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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과 영국 공동체미디어 대응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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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1. 4. 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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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미디어도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와 봉쇄 조치(lockdown) 등으로 인해 큰 영향을 받은 부문 중 하나입니다. 이 글에서는 영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공동체미디어 대응 현황에 대해 사회문화적 측면과 제도적 측면으로 나눠 살펴보고자 합니다."

 

[ACT! 124호 미디어 인터내셔널 2021.04.09.]

 

코로나19 팬데믹과 영국 공동체 미디어의 대응사례

   

 

반명진 (한국외국어대)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경유하며, 사회적 재난이 개인 및 공동체의 안전과 일상의 삶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전과 비교해서, 사회 전반의 어느 영역 하나 온전히 유지되고 있는 곳이 없다고 하지만, 공동체 미디어도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와 봉쇄조치(lockdown) 등으로 인해 큰 영향을 받은 부문 중 하나입니다. 세계 여러 곳에서 많은 공동체 미디어들이 활동 중이지만, 이 글에서는 영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공동체 미디어의 대응현황에 대해 사회문화적인 측면과 제도적인 측면으로 나누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1. 2020년 영국 공동체 라디오의 코로나19 대응현황 (브루넬 대학교의 조사보고서)

 

▲ 브루넬 대학교 홈페이지

 

  우선, 영국의 공동체 미디어의 대응현황과 관련해서는 영국 런던의 브루넬 대학교의 연구조사 보고서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브루넬 대학교의 연구소에서는 2020년 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발생에 따른 변화된 환경 속에서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20206월에, “공동체 라디오 제작 실천에서의 디지털 기술: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대한 대응 (Digital Technologies in Community Radio Production Practices: responding to COVID-19 social distancing measures)”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고, 영국 전역의 공동체 미디어 방송국들 중 44(런던, 북부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동부/서부 지역, 북부 지역과 중부 지역, 아일 오브 와이트, 남서북 지역 등)과 방송국 운영에 참여하는 295명의 미디어 활동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담고 있습니다(방송국 대표, 기술 감독, 프로그램 담당자, 스튜디오와 자원활동 담당자 등; 온라인 설문조사, 전화, 온라인 화상 인터뷰). 조사 문항은 공동체 미디어 방송국의 장비가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가, 추가적인 기금지원을 받았는가, 프로그램 편성과 방송 참여자의 라인-업에 어느 정도까지의 변화가 있는가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한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와 공동체 미디어 활동량의 변화

 

▲영국 공동체 라디오의 코로나19 대응 주요 사례  

지역 소식

주로 방송 게시판(on-air bulletins)에 제공, 온라인 소셜미디어(online via social media)를 통해서 공유, (뉴스) 매거진 쇼 방송 중에 토론 진행, 방송국 웹사이트에 게시 등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 경우

10분 운동 프로그램,

학교 직원, 의사, 지역공동체 구성원들과 정기적인 전화 인터뷰(조언, 활동, 기획 등),

지역의 NHS(공공의료서비스)와의 제휴, 뉴스 제공,

지역 의회, 경찰, 응급 서비스, 자선 기관의 소식 전달,

지역 교회의 온라인 예배 중계(방송),

읽어주는 신문(local Talking newspaper),

건강 프로그램 추가(뉴스 매거진쇼에 웰빙 아이템 추가), 도움을 요청하는 커뮤니티(공동체) 기관과의 인터뷰 등

 

2. 지역공동체와 공동체 미디어의 상호협력과 연대 (영국, 레스터 지역의 사례)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조치로 인해 모임과 교류에 상당 부분 제약이 있었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었던 지점들에서 공동체 미디어가 지역공동체와의 상호협력과 연대를 통해 팬데믹 상황에 대응하는 모습들은 포스트-코로나와 관련된 논의 및 새로운 사회의 모습을 구상하는 데 주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참고해 볼 때, 이번 경험은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에 대한 바탕을 스케치하는 데 활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동체 미디어의 경우, 지역의 다양한 시민사회 단체들과의 관계 맺음과 이 과정에서의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의 참여는 주요한 자원을 구성함과 동시에 공동체 미디어의 지속 가능한 활동의 바탕이 됩니다. 영국 레스터(Leicester) 지역의 상호협력과 연대의 사례도 그런 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팬데믹 발생 초기의 심각한 상황을 경험하며 3월에 레스터 지역에서는 Zoom을 이용한 인터넷 화상회의로 공동체 미디어 네트워크 회의가 열립니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듯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조치는 지역의 삶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게 됩니다. 동네식당이나 가게와 관련된 지역 경제뿐만 아니라, 교육과 돌봄 등 코로나19 이전에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간과하고 있었던,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근간이 된다는 것을 이번 팬데믹 상황은 잘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레스터 지역에서도 이런 문제의 심각한 상황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중앙-정부 차원이나 주류 미디어에서 챙길 수 없는 지역의 구체적이고 세세한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는 해당 지역에 사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런 전 지구적인 재난 상황 속에서는,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 상황을 재구성해서 체계적인 대응 방안을 만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측면에서, 지역 차원의 순발력 있는 대응 방식은 주요한 생존 전략으로 재평가받아야 할 것입니다.

  

▲ 레스터 지역 공동체 미디어의 활동 소개

 

  레스터 지역의 공동체 미디어 네트워크 회의는 이후에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 단체들과의 상호협력과 연대의 실천으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지점이야말로 공동체 미디어의 강점이 잘 드러나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당면한 문제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주체의 욕망들이 만나고 이런 욕망의 결들을 엮어내는 과정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이런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현장 중심의 수단이나 도구의 발견/활용/발명으로서의 미디어 실천. 팬데믹 상황에서의 레스터 지역의 공동체 미디어와 지역공동체의 대응 과정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시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보면, 이런 특성들은 더 잘 보여집니다; 원격 운영을 위한 네트워크 및 기술적 이슈들,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지침 준수(strict Covid-19 hygiene requirements)를 위한 추가 지출 감당(소독, 마이크커버), 중복 없이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연대와 협업의 필요성, 특히 여러 언어로 방송 프로그램 공급이 필요함, 노인, 어린이, 기타 주류 (인터넷) 미디어로부터 소외된 계층에 대한 타겟팅, 핵심 중 하나는, 소수/지역 그룹에 대한 맞춤형 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도 현장의 민중 스스로의 목소리를 광범위하게 담아내야 한다는 것 등.

 

  이런 논의들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 단체들과의 연대 및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지고, 이 과정을 공동체 미디어는 콘텐츠로 재구성해서 공유합니다. 지역의 긴급 돌봄 활동단체와의 인터뷰, 봉쇄조치 상황에서 지역공동체 구성원들과의 온라인 대화, 팬데믹 상황에서의 장애인의 권리들, 지역 영화예술인들이 처한 상황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레스터 지역 공동체 미디어의 활동 소개

 

3. 영국의 방송통신 기구 오프콤(OfCom)이 운영하는 공동체 라디오 기금을 통한 지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조치로 영국의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들도 많은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2020422일자 가디언지의 기사에 따르면, 영국의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의 3분의 1이 문을 닫을 위기상황에 놓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영국은 오프콤에서 운영하는 공동체 라디오 기금(Community Radio Fund)을 통해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물론, 기금지원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추가적 지원을 편성한 것입니다). 비록 그 지원대상 수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20212월 기준으로 111곳의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들에 406천 파운드(£406,000, 한화로 약 63천만 원)의 지원을 하였으며, 오프콤에서는 추가적으로 53곳의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들에게도 긴급 지원기금(emergency funding)을 전달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지원 내용은 영국의 공동체 미디어 협회 Community Media Association와 영국의 방송통신 규제기구 Ofcom 홈페이지에 잘 나와있습니다.

  

▲ 오프콤 홈페이지 내 지원안내 페이지

 

4. 정리하며

 

  팬데믹 상황에서 사회문화적으로 시민사회 영역의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상호협력과 연대도 중요하지만, 영국의 사례처럼 공적인 지원 제도 또한 마련되고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공동체 미디어와 같은) 3영역의 시민사회 단체들은 사회적 재난 발생 시 위기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 미얀마의 팔람 커뮤니티 미디어

 

  끝으로 최근 군부 쿠데타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놓인, 미얀마 시민들의 안전과 미얀마의 민주화를 기원하며, 미얀마의 팔람(Falam) 공동체 미디어 실천 사례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팔람 공동체 미디어의 경우, 소수 민족이 거주하고 있는 친 지역(Chin state)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재난 상황이 발생하자, '지역언어(소수민족언어, 미얀마는 버마어가 공용어)'로 방역지침과 개인위생관리 등에 대한 정보를 만들어서 배포하며, 코로나19에 대한 잘못된 정보(disinformation)의 확산을 막고, 잘못된 정보로 인한 사재기 등의 패닉 현상을 방지하는 활동 등을 전개한 바 있다고 합니다. 아무쪼록 미얀마에 하루 빨리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관련 자료

 

- 브루넬 대학교의 영국 공동체 라디오의 코로나19 대응현황 조사보고서

https://www.brunel.ac.uk/research/Projects/UK-community-radio-responses-to-COVID-19

https://www.brunel.ac.uk/research/Documents/Jo-Coleman-UK-Community-Radio-Production-Responses-to-COVID-19.pdf

 

- 레스터 지역 공동체 미디어의 활동 소개

https://decentered.co.uk/leicester-community-media-network-first-steps/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조치로 영국의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20204월 가디언지 기사

https://www.theguardian.com/uk-news/2020/apr/22/uks-community-radio-stations-face-closure-as-covid-19-hits-ads

 

- 영국, 공동체 미디어 협회(Community Media Association)의 공동체 라디오 기금 관련 기사

https://www.commedia.org.uk/news/2021/02/fifty-three-community-radio-stations-funding

 

- 오프콤 홈페이지 내 공동체 라디오 지원안내

https://www.ofcom.org.uk/tv-radio-and-on-demand/information-for-industry/radio-broadcasters/community-radio-fund

 

- 미얀마의 팔람 커뮤니티 미디어

https://www.mediasupport.org/community-media-stops-covid-19-panic-in-myanmar/

 


글쓴이. 반명진

- 강의실/연구실과 (지역공동체/미디어) 현장,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문화연구자. 20대 시절 문화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미루고 미루다가, 뒤늦게 하고 싶은 공부와 연구를 하며 살아가고자 결심한, 여전히 성장 중인 어른-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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