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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라디오 신규 허가에 대한 기대와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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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0. 9. 2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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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라디오방송국이 추구해왔던 가치와 경험과 한계, 그리고 마을공동체미디어와 미디어센터가 수행해온 지역공동체미디어의 사회적성과가 공공적으로 담겨질 수 있도록 후속 정책과 지역공동체미디어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연대 그리고 협력이 긴밀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ACT! 122호 이슈와 현장 2020.10.14.]

 

공동체라디오 신규허가에 대한 기대와 제언 (*주1)

- 지역공동체미디어와 공동체라디오 방송 협력방안-

 

최성은(전주시민미디어센터 센터장)

 

 

  공동체라디오 예비 수요조사가 진행되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 8월 공동체라디오 방송을 준비하는 예비사업자에 대한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수요조사에는 전국의 30여개 이상의 지역에서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통위는 이번 예비조사를 기반으로 추후 공동체라디오방송 신규 허가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방통위는 예비조사 신청 지역에 대한 가용주파수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후 수요조사와 가용주파수 검토 결과를 토대로 신규 허가 방향이 정리되고, 금년 말 또는 내년 초 신규 사업자 허가신청 과정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어 진다.

  이 글은 지난 8월 공동체라디오 워크숍에서 발표되었던 글을 수정 보완한 것으로 이번 수요조사의 의미와 향후 신규허가 과정에서 공동체라디오방송과 지역공동체미디어 주체간의 협력과 신규허가 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살펴보고자 한다.

 

예비 공동체라디오방송사업자와 한국공동체라디오방송협회 소속 방송사 등 전국 마을/공동체미디어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신규 공동체라디오방송 설립 추진 워크샵이 3회에 걸쳐서 열렸다. 사진은 1회 워크숍 때 단체사진.

 

 

1. 예비 수요조사의 의미
공동체라디오방송국과 지역공동체미디어 주체들의 노력의 결과

 

  이번 예비 수요조사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에 공동체라디오가 2005년 제도적으로 도입 된지 15년 만에 신규허가를 위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2007년 신규허가를 위한 가용주파수 조사가 있었긴 하지만, 지난 8월의 워크숍에서 공동체라디오방송 허가와 관련한 방통위와 주파수 정책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가 정책추진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줌으로서 매우 기대가 된다.

  이번 수요조사는 2005년 첫 전파를 쏘아올린 이후 공동체라디오방송국들이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버티면서 지역공론장, 공동체 형성, 재난방송 등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온 노력의 결실이다. 전국 7개 공동체라디오방송국들은 그간 ‘1와트라는 낮은 출력과 재정적 어려움, 공적 지원의 미비, 정책적 무관심 속에서 고군분투 했다. 이 자리를 빌려 공동체라디오방송국 활동가들에게 경외의 마음과 고마움을 표하고자 한다.

  공동체라디오방송의 신규 확장에 대한 정책적 움직임에는 또한 지역미디어센터의 확장과 마을공동체미디어(이하 마을미디어) 같은 지역 공동체미디어의 성장과 다양한 실험과 성과 속에서 공동체라디오방송의 확대를 염원하는 사회적 수요의 확산이 밑바탕이 되었다. 특히 마을미디어의 전국적 확산과 그 과정에서 축적된 공동체라디오방송 제작 노하우와 경험 그리고 열망의 성장은 한국 공동체라디오방송 제도적 변화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공동체라디오 방송이 활성화 되어 있는 영국, 호주 등 외국과 달리 한국의 공동체라디오방송은 위로부터 제도적 도입되다 보니 경험과 사회적·정책적 필요성이 매우 부족한 한계를 지녔다. 이런 한계는 공동체라디오방송의 확장 되지 못하는 사회적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서울을 비롯한 전국적인 마을미디어의 확장은 공동체라디오방송에 대한 경험과 필요성 그리고 사회적·정책적 필요성에 영향을 주었다. 마을미디어의 경험과 사회적 성과의 확인은 공동체라디오방송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열망을 갖게 하였으며, 현 정부의 국정과제 포함 그리고 이번 수요조사라는 결실을 맺게 했다.

  따라서 이번 수요조사와 향후 신규허가 과정에서는 그간의 공동체라디오방송이 추구해왔던 가치와 경험뿐만 아니라 마을미디어와 미디어센터가 수행해온 지역공동체미디어 주체들의 양적성장과 사회적 성과를 어떻게 공공성 있게 담보해 나갈지가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15년 전과 달리 공동체라디오방송국, 마을미디어, 미디어센터 세 주체들이 어떻게 연대와 협력을 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논해야 할 것이다.

 

2. 공동체미디어 주체의 성장

 

  2005년 한국에 공동체라디오가 제도적으로 도입되었을 때와 비교해 달라진 환경 중 하나는 공동체라디오 활동을 지원하거나 유사 활동을 하는 지역공동체미디어 주체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공동체미디어의 중요한 주체로 공동체라디오, 지역미디어센터, 마을미디어가 있다.

 

1) 지역미디어센터 공동체미디어의 확산 지원

 

  현재 전국에는 약 60개의 지역미디어센터가 설립되어 운영 중이거나 개관을 준비 중에 있다. 2000년대 초반 국내에 처음으로 미디어센터가 설립된 이후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4년 공동체라디오시범사업 선정 당시 전국에 7개 미디어센터가 존재했으나, 2020년 현재 전국에 60여개의 미디어센터가 운영 중 또는 설립예정에 있다. 이외에도 경기 시흥, 경남 거제, 경부 청도, 충남 논산, 충남 아산, 경기 안성, 경북 구미, 울산 울주 등 여러 지역에서 미디어센터 설립을 논의 하고 있다.

  중간지원 조직의 성격을 지닌 지역미디어센터의 경우 공동체미디어가 자리 잡고 확산과 지속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미디어센터는 그간 공동체라디오를 비롯한 공동체미디어가 한국사회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활동을 진행해왔다. 실례로 마을미디어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전국적으로 확산 된 주요한 환경중 하나는 미디어센터의 설립증가와 미디어센터를 통한 교육과 지원이 있다. 조사에 따르면 지역의 마을미디어 활동 있어 지역 미디어센터가 단체의 초기 안정화와 지속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주2)

  미디어센터가 마을미디어들을 대상으로 교육, 장비, 공간, 제작, 멘토 지원을 하고 있으며, 특히 교육지원은 마을미디어의 시작과 지속에 전반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나타났다. 또한 미디어센터가 마을미디어의 장비와 공간지원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미디어의 활성화를 위한 지원방안으로 미디어센터 등 중간지원조직과의 연계가 강화되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 마을미디어 공동체미디어의 새로운 장

 

  마을미디어는 최근 한국사회에서 공동체미디어 영역의 주요 흐름이 되었다. 공동체라디오가 정체되어 있는 동안 마을미디어가 공동체미디어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2019년 현재 대략 전국적으로 300개가 넘는 마을미디어가 활동하고 있다. (*주3) 2004년 공동체라디오가 제도화 된지 14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7개 방송사에 머물고 있는 것에 비하면 마을미디어의 양적 확대는 그야말로 괄목상대하다.

  이처럼 마을미디어는 한국사회의 공동체미디어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아갔으며 공동체미디어 실천의 새로운 장이 되었다. 또한 마을미디어가 확산되고 활동이 지속되면서 마을미디어의 사회적 가치가 인정받고 있다. 이에 많은 지자체가 마을미디어의 지속가능을 위해 지원조례를 제정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11개의 마을미디어지원 조례가 제정되었고, 조례제정을 추진 중에 있는 지역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마을미디어의 확장은 공동체라디오의 활성화에 중요한 계기를 제공한다. 현재 300여개가 넘는 마을미디어를 매체별로 살펴보면 라디오가 142, 영상이 109, 인쇄가 84곳으로 라디오 매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4) 라디오 활동을 하는 마을미디어들은 좀 더 많은 주민들이 들을 수 있고,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유통경로를 원하고 있는데, 특히 FM 주파수를 가장 많았으며, 공동체라디오방송으로 전환을 희망하고 있다. (*주5) 공동체라디오방송예비사업자 네트워크에도 마을미디어 활동 단체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다.

 

3) 미디어센터, 마을미디어 그리고 공동체라디오

 

  지역미디어센터와 마을미디어의 확산과 활동은 한국의 공동체라디오방송 확산과 정책변화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적으로는 공동체라디오방송에 대한 경험과 수요를 확대시키데 영향을 미쳤다. 이는 사회적 수요가 정책적 필요성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측면은 공동체라디오방송에 새로 진입하고자 하는 주체들이 공동체라디오방송이 지향하는 가치를 이해하고 중요하게 느끼고 경험했다는 것이다. 마을미디어는 공동체미디어의 한 유형으로, 공동체미디어가 갖고 있는 특성 즉, 비영리와 공동체 소유 그리고 사회적 서비스 제공(공동체의 요구와 이익 반영, 공동체의 변화 추구)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실제 마을미디어의 주요 활동 목표와 성과로 공동체의 소통과 공동체의 성장과 변화, 지역공론장 역할이 주요하게 인식되고 있고 성과로 나타나고 있었다. (*주6) 이는 한국에서 공동체라디오방송에 대한 아래로부터 실천으로부터 시작되지 못한 한계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공동체라디오방송에 대한 활성화 되어 있는 국가들의 경우 공동체라디오방송에 대한 오래 경험과 실천을 통해 공동체라디오 방송의 사회적 가치와 필요성이 정책과 제도에 잘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공동체라디오방송에 대한 사회적 경험과 사례 없이 정책적으로 시작되다 보니 소출력 라디오방송 같은 소규모 지역민방 형태로 인식되고, 공동체라디오방송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담보하지 못한 제도 제정으로 이어진 한계가 있다.

 

 

지난 8월 19일 언택트 방식으로 열린 한국공동체라디오방송 확대 3차 워크숍 홍보물

 

 

 

3. 지역공동체미디어와 공동체라디오 협력 방안

 

1) 지역공동체미디어 간 협력체계 구축

 

  공동체라디오 신규 추진과 활성화를 위해 지역공동체미디어 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번 수요조사에서 향후 신규허가와 설립 운영에 있어서 세 주체가 긴밀하게 연대하고 협력해야만 한다.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방송국이 공동체 안에 무수히 많은 뿌리를 내리며 깊숙이 파고 들어가야만 한다. 특히 지역의 공동체미디어관련 활동을 해오고 있는 지역미디어센터, 마을공동체미디어와의 긴밀한 연대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네트워크 수준이 아니라 더 깊게 관여하고 연대해야 한다. 마을미디어나 미디어센터가 공동체라디오방송의 설립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지역에서는 마을미디어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다. 수요조사와 설립추진 과정에서부터 공동체라디오방송국 추진을 위한 비전과 방향을 공유하고 협력해야만 할 것이다.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이 지역공동체미디어 단체들이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 낸 결과물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공동체에 대한 대표성도 운영에 대한 지속성도 담보해 내기 어렵다.

  마을미디어, 미디어센터등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추진준비위를 구성 하고 구체적인 방향성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한 지역에 많은 마을미디어가 존재하고 있다. 이들 마을미디어들은 공동체라디오방송국으로 전환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상 한 지역(행정구역 단위)에 하나의 공동체라디오방송국만 설립 가능하다. 따라서 방송국이 그 지역의 공동체를 대표하기 위해서는 지역공동체미디어 주체들 간의 연대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법인 설립과정에 각 주체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이후 방송국에 운영위원회나 집행위원회에 함께 해야 할 것이다. 방송국법인 조직은 크게 두 가지 기능을 담보해야 한다고 한다. (*주7) 첫째는 방송국이 효과적이고, 성실하고, 유능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둘째는 방송국이 대변하고자 하는 공동체를 실질적으로 대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주체들이 적절하게 운영위원회나 집행위원회에 참여한다면 민주적 운영과 효율적 운영을 담보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전국단위에서는 현재 공동체라디오방송국, 마을미디어, 미디어센터 각 영역별 별로 별개로 조직되어 있는 전국조직이 힘을 합쳐 가칭 전국 공동체미디어전국포럼이나 연대 같은 전국적 연대조직이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2) 지역공동체미디어 콘텐츠의 공공적 순환 구조 마련 : 교육-제작-유통-소비 측면

 

  공동체라디오방송이 각 지역에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작인력에 대한 교육과 지역과 밀착된 다양한 콘텐츠 제작 그리고 이에 대한 유통과 사회적 소비의 공공적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공동체라디오방송은 소수의 상근인력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많은 부분 자원봉사나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파트너 단체 구성원들의 참여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공동체라디오방송에 대한 이해와 제작측면의 노하우를 갖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에 지역미디어센터, 마을미디어,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이 협력관계를 갖고 진행한다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일상에서 손쉽게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공동체라디오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제작할 수도 있지만, 이미 구축된 마을미디어들의 스튜디오나, 방송에 참여하고자 하는 마을미디어 공간에 소규모 스튜디오를 구축해서 활용한다면 방송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고, 다양한 지역밀착형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마을미디어가 그간의 공동체미디어의 실천과 다른 지점 하나는 일상성이다. 자신의 일상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소통함으로써 공동체와 더욱 밀착하게 되었다. 마을미디어가 일상에 가까워진 요인으로는 마을이라는 공간성에 있다. 공간적 맥락은 공동체미디어 실천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자신의 일상과 가까운 공간에서 더 자주 손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면 더 많은 주체와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될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의 공간에서 자신의 삶 속에서 직면한 다양한 일상과 사회적 문제를 콘텐츠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이와 관련한 다양한 사람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미디어센터들이 이미 각 마을미디어에 장비를 지원하고 있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지원을 통해 더 많은 마을거점 스튜디오를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거라 본다.

  콘텐츠를 많이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콘텐츠의 사회적 영향력을 지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매개로 공동체 구성원 소통과 공적소비 구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미디어에 참여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표현한다고 해서 공동체라디오방송이 추구하는 공동체의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 미디어 액티비즘이 아니라 콘텐츠 액티비즘이 실현되어야 한다. 콘텐츠의 창작과 향유 그리고 행동을 통해 변화를 지향하는 실천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찾아낸 다양한 사유와 느낌을 콘텐츠를 통해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만든 콘텐츠의 메시지와 공감이 다양한 전파를 통해 유통되고, 소비되며 재 확산이 되어야 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 실천과 협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지역공동체미디어 콘텐츠 공공적 순환 구조를 위한 협력 체계

 

3) 지역 차원의 공동체미디어 공적 지원 체계 마련 협력

 

  공동체라디오방송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공적 지원이 중요하다. 공동체라디오방송은 그 특성상 비영리적 운영을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안정적인 재원구조를 갖는 것은 비영리적 성격의 공동체라디오방송에 있어 쉽지 않다. 공동체라디오방송의 재원을 다양화 할 필요는 있으나 공적기금을 통한 지원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조건이다. 공적지원은 공동체라디오방송의 안정적 경제기반을 마련해 줄뿐만 아니라 비영리적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비영리적 특성을 지닌 공동체라디오방송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공적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공동체라디오방송이 제도적으로 정착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공동체라디오방송에 대한 공적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공적지원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지자체 차원의 지원 역시 필요하다. 최근 지상파라디오진흥자문위원회가 라디오방송진흥을 위한 정책건의에서도 공동체라디오 신규허가와 운영활성화를 위해 지자체가 공동체라디오 운영비 지원과 신규설비투자 지원 역할을 할 것을 제안했다. 이미 여러 지자체에서 마을공동체미디어활성화를 위한 지원조례가 제정되었거나 제정 중에 있다. 이 조례를 기반으로 마을미디어어와 공동체라디오 방송 활성화를 위한 시설과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각 주체들이 협력해야 할 것이다.

 

 

4. 우려지점과 제언

 

  공동체미디어의 세 주체인 마을미디어, 공동체라디오방송, 미디어센터가 향후 지역의 공공적 미디어 생산과 유통 소비 그리고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의 중요한 주체로서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수요조사 이후 이어질 공동체라디오방송 신규 허가 과정에 지역미디어센터와 마을미디어들의 참여와 많은 마을미디어들이 공동체라디오방송으로 진입 될 수 있길 희망한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우려가 되는 지점도 있다.

  첫 번째는 이번에도 그냥 수요조사로 그치는 것은 아니가하는 것이다. 지난 2007년 말 방송위원회는 공동체라디오 정규사업화를 앞두고 기존 8개 시범사업자와 신규희망 사업자를 대상으로 가용주파수 사전 수요조사 신청을 받았었다. 이에 전국21개 지역에서 자비로 주파수를 찾아 수요조사 신청서를 제출했었다. 그러나 이후 시범사업자에 대한 정규사업화만 이루어지고, 신규 사업 허가는 10여년 넘게 진행되지 않았다. 다행히 이번 수요조사는 그때와 달리 수요조사 신청지역의 가용주파수 상황을 방통위와 과기부에서 측정지원하고, 수요조사 이후 신규 사업 허가에 대한 정책 주체에 대한 의지가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2021년은 신규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이 꼭 전파를 쏘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 번째 우려는 이번 수요조사와 추후 신규 사업 허가 과정에서 유사 공동체라디오 진입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공동체라디오방송이 정체되었던 지난 10여 년 동안, 전국에서 많은 마을미디어가 활성화 되면서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한 이번 수요 조사가 방통위와 행안부가 함께 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전국 광역시도와 시군구에도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몇 번의 신규 사업 허가 추진 과정에서 공동체라디오의 본질적 존재의 의미보다 라디오방송이라는 매체적 측면에 관심을 갖고 추진을 했던 단체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런 사례가 더 많을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이는 한국의 공동체라디오 제도적 과정에서 소출력라디오라는 지역의 소규모 민영라디오 방송행태의 정책적 추진에 의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려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 실제 필자가 일본 공동체라디오 조사를 갔을 때, 일본 커뮤니티라디오 협회 관계자가 100여개 넘는 일본 커뮤니티라디오 중 진정한 커뮤니티라디오라 할 수 있는 라디오방송국은 전국적으로 몇 개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국내 공동체라디오 경우 제도도입 과정에서 일본의 사례를 주요 하게 벤치마킹 했는데, 향후 신규 사업 허가 과정에서 재정적 측면을 중요하게 심사한다면 겉모습만 공동체라디오 형태를 띤 유사 공동체라디오가 많이 진입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물론 다양한 유형과 조직의 공동체라디오가 많아져서 전체적으로 다양성을 갖는 것 자체가 좋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공동체라디오의 목적에 대한 이해가 없고, 이와 관련된 활동의 경험도 없는 단체가 재정적 우위를 바탕으로 진입하게 된다면 한국의 공동체라디오방송 미래는 밝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이해와 준비경험 그리고 지역공동체와의 연대 등이 향후 신규허가에 있어 중요한 평가요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8월의 공동체라디오 워크숍과 수요조사 이후 추진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곧 신규사업허가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의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이 추구해왔던 가치와 경험과 한계, 그리고 마을공동체미디어와 미디어센터가 수행해온 지역공동체미디어의 사회적성과가 공공적으로 담겨질 수 있도록 후속 정책과 지역공동체미디어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연대 그리고 협력이 긴밀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 주

1) 이 글은 <한국공동체라디오방송 확대 3차워크숍, 2021년 신규 공동체라디오방송 설립 언택트 라운드 table(2020.8.19.)>에서 발제한 내용을 수정 보완한 글입니다.

2) 김양은·최성은·고영준·원환섭(2019), 전국 미디어센터 및 마을공동체미디어, 강사운영 현황조사, 시청자미디어재단

3)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2019), 2019 서울&전국 마을미디어 지도

4)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위의 자료

5) 한국공동체라디오방송협회(2016), 지역미디어의 활동현황과 활성화방안 연구, 방송통신위원회

6) 김양은·최성은·고영준·원환섭(2019), 위 보고서

7) 라디오리젠, 공동체라디오만들기, 미디액트


글쓴이. 최성은

-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에서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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