랄까요. 요리는 칼과 불을 쓰는 행위다 보니 다른 것을 할 수 없습니다. 기껏해야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듣는 것 정도가 할 수 있는 딴짓 중 하나입니다. 지난 한 달 동안은 음악보다 팟캐스트를 많이 들었습니다. 지방선거 후보자 정보를 정리해주는 방송(*주1)을 듣고 있자니, 이전처럼 명상 같은 시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3개월 만에 다시 투표장을 찾게 되었습니다. 대선의 여독이 풀리지 않은 채 시작된 지방선거가 시작되었습니다. 후보등록에서 개표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겁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모든 개표가 완료된 6월 2일 오후입니다. 이제서야 하나 둘씩 개표결과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들 중에서도 동료들과 한숨을 나누고 있을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지방선거 관련한 뉴스들이 쏟아져 나온 가운데 어떤 소식들은 제대로 보도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의 53일 간의 단식투쟁이 얼마 전에 끝났습니다. 지회장의 트위터에 53일간 올라오던 단식일기 한 컷 만화는 보식일기로 전환되어 이어지고 있습니다.(*주2) 단식은 종료되었지만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엇도 해결되지 않은 SPC의 부당노동행위는 지방선거 및 포켓몬빵 뉴스에 가려졌습니다. 지방선거 기간 동안 쏟아지는 부동산 정책, 가상화폐 논쟁 속에서 임종린 지회장과 파리바게뜨 노조의 이야기는 제대로 보도될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선거 다음날 때마침 임종린 지회장이 출연한 에피소드를 총정리한 [그것은 알기 싫다]의 재방송 에피소드가 올라왔습니다.(*주3) 임종린 지회장이 파리바게뜨 및 SPC의 부당노동행위에 분노하고, 노조를 조직하게 되는 과정의 타임라인을 순식간에 따라갈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재방송이지만 재방송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두 번의 선거가 집어삼킨 이슈들을 떠올려봅니다. 밀려드는 뉴스 속에서 우리가 접하지 못한 뉴스는 또 무엇이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지치지 않고 예민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이런 의문들과 함께, 떨떠름한 감정으로 투표장을 나왔습니다. ACT! 130호의 독자 분들이 같은 고민을 나눠주었으면 합니다.

ACT! 130호의 글들을 소개합니다.
[이슈와 현장] 코너에는 두 글이 실립니다. “다른 현장-플랫폼으로서의”에서는 트위터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두 트위터리안을 인터뷰하였습니다. 지난 4월 진행된 박경석 전장연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 힘 당대표의 토론 당시 그것을 트윗으로 생중계하고, 기존의 미디어와 다른 방식으로 다양한 이슈를 소화하는 분들입니다. 트위터가 어떤 현장인지에 관한 고민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김설해 활동가가 보내온 글 “다른 세상을 잇는 현장 미디어 프로젝트 ‘봄바람’”은 지난 3~4월 동안 진행된 봄바람 순례단의 활동을 정리하고,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관한 고민을 담아냅니다.
[미디어 인터내셔널]에는 지난 두 호에 이어 “다큐멘터리를 퀴어링” 대담 번역의 세 번째 파트를 준비했습니다. 꼭 앞의 두 파트와 연이어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퀴어와 퀴어영화에 관한 퀴어 창작자들의 근본적인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리뷰] 코너에는 두 편의 영화 리뷰를 담았습니다. 이보라 평론가가 보내온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리뷰는 이 영화가 가난을 다루는 방식이 그 동안 등장했던 다른 영화들과 어떻게 다른 지 지적하며 영화의 성취를 설명합니다. 장민경 감독의 <세월> 리뷰는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의 활동이 무엇을 만들어내고 있는가에 관한 글입니다. 장민경 감독은 ‘다큐멘터리 창작자가 쓰는 다큐 리뷰’ 연재에도 참여하여, 여성창작집단 반이다의 다큐멘터리 <개청춘>의 리뷰를 보내주셨습니다. 
[페미니즘 미디어 탐방]에서는 책방 달리봄의 두 운영자를 인터뷰했습니다. 팬데믹으로 활동의 장소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던 상황의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Me, Dear] 코너에는 두 편의 글이 실립니다. 소네 님이 보내주신 글은 독립영화 배급사에서 일하게 된 소회를 담아냅니다. 자기확신과 의심에 관한 서강범 편집위원의 글은 지난 128호에 실린 “웃어, 유머에”와 함께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두 글이 하나의 시리즈처럼 다가왔습니다.
[Re:ACT!] 코너에는 김예현 님과 한국독립영화협회 김윤정 사무국원님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주
1)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의 지방선거 데이터센트럴 방송.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 후보의 정보를 정리하여 제공한다. http://xsfm.co.kr/wp/?p=4308
2)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의 트위터 계정. https://twitter.com/pblu_nojo
3)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 " 좋게된 제빵사 리와인드” 에피소드. 임종린 지회장은 2017년 5월 해당 방송에 사연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방송에 출연하며 파리바게뜨지회의 활동을 알렸다. 이번 재방송 에피소드는 임종린 지회장의 출연분을 편집한 것이다. http://xsfm.co.kr/wp/?p=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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