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노 마퀴(kinomarquee)는 배급사인 키노 로버가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닫은 미국 내의 독립극장을 위해 그들의 작품을 온라인VOD로 관람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중략) 스스로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볼 때 관람의 형태는 오히려 외면했던 존재들이 시대의 흐름이란 명확한 잔재의 증명처럼 느껴진다."
[ACT! 121호 미디어인터내셔널 2020.08.14.]
위트 있는 뻔뻔함
- 배급사 키노로보의 버추얼 시네마 플랫폼 '키노 마퀴'
장상천
코로나 19로 인해 생활과 문화는 작지만 깊게 변화했다. 특히 영화산업에 있어선 극장의 경계를 넘어선 다양한 형태의 ‘관람’과 ‘사유’가 이어져왔다. 2020년 국내에서 열린 영화제 중 다수는 연기 혹은 온, 오프라인을 통해 진행되었다. 특히 오프라인 상영에 있어선 거리두기 및 방역당국의 지침을 지키기 위해 좌석을 비롯한 행사들이 전면 축소되었고, 작년에 비해 확연히 관객들이 줄어든 상태에서 진행했다. 여기서 온라인 상영을 위해 국내는 WAVVE, 왓챠를 비롯한 OTT 플랫폼과의 제휴를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가격을 비롯한 서비스와 관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졌지만, 급증하는 감염자로 인해 많은 것이 멈춰선 해외를 비교하면 이 또한 다행이였다.
최근 ACT의 기사 중 코로나 19로 인해 변해가는 미국 독립영화계의 영화 산업과 관련하여 함께 연대하는 활동을 알아갈 수 있었다. 특히 Virtual Cinema 와 관련하여 배급사 키노로버의 디지털 플랫폼인 키노 마퀴 (Kino Marquee)를 알게 되었는데, 여기서 버추얼 시네마 하면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영화제 한 구석에 위치한 VR (Virtual Reality)였다. 2~3년 전부터 VR시네마는 영화제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티켓 부스에서 현장 좌석을 구하려는 또 하나의 줄이 늘었다는 첫 인상과 다르게 ‘가상’으로서 체험의 변화는 영화를 넘어서 다양해지기 시작했고, 75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선 채수응 감독의 <버디VR>가 ‘베스트 VR 경험’을 수상했단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땐 잠시나마 동료들과 함께 VR의 가능성을 논했다.
극장에 앉아 스크린 속 이미지가 조금이나마 가까워지는 경험을 관객들은 과연 받아들일 수 있는 지에 대해서, 창작자로선 변화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을 이야기했다. 불과 몇 년 전인데도 현재는 이 가능성과 두려움이 명확해질 뿐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처럼, ‘가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수많은 길 중 하나인 ‘관람’을 키노 마퀴에서 찾아보고자했다.
KINO MARQUEE
키노 마퀴(*주1)는 배급사인 키노 로버가 코로나 19로 인해 문을 닫은 미국 내의 독립극장을 위해 그들의 작품을 온라인 VOD로 관람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재 미국에서 극장 및 다수의 공공기관이 폐쇄됨에 따라, 공간에 대중들이 실재하는 문화산업이 어려움에 겪게 되었다. 이를 위해 키노 마퀴는 미국의 예술영화사가 소유한 극장의 배급 및 상영계획중인 영화를 지역 관객들이 집에서 보다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관람을 위한 결제 절차가 끝나면 각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작품당 5일 정도의 관람기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현재 APPLE TV를 비롯한, ROKU(*주2), AMAZON TV와의 연동을 통해 데스크톱, 스마트폰을 넘어 더욱 큰 화면에서 감상할 수도 있다. 그중 웰고USA를 통해 김보라 감독의 벌새 (House Of Hummingbird) 또한 키노 마퀴를 통해 공개되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코로나 19를 기점으로 만들어진 만큼, 해당 영화를 프로그래밍 하는 극장 지역의 관객에게만 한정된 점과 더불어 모든 기기에 연동과 상영 또한 제한되고 있다는 점은 아쉬웠다.
변화를 바라보는 것 자체에 대한
현재의 변화는 바이러스로 인해 빠르게 진행 되었을 뿐 갑작스럽게 찾아온 것은 아니다. 영화에 있어 극장이 아닌 OTT를 통한 관람이 가져다 준 경제적 타격과 불안이 주로 표현되지만, ‘극장’이란 공간의 행위만 줄어든 자체로도 이렇게 변화하고, 위험하다는 표현이 나오는 것은 왠지 모르게 웃으면서 눈물이 나오는 격이다. 스스로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볼 때 관람의 형태는 오히려 외면했던 존재들이 시대의 흐름이란 명확한 잔재의 증명처럼 느껴진다. 현재도 국내에선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 정체된 산업을 활성화 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영화관이란 공간성을 포함해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엔 쉽지 않은 일이다.
작년 예술 전공 학생을 비롯한 예술인들의 지원 사업과 관련하여 관계자들을 모셔놓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 갔었다. 영화를 전공하다는 말에 영진위가 관련하여 지원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예술에는 영화가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 순간 영화는 내가 생각하는 예술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며, 나는 그 차원에 들어가지 못한 잔류와 소멸의 대상이 되는 기분이었고 이윽고 두려웠다.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7월 15일 영진위는 전국 독립영화 전용관 통합예매 사이트 ‘인디 앤 아트 시네마’를 개설하였다. 홈페이지를 통해 승인된 지방의 독립영화관들의 상영작과 시간표, 기획전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과거 맥스무비, YES24등 타행예매를 통해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으면서 예매도 가능하다는 점이 중요했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서 관객들과 독립영화관들의 거리가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듯 보이지만 단순히 수수료가 해결되면서 하나의 종합 아카이브를 띄었다는 것 자체로서는 위의 언급한 키노 마퀴에 비해 아직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Let’s work together to keep all independent theaters healthy in this time of great uncertainty. (*주3)
키노 마퀴 홈페이지 도움 란에 남겨진 문구 중 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함에 미안함과 동시에 남겨진 마지막 문구에는 그렇기에 더더욱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자는 의지가 보였다. 이처럼 때로는 변화에 대하여 두려움을 외면하기보단 이를 통해 파생되는 현상들에 대해 이른바 ‘위트 있는 뻔뻔함’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
*주
3) 홈페이지 도움란의 마지막 물음 ‘근처에 상영하는 극장이 없다’에 대한 답변의 마지막
글쓴이. 장상천
다양한 생각을 지닌 동료들과 함께 배급사 혜윰을 만들고, 무언가를 시도하는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영국 공동체미디어 대응 사례 (0) | 2021.04.09 |
---|---|
캐나다에서 도착한 ‘코로나19 시대의 다큐멘터리 제작 가이드’ (0) | 2020.12.15 |
주관적인, 극히 주관적인 코로나 이야기: 독일 버전 (0) | 2020.08.03 |
자선이 아닌 연대로 - 미국 독립영화계 코로나19 대응 현황 (0) | 2020.06.02 |
민즈 TV, 스트리밍 서비스에 반자본주의를 더하다. (0) | 2020.06.02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