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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만들었는데 하필 코로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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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1. 4. 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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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활용은 필수적이었다. 이 두 공간의 보이지 않는 경계는 예상보다 친근하게 다가왔지만 그 속 어색함을 인정하는 과정 같았다."

 

[ACT! 124 Me,Dear 2021.04.09.]

 

영화를 만들었는데 하필 코로나였다

- 코로나 시대에 독립영화를 찍는 것에 대하여

 

장상천(ACT!편집위원)

 

  영화를 통해 무언가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영화를 준비하던 시절도, 영화를 만들었던 시절도 아닌 2차 편집 본을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지인 중 한 분이 관람 후 나에게 다시 영화를 찍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순간. 난 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생각했다. 그중 하나는 졸업영화를 만들지 못하고 졸업한 미련 같았다.

 

  단편영화 <하하호호>를 만들게 된 이유의 큰 중심은 코로나였다. 작년 상반기부터 시작된 판데믹 상황은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기준과 과정들이 송두리째 사라져버렸다. 누구도 탓할 수 없는 모두가 한 순간에 바뀌어버린 삶. 지방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 채 외딴 도시에서 형과 함께 살아가는 동안 삶에 대한 많은 회의감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자체를 주제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추상적인 이유를 잡은 채 실제적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모했지만 그만큼 동료들과 함께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게 지금 삶에서도 너무 중요했다.

 

  과거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금전적인 부분이었다. 허나 이번 영화는 무엇보다 코로나로 인해 단체 행동이 제한됨에 따라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인 시선이 가장 큰 문제였다. 로케이션을 포함한 모든 점에서 코로나는 거부의 단호한 기준이 되었다. 그 결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활용은 필수적이었다. 이 두 공간의 보이지 않는 경계는 예상보다 친근하게 다가왔지만 그 속 어색함을 인정하는 과정 같았다.

 

▲ <하하호호> 촬영 3회차 현장 (2021.02.26)

  5인 이상 모임 금지와, 10시 이후 야외 활동이 금지되는 조치에 따라, 다수의 회의와 만남은 한정된 사람들과, 한정된 시간에 쫒기면서 온라인은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었다. 회의 10분 전 컴퓨터 앞에 앉아 화상 회의 링크를 공유한다. 이후 웹캡과 이어폰을 통해 전체 화면 속 분할된 사람들과 회의를 시작했다. 오프라인보다 빠르게 피로감을 느끼는 만큼, 보다 효율적인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야 했다. 하지만 끝나는 순간 빠르게 사라지는 화면들은 지금도 적응하기 어려웠다. 근데 어디선가 많이 본 삶 같았다.

 

  집에서 화상으로 회의와 일을 하고, 남은 시간동안 사랑하는 사람들과 여가를 즐기는 삶. 과거 교육용 비디오에서 말하는 다가올 미래의 한 장면이었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티브이를 보았다.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과거 우리가 살아왔던 세상과는 다를 거라는 뉴스의 문구를 기억한다. 미래는 다가왔다. (오히려) 코로나로 인해 미래에 다가올 미래 속 불안함이 예상보다 한 걸음 더 빠르게 왔을 뿐이었다. 영화는 시대상을 바라보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어난 영화적인 상황들 속에서 스스로에게 현재는 무엇인가? <하하호호>에서 인물들은 마치 코로나가 찾아오기 전 사소한 주제로 다투고, 살아가는 삶을 조명한다. 이후 영화를 생각하면서 내 주변의 삶들에 자리한 마스크와 소독제, 거리두기와, 시간제한 등을 확인하는 서로를 어떻게 바라볼지 적어도 올 한해는 고민해야한다.

 

▲ <하하호호> 촬영 2회차 현장 (2021.02.25)

 


글쓴이. 장상천

- 다양한 생각을 지닌 동료들과 함께 배급사 혜윰을 만들고, 무언가를 시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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