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상황 속에서도 7일간의 오프라인 상영을 잘 마무리해낸 인디다큐페스티발2020은 분명 긍정적인 선례로 남지 않을까. 어떤 중대한 변화를 앞에 두고도 이렇게 고비를 잘 넘어온 인디다큐페스티발을 그저 응원하고만 싶다."
[ACT! 121호 이슈와 현장 2020.08.14.]
코로나19, 그럼에도 인디다큐페스티발은 계속된다
나선혜(ACT! 편집위원)
올해 5월에 개최된 인디다큐페스티발2020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2019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듯하다. 당시의 나는 영화제 스태프로 일할 기회를 찾는 데에 열중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디다큐페스티발의 스태프 모집공고를 보게 되었고, 면접을 본 뒤, 운 좋게도 1월부터 인디다큐페스티발2019 프로그램팀의 스태프로 합류하게 되었다. 이전까지 영화제의 관객 혹은 자원활동가로 영화제에 참여하던 나는 이때의 경험을 계기로 영화제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달리하게 되었다. 일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열리는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마무리하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난관을 거쳐야 한다니. 심지어 대부분의 난관은 잠복해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눈 앞에 펼쳐지곤 했다.
물론 그 난관들을 헤쳐 인디다큐페스티발2019는 3월 말에 마무리되었고, 나 역시 스태프로서의 근무를 마쳤다. 인디다큐페스티발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접하며 자극을 받은 나는 어느덧 다큐멘터리 제작을 꿈꾸게 되었다. 그때가 2019년 4월 즈음이었으니, 벌써 1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셈이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내 첫 영화 <8mm>를 완성했고, <8mm>는 인디다큐페스티발2020에서 처음으로 영화제 상영의 기회를 얻었다. 짧은 시간이나마 스태프로서 일했던, 나에게 다큐멘터리를 알려준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내 첫 영화를 상영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마치 심장이 몸 밖으로 뛰쳐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상영 소식을 들은 게 올해 1월 말이었으니, 그때만 해도 국내외 영화제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어떤 우여곡절을 겪게 될지는 가늠하지 못했다. 코로나19를 둘러싼 상황이 점점 악화되면서 올해 다수의 영화제가 개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소식들이 하나둘씩 나왔고, 인디다큐페스티발2020도 개최 취소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소리도 들려왔다. 그 와중에도 나는 인디다큐페스티발을 향한 어떤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건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스태프로 근무하면서 인디다큐페스티발이 사안을 처리하는 방식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단기간동안 근무한 내가 그 방식을 구체적으로 서술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겪은 인디다큐페스티발은 하나의 작은 사안을 두고서도 깊이 숙고하는 태도가 배어있는 곳이었다. 때문에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닥뜨린 인디다큐페스티발이 대처 방안에 대해서 얼마나 큰 고민을 안고 의견을 조율해나가고 있을지, 미약하게나마 가늠해볼 수 있었다. 그러기에,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인디다큐페스티발이 내리게 될 결정이 무엇이든지, 그 결정을 믿고 지지할 수 있었다. 설혹, 개최 취소 결정으로 인해 내 첫 작품의 첫 상영이 무산된다고 할지라도.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덧 3월 초가 되었고, 인디다큐페스티발 사무국으로부터 영화제 개최에 대한 안내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3월 말에 개최하기로 되어있던 영화제 일정을 5월 말로 연기하겠다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상영감독으로서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두고 있던 나에게는 안도감을 주는 소식이었다. 한편, 연기된 일정으로 인해 가뜩이나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을 사무국원들에게는 코로나19로 인해 되레 짐이 늘어났을 거라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인디다큐페스티발에 새로이 도입한 시스템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진행되는 GV에 대해서는 걱정이 앞섰다. 그건 내가 GV 경험이 거의 전무한 신진 감독인 탓도 있겠지만, 이제껏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GV 진행방식에 생소함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니 오픈채팅을 활용한 GV는 나름의 장점도 갖춘 GV 진행방식이었던 듯하다. 무엇보다, 관객의 질문이 간결한 문장의 형태를 갖추었고, 때문에 질문의 요지가 감독에게 보다 쉽게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이 그러했다. 확실히 오픈채팅 GV에서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최대한 많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역시 GV 특유의 ‘관객과 소통한다’는 느낌은 옅어질 수밖에 없었다. 해당 질문을 어떤 관객이 던졌는지 알 수 없었고,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탓에 관객들의 표정을 읽을 수도 없었다. 때문에 질문에 나름의 답을 하긴 했지만, 과연 적절한 대답이었을지 의문을 가지고 스스로를 계속해서 곱씹어보게 되었다. 물론 나 또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던지라, 관객들 역시 내 얼굴에서 표정이나 감정을 읽어내지 못했기에 모종의 답답함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얼굴의 3분의 2를 가리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이런 거리감을 형성할 수 있음을 새로이 느꼈다.
이외에도, 코로나19가 인디다큐페스티발에 가져온 변화는 다양했다. 위생용품 착용은 물론이고, 영화관 입장 시마다 발열 체크와 호흡기 증상에 관한 설문이 진행되었다. 객석 간 거리두기로 인해 좌석은 한정적으로 운영되었고, 영화가 끝난 뒤에는 방역이 이루어졌다. 지금이야 국내 영화제들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체계가 어느 정도 갖추어진 상태이지만, 인디다큐페스티발2020이 개최되었을 5월만 해도 이런 변화들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때였다. 생경했을 상황 속에서도 영화제 운영에 힘써준 스태프분들과 자원활동가분들의 노고에 다시금 감사함을 느낀다.
코로나19라는 상황 속에서도 7일간의 오프라인 상영을 잘 마무리해낸 인디다큐페스티발2020은 분명 긍정적인 선례로 남지 않을까. 스태프로 인디다큐페스티발을 처음 만났던 나의 사심일 수 있겠지만, 어떤 중대한 변화를 앞에 두고도 이렇게 고비를 잘 넘어온 인디다큐페스티발을 그저 응원하고만 싶다. 그 와중에 사전 감독 모임이 취소되었다며 볼멘소리를 했던 스스로를 반성하며, 앞으로는 코로나19 예방에 군소리를 더하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줄이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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