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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즈 TV, 스트리밍 서비스에 반자본주의를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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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0. 6. 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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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즈TV는 법인자금이나 거대자본이 아닌, 민즈TV의 이용자들이 지불한 비용만으로 운영된다. 1%가 아닌 99%의 사람들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회적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인 것이다."

[ACT! 120호 미디어 인터내셔널 2020.06.05.]

 

민즈TV, 스트리밍 서비스에 반자본주의를 더하다.

 

나선혜(ACT! 편집위원)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이 미디어 시장에서 일으킬 지각변동은 이전부터 예견되어 왔다. 이를 증명하듯, 넷플릭스와 아마존프라임의 양자 대결구도로 흘러가던 미국 OTT 시장은 애플과 디즈니가 시장에 본격 합류하게 되면서 큰 변화를 맞았다. AT&T, 컴캐스트와 같은 건실한 미디어 기업들도 올해 중순에 OTT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대자본을 거느린 기업들이 하나둘씩 OTT 사업에 뛰어드는 올해, ‘민즈TV(MEANS TV)라는 이름의 OTT 서비스가 색다른 모토를 내걸고 런칭했다.

 

▲ 민즈TV (MEANS TV) https://means.tv/

 

  2020226일 정식으로 런칭한 민즈TV는 노동자들의 자본으로 운영되고 노동자들이 소유하는, 세계 최초 반자본주의 스트리밍 서비스이다. 민즈TV가 이처럼 반자본주의 노선을 택하게 된 과정은, 민즈TV의 창립 과정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8, 민주사회주의자 모임에서 만난 닉 헤이즈와 나오미 버튼은 무명의 뉴욕주 하원의원 후보자였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이하 오카시오코르테즈) 캠페인 광고 제작을 맡게 된다. ‘가진 것 없는 젊은 여성이었던 오카시오코르테즈의 대항마는 10선 경력의 조 크롤리. 오카시오코르테즈의 부진이 쉽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닉 헤이즈와 나오미 버튼은 캠페인 광고의 방향성에 대해 고심한다

 

▲ (왼쪽부터) 나오미 버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닉 헤이즈

 

  고민 끝에 만들어진 오카시오코르테즈의 캠페인 광고 변화를 위한 용기(courage to change)’는 오카시오코르테즈가 민주사회주의자임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녀가 노동자 계층을 대변한다는 것을, 노동자의 단결로 거대자본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나타내었다. 결과적으로 캠페인 광고는 점차 입소문을 타며 선거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오카시오코르테즈가 기적처럼 선거에서 승리하게 되는 큰 발판이 되었다. 오카시오코르테즈의 캠페인 광고가 얻었던 호응에서 가능성을 본 것일까. 캠페인 광고의 성공을 계기로 닉 헤이즈와 나오미 버튼은 반자본주의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게 된다.

 

▲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AOC) 캠페인 광고의 한 장면

 

  ‘반자본주의라는 단어를 증명하듯, 민즈TV는 법인자금이나 거대자본이 아닌, 민즈TV의 이용자들이 지불한 비용만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민즈TV에는 광고가 실리지 않을뿐더러, 민즈TV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거대자본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다. 1%가 아닌 99%의 사람들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회적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인 것이다. 더 나아가 이렇게 모은 자금은 민즈TV노동자 협동조합을 통해 운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민즈TV의 노동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본인의 작업물에 대한 소유권과 서비스에 대한 지분을 보장받는다.  

  물론 자본의 출처와 운용방식이 다를 뿐, 민즈TV 역시 기본적인 OTT 서비스와 유사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매달 10달러를 지불하면 데스크탑, 모바일, 스마트 TV 등의 기기에서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다는 점과 영화, 다큐멘터리, 라이브 뉴스, 스포츠 등으로 카테고리를 분류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점 역시 여타 OTT 서비스와 비슷하다. 

  반면, 프로그램이 담고 있는 내용에서는 민즈TV만의 확고한 정체성을 읽어낼 수 있는데, 그 예로 몇 가지 주요 프로그램을 소개해볼 수 있을 듯하다. 먼저, 민즈TV의 인기 다큐멘터리인 <래디컬라이즈드(Radicalized)>LA에서 벌어진 월가를 점거하라시위에 대한 이야기로, 자본주의와 공권력에 대항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다음은,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각종 게임을 플레이해보는 게임 스트리밍 <레프트 트리거(Left Trigger)>, 반자본주의를 표방하는 민즈TV만의 독특함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민즈TV의 간판 프로그램인 <민즈 모닝 뉴스(Means Morning News)>가 있다.

  생방송 주간 뉴스인 <민즈 모닝 뉴스>는 주로 급진적 좌파의 입장을 보도하며, 자본의 방해 없이 노동자들을 위한 뉴스를 담아내는 데에 집중한다. <민즈 모닝 뉴스>의 진행자는 2014년부터 뉴스 팟캐스트를 운영해오고 있었던, 저널리스트인 샘 색스와 샘 나이트이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 민즈TV의 프로그램 진행을 처음 제안했을 때, 막상 두 사람은 민즈TV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팟캐스트에 후원하는 것조차 꺼려하는 대중들이, 과연 민즈TV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지는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민즈TV는 런칭되었고, 지난 2월에는 구독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

 

▲ (왼쪽부터) <민즈 모닝 뉴스(Means Morning News)>의 샘 색스, 샘 나이트

 

  이는 어쩌면 올해 초 미국의 민주당 안팎에서 벌어졌던 크고 작은 소동들이 민즈TV에게 오히려 기회로 작용한 덕분일 수도 있다. 그 일례로, 민즈TV의 창립자인 닉 헤이즈는 2020년 민주당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마이클 블룸버그를 언급한다. 막대한 자본을 선거에 쏟아 부은 마이클 블룸버그는, 잦은 당적 변경과 성희롱 혐의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져 결국 경선에서 중도하차한 인물이다. 이에 대해, 닉 헤이즈는 이러한 문제적인 사람들로 인해 빛을 받아야할 좋은 사람이 가려지고 있지만, 오히려 이런 정치적 모순들에서 느낀 점들을 추진력으로 삼아 반자본주의의 미션을 달성해나갈 것이라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현실사회의 모습이 민낯을 드러낼수록 민즈TV를 지지하는 대중의 결집력은 강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닉 헤이즈는 민주당의 경선 결과와는 상관없이 민즈TV의 미래를 보다 낙관적으로 그리고 있다. 생각해보면, 가장 본질적인 문제들은 선거의 결과와 관계없이 중요한 가치를 지니기 마련이다.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 주거와 교육, 노동자 권리와 같은 문제들이 그러하다. 따라서 민주당 후보 경선의 결과가 어떠했든, 앞으로 있을 대통령 선거의 결과가 어떠하든, 사회적 문제들을 급진적인 태도로 파헤치는 민즈TV는 앞으로도 변함없는 의의를 지닐 것이다.

 

민즈TV 홈페이지 https://means.tv/

민즈TV 유튜브 https://www.youtube.com/user/saraj00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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