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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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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21. 4. 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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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어떻게 잊지 않을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담아내는 과정을 묵묵히 해내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ACT! 124호 길라잡이 2021.04.09]

 

우리 모두의 기억

김세영(ACT! 편집위원)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의 중요함과 소중함을 다시 상기해본다는 마음으로 [길라잡이] 코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ACT! 편집위원이 된 지 1년이 훌쩍 넘은 지금, 두 번째 책임 편집위원을 맡아 첫 길라잡이를 써봅니다. 사실 작년 9월 발행된 122호에서 처음 책임 편집위원을 맡았지만 길라잡이를 미처 쓰지 못하여 오랫동안 마음의 부채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달 3월 31일 ACT! 편집위원회에서는 2003년 발행된 ACT! 1호(*주1)부터 최근 발행된 123호까지 기사 제목이나 구성 위주로 훑어보고 지속적으로 다룬 소재나 관점, 흥미로운 기사 등을 소개하고 이야기하는 세미나 시간을 가졌습니다. 2016년의 97호부터 현재 발행된 호까지의 담당을 맡은 저는 ACT!의 발자취를 따라 기사와 구성, 필자 등을 살피며 각 호의 길라잡이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길라잡이는 말 그대로 각 호의 ‘길라잡이’로서 당시의 이슈와 사회 분위기를 알 수 있게 해주며, 이 모든 것이 차곡차곡 켜켜이 쌓여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의 시대상을 담아내고 보여주는 귀중한 방향키가 되어준다고 느꼈습니다.

 

  기록과 기억은 계속해서 읽고 말하며 되살려서 현재의 것으로 삼을 때에 의미와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 예전 액트 기사들을 살펴보며 지금까지도 유효한 논의와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줄 이야기, 여전히 반성과 연대, 변화 등이 필요한 지점들을 되새겼습니다. 그중 97호 <나의 미교이야기>코너에 실린 푸른영상 류미례 선생님의 ‘2016년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한 미디어교육’에 대한 이야기 중 아래 구절이 계속해서 마음에 맴돌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처와 관련된 기억을 빨리 잊는 것이라 말하지만 망각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상처와 관련된 기억을 공공의 장에서 증언하여 기억을 공유하는 것이 상처를 치유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 생각했다.’ (*주2)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경험이라고 치부된 기억들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발화한 것들을 모으고 공유했을 때에 비로소 현재를 진전시킬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8년 전, 이맘때 저는 고등학교 졸업 후 새내기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학교와 집 외에는 갈 곳을 모르던 서울살이 첫해라 수업이 마치면 집 방향이 같은 동기들과 함께 곧바로 하교하곤 했는데요. 4월 16일, 저는 대학 동기들과 수업을 듣고 하교하는 지하철에서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했습니다. 사람들이 북적이고 흔들리던 그 지하철 안에서 동기들과 말없이 각자 핸드폰을 새로고침하며 뉴스 소식들을 계속 확인했던 그 시점부터 그 이후 믿을 수 없는 소식들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충격과 무기력감에 아주 소극적인 연대만을 이어왔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여덟 번째 봄이 오기까지 우리는 좌절하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용기를 내었으며, 무기력해지고, 어쨌든 살아가고 있습니다. 4월 1일 개봉한 주현숙 감독님의 <당신의 사월>은 어쨌든 살아가고 있는, 세월호 참사를 ‘목격’하고 겪은 이들의 트라우마를 살펴보고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받아내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날 이후를 살아내는 모든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의 ‘당사자’이며 ‘영화가 ‘당사자 되기’의 시작이길 바란다’(*주3)고 영화는 전합니다. 이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어떻게 잊지 않을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담아내는 과정을 묵묵히 해내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을 함께 지속해내는 발자취로서 ACT! 124호가 기여할 수 있길 바랍니다.

 

▲ <당신의 사월> (주현숙 연출, 2019) 스틸컷

 

  이번 액트 124호의 기사들을 소개합니다. [미디어인터내셔널] 코너에서는 미얀마 군부가 ‘인터넷’과 ‘디지털 첨단기술’을 어떻게 통제 및 활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시민들은 이에 맞서 어떻게 디지털 문법을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또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 중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가 담겨있는 그린 다큐멘터리 프로토콜(Green Documentary Protocol)을 소개합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공동체 미디어의 대응현황에 대해 영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사회문화적인 측면과 제도적인 측면으로 다루었습니다.

[리뷰] 코너에는 영화 <요요현상>을 다루며 꿈과 현실, 취미와 밥벌이 그 경계를 맴도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또 공동체 미디어가 미디어 리터러시 증진에 있어 담당하는 역할을 조명하고자 럽평의회에서 발간한 <모두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와 미국 지역공공라디오방송국 '캡 라디오'에서 '참여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쓴 <참여 저널리즘 : 공동체에 귀 기울이는 보도를 위한 현장 가이드북>을 다룹니다.

[인터뷰] 코너에서는 방송 및 미디어 현장에서 일하는 퀴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STANBY-Q'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의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페미니즘 미디어]에서는 여성창작자의 지속가능한 작업과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나아가는 독립영화제작사 HER FILM을 만났습니다. [미디어큐레이션]에서는 성남시 청년참여형 대안상영 프로젝트 '로컬 시네마를 위한 조건들'을 되돌아보며 지역 상영 문화에서 청년들의 주체적인 참여를 꾀하고자 한 고민들과 지속해서 가져가야 할 과제와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액티피디아]에서는 가상과 현실이 융합되는 '메타버스'를 들여다보며 대표적인 플랫폼들을 소개하고, 교육 분야에서의 가능성을 주목합니다. [영화사 입문]에서는 1890년대 초기 영화들을 통해 영화가 가지는 관객들과의 상호작용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번 호 에세이 코너 [Me,Dear]에서는 지역방송PD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함께 방직공장 노동자와 그들을 다루는 작업에서의 소회를, 코로나19가 도래한 지금 독립영화를 찍는다는 것에 대해 담아냈습니다. 끝으로 [Re:ACT!]에는 미디액트 독립다큐멘터리제작 30기의 이슬아 조교님과 서울마을미디지원센터 조영주 스탭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올 한 해도  ACT!가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함께해주시는 독자들과 필자분들, 화면과 마스크 너머로 서로를 살폈던 편집위원들 모두 고맙습니다. 더욱더 치열하고 진중하게 고민하고 진심을 담아내는 ACT!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따뜻하고 평안하시길 바라며, 124호의 소식을 보냅니다.

 


*주1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저널 ACT! 1호부터 보기

 https://www.mediact.org/web/media/act.php

(※ https://actmediact.tistory.com 에서는 78호부터 보실 수 있습니다.)

 

*주2

[ACT! 97호 연재] 나의 미교이야기(1) 510일의 로맨스 -단원고 방송반 극영화 제작교육 <카메라로 꿈꾸자>

https://actmediact.tistory.com/476

 

*주3

[리버스 인터뷰] 모두가 그곳에 있었다 - <당신의 사월> 주현숙

http://reversemedia.co.kr/article/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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