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 이후 기존 시스템에 맞선 대중 저항의 성격을 하나로 요약하는 말이 있다면 ‘광장시위’일 것이다. 특히 빅데이터 활용과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술이 강조되고 있는 오늘날, 이를 둘러싼 통제와 저항의 양상은 어느 때보다 첨예해졌다. 미얀마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ACT! 124호 미디어 인터내셔널 2021.04.09.]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지난 토요일 미얀마에서는 끔찍한 살육이 벌어졌다. 쿠데타 55일차를 맞은 3월 27일 하루에만 114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군경의 총에 목숨을 잃었다. 1살짜리 아기가 군경이 쏜 고무탄에 치명상을 입었고, 5살짜리 아이가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어떤 말로도 쉽게 형용할 수 없는 야만의 날이었다.
이날 밤 자정께 미얀마 현지의 활동가들은 줌온라인 방에 모였다. 이미 수많은 동료 시민의 죽음을 목도한 많은 사람들이 절망과 분노, 고통에 사로잡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였다. 나는 우연치 않게도 이 방의 주소를 알게 되어 들어갔다. 비록 미얀마어를 몰라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방에 동시접속한 700여 명의 미얀마 현지 활동가들의 고통과 분노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말자는 의지가 전해졌다. 디지털 기술은 현재 미얀마 민중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작은 숨통이다.
이 글에서는 쿠데타 전후 미얀마 군부가 ‘인터넷’과 ‘디지털 첨단기술’을 어떻게 통제 및 활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시민들은 이에 맞서 어떻게 디지털 문법을 활용하고 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 이후 기존 시스템에 맞선 대중 저항의 성격을 하나로 요약하는 말이 있다면 ‘광장시위’일 것이다. 특히 빅데이터 활용과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술이 강조되고 있는 오늘날, 이를 둘러싼 통제와 저항의 양상은 어느때보다 첨예해졌다. 미얀마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군부의 디지털 통제
지난 2월 1일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군부가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국가고문이었던 아웅산수치와 대통령 윈민을 비롯하여 정부 관련 인사 400여 명을 체포하고, 전화·텔레비전망·인터넷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전 세계 인터넷 자유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넷블록스(NetBlocks)는 현지시각 새벽 3시 쿠데타 직후 인터넷 접근이 75%로 떨어졌다가 오전 8시에는 평상시의 50%까지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어느 정도 복원된 것은 이날 하루가 지나서였다. 이로 인해 미얀마 전역의 은행 업무가 일시에 마비됐고, 한나절 넘게 외부와의 소통이 가로막혔다. 군부가 인터넷을 끊은 이유는 자명하다. 정부와 언론의 선전을 완전히 차단하고, 발생할 수 있는 민중들의 저항을 봉쇄하기 위해서다.
이튿날 군부는 인터넷 차단을 풀고 사태를 정리하기 위한 수순에 들어가는데, 공교롭게도 그날 밤부터 시민들의 저항이 시작된다. 2일 밤, 최대 도시 양곤의 시민들은 뭐든 소리나는 물건을 들고 테라스와 창문 앞에 서서 소음 시위를 펼쳤다. 버마족 전통에서 이는 일종의 악귀를 내쫓는 행위인데, 군부라는 악귀를 쫓아내겠다는 집단적인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소음’이라는 신호는 금세 미얀마 전역의 민중에게 전해졌다. 사람들은 해쉬태그 #savemyanmar를 통해 미얀마 쿠데타에 맞선 저항과 연대를 호소했고, 다음날 3일부터 시위는 전역으로 확대된다. 병원 등 공공기관 파업이 확대되고, 봉제공장 노동자들의 집단 시위도 벌어졌다. 이와 같은 노동자들의 저항은 저항의 전국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매개였다.
한데 2월 5일에도 인터넷은 다시 전면 차단되었고, 이번에는 이전보다 훨씬 긴 시간동안 먹통이었다. 인터넷 연결이 재차 봉쇄된 것은 당일 양곤 도심에서 벌어진 대중 시위와 연관되어 있다. 15일에도 다시 인터넷이 차단되는데, 이 역시 노동자들이 쿠데타에 맞서 총파업을 개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미얀마 내 스마트폰은 약 6,940만 대로 전체 인구에 비해 127% 정도다. 반면 인터넷 사용인구는 2,400만 명으로 인구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물론 미약한 디지털 보급 조건으로 인해 랜선 인터넷의 속도가 느리다. 즉, 아직 초고속 인터넷의 시대에 다다르진 못했지만,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0년 전만 해도 미얀마에서 모바일폰을 소유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던 미얀마의 인터넷산업이 발전한 것은 2013년 통신법 시행 이후다. 현 가입자수를 기준으로 보면 미얀마우편통신청(MPT)이 시장의 40퍼센트를, 그리고 텔레노르(Telenor Norway)가 38퍼센트, 카타르기업 오레두(Ooredoo Qatar)가 20퍼센트를 차지하는 가운데 베트남 비엣텔그룹의 자회사 마이텔(Mytel)이 그 뒤를 쫓아 4자간 경쟁구도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 통신사들이 미얀마 시장에 진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저가형 스마트폰과 유심칩을 판매했고,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통신서비스 가입자도 급증했다.
2월 3일이 되면 인터넷 차단이 아닌 개별 서비스에 대한 차단이 이뤄진다. MPT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미얀마 청년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서버를 원천 차단했다. 이런 상황은 다음날까지도 지속됐다. 다음날인 5일에는 트위터 접근이 차단됐다.
이와 같은 디지털 통제는 법제화의 위기 앞에 직면해 있다. 2019년 초, NLD 중앙정부는 미얀마의 취약한 사이버보안을 개선하기 위해 전자정부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사이버보안법 시행을 예고한 바 있다. 한데 군부는 이를 개정하여 시민 통제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군부가 제안한 새로운 사이버보안법은 정부에게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하고 온라인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다. 법안 30조는 온라인 플랫폼에 IP주소와 자택주소, ID번호 등 사용자 데이터를 3년간 정부 시스템에 보관하도록 규정하는데, 이때 정부는 이를 열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9조에서는 행정부처에 의한 정보 차단 시스템을 도입해 “혐오를 초래하거나 통합, 안정 및 평화를 교란하는 모든 정보”에 대한 계정을 차단·삭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당국은 개인의 소셜미디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이상 행동이 감지되면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중간에서 가로챌 수 있도록 한다. 미얀마 내 군부에 맞선 저항의 메시지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디지털 저항
교사와 대학교수들은 양곤 도심에서 쿠데타를 비판하는 불복종 시위를 펼쳤다. 사람들은 “군사 쿠데타를 저지하자”, “민주주의를 지키자” 등 슬로건이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 시위를 이어나갔다. 다음날인 2월 6일에는 학생 시위로 번졌는데, 미얀마학생연합회 전 의장을 비롯한 청년 활동가 약 100명이 양곤 중심 거리에 모여 시위를 시작했다. 그러자 시위 행렬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계속해서 늘어났다. 시위 행렬의 선두에는 미얀마학생연합회 깃발과 카렌족 깃발이 보였다. 이 시위가 버마족만의 저항이 아니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선전과 조직이 효과를 발한 것이다.
미얀마에서 페이스북은 ‘인터넷’과 동의어처럼 쓰인다. 홍콩이 그렇듯 거의 모든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특히 젊은층에서 폭넓게 이용된다고 한다. 미얀마 진출 초기 페이스북은 데이터요금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새로 산 스마트폰에 미리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보급됐다. 역사적으로 미얀마 군부와 페이스북은 악연 관계에 있다. 2012년과 2014년 벌어진 로힝야 학살 당시 유엔에서 파견된 인권조사관들은 군부가 퍼뜨린 로힝야족에 대한 가짜뉴스에 대해 페북 측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지적하면서, 이렇게 제어되지 않은 혐오 메시지의 확산이 폭력을 조장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고 결론지었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압력에 밀려 페이스북은 자사 플랫폼이 미얀마에서 "오프라인 폭력"을 일으키는 데 이용되는 걸 막지 못했다는 것을 자인했다. 뒤늦게나마 혐오 발언을 삭제하고 군 간부들의 인종주의적 선동을 막기 위한 몇 가지 조치를 취했다. 2018년에는 민 아웅라잉 사령관의 계정을 차단하고, 군부 산하 TV방송사의 페이지를 차단했다. 이번 쿠데타에서 페이스북이 조기에 군부와 관련된 계정을 차단한 것은 페이스북이 올바른 기업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국제사회와 인권운동이 오랫동안 비판해온 산물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군부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차단에 나서자 사람들은 블루투스를 통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브릿지파이(Bridgefy)를 다운로드했다. 이날 하루에만 100만 건이 넘었다. 브릿지파이를 쓰면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근거리(~365미터) 내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홍콩 항쟁 과정에서 당국의 해킹을 우려한 사람들이 꽤 사용하기도 했다. 더불어 VPN(가상사설망) 이용도 2월 한 달간 미얀마 트래픽이 기존의 72배로 늘었을 정도로 급증했다. VPN은 특정 사이트에 대한 접속이 차단된 국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우회접속 방식이다. 중국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한편, 군부의 디지털 통제에 맞선 핵티비즘(hacktivism) 전술도 활발하다. 2월 6일, 미얀마 해커스라는 단체는 중앙은행, 미얀마 군부의 선전 페이지, 국영 방송사인 MRTV, 항만청,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여러 정부 웹사이트를 공격했다. 또, 해커 @donk_enby는 미얀마 기업 소유구조와 관련된 330GB에 달하는 데이터와 미얀마 투자와 관련된 156GB의 데이터(3,293건)를 공개했다. 토렌트를 통해 다운로드할 수 있는 이 데이터는 각종 레지스트리 정보, 12만 개 기업과 관련된 문서와 임원들의 정보, 광산 및 채굴 산업에 대한 소유구조 정보, 그리고 타국 정부 및 해외 기업들의 미얀마 투자 관련 방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이 해커는 군 내부 자료나 투자기업관리국(DICA) 서버를 해킹하였고, 이를 미얀마 군부의 악행들을 고발해온 NGO 단체 ‘미얀마를 위한 정의(Justice for Myanmar)’가 뉴욕타임즈 등 언론과 함께 분석하여 폭로했다.
서구 기술기업과 미얀마 군부의 더러운 거래
오랜 군부 독재와 민주 항쟁 시기를 거쳐, 2008년 마침내 개정된 새 헌법을 통해 이루어진 오늘날 미얀마의 정치구조는 매우 기이하다. 개헌 이후 처음 치러진 2010년 총선은 불투명성에 대해 큰 의심을 샀고, 5년 후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선거를 치룰 수 있었다. 아웅산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연맹(NLD)의 민선정부는 이렇게 해서 구성됐는데, 이마저도 온전한 이행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군부에게 여전히 막강한 힘이 실려있는데다 대통령에게 군 통수권이 없고, 심지어 군 총사령관이 국방부 장관과 내무부 장관, 국경부 장관 등을 임명할 수 있어 사실상 이중 권력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선정부 시기에조차 군부는 마음껏 자신의 힘을 확대할 수 있었다.
19세기 즈음부터 미얀마 남서부 라카인주에는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이 살아왔는데, 미얀마에서 이들은 다른 민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한데 군부는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해 무자비한 학살을 가했다. 2010년대 중반에 이루어진 일련의 참사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때문에 국제사회는 미얀마로의 군물자 수출을 원천 금지하고, 예비부품까지 금수 조치를 확대한 바 있다. 한데 바로 이즈음 이스라엘 무기 제조업체 Elbit Systems가 만든 군용 감시드론이 미얀마 군부에 매각되었다. 금수조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기업이 값비싼 무인드론을 판매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군부가 중간 브로커를 활용한 덕분이다. 군부가 활용한 루트는 미얀마미래과학(Myanmar Future Science)이라는 회사를 통해 이 무기들을 구매했다. 이번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2015년 이스라엘 방문 당시 직접 Elbit Systems 사무실에 방문하기도 했다. 엘빗의 감시드론은 2020년 라카인주 서쪽에서 벌어진 교전에서 발견된 바 있는데, 당시 군부와 전투하던 로힝야 무장단체가 이 무인기를 탈취하는 일도 있었다.
군부의 디지털 무기 구매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포렌식(디지털 기록매체에 대한 복원, 암호 등 보안 해제, 메타데이터 활용, 하드디스크 내부 삭제로그 복원 등을 통해 사용자 정보를 추적 및 조사하는 기술)에 있어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스웨덴 사이버보안업체 MSAB나 이스라엘 셀레브라이트 등과도 활발하게 거래해왔다. MSAB는 XRY라는 서비스를 개발해 세계 100여개 국가의 경찰이나 검찰, 국방부, 정보기관 등에 범죄수사나 정보수집 기술을 팔아치우고 있는 기업인데, 이를 통하면 사진이나 문자메시지, 통화내역, 연락처 목록, 앱 데이터 등 자료 전반을 탐색할 수 있다고 한다. 가령 홍콩경찰 사이버보안 기술범죄국은 2013년에 MSAB의 ‘솔루션’을 구매하나 바 있고, 2020년까지도 빈번하게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심지어 작년 10월 조슈아 웡 등 활동가들을 국가안전법 위반으로 구속할 때에도 이 솔루션을 활용했다. 오늘날 미얀마에서 민주화 운동가들을 잡아들이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군부가 활용하는 솔루션이 바로 서구의 첨단 사이버보안 기업들에서 사들인 이런 서비스들이다.
한마디로 미얀마 군부는 서구 기업들과의 거래를 통해 시민들의 거주지를 추적하고 대화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전화기와 컴퓨터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군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이나 인터넷 접속 주소를 삼각측량하고, 군인이나 경찰들을 보내 체포한다. 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3월 28일 기준 체포된 시민들은 2,559명이며, 사망자는 최소 459명에 달한다.
감시카메라
쿠데타가 있기 6주 전인 2020년 12월 14일 군부는 ‘안전도시(Safe City)’ 구상 1단계 계획을 수립하고, 행정수도인 네피도의 8개 지역에 감시카메라 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데 이때 수입된 것이 바로 중국 화웨이(华为)의 감시카메라들이다. 중국 전역에 설치된 3억 대의 카메라들이 그렇듯 이 카메라들은 안면인식과 차량번호판 인식을 통해 자동으로 지명수배자가 등장했다는 걸을 알려주는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2018년에 기획된 이 프로젝트의 예산 규모는120만 달러 정도이며, 카메라 335대가 설치되었다.
미얀마 군부는 올해 중반까지 북부에 위치한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로, 나아가 제1도시 양곤으로도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2019년 3월, 만달레이시 군사령부는 화웨이와 150만 달러 규모의 ‘안전도시’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군부는 이를 통해 보안을 강화하고, 범죄 행위를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양곤, 만달레이, 네피도는 쿠데타 이후 가장 활발하게 반대 시위가 일어나는 도시들이다.
결론
인터넷 통신망은 전력이나 철도, 수도와 같은 공공인프라다. 인터넷으로 뭘 할 것이냐의 문제는 그 망을 소유한 통신사업자나 국가권력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이 처음 발명되고 무료로 개방됐을 때의 원칙도 이것과 맞닿아 있다. 즉, 접속에 대한 권리는 공공의 권리이며, 이 권리는 국가나 체제와 무관하게 수호되어야 한다. 따라서 인터넷 접속에 대한 권리를 확장해야 하는 문제와 혐오발언이나 가짜뉴스를 통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국가권력이 자의적으로 공공의 인터넷 사용을 통제하고 차단하는 것은 그것이 철저하게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라는 사실의 방증이다.
지구 한편에서는 혐오 발언과 가짜뉴스에 대한 유포의 문제가 벌어지고,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전면적인 인터넷 차단과 통제, 나아가 디지털 첨단기술을 통한 감시와 학살이 자행되는 현실에서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폭력이 ‘디지털’을 통해 관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비단 미얀마만의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동시대 세계에 만연한 문제로 직시해야 하는 문제다. 현 상황의 심각성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디지털 통제/저항의 전선에 대해 우리가 사고할 바는 그것이 언제든 우리 사회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문제라는 사실에 있다. 즉, 인터넷을 포함한 사회 전반의 공공 인프라가 국가권력이나 군부 등 독점적 권력이 아닌 시민들에 의해 민주적으로 통제될 수 있는 상태가 일상화되어야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폭력의 위험을 예비하고 맞설 수 있다.
지난 토요일(3월 27일) 밤 서울 신촌에서는 미얀마 쿠데타 이후의 저항 운동에서 희생된 미얀마 시민들을 추모하고 연대하는 행사가 있었다. 이 행사 막바지에는 미얀마 현지 활동가와 줌온라인 화상 대화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인터넷 연결이 고르지 못해 페북 메신저를 통한 통화로 그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는 “우리는 무기가 없고, 오직 시민의 목소리뿐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힘이 빠져있지만, 여전히 희망과 민주주의를 쟁취해야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싸우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 “현재 미얀마는 군부가 인터넷을 끊었기 때문에 우리 상황을 제대로 알릴 수 없습니다. 우리 도시에도 오늘 군경이 들어와 집에 조용히 있는 시민까지 잔인하게 공격하고 있습니다”라며 현실의 잔혹함을 알렸다. 끝으로 그는 “나라 대 나라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불쌍해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우리를 지지해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무엇보다 중대한 문제가 있다면, 우리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이 호소에 응답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
글쓴이. 홍명교 (플랫폼C 동아시아팀 활동가)
플랫폼c 동아시아팀 활동가. 동아시아 사회운동의 상황을 알리고, 국제연대를 시도하는 일에 관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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