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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업들의 다큐멘터리 지원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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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19.10.0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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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관심으로 인해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금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추세는 언제나 제작비 조달에 힘겨움을 겪는 여러 독립 제작자들에게는 반길만한 소식인 동시에 제작되는 콘텐츠에 대한 검열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할 사항이기도 하다. 작년 여러 다큐멘터리의 흥행으로 촉발된 미국에서의 이러한 경향이 다큐멘터리 생태계에 궁극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 추이를 장기적으로 관찰하고 한국에서 지원금을 이끌어내기 위한 참고 사례로서는 주목할 만 하다."

 

[ACT! 116호 미디어 인터내셔널 2019.10.17.]

 

해외 기업들의 다큐멘터리 지원 ‘붐’

 

김수지(ACT! 편집위원)

 

  2019년 넷플릭스를 통해 배급된 화제의 다큐멘터리 <세상을 바꾼 여성들 (Knock Down the House)>는 구찌 트라이베카 다큐멘터리 기금의 지원을 받은 작품이다. 구찌는 2007년부터 다큐멘터리 제작을 지원했으며, <세상을 바꾼 여성들>을 비롯해 다수의 다큐멘터리 완성에 기여했다. 비단 이 사례뿐만이 아니더라도 최근 전통적 텔레비전 광고 외 홍보 수단을 개척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지원하는 방편을 택하고 있다. 최근 다큐멘터리 장르에 쏟아지는 관심은 어떤 연유에서이며 기업들의 지원은 상생의 길을 만들어갈지 살펴본다.

 

▲ 구찌 트라이베카 다큐멘터리 펀드

  레이첼 리어스 감독의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Knock Down the House)>(2018)은 의회에 진출하려는 여성들을 다룬다. 작년, 역대 최연소 민주당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를 비롯, 소수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의회로 진출하여 변혁을 일으키려는 이들을 좇는 이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이 영화를 배급하기 위해 선댄스에서 1000만달러를 지불했다. 관객들과의 만남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 영화는 구찌 트라이베카 다큐멘터리 기금으로 완성되었다. 구찌는 트라이베카 다큐멘터리 펀드를 만들어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지원을 해왔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약 200만달러의 지원금으로 해마다 여러 장편 다큐멘터리 작업들이 마무리 될 수 있게 도왔다. 매년 2월부터 4월경까지 기금 지원 신청자들의 접수를 받고 지원대상작 선정은 8월 말이나 9월 초에 발표된다. 

 

▲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Knock Down the House)>

  제작 단계상 앞으로의 완성이 예상 가능하며,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할 수 있는 정도로 이미 형상화가 완료된 작품들이 심사 대상이 된다. 또한 시의성 강한 사회적 문제를 담고 있는가가 선정작 선별에 있어 중요한 심사 기준이다.  이러한 기준들을 고려할 때 레이첼 리어스 감독의 <세상을 바꾼 여성들>의 기금 지원 대상작 선정은 온당해 보인다. 단계별로 심사위원들이 교체되며 최종 대상작 선정 후에는 기금 배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또한 트라이베카 로고를 엔딩크레딧에 표기해야한다는 규정 외 어떠한 규제도 제작자에게 가해지지 않는다.

 

  <세상을 바꾼 여성들> 외에도 구찌 트라이베카 다큐멘터리 기금을 받은 작품 가운데 주목할 작품들은 더 있다. 필리핀에서 미군에 의해 살해당한 트랜스젠더 여성 제니퍼에 대한 다큐멘터리 <혐오의 시대 (Call her Ganda)>(*주1)는 국내에서는 DMZ 영화제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으며 국제 수많은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배급되었다. <최강레드! (Roll Red Roll)>은 2012년 발생한 미국 오하이오주의 강간사건을 다룬다. 미식축구에 열광하는 마을에서 미식축구 선수가 가해자인 성폭행이 발생하고 마을이 분열된다. <혐오의 시대> 와 <최강레드!>모두 독립 다큐멘터리 작품을 소개하는 PBS 공영방송의 제작 지원 및 배급 프로그램 P.O.V를 통해 접할 수 있다.

 

▲ <혐오의 시대 (Call her Ganda)>

  비단 구찌 트라이베카 다큐멘터리 기금뿐 아니라 여러 기업들의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이 활성화되고 있다. 작년 다큐멘터리 <프리 솔로>가 미국에서 기록적 흥행 성적-1000만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을 거두었을 뿐 아니라 주목할만한 양질의 다큐멘터리들에 관심이 집중되는 흐름을 탄 것이다. 이것은 올해만 볼 수 있는 기현상은 아니다. 이미 몇해 전에도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단편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이 이어지는 현상이 있었다. 이때, 지원을 받는 다큐멘터리는 전통적인 광고 전략을 뛰어넘기 방편으로 채택된 것으로 기업의 이익에 복속되는 방향으로 유통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유투브 채널에 게재되거나 텔레비전 광고에 일부를 내보낼 의도로 단편 제작 지원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 <프리 솔로(Free Solo0>

  그러나 최근 들어 이루어지는 기업들의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은 양상이 조금 다른듯 보인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 자체의 흥행성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검증’된 덕인지 기업의 브랜드 가치 재고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대신 양질의 다큐멘터리 생산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이로써 좋은 다큐멘터리가 여러 플랫폼과 창구를 통해 배급되어 거둔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더 집중하는 현상이 보인다. 혹등고래가 회사의 로고인 보험회사 ‘퍼시픽라이브’는 혹등고래를 주제로 한 장편 다큐멘터리 제작비를 상당 부분 지원했다. 


  이렇게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로서 하나의 독립적인 다큐멘터리 제작 자체에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기업들이 지원 대상이 되는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배급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지원’ 본연의 형태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존슨 앤 존슨은 에이즈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에 대한 장편 다큐멘터리 <5B> 제작 지원을 했고, 이 작품은 깐느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 존슨앤존슨사가 지원한 에이즈에 대한 다큐멘터리 <5B>

 

  기업들의 관심으로 인해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금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추세는 언제나 제작비 조달에 힘겨움을 겪는 여러 독립 제작자들에게는 반길만한 소식인 동시에 제작되는 콘텐츠에 대한 검열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할 사항이기도 하다. 작년 여러 다큐멘터리의 흥행으로 촉발된 미국에서의 이러한 경향이 다큐멘터리 생태계에 궁극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 추이를 장기적으로 관찰하고 한국에서 지원금을 이끌어내기 위한 참고 사례로서는 주목할 만 하다.

 

* 주

1) http://www.callhergan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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