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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항쟁에서의 미디어 : 억압 장치 혹은 저항의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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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19. 11. 2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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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항쟁은 미디어를 둘러싼 전쟁이기도 하다. 미디어는 시민 억압과 통제의 기제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시민 저항의 훌륭한 도구이기도 하다. 감시 사회에 대한 공포로 인해 감시카메라를 부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 시민들의 미디어 전쟁은 디지털을 무기로 삼는 것으로도 나아가고 있다."

 

[ACT! 117호 미디어인터내셔널 2019.12.16.]


홍콩 항쟁에서의 미디어 : 억압 장치 혹은 저항의 도구


홍명교(진보네트워크센터 기술팀)



  홍콩 항쟁(*주1)이 대규모 시위로 촉발된 2019년 6월 9일 이래 반년이 흘렀다. 이토록 장시간 대중투쟁이 이어진 것은 홍콩 역사상 초유의 일이기도 하거니와 세계 역사에서도 그 사례가 매우 드물다. 더구나 2008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번졌던 자스민 혁명 이래의 광장 시위의 역사에서도 초유의 일이다. 긴 항쟁의 시간과 규모만큼이나 홍콩 항쟁 안에는 일국양제라는 정치시스템과 미-중 간 경쟁, 홍콩 사회의 심화된 빈부격차와 부동산 시스템의 결함, 이주민 문제, 문화, 소민족주의와 혐오 등 매우 다양한 특성과 모순이 있다.(*주2)

  이 글에서는 홍콩 항쟁에서 ‘미디어’가 어떻게 위상으로 존재하는지, 억압적 국가장치로서의 역할과 시민 저항의 도구로서의 역할이 어떻게 분별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미디어의 양가적 특성과 미디어 실천의 가능성에 대해 간략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미디어를 무엇으로 규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좁은 의미부터 넓은 의미까지 다양하겠으나, 여기서는 감시카메라부터 언론, 모바일앱까지 비교적 광의의 미디어를 화두로 삼고자 한다.

▲ 홍콩 시위대가 감시카메라에 테이프를 붙이는 모습 

 


감시카메라를 부수는 청년들

  6월 9일 시위가 103만 명 규모의 대규모 시위로 촉발됐을 때 가장 눈에 띄는 행동이 있었다면 바로 감시카메라를 부수거나, 검정색 테이프로 덮어씌우거나, 스프레이를 뿌리는 모습이었다. 얼굴을 마스크와 스키 고글로 가린 청년들은 긴 사다리를 들고 다니며 시위대가 지나가는 도로변의 감시카메라들을 타격했다. 이런 행위들은 다른 광장 시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주류 언론들은 그들이 대체 왜 감시카메라를 훼손하는가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감시카메라 제어 행위는 시위 첫날로 그치지 않았다. 나중에 ‘용무파(勇武派)’로 명명된 이들 행동주의 시위대는 6월 31일 격렬한 싸움 끝에 입법회 의사당 건물 안에 진입했을 때에도 감시카메라 타격을 멈추지 않았다. 입법회 안의 카메라가 아무리 높은 곳에 있더라도 위험을 무릅쓰고 부수거나 가리는 시위대의 모습은 전 세계 미디어에 전달됐다.

▲ CCTV를 넘어뜨리는 홍콩 시위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시위대가 감시카메라 타워를 무너뜨릴 때였다. 8월 24일 낮 10여 명이 팀을 이뤄 몰려다니는 시위대가 5미터 높이의 거대한 스마트 가로등을 절단기와 밧줄까지 동원해 무너뜨리는 장면은 세계 외신에 보도됐는데, 홍콩 시위대가 무엇에 맞서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홍콩 시민들에게 ‘감시 체제’로의 변화는 홍콩이 중국과 같은 억압적 체제로 변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있다. 2014년 우산 운동이 촉발되기 전 홍콩에는 5만여 개의 감시카메라가 있었는데, 몇 년 사이 날로 급증하는 감시카메라에 대해 시민들은 자신들의 일상이 감시당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며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런 우려에는 이유가 있다. 중국 대륙의 ‘천망 시스템(天网系统)’이 구축한 거대한 감시 체계가 홍콩에도 이식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2018월 7월 2억 개에 달하는 것으로 보도됐던 대륙 내 감시카메라 숫자(*주3)는 2019년 9월 2억 5천만 개를 넘어섰다. 이 수치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통계조사업체 ‘스타티스타’는 2020년에는 6억 개가 넘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또, 홍콩과 바로 맞닿아있는 선전(深圳)만 해도 도심 내에 4K 해상도의 UHD급 인공지능 카메라가 급증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의 행동은 감시카메라 타격에 그치지 않았다. 홍콩 경찰의 극심한 진압 행위로 인해 격화된 충돌 수위는 시위대로 하여금 자신의 얼굴을 모두 가리는 ‘무장’(?)을 할 수밖에 없게 했다. 

▲ 감시와 강경진압으로 인해 얼굴을 가린 홍콩 시위대 이미지 

 


  한데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바로 경찰이 휴대한 채증 카메라였다. 시위 초기부터 경찰은 카메라 채증을 통해 시위대 체포를 시도했는데, 이는 집회 시위의 권리를 크게 위축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에 맞선 시위대의 대응은 레이저빔이었다. 상당수의 시민들이 휴대용 레이저를 휴대해 야간 시위에서 이를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공업용 레이저는 레벨4 수준인데, 이는 인체에 영구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시위대가 휴대한 건 인터넷 쇼핑몰에서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레벨3 레이저였는데 이것으로 카메라 렌즈에 손상을 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레이저를 통해 경찰과 채증조의 시선을 방해할 순 있다. 이로 인해 야간 시위 현장에서 스펙터클한 진풍경이 펼쳐졌다. 홍콩 시위는 마치 SF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에 했다.

▲ 레이저를 활용해 경찰 채증을 차단하는 홍콩 시위대 

 


  레이저는 7~8월 간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부상했다. 홍콩 경찰은 시민들이 ‘무기’를 소지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하며 레이저펜을 소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체포 및 기소를 자행했다. 이 체포 작전으로 체포된 가장 유명한 인물은 홍콩침례대학 학생회장 케이쓰 퐁(Keith Fong)이었다. 8월 6일 경찰의 표적 수사 끝에 체포된 그의 가방 안엔 10개의 레이저포인터가 있었는데, 그의 가방을 뒤진 경찰은 그가 레이저포인터를 소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속하려 했다. 

  시민들은 케이쓰 퐁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 레이저가 인체에 무해하다면 것을 증명하기 위한 퍼포먼스 등을 펼치면서 홍콩 경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8월 7일 밤 시민들은 침사추이 우주박물관 광장에 모여 레이저 퍼포먼스를 펼쳤다. 각자가 소지한 수백 개의 레이저포인터를 한꺼번에 쏘아도 종이 한 장도 태울 수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 홍콩 참사추이 우주박물관 레이저빔 퍼포먼스 



SNS와 감시

  문제는 카메라만이 아니었다. 홍콩 시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그리고 왓츠앱(WhatsApp)이었는데, 이런 SNS가 도리어 시민들을 향한 억압적 장치로 이용되기도 했다. 왓츠앱은 통신하는 사용자만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종단 간 암호화(End to end encryption)’ 기술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룹채팅에서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한 조사 결과가 시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실제 우산혁명이 벌어졌던 2014년 왓츠앱에는 중국발 악성코드가 심어졌다는 소문이 퍼져 홍콩 시위대를 불안케 한 바 있다. 실제로 독일 보훔 루르대학교의 한 연구팀은 취리히에서 열린 ‘현실 세계 암호학(Real World Crypto) 2018’ 보안 컨퍼런스에서 왓츠앱에서 관리자 허락 없이 그룹채팅방에 들어가 대화 내용을 엿볼 수 있는 보안 결함이 발견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 때문에 시위 초기부터 시민들은 무엇을 통해 소통할 것인가를 두고 고심해야 했다. 그리고 텔레그램(Telegram)이 홍콩 시위대의 새로운 소통 수단으로 등극했다. 전화번호와 이름을 가릴 수 있었기 때문에 그룹채팅에서도 신원을 감출 수 있었고, 1:1 대화에서 ‘종단 간 암호화’ 채팅도 용이했다. 홍콩 시민들은 텔레그램을 이용해 그룹채팅방과 채널을 개설했고, 시위 정보를 공유했다. 

▲ 텔레그램을 이용하는 시위대 이미지 

 


  그러자 홍콩 경찰은 갖은 수를 쓰며 텔레그램을 이용해 시위를 주도하고 기획하는 이들의 신원을 파악하려 했다. 시위 초기였던 6월, 홍콩 경찰은 22살의 그룹채팅방 운영자의 집을 기습해 그를 체포했고, 그를 협박해 채팅기록을 다운로드하기도 했다. 또한 텔레그램 CEO 파벨 두로프(Pavel Durov)는 트위터에 홍콩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시기와 동시에 텔레그램 서버를 향해 중국발 디도스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 디도스 공격이 대부분 중국에서 벌어진다는 텔레그램 CEO 파벨 두로프의 트위터 메시지 



  페이스북 ‘좋아요’가 화근이 돼 해고된 노동자들도 나타났다. 케세이퍼시픽 항공 승무원 레베카 시(Rebecca Sy)는 페이스북을 통해 시위 관련 게시물들을 공유했다가 해고됐다. 근본적으로 이는 중국 정부의 압력 때문이었고, 나아가 노동조합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페이스북을 실명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점차 확산됐다. 지난 11월 한국을 방문했던 ‘홍콩직공회연맹(홍콩 민주파 노총)’ 활동가는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해고될까봐 두려워 실명으로는 ‘좋아요’도 누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는 어떻게 기획-조직되는가?

  이처럼 소셜미디어는 억압적인 국가장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시민 항쟁의 무기이기도 하다. “지도부 없는 항쟁(leaderless protest)”으로 불리는 홍콩 시위는 어떻게 해서 지난 반년 간 매일 같이 다양한 집회와 행진들을 기획하고 시민들을 조직하는 걸까? 그 주된 루트는 익명성과 온라인 커뮤니티, 텔레그램이다.

  홍콩에는 ‘초이쏘이토이(LIHKG 吹水台)’라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다. 이 커뮤니티는 ‘게시판’ 형태보다는 ‘스레드(thread)’ 형식을 띈다. 이를테면 본문 게시물에 대해 누군가 댓글을 달더라도 이것이 한 화면에 통합돼 한꺼번에 보여준다. 각 섹션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는 글은 ‘포퓰러(熱門)’ 섹션에 올라가는 식이다. 트위터 타임라인과 디씨인사이드(dcinside.com)를 혼합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2016년에 출시됐지만 순식간에 홍콩 청년들이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SNS가 됐다. 철저한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초이쏘이토이에는 다양한 시위 아이디어들이 올라온다. 많은 호응을 얻은 기획은 텔레그램으로 옮겨져 해당 아이디어에 공감하는 이들의 그룹채팅방으로 만들어진다. 이 채팅방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친 기획자들은 텔레그램 채널을 만들어 자신들의 기획을 홍보하고,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알린다. 이를테면 12월 7일 낮 공항으로 가는 길목을 차단하는 시위 기획에 대해 생각해보자. 누군가의 아이디어에 의해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그룹채팅방에서 핵심 참가자들을 모으고, 웹 홍보물을 생산한다. 그리고 실제로 7일 낮에 자동차를 끌고 도로를 차단할 참가자들을 조직한다. 채널에서는 기획 취지에 맞게 몇 가지 달린다. “자동차를 소유한 성인에 국한”하며, “오후 2시부터 저녁때까지”, 란터우섬과 칭이섬을 잇는 “칭마대교 교통에 지장을 끼치는 행동”을 시행한다. “각 참가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권리를 지켜야 하”며, 만일을 대비해 “블랙박스 카메라를 장착”하는 것이 권유된다.(*주4)
 

▲ 온라인 커뮤니티 초이쏘이토이(吹水台 LIHKG) 



  지난 반년 간 홍콩에서 이뤄진 상당수의 집회나 항의 행동은 모두 이런 방식으로 조직됐다. ‘지도부 없는 항쟁’이 나름의 조직화 루트를 찾은 셈이다. 이는 반드시 집회 기획에 국한되지 않는다. 입법회 건물 앞에 레넌벽(John Lennon Wall 連儂牆)을 조성하자는 제안이라든지, 친중 상점들에 대한 불매운동, 백화점 건물 안에서 ‘홍콩에 영광을(Glory to Hong Kong 願榮光歸香港)’을 함께 노래하는 퍼포먼스 등 다양한 기획들이 이런 방식으로 추진됐고, 12월 초 현재도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독립 미디어의 탄생

  2000년대 초기 홍콩 언론들에 닥쳐오고 있었던 전방위적인 불안감, 언론자유가 점차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의식과 경영상의 어려움들은 독립 미디어들의 생존법을 고민하게 했다. 주류 매체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저명한 칼럼리스트들이 해고되고, 알리바바 회장 마윈에 의해 인수된 2016년 이래 언론자유에 대한 우려는 배가 됐다. 물론 홍콩 민주파의 대표적 언론은 타블로이드와 인터넷 매체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빈과일보(蘋果日報)」다. 「빈과일보」는 홍콩 신문시장 생태계를 변화시켰고, 2019년 시위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매체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독립 미디어적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독립 및 비영리 언론의 성장은 홍콩의 언론자유에 대한 위협에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홍콩프리프레스(Hong Kong Free Press)」나 「홍콩독립매체연맹(이하 인-미디어(in-media)」, 「입장신문(立場新聞 Stand News」은 가장 대표적인 비영리 인터넷 미디어다. 
 

▲ 인터넷 언론 「홍콩독립매체연맹(인-미디어(in-media)」 



  「인-미디어(in-media)」(inmediahk.net)는 주류 진보매체가 담지하지 못한 저널로서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다. 2004년 설립 이래 시민참여형 인터넷 언론을 지향했다. 한국의 오마이뉴스와 비슷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2007~2008년 홍콩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스타페리 부두와 퀸즈 부두 철거에 맞선 시민 저항을 사회운동적 관점에서 보도하면서 존재감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또, 2014년 우산 운동 중에도 시위 소식을 신속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보도하며 성장했다. 즉, 「인-미디어」는 홍콩 사회운동의 성장과 함께 성장해왔다. 2019년 항쟁 과정에서도 「인-미디어」는 사회운동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다양한 민주파 인사들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홍콩 안팎에서 활동하는 사회운동가들로부터 보다 급진적인 견해들이 제출되며, 타블로이드 매체들이 보이는 선정적인 보도는 지양하되, 사회운동의 고양과 사회 대안을 모색하는 성격을 보인다. 

  「입장신문(立場新聞 Stand News)」(thestandnews.com) 역시 강한 사회비판적 지향을 갖고 있으며, 지난 5년 사이 급성장한 인터넷 언론이다. 홍콩중문대학 미디어 및 여론조사센터가 실시한 미디어 공신력 조사에서 인터넷 언론 중 가장 높은 신뢰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기록됐다. 2012년 7월 국정교과서 반대운동 과정에서 탄생한 「주장신문(主場新聞 House News」이 많은 성장을 기록했음에도 경영상 압박이 지속되는 아이러니로 2014년 7월 폐간되자, 비영리 미디어를 표방하며 같은 해 말 새롭게 창간됐다. 광고 수입과 시민 후원을 통해 비영리로 운영되며, 독립적인 편집시스템을 유지한다. 경영상 흑자가 발생하면 전액 독립미디어 사업에 쓰인다. 「입장신문」이 전신인 「주장신문」과 다른 점은 전자가 개인회사인데 반해 후자는 3인의 발기인이 신탁회사(trust company) 투자 형식으로 설립했다는 점이다. 이는 지분 처분과 양도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포기하고, 미디어의 지속적인 발전을 목표로 한다. 자본의 압박으로 폐간했던 「주장신문」의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또 하나 다른 점은 723개의 블로거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며, 「입장신문」의 칼럼란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범민주파의 입장을 갖고 있는 이들은 오늘날 홍콩 시민사회의 젊은 오피니언 리더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  홍콩중문대학 학보 웹사이트

 


  이런 비영리 언론 이외에 급부상한 또 다른 대안 언론은 학생 자치언론이다. 대학생들이 이번 항쟁의 주역으로 부상했던 데에는 학생회가 중심적 역할을 하면서다. 학보사나 학생회 산하의 선전부는 SNS를 통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학보별로 2만~6만 수준의 구독자를 유지하면서 페이스북 생중계를 통해 시위 현장을 중계하는가 하면, 유튜브나 텔레그램을 통해서도 학내 집회 현황이나 학생회의 입장 등을 빠르게 한다. 이번 시위의 주된 무대들 중 하나가 대학이었고, 대학에서 벌어진 몇몇 사건들은 전체 항쟁에서 변곡점을 차지하기도 했기에 그때마다 대학 자치 언론들의 활약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그밖에도 홍콩에서 대안적인 저널리즘을 시도하는 미디어들은 매우 다양하다. 특히 유료회원제 인터넷 미디어 「단전매(端傳媒 initium media)」(theinitium.com)는 내용적으로 가장 풍부한 분석력과 인포그래픽과 영상 콘텐츠 등 과감한 형식적 실험을 자랑한다. 이런 대안 매체의 성장은 다른 인터넷 매체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모바일앱을 무기 삼아

  지금까지 다양한 대안 미디어들에 대해 살펴봤다면, 마지막으로 사회운동이 미디어를 직접적으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홍콩 시위가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모바일앱을 활용한 디지털 전술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의 여느 광장 시위보다도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홍콩의 발달된 IT기술과 젊은 세대의 활용 능력 등이 토대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널리 쓰이는 건 ‘홍콩맵라이브(HKmap.live)’다. 초이쏘이토이 소속의 제작자들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이 앱은 익명의 대중이 실시간으로 경찰의 현황을 지도상에 입력하고 추적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홍콩 몽콕(Mongkok)의 어느 골목 맥주바에 앉아 있다가 경찰차 3대가 지나가는 걸 목격했다고 했을 때, 누구든 이 앱을 통해 어떤 종류의 경찰차인지, 어느 방향으로 이동했는지, 어떤 행위를 했는지 등의 옵션을 자세하게 입력할 수 있다. 이는 다양한 다른 앱들로 공유할 수 있으며, 알림 설정을 통해 내가 있는 곳 근처에 경찰이 나타났는지도 알 수 있다. 이는 홍콩 시위대에게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중국 관방언론 「인민일보 人民日报」가 이 앱을 격렬히 비난(*주5) 하자, 애플 사측은 애플 스토어에서 이 앱을 삭제 조치한 바 있다. 하지만 필자가 홍콩에서 만난 한 시민은 이미 근 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 앱을 설치했기 때문에 아무 상관없다고 했다.

▲ 실시간으로 경찰 현황을 지도에 입력하고 추적하는 앱 ‘ HKmap.live ’ 

 


  항쟁을 지지하는 가게와 항쟁을 방해하는 가게를 구분해서 소개하는 ‘왓츠갭(WhatsGap 發夢地圖)’이라는 앱도 있다. 이용자들은 이 앱을 다운받아 설치한 뒤, 가게에 대해 딱지를 붙이고, 그 가게가 왜 ‘황색가게’(시위 지지)인지 아닌지에 대한 데이터를 첨부할 수 있다. 홍콩 시민들은 이 딱지를 보고 소비할 곳을 찾으며, 그렇지 않은 곳은 불매한다. 일부 용무파 시위대(폭력투쟁 노선)는 시위를 방해하는 가게들의 유리창을 부수거나 불 지르기도 한다. 그밖에 홍콩경찰의 어깨번호를 통해 경찰의 신원을 파악하는 앱, 홍콩 항쟁의 규칙과 원리를 학습하는 게임앱 등 다양한 앱들이 있다. 이런 앱들의 데이터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보전되며, 따라서 해킹의 위협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고 한다.


대안 미디어에서 조직화로

  사회운동적 차원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시도는 텔레그램 앱을 매개 삼아 노동조합을 조직하려는 시도다. 홍콩에는 크게 3개의 노총이 있다. 조합원 수 측면에서 가장 큰 노총은 ‘홍콩공회연합회(香港工會聯合會)(이하 공련회)’인데 40여만 명의 조합원이 있는 친중 노총이다. 두 번째는 ‘홍콩직공회연맹(香港職工會聯盟)(이하 직공맹)’으로 조합원 수 20만 명의 민주파 노총이다. 직공맹에서는 공련회의 조합원 규모가 허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직공맹은 2014년 우산운동이나 이번 반송중 시위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고, 연대체인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 Civil Human Rights Front)’의 가맹조직이기도 하다. 하나의 일원에 불과했던 직공맹이 자신의 역할을 찾기 시작한 것은 7월, 파업을 호소하면서 부터다. 
  도시 전체를 멈추는 투쟁을 하자는 제기가 시민들 내에서 강화되자 8월 5일 전 도시 파업을 이끌었다. 홍콩 시내 7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이날 파업 집회에는 35만 명이 참여했는데, 홍콩 반환 이후 최대 규모였다. 
 

▲ 사회복지사 파업 선전 이미지

 


  하지만 그 후 한계가 드러났다. 직공맹이 지닌 조직력의 한계로 인해 그보다 위력적인 파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파업에 참여했지만, 도시 전체를 멈출 수 있는 수준으로는 지속하기 어려웠다. 투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노동조합에 가입하자’는 제기가 쏟아지기 시작한 건 10월 말부터다. 어떻게 하면 파업을 조직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노동조합(工會)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직공맹으로 쏟아지기 시작했고,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자기 일터와 업종의 노동조합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텔레그램이 주된 수단이었다. 이미 만들어져 있던 업종별 그룹채팅방이 활용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업종별 파업, 업종별 집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지난 12월 2일부터 6일까지 한 주는 광고업계 종사자들의 파업이 열렸다. 500여 명의 카피라이터, 디자이너 등 광고업계 종사자들은 집회와 문화 행사, 전시 등을 열며 5일 간 업무를 거부했다. 사회복지사, 호텔업, 금융업, 보험업, 약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런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업종별로 노조를 만들고, 8월 5일 파업보다 위력적인 파업을 일으키겠다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이것이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이뤄질지 아직 알 수 없지만, 패배감으로 끝난 2014년 우산운동과는 완전히 다른 면모라고 할 수 있다.(*주6)

▲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전파되는 노동조합 가입 캠페인 



  이처럼 홍콩 항쟁은 미디어를 둘러싼 전쟁이기도 하다. 미디어는 시민 억압과 통제의 기제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시민 저항의 훌륭한 도구이기도 하다. 감시 사회에 대한 공포로 인해 감시카메라를 부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 시민들의 미디어 전쟁은 디지털을 무기로 삼는 것으로도 나아가고 있다. 

  2019년 12월 중순 현재 홍콩 항쟁의 향배는 여전히 미지수다. 구의원 선거의 역사적 승리는 홍콩 시민들에게 잠시 숨통을 트이게 해주었지만, 5대 요구(폭도 규정 철회, 독립적인 경찰폭력 조사기관 설치, 체포자 석방과 사면, 보통선거 실시 등)는 송환법 철회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 중 당면한 핵심 과제는 독립조사기관 설치이고, 중장기적 과제가 보통선거 실시라고 할 때, 홍콩 항쟁은 중국 및 홍콩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 전환을 보이지 않는 한, 2020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미디어를 둘러싼 전쟁도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

* 주

1) 홍콩 항쟁을 지칭하는 말은 매우 다양하다. 홍콩과 타이완 등 중화권에서는 ‘반송중운동(反送中运动 범죄인 중국 송환 반대 운동의 줄임말)’이 일반적이나 최근에는 ‘홍콩항쟁(香港抗争)’이란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다. 한편 한국에서는 주류 미디어를 통해 ‘홍콩 민주화 시위’란 말이 더 자주 보이나, 홍콩 항쟁의 다의적 차원을 다루기엔 부족해 보인다.

2) 홍콩 항쟁이 촉발된 직접적 이유에 대한 설명은 언론을 통해 상당히 많이 소개된 바 있다. 하지만 시위 촉발의 근거에 대한 단편적 해설 이외에 변화된 양상에 대해선 보다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가 언론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설명 이외에도 다양한 분석들이 있는데 우선 8월 이후 홍콩 시위의 기본적 성격과 양상에 대해서는 “되살아나는 홍콩의 ‘천안문 트라우마’”(하남석, 2019.8), 10월 긴급법 시행 이후의 상황에 대해선 “홍콩 시위에서 확인한 ‘얼굴의 힘’”(장정아, 2019.10)을 참조할 수 있다. 이보다 깊이 접근해 홍콩과 중국 대륙 간 정치-사회적 연관성에 대해서는 “1997년 베이징, 2019년 홍콩”(조문영, 2019.10)과 “중국의 홍콩 탄압, 그 배경엔 '광저우의 불안'”(구정은, 2019.10)을 보라. 나아가, ‘우산혁명’의 정치적 성격을 되돌아보는 “홍콩 대중운동의 민주화 요구와 정당정치”(항표(项飚), 박석진, 2019.9) 역시 참조해 볼만 하다. 홍콩 사회 내부의 이주민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한계에 대해선 “홍콩과 영덕의 디아스포라”(홍명교, 2019.10), 홍콩 항쟁을 수용하는 한국 사회 내의 태도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홍콩 시민들이 한국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배웠다고?”(홍명교, 2019.10)를 추천한다. 또, 오늘날 홍콩의 극심한 빈부격차와 주거 빈곤을 양산해온 부동산 모순에 대해서는 “홍콩 불안의 이면에서 부동산 헤게모니는 어떻게 드러나는가”(앨리스 푼, 브라이언 응, 2019.11)에 소개된 견해를 참조할 수 있다. 

3) “50,000 CCTV cameras in Hong Kong's skies causing 'intrusion' into private lives”, (「South China Morning Post」, 2014.5)

4) 12.7真.和理塞車大行動 텔레그램 채널 https://t.me/hksuckagain 참고

5) 人民锐评:为暴徒“护航”苹果公司想清楚了吗?

6) ‘新時代新組織方式?!由Telegram群組到罷工籌備組’, 香港職工會聯盟

 


글쓴이. 홍명교

- 진보네트워크센터 기술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기술팀에서 유튜브 '따오기'를 제작하고 있고, 플랫픔c와 동아시아 책읽기모임에서 동아시아 사회운동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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