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사들의 지난 6개월간의 근황과, 미디어교육자가 바라보는 코로나19 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외부 요인으로‘멘탈’이 상당히 업그레이드 된 원주미디어강사네트워크 ‘공유’ 강사들에게 물어보았다."
[ACT! 121호 이슈와 현장 2020.08.14.]
기다림이 미디어강사들에게 주는 영향과 변화
최은지(미디어교육자, 원주미디어강사네트워크 ‘공유’ 대표)
하지예(미디어교육자, 원주미디어강사네트워크 ‘공유’ 홍보팀장)
우리, 원주미디어강사네트워크 ‘공유’는 강원도 원주에서 활동하는 미디어/문화예술 강사와 미디어활동가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 모임이다. 2018년 5월 12일 강사 네트워크 설명회 ‘일단모여’를 통해 뜻이 같고 모임을 원하는 강사들을 섭외, 현재 15명 정도의 인원이 함께하고 있으며 대부분 원주에 거주하고 있거나 대학 졸업 후 지역에 남길 원하는 청년들로 이루어졌다. ‘공유’의 가장 큰 역할은 강사 각자의 경험과 활동을 교류하는 소통의 창구가 되는 것이다. 함께 일하고 강사로서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체, 강사가 행복한 모임을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각자가 단체 안에서 원하는 활동들이 다양하기에 그것들을 사업기획, 홍보, 그림책 등 세 개로 팀으로 나누어 추진하는 중이다. 아래는 코로나19를 통과하면서 우리 단체가 나누었던 이야기들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미디어/문화예술 강사들은 새해를 맞이하고, 1월과 2월은 몰아서 휴식의 시간을 갖고, 병원을 다니거나, 여행을 다닌다. 그리고 3월부터 12월까지 정신없이 수업을 다니고 모임을 갖는다. 하지만, 올해는 막연한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4월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죠!” “6월도 어려울 것 같아요.” “아마 8월부터는 대면수업이 가능할 것 같아요.” 어떤 강사들은 화를 참지 못해 SNS에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고, 어떤 강사들은 이참에 쉬기로 마음을 먹고 여유롭게 개인 정비 시간을 가지기도 했고, 어떤 강사들은 기다림에 지쳐 다른 곳에 취직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불규칙하게 강사료를 받고 있던 강사들은 주머니 사정에 점점 무리가 가자 각종 쏟아지는 공모사업에 도전하기 바빴고,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을 받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올해 새로 들어온 강사들은 강의 한 번 나가보지 못하고 편의점 알바를 하거나 낮에는 촬영을 도왔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사들의 지난 6개월간의 근황과, 미디어교육자가 바라보는 코로나19 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외부 요인으로‘멘탈’이 상당히 업그레이드 된 원주미디어강사네트워크 ‘공유’(이하 ‘공유’) 강사들에게 물어보았다. 인터뷰에는 하지예, 장은선, 심수현 강사가 참여했다.
=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 하지예: 예정되었던 교육들이 줄줄이 미뤄지거나 취소되었을 때. 프리랜서 강사들에게 장기간 교육이 미뤄지고 취소된다는 것은 곧 직장을 잃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는 상황이 나아지리라 믿고 있다.
- 심수현: 동감한다. 교육시작일은 계속 미뤄지고 대기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희망고문을 하는 느낌이었다. 생계와 연관이 되어 있다 보니 수업 한 번 한 번이 간절하고 소중했다.
- 장은선: 계획하던 오프라인 수업이 많았는데 모두 연기되다 보니 심리적인 불안감이 컸다.
= ‘공유’에서 어떤 연대와 활동이 이루어졌는지?
- 심수현: 공유에서 진행한 비상대책회의와 모임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많이 얻었다. 공유 강사들 전체가 모이지는 못하더라도 팀별 화상회의를 하거나 소규모 단위로 카페에서 만나 안부를 묻고 사업 진행상황이나 각자가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 장은선: 온라인 교육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던 것 같다. 일대 다수로 소통할 수 있도록 유튜브 라이브 위주로 교육 연구를 했고 아이패드를 이용한 사진 보정과 크리에이터 과정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는데 온, 오프라인 미디어교육 각각의 장단점을 알게 된 것 같다. 교육 후에 강사진들이 모여 피드백을 항상 하는데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도 생기고 서로 보완할 부분을 나누며 팀워크도 상당히 높일 수 있었다. 여러 측면에서 나 자신에게 도전이었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 미디어 교육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코로나19는 무엇일까?
- 심수현: 대면 강의의 붕괴? 그저 오프라인 교육이 전부인 줄 알았던 나에게 비대면의 수요가 높아질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느끼게 해준 것. 그리고 ‘언택트’ 시대를 생각하게 하는 것. 하지만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며 느꼈던 한계도 분명히 있었다. 비대면 교육은 대면 교육에 비해 학습자의 입장을 더욱 고려해야 한다. 교육을 듣고 혼자서 최대한 쉽게 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다양한 시각적 콘텐츠와 세부적인 자료가 필요하다. 또 다른 한계는 비대면 교육 특성상 교육자와 학습자 간 피드백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교육자가 질적으로 좋은 교육을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듣는 이의 입장에서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는데,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니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고 어느 부분에 흥미가 높은지 파악하기 어렵다. 앞으로 대면과 비대면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면 이러한 한계는 강사 스스로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 하지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미디어가 우리 생활 속에서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되고 영상자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강사로서 미디어교육에 대해 더 연구하고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고,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면서 강사 스스로 역량이 강화된다는 점을 코로나19 시대의 가능성으로 꼽을 수 있겠다. 바이러스 자체는 참 무섭고, 상황은 안타깝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면 미디어가 더욱 확장되고 발전될 수 있지 않을까.
강원도 지역은 수도권에 비해 확진자 수가 적었지만 모든 교육이 전면 중단되긴 마찬가지였다. 당황스러움을 안고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사님들께 무엇을 하면서 먹고 사는지 연락해보았는데 상황은 모두 비슷했다. 역시 프리랜서 강사라면 수도권과 지역을 막론하고 모두 같은 상황이지 않았을까? 지역의 상황을 설명하자면, 미디어센터는 장비지원을 비롯해 강사들이 온라인 교육을 진행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3월부터 빠르게 비대면 미디어교육으로 전환하여 진행했지만, 대부분의 다른 유형의 기관들은 여건이 좋지 않고 비대면 방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막막함이 있었는지 교육시기를 끝없이 연기했다.
학교, 아동센터, 청소년시설 등은 시/군에서 운영가능 공문을 6월경에 받은 것 같았고, 비슷한 시기에 일부 기관들이 부분개관을 시작했다. 어느 부처의 사업인지 여부 혹은 사업 규모에 따라 아직도 시작하지 못한 교육사업도 있다. 6월을 기점으로 일부 기관을 중심으로 대면 교육이 시작되었지만 교육차시와 강의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하지만 ‘무한정 대기상태’로 교육 현장에 대한 목마름이 더 컸을 강사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적은 시수 안에 재미있는 교육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면 된다. 수시로 온도 체크를 해야 하고, 마스크 쓰고 멀찌감치 떨어져 앉은 모습은 여전히 이상하고 삭막하지만 말이다.
현재 공유는 팀별/소규모 모임, 화상회의 등 형태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모이고 움직이는 것에 대한 고민과 함께, 강사로서 지치지 않고 이 위기를 잘 넘어갈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며 감정과 마음을 나누고 있다. 강사들이 남겨준 글을 읽으며, 상황을 잠잠히 지켜보고 기다리며 얻은 무언가가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본다. 그것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강사 개개인에게는 특별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을 대비하며 미디어교육자로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러한 고민을 함께하며 소통하는 원주미디어강사네트워크 ‘공유’가 되었으면 한다.□
글쓴이. 최은지(미디어교육자, 원주미디어강사네트워크 ‘공유’ 대표)
- 강원도 원주에서 2011년부터 미디어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역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강사들이 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던 중,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고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일을 도모해나갈 강사들을 모아주며 강사로서의 정체성, 소속감과 같은 심리적인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미디어강사네트워크 공유’ 라는 비영리단체 설립했다.
글쓴이. 하지예(미디어교육자, 원주미디어강사네트워크 ‘공유’ 홍보팀장)
- 원주에서 미디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을 다니며 학업과 강의를 병행, 미디어 교육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 졸업 후 더욱 활발히 미디어 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공유’ 홍보팀장으로 활동하며 팀원들과 함께 ‘공유’ 소속 강사들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SNS와 블로그 등을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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