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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IR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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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20. 8. 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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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떤 것이든 만들어낸다는 것에 굉장한 희열감과 자존감을 얻는 거 같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뿌듯함과 내가 있었기에, 내 손과 내 뇌가 있었기에,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것을 만들어내서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구나."

[ACT! 121Me,Dear 2020.8.14.]

 

WEIRDO

 

Han(창작자)

 

  “내 인생의 감독은 나다. 누가 뭐라 하던 원하는 것을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에 따른 책임도 나의 것이다. 자유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즐기는 동시에 두려워하며 인생을 나아가는 게 최고이지 않을까.”

 

  요새 짬 날 때 전시를 같이 보러 다니는 친구, Todd가 내 그림을 처음 보고 나를 정의 내린 단어가 있다. ‘WEIRDO’.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 엄마에게 너는 참 이상한 걸 그렇게 좋아한다고 많이 들어왔다. 그 말을 들으면 난 오히려 기분이 좋더라. 역시 Weirdo인가 보다

 

  중학교 3학년 때, 한국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국형 입시 미술을 경험했었다. 그리고 나는 실기시험을 시원하게 망해버리고 다짐했다. 그림 그리는 걸 외워서 기계처럼 출력하는 걸 보고 진학시키는 대학에서 돈을 내며 배우고 싶지 않다고. 그때 우리나라 미술대학들은 전부 시험을 쳐서 합격해야 되는 시스템이었기에 다른 나라 미술대학들을 알아보았다. 포트폴리오라는 단어를 그때 처음 알게 되며 그래 이거지!’라며 바로 유학 준비를 하게 된다. 4시간 만에 외워서 그리는 그림이 아닌 오랜 시간 고뇌하고 야심차게 준비된 라는 주제의 작품들을 보여주며 학생의 가능성을 보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었다. 운이 좋게도 재정적으로 서포트 해주시는 어머니와 장학금 덕분에 나는 미국 유학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조선시대 선비가 도를 닦으러 수행하는 길을 걷는다면 이런 기분일까, 대학에서 4년 동안 배우고 경험한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철학에 더 가까운 공부를 더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철학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해서 내가 경험한 모든 것들이 복잡하거나 깊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간단히 말하자면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으면 된다. 하지만 모든 것에 라는 질문을 항상 해야 되며 이유를 알아내며 나를 알아가야 했었다. 그리고 졸업 후, 4년은 내 인생에 초석에 불과한 시간이었다고 깨닫게 된다. 이 기사를 통해 예술대학을 다니며 나를 알아갔던 과정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  Creatures II ,mix-media on paper, 2018

 

  드로잉은 가장 직접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는 시각적 표현중 하나이다. 말 그대로 예술의 시작이고, 글이 있기 전, 그림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림에도 언어가 있다는 사실은 굉장히 신기하게 다가왔다. 한국어로 수고했다라는 문장을 직역할 수 있는 말이 영어에는 없기 때문에 한국인이 미국인에게 수고했다라는 말을 표현하는 건 힘들다. 이와 같이, 각 나라 사람들마다 표현하는 감정과 언어가 다 다르듯 그림도 그림만이 줄 수 있는 감정과 표현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선 그림의 언어를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 변환하는 걸 매 수업마다 Critic을 진행하며 많이 연습시켰다.

 

  내가 그린 그림을 설명하기 위해 그림의 언어를 영어로 변환하여 관객들에게 나의 의도가 잘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심지어 내가 그리는 대부분의 그림은 무의식을 기반으로 시작된다. 이 그림의 형태, 색깔이나 구도가 왜 내 무의식에서 나오게 되었을까? 사실 대답은 그냥 그린 것이다. 그냥 생각이 났고 그냥 그리고 싶어서. 하지만 그것에 대해 계속해서 왜냐고 꼬치꼬치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리는 과정에서 그 이유를 알아갈 수도 있고, 또는 다 그리고 난 뒤, 그림을 응시 했을 때 그 이유가 떠오를 수도 있다.

 

  그림을 잘 그린다고 말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작품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확신을 가진다는 게 작품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 작품에 대한 레퍼런스를 찾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사람은 어떤 것이든 만들어낸다는 것에 굉장한 희열감과 자존감을 얻는 거 같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뿌듯함과 내가 있었기에, 내 손과 내 뇌가 있었기에,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것을 만들어내서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구나.

 

▲  Creatures II , mix-media on paper, 2018

 

 

  대학 3학년, 나의 그림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 ‘Humor’‘Seriousness’를 발견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나만의 ‘Humor’‘Seriousness’를 정의 내려보라고 하셨다. 나는 나만의 의미를 부여했고 내 그림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문단으로 나의 졸업작품은 정의되었고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숨바꼭질을 할 때, 우리는 잡히고 싶지 않아 꼭꼭 숨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찾아주길 간절히 바란다. 작품 안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은 숨고 싶어 하는 마음과 그 존재를 발견해 주기를 갈망하는 마음을 이중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세계는 과거가 기반이 된 즉흥적인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다양한 질감표현과 최소한의 디테일들은 작품 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물이 기반으로 된 재료들을 사용하여 표면에 레이어들을 점차 쌓고 그것들이 작품의 깊이를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그 과정은 실험적이고 세밀하며 예상치 못한 결과물과 유동적인 감각을 전달한다. 작품 안에서 생명체들의 엉뚱하고 어리석은 행동들이 진지한 세계 안에 섞여 불안감과 정적을 만들어 낸다, 마치 블랙 코미디처럼.”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인용구로 마무리를 해볼까 한다. 졸업작품을 준비하면서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준 책, 사실 지금까지도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 저자 Umberto Eco의 책인On Ugliness에서 한 구절을 인용해 보자면,

 

  “Ugliness isunpredictable and offers an infinite range of possibilities. Beauty is finite.Ugliness is infinite, like God” (24).

  “추함은 예측할 수 없고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한다. 아름다움은 한정적이다. 하지만 추함은 끝이 없다, 마치 신처럼.”

 


글쓴이. Han

- 결국 죽기 전까지 창작자가 되기로 마음먹어버린 사람입니다.

▲  self-portrait,  ink on pap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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