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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숲아트시네마가 3년 동안 고민해 온 ‘영화와 관객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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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20. 6. 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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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광장과 같은 곳에 ‘더숲’이 위치한 것인데, 광장이란 누구에게나 평등한 공간으로서 오고 감에 제약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지역 내에서 만날 수 없었던 낯선 ‘예술영화’를 소개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광장’에 위치한 공간에 대한 인지가 더욱 중요했다. 내가 경계해야 할 것은 이 지역의 대중들이 ‘예술영화’라는 콘텐츠에 대한 벽을 스스로 만들지 않는 것이었다."

 

[ACT! 120호 Me,Dear 2020.06.05.]


‘시간 속 나를 잊으려는 자'와 ‘시간 속 나를 끊임없이 찾으러 떠나는 자’ 
- 더숲 아트시네마가 3년 동안 고민해 온 ‘영화와 관객의 공존’

최휘병 (전 더숲 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현 서울극장 기획실 팀장)

 

 ▲더숲 아트시네마 전경, 더숲의 라운지 홀 노원구 복합문화공간 ‘더숲’은 노원문고를 오랜 기간동안 경영해온 ‘탁무권’대표의 문화적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소망이 담겨 있는 공간이다. 예술영화, 다양성영화가 상영되는 ‘더숲 아트시네마’를 비롯해 큐레이션 서점, 갤러리, 여러 분야의 강좌 프로그램, 커피와 베이커리가 한데 모여있는 공간이다. 

 

 혹자는 4차 산업혁명이라고도 부르는 변화의 시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이 변화가 더욱 갑작스레 다가온 것 같다. 영상 플랫폼의 대변혁과 함께, 영화관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현재 다른 영화관의 기획실 사원으로, 나 역시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고 그 안에서 생동감 있게 그 흐름을 바쁘게 보내고 있음에도 3년 동안 가꾸었던 ‘더숲 아트시네마’에서 프로그램(영화 상영작)들을 선택하고 기획했던 일을 기억하는 것은 여전히 흥미로운 일이다. 퇴사 이후에 그곳에서의 성과를 정리하고 사회적인 틀 안에서의 평가를 정리하기보다 ‘프로그래머, 기획자’로서 일하며 늘 가지고 있던 질문과 고민이 어떤 것이었는지, 퇴사 후 떠나와 비로소 느낀 생각들이 지금도 공간에 가치를 담는 기획자에게 유효하지 않을까 생각하여 공유하고자 한다. 영화관의 생계를 위해 어떤 방법론적인 사례들도 있었지만 이 글에선 생략하려고 한다.

 

▲더숲 아트시네마 개관 전 초기 모습(2016.12.16)  첫 개관 작품으로 켄 로치 감독의<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데미안 셔젤의 <라라랜드>를 수급하여 하루 3회씩만 상영했다.  두 작품을 미리 보았을 때, 더숲 아트시네마의 시작이 참 좋다고 뿌듯하게 개관일을 기다렸던 게 기억이 난다.

  2016년 12월 초 개관 당시, 개봉작 영화 <라라랜드>,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수급, 하루 3회차로만 운영을 시작했던 더숲 아트시네마는 40석의 규모로 점차 다양한 영화들을 상영, 1년 뒤 2개관으로 확장, 3년 만에 영화진흥위원회에서 2개의 예술영화전용관 승인을 받고, 총 80석의 규모의 영화관으로 연간 약 140편의 개봉영화들과 3차례의 굵직한 기획전, 개관 후 약 70회의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며 프로그램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작년도 기준 연간 4만 5천명의 높은 관객 수를 기록하며 지역 내 문화복합공간인 ‘더숲’의 영화관 브랜드로서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성과는 어떤 면밀한 분석을 통해서만 나온 결과값은 아닐 것이다. 그 안에, 그 앞에 아래와 같은 고민들의 반복이 늘 함께했다.

 “영화가 시작되면 어두컴컴해지는 암전의 그 상영관 안으로 자기 자신을 스스로 밀어 넣는 행위, 그곳으로 쓱 미끄러지는 발걸음은 어떤 의미일까. 영화를 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나와는 다른 사람들인 관객들에게 내가 고른 ‘영화’를 상영하고 소개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좋은 영화란 무엇일까? 예술영화란?” 
  
 지난 2016년 12월부터 2020년 2월 말까지 ‘더숲 아트시네마’에서 상영되었던 영화들은 위의 질문과 그로 인해 태생한 고민이 반영된 작품들이었다. 한 주에 많게는 10편도 개봉하는 국내 영화산업의 기이한 생리 덕분에 더숲 아트시네마에선 주마다 개봉작중 우리와 어울리는 1~3편을 고르는 일의 반복이었다. 수급에 있어 누군가 시키지도 않은 위의 그 고민들은 나의 하루를 괴롭혔지만, 사람들은 다행히 더숲 아트시네마와 나의 선택의 순간들, 작품들을 좋아해 주었다. 덕분에 그 고민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때로는 영화관의 프로그램 담당자로서 실제 이행가능성, 수익성을 떠나 여러 꿈을 꾸게 해주기도 하였다. 꿈꾸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인데 그걸 구현하고 그 엉뚱함에 사람들이 반응하고 찾아올 때 그게 신기하고 재미있다. 기록할만한 하루들의 연속이었다

▲미드소마 상영회(2019.7.28 @더숲아트시네마2관) : 아리에스터의 친식물호러 영화 <미드소마>는 영화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의식처럼 구성되어있다. 이에 착안하여 상영회 역시 하나의 축제, 의식의 치르는 컨셉으로 상영하였다. 전석 매진을 기록. 영화를 안 보고 숫자만 굴렸다면 할 수 없는 이벤트. 앞으로 이런 형태의 컨셉상영회가 많이 이뤄질 것이다. 

 

 위 고민들과 함께 단순히 나 혼자만이 상상과 영화에 대한 애정, 영화를 바라보는 눈만으로 더숲을 이끌어왔다면 이렇게 더숲 아트시네마가 관객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공간이 ‘예술영화관’을 넘어 ‘더숲 아트시네마’ 고유의 대명사로서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를 고르는 절대적인 안목보다는 이 ‘공간에 대한 이해’와 그 ‘공간에서 영화를 본 사람들’을 경험하며 학습하고 발전시킨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광장에 위치한 예술영화관, 모두의 공간

 노원역 5번 출구에서 약 2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더숲’은 타 예술영화관들과 다르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유동인구가 지나가는 노원역 사거리 대로변에 위치한다. 작품을 고르는 일을 지속하려면 영화관 운영을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영화관 프로그래머로서 이러한 지리적 수혜를 철저히 이용하기보다 이해하고 싶었다. 넓은 광장과 같은 곳에 ‘더숲’이 위치한 것인데, 광장이란 누구에게나 평등한 공간으로서 오고 감에 제약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지역 내에서 만날 수 없었던 낯선 ‘예술영화’를 소개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광장’에 위치한 공간에 대한 인지가 더욱 중요했다. 내가 경계해야 할 것은 이 지역의 대중들이 ‘예술영화’라는 콘텐츠에 대한 벽을 스스로 만들지 않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장벽을 낮추고자 작품을 선정하는 데에 ‘예술영화’의 가치를 미학적, 예술성에 절대적 선정기준으로 두지 않았다. 그보다 조금 더 사람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한 영화들에 집중했다. 이를테면 당장 떠오르는 더숲 아트시네마에 소개한 영화들로 <나, 다니엘 블레이크>, <벌새>, <플로리다 프로젝트>, <소공녀>, <벌새>, <문라이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일 것이다. 위와 같은 영화들을 상영하며 ‘인간에 대한 이해의 확장과 존엄, 심연’을 관객분들과 함께 귀 기울이고자 했다. 또한, 그 광장에 존재하며 사람들 사이로 지속 흘러야 하기에 영화들이 전면적으로 앞서 말한 것들의 가치를 외치거나 호소를 하며 영화가 하나의 운동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위에 언급한 영화들이 더숲의 영화라고 대표 할 순 없겠지만, 더숲의 영화들은 조금 더 우리의 근처에 있는 삶들의 디테일한 이야기들을 다룬 작품들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 이야기들은 서로가 서로를 살아오지 않았기에 낯설 수 있어도 좀 더 들여다보면 같은 인간으로서 함께 높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영화라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관심이 높은 영화들일수록 더욱 관련된 토크와 기획행사를 진행했었다. 다행히 많은 관객분의 참여 덕에 이후에도 여러 프로그램을 이어갈 수 있었다.
  

 ▲허스토리 관객과의 대화(2018.8.14 @더숲아트시네마 라운지)  이 상영회는 처음 이 영화의 내용과 가치의 의의를 더욱 조명하기 위해 민규동 감독과 박자명PD님을 모시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시작이었다. 이를 영화의 제작사 대표가 좋은 기획이라고 응원해주시며 예정에 없던 김희애 배우님까지 초청해주시어 함께 하게 되었다. 3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이슈와 무엇보다 영화의 의미를 전할 수 있던 너무나 벅차고 훌륭한 GV였다. 

 

 그 외에도‘예술영화’가 가진 타이틀의 유추했을 때 떠오르는 미학적, 예술성 역시 수급 시에 고려한다. 다만 그것들이 영화적 언어로서 충분한 기능을 발휘할 때에 빛나는 영화들을 소개했다. 고유한 미학적, 예술적인 가치에 대해선 프로그래머인 내가 한두 번 언급은 할 순 있겠지만 앞장서서 소개하는 것은 지양했다. 그것은 관객의 몫으로 스스로 흥미와 호기심을 가져갈 수 있는 영역이자 영화적 흥미라 생각했다.

 

▲<러빙 빈센트> 시네마 드로잉 (2017.12.9 @더숲아트시네마 1관) 영화 <러빙 빈센트>를 보고 ‘반 고흐’에 대한 해설을 진행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2차례 진행하였지만, 그보다 기억 남는 것은 함께 이 영화를 보고 붓을 들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을 완성하는 행사였다. 영화 자체가 고흐의 작화로 만들어졌기에 관객들에게도 붓을 들게 하고 싶었다. 직접 서양화가를 섭외 화가의 가이드 아래 관객들이 직접 붓을 들어 물감을 찍어 직접 그림을 그리게 했다. 이런 경험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참여하는 관객들도, 바라보는 기획자로서도 흥미로운 하루였다. 

 

이처럼 광장에 위치한 공간이기에 어떤 누추한 차림의 누군가가 더숲 아트시네마의 공간과 상영되는 영화를 경험하기에 어떤 벽이 없길 바랬다. 누군가는 ‘더숲’이 광장에 위치해 있기에 ‘큰 수익’을 목표를 영화관을 운영 할 수 있었겠지만 나에게 더숲 아트시네마는 누구나 소외되지 않게 ‘존재’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광장 속 밀실, 시작되면 암전이 되는 상영관 

 더숲의 홀이 ‘광장’이라면, 더숲 아트시네마의 상영관은 ‘밀실’과 같은 공간이라 생각했다. 영화가 시작되면 조명이 꺼지고 관람자는 그 어둠 속에서 실루엣을 숨긴 채 눈동자만 빛난다. 그 밀실에선 관객 자신이 물리적으로 가려졌으나, 잠든 것이 아닌 깨어있는 상태로 콘텐츠를 접하게 된다. 이로써 어둠 속에서 누군가를 훔쳐보는 관음의 공간이자 욕망의 공간이 된다. 그 때문에 관객을 품은 상영관은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기운을 가진다.

 

 ▲더숲 아트시네마 2관 상영관 내부, 여기에서 여러 영화들과 여러 사람들의 감정이 오갔을 것이다.(출처 : 누벨바그 마이너 갤러리) 

 기존 노원구 내의 멀티플렉스에서 상영되지 않는 더숲 아트시네마의 새로운 영화들이 관객들을 만나는 초창기에 적지 않은 관객들이 ‘예술영화를 어떻게 봐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럴 때마다 상영관 안에서 영화를 접할 때만큼은 철저히 이기적이어도 된다고 관객들에게 많이 이야기했었다. 나 역시도 어떤 사람의 감상을 따라 관람하는 걸 원치 않았고, 삶에 정답이 없듯, 영화 감상에도 역시 답이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감상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각자의 감상이 충돌하였을 때에 비로소 작품이 생명력을 가진다 생각했고, 어렴풋이는 영화관이 하여금 사회가 더욱 소통되고 나아진다 생각했었다.

 고맙게도 이 밀실과 같은 더숲의 상영관은 남들이 정한 기준으로 영화를 보기보다 관람객들 각자가 사적으로, 이기적으로 유영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아닌 게 아니라 감독님 또는 유명한 인사를 모시어 진행하는 ‘관객과의 대화’를 떠나서 평소 매 회차 영화가 끝나면 지나가는 나를 붙잡고 영화에 대한 개인의 생각을 공유하거나 홀로 SNS에 영화 포스팅을 올리는 젊은 관객들을 볼 수 있었다. 자기 자신이 본 영화를 같이 본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내 기억에 남는 것은 홀로 영화를 보고 난 뒤, 영화가 끝났음에도 그 영화를 놓지 못한 듯 멍한 표정으로 한동안 광장(더숲 홀)에서 생각에 잠긴 사람들일 것이다.

 ▲유독 김보라 감독의 <벌새>를 본 관객들이 그 영화를 놓지 못하고 잠시 생각에 잠긴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영화<벌새>는 그런 기회를 제공 할 만한 요소를 가진 훌륭한 영화였다. ‘더숲아트시네마’의 관객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영화였다고 고백하고 싶다.


더숲 아트시네마 상영관 앞, 마주하는 얼굴들

  이 공간을 방문하는 사용자에게 당장 눈에 보이는 큰 이익을 주지 않는 공간이 더숲 아트시네마라고 생각했는데, 위와 같은 몇몇 관객들의 변화 덕분에 영화를 고르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상한 활력을 가질 수 있었다. 영화를 단순히 시간을 보내거나 얄팍한 선정성과 폭력성에 기대어 인간적 가치가 상실된 오락용으로만 소비하는 것과 다르게, 좀 더 자기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또는 더욱 삶의 더 큰 가능성을 열고 유영하는 관객들의 얼굴은 다르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과 얼굴 표정, 눈빛들이 그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살아 숨쉬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영화’와 ‘관객’의 공존을 제공하는 상영관

 광장과 밀실. 그리고 그사이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화와 관람의 문화를 만드는 일을 함에 있어 영화와 관객 모두 ‘존재’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기엔 그동안 노원역 부근의 멀티플렉스들이 상영하는 주류 상업영화들에만 길들어진 지역 내 관객들로부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현실이 힘들다고 해피엔딩이 확실한 영화만 선택하는 이들, 로맨틱 환상이 가득한 영화를 보며 옆좌석의 썸을 타는 이성과 영화를 빌미로 잘해보려는 이들, 또는 그냥 영화로 시간을 쉽게 보내려고 한다는 사람들 모두 나름의 이유가 다 있다 생각했다. 그런 관객들 역시 더숲 아트시네마에 영화를 볼 때만큼은 각자가 ‘존재’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늘 기다리며 영화를 고르고 상영하였다.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영화 = 시간을 버티는 영화들

  이렇게도 생각했었다. 우리의 삶도 결국에는 시간이 흐른 후, 눈앞에 실재하지 않음에도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은 굉장히 소중한 것 아닐까. 그래서 누구나 마음속에 소중한 사람들 또는 장면들을 기억하고 그리워하기에 현재를 살게 하고 있지 않는가? 그러한 것들이 ‘나’를 가장 나답게 해주는 것 아닐까.

 이상적인 생각으로 영화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영화는 기억에 남아 결국 시간을 버티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규정할 순 없겠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거나 통찰이 좋은 영화들을 만나면 일단 반갑고 고맙다. 그 영화들이 보편적인 감정과 정서를 다룰 때에 관객들에게 더욱 사적으로 전해진다 생각했다. 사적으로 전해진다는 것은 저마다 한 편의 영화로 자기 자신을 끄집어내는 것인데, 그게 영화와 관객이 서로 존재하며 관계 맺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령 영화가 못난 자기 자신을 끄집어낼지언정 암전의 상영관 안에서는 나의 ‘눈’만이 떠있기에 모든 감정을 자유롭게 욕망하거나 느끼었으면 한다.

처음 추억 없는 낯선 ‘노원’이라는 동네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목화씨를 뿌린 문익점처럼 예술영화계의 문익점이 되겠다고 했던 어리고 어린 다짐이 더숲 아트시네마의 ‘공간과 사람’ 덕분에 성장하며 이어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지역의 이방인임에도 오롯이 나로 존재할 수 있게 만든 것은 더숲 아트시네마와 관객들일 것이다. 나 역시도 어쩌면 고향을 떠나 온 이곳에서 애써 과거의 어떤 상처를 잊으려 더욱 영화에 빠졌던 반작용일 수도 있다. 설령 그 반작용의 나날들이 이곳의 사람들과 ‘영화’로 하여금 더욱 소통하게 된 것이라면 그 상처에게 고맙다고 말할 것이다. □

 ▲더숲 아트시네마의 하루가 끝나는 퇴근 전 라운지 사진


글쓴이. 최휘병 (전 더숲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현 서울극장 기획실 팀장)

20대 중반 'CGV 오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불균형한 대중들의 영화 선호에 영화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뒤로 아트나인 운영팀, 더숲 아트시네마의 영화관 프로그래머로 5년 5개월 동안 영화만큼 관객들을 만나왔다. 현재 서울극장 기획실에서 팀장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엔 서울극장 옥상 볕에 애플민트를 직접 키우며 매점의 하계음료 신메뉴에 온 힘을 다해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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