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콘텐츠 구독 시대의 극장

전체 기사보기/미디어인터내셔널

by ACT! acteditor 2019.08.09 10:47

본문

"넷플릭스의 이집션극장 인수는 ‘비영리 문화 단위’로서의 극장의 영리화라는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으나 넷플릭스의 향후 행보를 점쳐보기에 상징적인 움직임이다."

[ACT! 115호 미디어인터내셔널 2019.8.14.]


콘텐츠 구독 시대의 극장

김수지 (ACT! 편집위원)

 


  올해 4월,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이집션 극장'을 인수하려 한다는 사실이 기사화됐다. 1922년 만들어진 이 극장은 아메리칸 시네마테크가 비영리로 운영을 맡아왔고 재정난을 겪고 있다. 공룡 OTT 기업의 오프라인 극장 인수가 호혜적인 움직임이 될지, 기존 미디어 업계를 교란시키는 움직임이 될지 의견이 분분하다.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주1) 업체들의 노선, 그리고 극장 이용을 서비스하는 구독 서비스의 흥망을 살피며 콘텐츠 유통 배급 생태계의 변화상을 간략하게나마 짚어보고자 한다.  

▲ 이집션 극장 (Egyptian Theater) 

 

1. 이집션 극장 (Egyptian Theater)

  이집션 극장은 미국 헐리우드 복판에 있는 랜드마크다. 1922년에 만들어진 이 극장은 1994년 노스리지 지진으로 파괴되었으나 1996년, LA 커뮤니티재개발협회에 의해 아메리칸 시네마테크에 단돈 ‘1달러’로 인수되었다. 이 극장이 공공재로서 역할을 하게 되길 바라는 지향이 담긴 상징적이고도 파격적인 인수액이었다. 무려 1280만 달러가 투여되어 개조된 후 1998년 다시 문을 연 이 극장의 재정상태가 지난 몇 년간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수백만 달러의 빚에 대해 채무불이행 상태인 아메리칸 시네마테크와 넷플릭스의 거래가 진행 중임이 최초로 기사화된 올해 4월 이래 오프라인 극장을 인수함으로써 넷플릭스가 누릴 수 있는 이점과 비영리 시네마테크가 영리 기업에 귀속되는 경우의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우려가 함께 관측되고 있다.

 

  거래가 완료되면 이집션 극장은 디즈니 전용 극장인 엘캐피탄 극장(El Capitan Theater)과 같이 넷플릭스 제작 콘텐츠의 시사회 및 상영관이자 리셉션이 이루어지는 행사 장소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주말에는 현재의 운영 단위인 아메리칸 시네마테크가 조직한 행사를 진행하게 한다고 한다. 

 

  최근 몇 년간 넷플릭스는 전통적인 헐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영화를 제작하고 개봉해온 ‘대가’들- 알폰소 쿠아로, 코엔 형제, 마틴 스콜시즈를 섭외하여 거액을 투여해 콘텐츠를 제작했다. 또한 작년엔 오손 웰즈의 미완성 유작 <바람의 저편>을 복원해 공개하는 등 ‘영화를 사랑하는’ 기업으로서 행보를 이어왔다. 이집션 극장 인수는 이 이미지를 한층 더 공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 시민이자 시네마테크 후원자인 킴 쿠퍼는 7월, 이러한 넷플릭스의 인수 과정이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는 청원을 올렸다. (*주2)

 

 기존의 아메리칸 시네마테크 운영으로 명맥을 이어온 이집션 극장의 ‘비영리’적 성격이 훼손됨으로써 지역에도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청원이다. 시네마테크와 의회에 제출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이 청원은 2400여명의 시민들의 서명을 받았고 미국일자로 8월 15일 시 의원에게 전달되었다. (*주3)

 

 이 과정에서 이집션 극장의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계속 유지되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채무불이행 상태에 이르기까지 재정 운영을 잘못한 시네마테크 측의 해명, 넷플릭스와 아메리칸 시네마테크의 소통 과정 공개 요구가 재차 이루어졌다. 



2. 넷플릭스의 향방 

  2019년 기준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1억 5천여 명이다. 올해 2분기 가입자는 270만 명 늘었는데, 이는 예상치의 50퍼센트에 불과한 증가이고, 더구나 미국 내 가입자 수는 처음으로 8만명 줄었다. 지난 몇 년간 크게 증대해온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와 영업 이익이 둔화되는 국면인 것이다. 하반기에는 디즈니, 애플의 OTT 서비스 출범이 예정되어 있다. 여러모로 넷플릭스가 이제까지의 폭발적인 성장 추세를 이어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미디어 업계의 지형도를 크게 변화시켜온 넷플릭스가 전통적 매체로서의 ‘영화’ 명가로 자리매김하려는 움직임은 이러한 향후 전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생존을 이어가고 이익을 창출하는 데 있어 서비스 ‘방법’의 혁신을 주도해온 넷플릭스의 앞으로의 자구책은 ‘좋은 콘텐츠’와 전통적 플랫폼과의 결합인 것이다. 

 

  작년 넷플릭스가 제작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가 네 개 부문에서 오스카상을 받았지만 영화계의 넷플릭스에 대한 자세가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올해 초 넷플릭스가 아카데미 상 수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로마>는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영화로서는 예외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 전 극장에서 개봉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아카데미 수상 요건인 7일 이상 극장에서의 상영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주4)

 

  영화를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되기 전 극장에서 의무적으로 상영하는 일수와 관련한 극장 측과의 논쟁 역시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 공개될 마틴 스콜시즈의 <아이리쉬맨>은 이러한 논쟁의 중심이 되고 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던 노조위원장 지미 호퍼의 의문사를 둘러싼 마피아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며 로버트 드니로와 알파치노 주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극장에서 누릴 수 있는 영화적 쾌감을 구현하는 데 생애를 바친 마틴 스콜시즈로서는 <로마>처럼 3주로 제한된 기간 동안 100개 남짓한 극장에서만 개봉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미국의 대형 극장 체인인 AMC 극장이나 리걸 엔터테인먼트 측에서도 이 조건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 거대 극장 기업 측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 전 최소 72일의 상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행상 개봉 극장 72일 후 이후에야 기존 스튜디오들은 콘텐츠 판매를 시작하고, 90일 이후에야 다른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넷플릭스는 <아이리시맨>을 110개 이상의 극장에서 ‘와이드릴리즈’ 하는 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 경우 넷플릭스의 행보는 이제까지와 달라진다. 넷플릭스 내부에 극장 배급을 담당하는 인사가 부재하기에 이제까지 극장 배급 건은 워너브라더스 사에 의존해야 했다. 



3.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처하는 극장의 자세

  극장은 넷플릭스를 위시한 스트리밍 업체에 극장 상영 일수를 비롯한 의무 조항들을 요구하는 동시에 독자적인 자구책을 마련해왔다. 바로  OTT 업체들이 성공하는 데 근간이 된 ‘구독제’를 벤치마크한 것이다. 


  미국 최대 영화 체인인 ‘AMC’는 20여 달러로 일주일에 3편까지 영화 관람을 가능케 하는 구독제를 도입한 후 1년 만에 구독 고객 86만 명을 확보했다. 다른 영화 체인인 ‘시네마크’는  ‘무비 클럽’이름으로,  ‘리걸 시네마’역시 ‘리걸 언리미티드’라는 구독제를 실시하고 있다. ‘무비 클럽’은 매달 8.99달러를 결제하면 영화 한편과 무료 스낵 및 음료를 제공하는 서비스이며 ‘리걸 언리미티드’는 매달 20달러 상당의 구독료를 지불하면 영화 관람을 무제한으로 가능케 한다. 한편 극장 없이 ‘구독제’ 만을 실시한 ‘시네미아(Sinemia)’는 지난 4월 폐업했다. 시네미아는 2014년 출범해 ‘무비패스’와 더불어 극장 없이 차등 회원제를 통해 저렴하게 영화 상영을 즐기게 해주는 서비스로 부상했으나 극장을 소유한 회원제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여러 소송에 휘말리며 결국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게 되었다.
 
  넷플릭스의 영화 제작은 기존의 전통 스튜디오에서 가능하지 않았던 기획을 가능케 하며 전 세계의 인재를 제작자로 섭외하여 콘텐츠를 생산하는, 문화 다양성에 기여하는 새로운 모델을 구축해나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순기능이 인정되더라도 기존 산업 지형 내에서 정리되어 온 규율과 절차에 대응과 조율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넷플릭스의 전통적 ‘영화 산업’ 내 자리 잡기는 많은 과제를 동시에 산출하는 게 필연적이다. 이집션 극장의 인수 건은 ‘비영리 문화 단위’로서의 극장의 영리화라는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으나 넷플릭스의 향후 행보를 점쳐보기에 상징적인 움직임이기에 눈여겨볼만한 이슈다. □

 

* 주

1)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OTT : Over The Top) 

2) https://www.change.org/p/sign-the-petition-to-save-the-american-cinematheque-at-the-egyptian-theatre?recruiter=31052758

3) https://www.change.org/p/sign-the-petition-to-save-the-american-cinematheque-at-the-egyptian-theatre/u/24946403

4) [Premium Report] 넷플릭스가 바꾸는 오스카의 경제학 - 묶어 파는 ‘번들’ 전략, 할리우드도 따라온다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24&t_num=13606667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