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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안마저 마주할 때 - 다큐멘터리 <개청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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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2. 6. 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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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ACT! 에서는 다큐멘터리 창작자가 쓰는 다큐 리뷰를 연재합니다. 지난 호 양주연 감독이 쓴 <미싱 타는 여자들> 리뷰에 이어서 이번호에서는 <세월>을 연출한 장민경 감독이 다큐멘터리 <개청춘>을 소개하는 글을 보내주었습니다. 

 

[ACT! 130호 리뷰 2022.06.11.]

이 불안마저 마주할 때
- 다큐멘터리 <개청춘> 리뷰



장민경 (다큐멘터리 감독 <세월> 연출)



세월호참사 기록 활동을 할 때, 촬영 도중에 카메라를 내려놓는 일이 종종 있었다. 특정한 순간 유족의 얼굴을 담을 때 카메라의 영향에 대해서도, 내가 기록한 이들이 어떻게 비춰질까에 대해서도 두려움이 많았다. 그러던 중 2018년 세월호참사 유족 유경근 님이 진행하기 시작한 팟캐스트에서 다큐멘터리 <세월>(2021)의 주인공들을 만났다. 

 

▲ 다큐멘터리 <세월>(2021) 중 한 장면

 

 그는 또 다른 사회적참사 유족들을 만나며, 참사의 아픔을 나누고 이후를 사는 법을 찾고자 했다. ‘정말 세월이 약이냐’는 유경근 님의 물음에, ‘아뇨, 그냥 안고 사는 거예요’라고 답하던 고 배은심 님의 표정. 저마다 다른 사건을 겪었지만, 그 아픔을 사려 깊은 눈으로 공감하고 다독이던 유족들의 모습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지금 이들이 살아가는 세월을 담는다면, 재난 상황의 애도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카메라를 내리기보다 그 맥락을 오롯이 담을 수 있으면 했다. 

 

 주인공들은 고민 끝에 또다른 유족들의 상황에 공감하며 섭외에 응했다. 다만 촬영을 지속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묵혀온 이야기를 꺼내기 힘든 이유도 있었지만, 일상적 촬영에서 부담을 느낄 때도 있었다. 가령 촬영 초반 한 주인공이 평범하게 밥을 먹고 웃는 순간에 카메라를 의식하며 찍지 말기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유족다움’과 같은 기존 사회적 시선의 문제에 따른 불안을 짐작하면서도, 이와 같은 지점을 이후에 어떤 방식으로 담고 되물어야 할까란 고민이 커졌다. 그럴 때 다큐멘터리 <개청춘>(2009)이 떠오르고는 했다. 

 

▲ 다큐멘터리 <개청춘> 영화 포스터

 

 <개청춘>은 시대의 불안과 오래된 청춘론, 청년 세대론 사이에서, 청년 당사자인 감독이 ‘청춘은 원래 불안하다’는 말에 의문을 던지며, 또 다른 청년들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다. ‘여성영상집단 반이다’의 세 감독은 민희, 인식, 승희 님의 일상을 교차하며 따라간다. 주인공들이 느끼는 불안은 청년이기 때문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에 있음이 드러난다. ‘경제위기’ ‘실업률’이란 이유에 한정되지 않는 직장 내 여성/학력 차별 등 다층적 문제 속에서, 이들은 각자의 삶을 역동적으로 고민하고 구성해나간다.

 내게는 처음으로 본 독립다큐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 당시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반갑기도 했지만, 감독 자신과 다큐의 제작 과정마저 성찰적으로 반영되는 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 형식을 통해, 우리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특정한 시선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 가늠하게 된다. 시선의 권력 문제와 이로 인한 불안도 느낄 수 있는데, 가령 인식 님의 자신이 이 다큐에서 ‘패배자’로 보일지 모른다는 불안을 품고 잠적하는 장면이나, 민희 님이 셀프카메라에서 한 내밀한 인터뷰와 달리 후반부 감독의 집에 머무는 동안 진행한 인터뷰 장면에 대해, 감독들은 그 맥락을 드러내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 속에서 영화 밖에 존재하는 사회적 시선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카메라도 주인공들로 하여금 불안과 억압의 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드러낸다. 

 

 

▲ 다큐멘터리 <개청춘> 영화 중 한 장면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장면들은 외려 시선이 나에게로 향하며, 힘을 전하는 것 같았다. 특히 승희 님이 많은 친구들과 함께하던 장면이라든지, 자신의 불안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그 자신을 긍정하려 마음 먹는 순간이 떠오른다. 다른 주인공들의 인터뷰에서도 그런 순간들을 느꼈는데 그것은 인터뷰가 가진 또다른 힘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주인공들이 홀로 있는 순간보다 여러 곁과 함께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 스스로의 이야기가 다른 청년들을 위한 것이 되면 좋겠다고 용기내는 장면들이 쌓인 탓인지도 모르겠다. 상처를 드러내고 나누는 모습이 반드시 ‘무력한’ 이미지로 남는 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동시대를 사는 우리가 어느 길을 가든 이 불안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불안마저 나누는 시간이 쌓이는 만큼, 새로이 열 수 있는 관계도 많아지지 않을까. 그것은 결국 ‘세월이 약’일 수는 없지만, 계속해서 다른 이의 곁에 서던 <세월> 주인공들의 삶이기도 했다. 돌아보니 <개청춘>을 보며, <세월>을 만들며 한 생각이 그렇게 마주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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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장민경  (다큐멘터리 감독, <세월> 연출)

‘죽음과 질환을 안고 사는 삶’에 관심을 두고 작업하며, 종종 영상 기록 활동에 참여한다. 다음 작업으로 정신장애에 관한 다큐멘터리 <파랑>(가제)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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