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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도착한 ‘코로나19 시대의 다큐멘터리 제작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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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0. 12. 1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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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이 코로나19로부터 자신을, 자신의 작품을, 자신의 공동체를 지켜내면서 건강하게 제작 활동을 이어나가기를 소망한다."

 

[ACT! 123호 미디어 인터내셔널 2020.12.16.]

 

 

캐나다에서 도착한 코로나19 시대의 다큐멘터리 제작 가이드

 

나선혜

 

  얼마 전 영화제에 들러 갓 제작된 다큐멘터리 한 편을 관람했다. 영화를 보던 중 문득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인터뷰이의 모습이 내 눈길을 끌었다. 시대를 반영하듯,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단지 스크린을 통해 작은 변화를 알아차렸을 뿐이지만, 코로나19가 다큐멘터리 제작과정에 가져온 변화가 이뿐일까. 다큐멘터리 기획부터 후반작업에 이르는 전 제작과정에서, 코로나19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최대 변수가 되어가고 있다. 전례 없는 상황을 맞닥뜨린 지금,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현재를 헤쳐 나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 지도가 아닐까.

 

▲촬영장에서 마스크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다. (이미지출처: covid19.docorg.ca)

 

  그렇다면 이번에 소개할 웹사이트가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에게 유용한 지도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 시대의 다큐멘터리 제작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이 웹사이트는, DOC(캐나다 다큐멘터리 조직)의 주도로 올해 7-8월경에 제작되었다. 당시 캐나다 내의 영상 및 영화 제작을 위한 포괄적인 가이드는 이미 있었지만 다큐멘터리 제작에 맞춰진 가이드는 부재했고, 이에 따라 다큐멘터리 제작자에게 적합한 가이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늘어갔다. 이러한 요구들에 응하고자 DOC는 코로나19 속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새로운 작업방식을 모색할 수 있는 가이드 제작에 나선다.

 

  가이드 제작에 앞서 DOC3가지의 단계를 거치는데, 캐나다와 전 세계의 영상 및 영화 전문가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기존의 가이드와 문헌을 분석하는 것이 그 첫 단계였다. 다음으로, 캐나다 전역의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에게 온라인 설문지를 배포함으로써, 제작과 관련된 정보가 부족한 곳과 정보를 필요로 하는 곳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올해 제작활동을 하고 있거나 제작활동을 고려중인 50여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현 시기에 제작자로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을 파악하고자 했다. 이렇게 얻은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설문지는 웹사이트의 설문 결과(Survey Results)’ 탭에 공유되어 있으니, 필요시 쉽게 참고할 수 있다.  

 

▲ 다큐멘터리 제작자들로부터 얻은 45문항의 설문 답변이 공개되어 있다.

 

  그럼 이제, 이러한 문헌조사 및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DOC가 제작한 가이드를 살펴보고자 한다. DOC는 가이드를 크게 여섯 카테고리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다. 그 중 첫 번째, 두 번째 카테고리는 현 상황에 놓인 제작자들이 촬영에 착수하기 전에 가지게 되는 가장 일반적인 고민들로, 다음과 같다.

 

  - 찍어야 할까 (Should I shoot?)

  - 찍을 수 있을까 (Can I shoot?)

 

  먼저 찍어야 할까는 현 상황 속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필요할지에 대한 제작자의 고민을 다룬다. DOC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다수의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은 제작의 필요성에 대해 불확실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촬영을 진행하는 것에 윤리적 문제는 없는지, 촬영이 안전하게 진행될지에 대해 쉽게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대해 가이드는 제작의 긴급성과 중요성’, ‘감당해야 할 위험성’, ‘제작 참여자들의 권리와 책임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한다. 다시 말해, 자신이 진행하려는 제작이 어느 정도의 긴급성과 중요성을 지니는지, 제작과정에서 제작자와 참여자가 감수하는 위험은 무엇인지, 제작과정에서 안전을 추구할 권리와 안전을 지킬 책임이 지켜지는지 고려해볼 것을 제안한다.

 

▲ 코로나19로 제작의 필요성을 가늠하기 어렵다면, 위의 매트릭스에 따라 제작하고자 하는 작품의 긴급성과 중요성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다음으로 찍을 수 있을까에서는 법적, 현실적 측면에서 영화 제작이 가능할지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 있다. 지역봉쇄와 해제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상황이므로, 다큐멘터리 촬영이 늘 법적으로 허용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제작의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이드는 제작하려는 작품이 현 사회에 필요한 작품으로 인식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작품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식된다면 법적으로 촬영이 허용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현실적 측면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가이드는 제작을 진행하고자 하는 지역의 공중보건, 모임규모, 마스크착용 등에 관한 규칙을 꼼꼼히 살펴볼 것을 권한다. 더 나아가 코로나19와 관련된 보험 커버리지, 코로나19가 가져올 제작 자금의 변화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 현 상황에서는 자신이 제작하고자 하는 작품의 사회적 필요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필요가 있을지,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이 섰다면 이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방법에 관련된 질문들을 던져볼 차례이다. 세 번째부터 다섯 번째 카테고리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어떻게 찍을까 (How do I shoot?)

  - 어떻게 여행할까 (How do I travel?)

  - 어떻게 후반작업을 해야 할까 (How do I post?)

 

  앞서 소개한 찍어야 할까’, ‘찍어도 될까가 다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조언들을 담았던 것과 달리, 이 세 가지 카테고리는 다큐멘터리 제작과 실질적으로 연관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어떻게 찍을까에서는 촬영 환경을 인터뷰 촬영, 베리떼 촬영, 스튜디오 촬영, 차 안에서의 촬영 등으로 세부적으로 구분하면서, 각 촬영 환경에 적합한 방법을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각 방법을 실천하기 전에 제작자가 고려해야하는 요소들을 간결하게 보여주고, 방법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단계별로 안내한다. ‘어떻게 여행할까어떻게 후반작업을 해야 할까역시 이와 비슷한 형식으로 꾸려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인터뷰 촬영 중 따라야할 예방수칙을 이와 같이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웹사이트의 각 내용을 어느 정도 훑어봤다면, 마지막으로 사례 연구(case studies)’ 카테고리를 둘러볼 필요가 있다. ‘사례 연구에서는 현재 제작 활동에 나서고 있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경험을 토대로 총 6가지의 제작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해당 사례들을 공유함으로써 다른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 위기에 대응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안전을 우선시했던 사례, 촬영 방식을 유연화한 사례, 안전한 여행을 추구한 사례 등이 소개되어 있으니 이를 바탕으로 실제 제작 계획을 세우는 데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 코로나 일일 확진자수가 1000명을 넘었다는 뉴스를 전해 들었다. 모두에게 그러하듯이, 다큐멘터리 제작자에게도 현 상황이 결코 녹록치는 않을 것이다. 다큐멘터리에 허용되는 제작 반경은 줄어들고, 받아들여야하는 변화와 지켜야할 수칙은 늘어났다. 우여곡절의 상황을 헤쳐 나가고 있을 다큐멘터리 제작자분들을 위해, 이 웹사이트에 적힌 하나의 문구를 소개드리면서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다큐멘터리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이 코로나19로부터 자신을, 자신의 작품을, 자신의 공동체를 지켜내면서 건강하게 제작 활동을 이어나가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사람,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자 다큐멘터리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가장 진실하고 영향력 있는 형태로 세상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노력만큼이나, 우리는 공동체를 지키고자 애써야 합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기꺼이 우리에게 나누어주는 이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만 합니다.’

 

관련 사이트

- ‘코로나19 시대의 다큐멘터리 제작홈페이지 https://covid19.docorg.ca/

- DOC(캐나다 다큐멘터리 조직) 홈페이지 https://www.docorg.ca/

 


글쓴이. 나선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다큐멘터리를 보는 사람,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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