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29호 길라잡이 2022.04.11]
장애인 이동권. 박종필. 유튜버.
김주현 (ACT! 편집위원)
장애인 권리예산 투쟁 이슈가 뜨겁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몇 개월째 계속된 투쟁이 요 몇 주 사이 전국적인 이슈가 된데에 여당 대표인 정치인 이준석의 말이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합니다. 혹자는 문재인 정권 때는 가만히 있다가, 윤석열이 당선되자 이제야 떼쓴다는 얘기도 하던데, 사실관계가 한참 틀린 얘기입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2001년도 오이도역에서 리프트를 타고 이동하던 휠체어 장애인이 추락 사고로 인해 숨진 사건으로 촉발되어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2000년대 초 투쟁과정은 고 박종필 감독의 다큐멘터리<장애인 이동권 투쟁보고서-버스를 타자!>(2002)에 잘 담겨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박종필 추모사업회에서는 이 다큐멘터리를 한시적으로 무료로 공개하고, 감상문 백일장 같은 연계행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장애인 투쟁을 잘 충실하게 잘 다룬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최근에 장애인 이동권 이슈를 접하는 청소년과 청년들, 소위 MZ세대에게 이 다큐멘터리가 얼마나 설득력있게 다가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다소 우려되는 점이 많습니다. 일단 시기가 많이 지났습니다. 현재가 지난 투쟁의 결과라는 당위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를 잘 설명하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역사를 보여줄 수는 있지만 ‘장애인들이 아직도 이동하는 게 불편해?’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적합하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도 극장이 아닌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50분이라는 시간 동안 긴 호흡을 가지고 영화를 보기란 (저부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라는 질문을 하는 MZ세대에게 아래의 유튜브 콘텐츠들을 더 추천하고 싶습니다. 짧고, 재밌지만, 보다 보면 울컥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요즘 세대에게는 훨씬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샷한솔] 휠체어 타고 이런 일을 겪다니...
https://youtu.be/Yp1aj4PcsCM
: 시각장애인과 휠체어 장애인이 함께 버스 타기
[위라클] 한숨만 나옵니다....
https://youtu.be/gGgLmX9bdKk
: 휠체어 장애인이 도심을 이동하면서 겪는 어려움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굴러라 구르님] 휠체어 타고 어떻게 대피해야 할까?
https://youtu.be/WaXtGHfAKGU
: 긴급상황시 장애인 대피 방안에 대한 이야기
<ACT!> 129호를 소개하는 길라잡이에서 왜 뜬금없이 장애인 이동권 투쟁과 이와 관련된 콘텐츠를 길게 소개하냐고 의아할 수도 있겠습니다. <ACT!>가 미디어운동의 역사를 기록하는 차원에서는 박종필 감독의 다큐멘터리와 같은 역할을 해야하지만, 한편으로는 미디어를 통한 사회변화, 미디어 시민권, 커뮤니케이션 권리 등을 좀 더 쉽게 더 많이 얘기하기 위해서 위의 유튜브 콘텐츠 같은 다양한 시도들도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박종필과 유튜브 사이에서, 새로운 기획을 고민하며 이번 <ACT!> 129호를 발행합니다.
이번 129호의 글을 소개하겠습니다.
[이슈와 현장]에서는 얼마 전 개국한 광주의 공동체라디오 <고려FM>의 이믿음PD를 인터뷰했습니다. 공동체라디오 확대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공동체라디오들이 어떤 고민을 가지고,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다른 지역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습니다. 특히 고려FM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해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니 더욱 시의성 있게 최근 활동을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디어인터내셔널]에서는 지난 호에 이어서 퀴어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대담을 번역했습니다. 또한 해외 각국의 진보 좌파 유튜브 활동을 소개하는 글도 담았으니 다양한 사례를 꼭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페미니즘 미디어탐방]에서는 배우이자 소규모 운동 클래스 운영, 댄스 커뮤니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강다현 님을 만났습니다.
[리뷰] 코너에서는 총 4개의 원고를 담았습니다. 먼저 얼마 전 개봉한 다큐멘터리 <미싱타는 여자들>을 각기 다른 관점으로 리뷰하는 2개의 글을 실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양주연 감독과 영화제에서 일하는 강정원 님이 각각 같은 영화에 대한 리뷰를 보내주었습니다. 다른 관점으로 작성한 두 글이 ‘얼굴’이라는 공통된 키워드로 겹쳐지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다른 2개의 리뷰는 책인데, 하나는 OTT 콘텐츠를 리뷰하는 잡지 <비옽>을 소개합니다. 단순히 잡지가 다루는 소개하는 글을 넘어서 비평에 대한 비평으로서 재밌게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다른 하나는 유네스코에서 발행한 책자 <공동체방송 지속가능성>입니다. 한국에서도 공동체라디오 확대 계획에 따라 계속 활동이 이어지고 있는데, 해외에서 정리된 자료를 보고 함께 고민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사 입문]은 톰 거닝의 ‘어트랙션 시네마’ 개념을 통해서, 초기영화사부터 지속된 서사와 어트랙션의 긴장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미디어큐레이션]에서는 유스보이스 프로그램을 통해서 청소년과 함께 전시를 진행한 백채윤 작가가 전시 준비 과정을 공유해주었습니다.
[Re:ACT!]는 FDSC 운영진인 김소미, 김수영 두 분, 그리고 얼마 전 ACT! 편집위원 새롭게 결합하여 활동하고 있는 한진이 님이 써주었습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매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상투와 비위 (0) | 2022.07.07 |
---|---|
투표장을 나서며 (0) | 2022.06.07 |
자발적 이방인 (0) | 2021.11.09 |
익명의 감독들을 떠올리며 (0) | 2021.08.27 |
치열한 상상과 우아한 생존 (0) | 2021.07.0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