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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즐거움이 당신에게 매일 찾아옵니다 - '일간 매일마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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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0. 6. 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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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각자의 일한 경력이 10년 넘었잖아요. 그러니까 협업도 해보고 펑크도 내보고 이것저것 다 겪어봤으니 이제는 그 적당한 거리를 잘 유지하면서 하는 것 같아요. 이게 사실 선을 넘을 수도 있고 안 넘을 수도 있는데 그 거리 감각을 잘 유지하면서 잘할 수 있었던 거는 30대 여성 넷이 모였기 때문이라고 저는 거의 확신합니다. 그리고 ‘나대자’라는 사훈이 정말 좋았던 사훈인 것 같아요. 그 세 글자가 주는 힘이 커요."

[ACT! 120호 페미니즘 미디어 탐방 2020.06.15.]

읽는 즐거움이 당신에게 매일 찾아옵니다 
- '일간 매일마감' 인터뷰

황혜진(ACT!편집위원)

  ‘마감을 지키지 못할 시 미통당에 5만원 기부 또는 엉덩이로 이름을 씁니다’라는 귀엽고 살벌한 벌칙을 걸고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한 네 명의 작가를 만났다. 일상적인 예술 창작을 위한 ‘SOSA PROJECT’를 결성해 인디 출판 듀오로 함께하고 있는 이다와 모호연 그리고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던 지민과 깅이 만나 ‘일간 매일마감’을 만들었다. 작년 5월부터 12월, 8개월간의 시즌 1을 끝내고, 올 4월 시즌 2로 돌아온 이들은 200호가 넘는 연재를 하며 한 번의 펑크 없이 매일 마감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5월 나선혜 편집위원과 함께 방문한 소사프로젝트 스튜디오는 이다 작가의 작업물과 모호연 작가가 만든 가구들이 가득 차 있는 삶과 작업이 공존하는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누군가의 청탁이, 마감이 필요해서 ‘매일 마감’을 만들었다는 이들은 여성 창작자가 그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마이크와 같은 지면을 만들고자 한다. 지속 가능한 창작활동을 고민하는 두 편집위원은 인터뷰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무한 공감을 했다. 입담 좋은 <일간 매일 마감>팀 덕에 즐거웠던, 그날의 이야기를 ‘페미니즘 미디어 탐방’에서 전한다. 


 

스터디모임으로 시작된 매일 마감

=나선혜(이하 선혜) : ‘일간 매일마감’(이하 매감)이라는 것이 어떻게 결성이 되었고, 어떤 계기로 발행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이다 : 원래 저희 네 명이 존잘모임이라는 일종의 스터디모임을 하고 있었어요. 자기 하고 싶은 거 가지고 와서 같이 모여서 하고, 맛집에 가는 그런 모임이었는데, 어느 날 지민님이 ‘일간 이슬아’라고 아느냐 우리도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했어요. 저는 그때 (일간 이슬아를) 처음 알고 ‘아 너무 좋다! 그러면 우리도 구독자 모집을 하자!’ 이렇게 된 거예요. 그때는 메일링 서비스도 지금 같이 많지는 않았어요.

=황혜진(이하 혜진) : 시작하신 시점이 작년 5월부터였나요?

-이다 : 네, 이슬아님한테 형식을 빌려도 될지 문의 메일을 보내고 1월에 시작하기로 했는데 준비까지 3개월 정도 더 걸렸어요. 그래서 작년 5월부터 시작하게 된 거예요.

▲ 소사프로젝트 스튜디오 내부

=선혜 : 저는 요새 스마트폰을 많이 써서 그런지 글만 있으면 잘 못 보겠더라고요. 그런데 매감은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어릴 때 보던 만화책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새롭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진이나 그림을 적극적으로 활용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지 궁금해요.

-이다 : 일단 제가 일러스트레이터니까 아무래도 이미지 작업에 더 익숙하고 요즘 사람들이 사실 텍스트를 잘 못 읽잖아요. 어떻게 하면 텍스트가 좀 더 잘 읽힐 수 있을지 고민했고, 또 저희가 다른 메일링 서비스하시는 분들과 차별화를 두려면 아무래도 이미지 특화적으로 잡지 포지션을 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생각이 들었어요. 어릴 때 보던 만화책 보는 느낌이라고 하셨잖아요. 사실, 제가 매감 시작할 때, 2000년대 초반 잡지 스타일, 옛날 만화잡지 윙크나 영화잡지 키노 같은 오프라인 잡지나 문화지 느낌으로 추억을 떠올리며 만들었어요. 

-모호연(이하 호연) : 그런 것도 있고 일주일에 세 편이나 아니면 한 달에 몇 편 이렇게 메일링 서비스를 다양하게 같이 구독하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읽으시는 분들의 가독성이나 피로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대부분 콘텐츠를 이동 중에 핸드폰으로 본다는 것을 독자분들로부터 들었기 때문에 더 이미지를 많이 활용해서 읽을 때 호흡이 좀 짧게끔 끊는 경향이 있죠.

 

서로를 믿어주는 힘, 마감을 위한 원동력

=혜진 : 마감을 어겼을 시 지켜야 할 벌칙이 참 재미있는데 관련된 이야기도 궁금해요.

-깅 : 창신동 라디오 덤 국장님이 친구들이랑 아침에 수영 가는 게 너무 힘들어서 ‘못 지키면 자한당한테 기부하기’라는 벌칙을 정했는데, 자한당에 5만원을 주기 싫어서 안 일어날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벌칙을 정하게 되었고 자한당에 5만원 벌칙이 너무 심하니까 어디 피할 구석이 하나 있어야겠다 싶어서 수치스러운 벌칙을 찾다가 ‘엉덩이로 이름 쓰기’를 정하게 되었어요.

-이다 : 저도 포기의 위기가 세네번 정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독자들의 ‘매일마감 너무 마감을 잘 지킨다’, ‘성실하다’라는 말들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서 ‘그래, 독자가 기대를 하는 데 마감을 안 지키면 안 돼’ 하면서 지키게 되더라고요.

=선혜 : 그렇게 매일 마감을 하다 보면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고충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다 : 지민님이 회사를 다니며 마감을 해서 조금 더 고충이 클 거예요.

-지민 : 그냥 회사가 고충이야(웃음) 그런데 편집장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칭찬 봇 같은 사람들이어서 이상한 거를 한다고 해도 일단 해보라고 하고 격려해줘요. 저는 깅하고 같이 영화작업을 예전에 많이 했었는데 물론 긍정의 말도 많이 들으면서 일을 해왔지만 어떤 공동의 결과물을 가지고 협동작업을 할 때 잘했다는 말보다 지적이 먼저 나오기 마련이었고 저한테는 지적을 쿨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그 안에서 살아남는 방법이었었거든요. 그런 문화에 익숙하게 살다가 이 친구들을 만나서 같이 뭔가를 하면서 너무 낯설었어요. 이런 걸 갖고 왔는데 잘했다고 하나? 얘네는 기준이 나와 다른가? 이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확실히 누군가가 믿어준다는 것에 대한 힘이 있어요.

=혜진 : 게스트 필진은 어떻게 섭외를 하시게 되었을까요? 게스트 필진의 글도 너무 좋아서요.

-깅 : 키라의 경우에는 <우리는 매일매일>에 출연하신 분이잖아요? 제가 촬영감독이었거든요. 키라가 서울에는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냐고 안부를 물어서 우리 이런 걸 하고 있다 하니 너무 재밌겠다고 하셨어요. 키라도 글 쓰는 것을 좋아하시고 이야기도 많으실 거 같아 제안 드리고 같이 하게 되었어요. 그런 식으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 콘텐츠가 있을 만한 사람한테 제안하는 방식이고 많은 부분은 편집장님께서 섭외를 하세요.

-이다 : 알음알음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루님의 <아직도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나 ADHD 시리즈 같은 경우에는 필자분들이 원래 저희 친군데 사실 그런 글을 외부로 발표를 하거나 그런 적은 없단 말이에요. 평소에 어떤 사람이고 어느 정도 글을 쓰는지 아니까 섭외를 했었고, 트위터에서 보고 섭외한 분도 많아요. 트위터에서 보고 섭외를 해도 제가 소심해서 접점이 아예 없으면 청탁을 못 해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분인데 매감 독자라고 하시거나 아니면 저랑 또 인연이 있어서 만나지거나 하는 분들에게는 청탁을 드리게 돼요. CDAPT님도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만나 뵈었었고.

▲ 일간 매일마감 홈페이지 메인

독자들의 참여가 녹아든 콘텐츠

=혜진 : 독자분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많이 하시나요?

-이다 : 매감 홈페이지에 소감 게시판이 있거든요. 그곳에도 많이 써주시고, 대부분은 트위터, 인스타그램에서 태그로 #매일마감이나 아니면 트위터에서 매일마감 혹은 매감 검색하면 사람들이 올려주는 글이 나오잖아요. 그런 걸 제가 한 마리의 승냥이처럼 열심히 서치를 합니다. 제가 피드백이 없으면 못 사는 스타일이어서 열심히 찾아서 보면 독자님들의 생각이 저에게 흘러들어와요.

=선혜 : 독자들의 생각을 반영한 사례도 있었나요?

-이다 : 네. <공포영화대신 봐드림> 같은 경우에는 원래 <유전> 편만 하려고 했는데 좋아하시니까 잡아 늘려서.

-호연 : 반응이 너무 좋았어.

=혜진 : 콘텐츠 안에서도 많이 소통하시더라고요. <아트 스케치북>이나 <동네 책방 프로젝트>도 독자분들이 주체적으로 쓰고 투고하는 방식으로 하셨잖아요.

-호연 : 일단, 저희가 동네 책방을 너무 좋아하는데 동네 책방이 존속하려면 책을 사야 하잖아요. 그래서 그 지역에 있는 책방에 방문해서 책을 사는 조건으로 저희가 도서 구입비를 지원해드리는 기획을 했었어요.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은 기획이에요. 독자분들이 글을 보내주시는 것도 너무 재밌었고요. 그냥 동네 책방을 지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독자분들이 서로 다른 지역의 책방을 보면서 저기 가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다 : <아트 스케치북>이나 <매감 미술학원> 같은 경우에는 하고 나시면 SNS에 올리시잖아요. 그러면 또 제가 그것을 다시 다음 회 원고에 실어요. 제가 원래 강의를 하는데, 강의할 때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 남의 그림 보는 거예요. 왜냐하면, 자기 혼자서 하면 이게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르는데 다른 사람 것을 보면 ‘아, 이렇게도 할 수 있네?’, ‘나도 할 수 있겠네?’ 하면서 용기를 많이 얻거든요. 그래서 아무래도 그림 콘텐츠 같은 경우에는 그런 식으로 소통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끊임없는 창작을 위해 돌아가는 자전거 바퀴

=혜진 : 시즌 1을 끝내시고 시즌 2를 시작하기까지 3개월 정도 시간이 있으셨는데 그 기간을 어떻게 보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이다 : 저희 시즌 1이 작년 12월 말에 끝났는데 깅하고 모호연하고 저는 태국 치앙마이에 가서 한 달 반 정도 있었거든요, 지민님은 한국에 계시고. 치앙마이를 두 번째 방문해서 관광을 일절 안 했어요. 대학가 후문 쪽에 자리를 잡고 거의 매일 작업했어요. 전 지금 연재하고 있는 <세기말 키드>랑 <자수 하노라>를 작업했어요. 원래는 <두 번째 치앙마이>라는 코너를 연재하려고 했는데 지금 코로나 시국에 원고가 너무 안 어울리는 거 같아서 안 하기로 했습니다. 거기서 열심히 세이브 작업을 하고 모호연님도 열심히 글을 많이 쓰고, 깅님은 소설을 쓰셔서 그 개인 작업을 열심히 하시고, 같이 밤에는 야시장 가고.

-호연 : 거기가 작업이 참 잘 되는 곳이었죠. 일단은 가사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되니까 거주하는 거나 식비나 이런 것들이 워낙 적게 들었고 그런 면에서 작업하긴 정말 좋았죠. 

=혜진 : 저는 대단하게 느껴져요. 8개월을 내리 매감 발행을 하시고 쉬는 기간에도 작업하신 거잖아요.

-깅 : 얘네 진짜 이상한 애들이라니까요 (웃음)

-이다 : 먹고 살아야 하니까···. 먹고 살아야죠. 프리랜서 그림작가는 자전거 타는 사람과 비슷해요. 멈추면 논두렁으로 그냥 추락하는 것밖에 없기에 항상 바퀴를 돌려야 되거든요. 그래서 자전거에서 내릴 수 없어서 열심히 한 거지 놀기 싫어서 그런 건 아니고.

-깅 : 그게 논 거예요. 제가 보기엔 얘네들은 조금 놀면 충전이 빨리 되는 거야.

-지민 : 편집장님이 아까 이야기했잖아요, 관심을 갈구하고 항상 누가 우리 이야기를 하고 있나 피드백을 찾는다고. 관심이 멈추는 걸 못 견디는 것도 있었어요. 다섯 편을 매주 썼는데 쉬어야 하지 않냐고 해도 괜찮다고 더 할 수 있다고. 이렇게 쉰다고 결정한 건 정말 큰 결단이었을 거예요.

-호연 :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많은데 청탁이나 내보일 지면이 부족했다고 항상 이야길 했어요. 잡지도 요즘은 많이 폐간됐고.

-이다 : 그것도 그렇고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작가는 원래 관심을 먹고 살고 관심이 돈이고 관심이 생존이잖아요. 관심은 관심이 있을 때만 유지 시킬 수 있거든요. 관심이 없는 상태에서 일으키기가 너무 어렵기에, 매감도 8개월 동안 계속한 것이 그런 이유예요. 중단했다가 연재를 다시 하긴 어렵다. 

▲ (왼) <나는 자수하노라> 中 / (오) 이다 작가의 자수 작업물

여성 창작자들을 응원하는 연대의 마음으로

=혜진 : 매감의 모든 연재물에 페미니즘이 기본적으로 다 깔려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 지점을 각자 염두에 두시고 쓰시는 걸까요? 

-이다 : 사실 설정을 하지는 않았는데 우리가 페미니즘 없이 살 수 없는 사람들이잖아요. 우리가 삶을 얘기하면 페미니즘 얘기가 그냥 자연스럽게 툭 나오는 그런 거 같고 오히려 페미니즘 이야기 너무 많다고 약간 그런 피드백도 있었어요. 비슷한 논조의 이야기가 많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을 한 면도 있어요. 그 부분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우리는 사는 이야기 하는 건데 남들은 페미니즘 이야기한다고 하니까 약간 그 부분에 있어서 어찌해야 할지 고민되는 부분이 컸죠.

-호연 : 비혼에 관한 이야기를 한동안 작가들 안에서 많이 하게 되었는데 당연히 자기가 비혼이니까 비혼인 이야기를 하는 건데 그것에 관해서도 ‘페미니즘적이다’ 이런 식으로 나의 규정 안에 넣어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었던 거 같아요. 초반에는요. 그런데 그 이후에는 오히려 우리가 이런 잡지라는 걸 사람들이 많이 인지해서 그런지 그 뒤에는 그런 피드백은 있지는 않았어요.

=혜진 : 아무래도 여성이 여성의 이야기를 쓰면은 그게 의도치 않아도 묻어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깅님이 <3프비1여> 연재하셨을 때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깅 : 그때도 페미니즘 이야기를 한다기보다 내가 사는 일상 이야기를 해보려고 시작했어요. 그 삶의 형태에 대해서 워낙 사회적으로 많이 질문받는 형태잖아요? 1인 가구에 여성 혼자 비혼으로 사는 것에 대해서 워낙 질문을 많이 받아서 그것에 대해서 글로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썼어요. 당연히 페미니즘적인 고민은 담았지만, 페미니즘을 전파하는 글을 써야겠다는 것은 아니었거든요. 그냥 내 상태를 썼는데 이 사회에는 워낙 비 페미니즘적인 그런 이야기가 많다 보니까 제 이야기가 더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읽혔던 거 같아요. 워낙 너무 여자들 이야기가 없었으니까···. 사실 우리 과격한 이야기 하나도 없잖아요? 
 
-지민 : 세상 온건하지. 이렇게 해서 되겠어, 지금? (웃음)

-깅 :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하지도 않았던 거 같아요. 그럼에도 페미니즘적으로 읽히는 게 참 불균형한 사회의 구조를 드러내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자들만 이렇게 만들어서 나오는 잡지가 없잖아요. 남자들끼리 나오는 잡지는 남자들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여자들만 있으니까 여자들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그것을 페미니즘 잡지라던가 여성들만의 잡지라고 해석한다는 자체가 이상한 거 같아요.

-지민 : 지금 구독자 중 대다수가 재밌어서 보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이런 창작자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어떻게 보면 내가 받아서 열 명의 친구들한테 뿌릴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만 원이라는 돈을 내고 이 사람들이 다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 이런 차원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소비를 하는 대다수가 저는 여성주의자라고 생각해요. 연대의 마음에 가까운 거 같고, 저희도 처음에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이나 여성 창작자들이 더 살아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런 지면을 스스로 만들려고 한 거예요. 혼자면 못했을 걸 같이 하고 거기에 이제 구독자라는 넓은 틀이 생긴 거잖아요. 아까도 참여형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런 것도 사실은 많은 수의 독자를 저희도 심정적으로 여성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같이 뭘 하고 싶고 그런 마음이 서로서로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좀 가깝게 느껴지는 거 같기도 하고.

▲ (왼) <3프비1여> / (오) <내 손으로 러시아> 표지  

=혜진 : 각자 본인이 연재하신 것 중에 내가 생각해도 재미있다 하는 코너를 꼽아주실 수 있나요?

-이다 : 저는 시즌 1 때 했던 <내 손으로 러시아>. 저는 일주일에 5번씩 연재할 때도 그것만 제일 힘들었어요. 다른 건 평소에 해놓을 수 있어도 이건 평소에 하지도 못하고 순 손으로 열 페이지씩 그리는 거니까 그게 제일 힘들기도 했지만 보람차고 그랬던 거 같아요.

-깅 : 아무래도 <3프비1여>가 제일 많이 쓴 글이기도 하고 글의 내용보다는 제목을 잘 지은 거 같아요. 제목을 통해서 내 상태나 지금의 내 위치나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게 되고 그것을 보시는 분들도 약간 자기 삶을 비유해서 생각해보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지민 : 저는 <양육자들>이라는 걸 썼는데 저한테는 용기가 많이 필요한 일이었거든요. 기혼 유자녀 여성으로서 스스로 자신 없게 느끼는 순간이 많았어요. 그런데 제 삶에서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비중이 크다 보니 제일 자주 생각하는 주제더라고요. 그걸 쓰겠다고 용기를 낸 것에 크게 박수를 쳐 주고 싶습니다.

-호연 : 저는 시즌1에 연재했던 <버리지 못했습니다>. 물건에 대한 집착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사실 요즘은 미니멀리즘이 더 힙하고 더 올바른 삶의 방식으로서 많이 다뤄지잖아요. 그런데 저는 절대 그렇게 못 되거든요. 


매일 마감을 하는 힘, 느슨하면서도 끈끈한 서로에 대한 믿음

=혜진 : 마감을 계속할 동료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깅 : 저는 처음에 매감을 하기로 하고 사람들이 막 신청이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그때의 흥분이 아직도 지속이 돼요. 친한 사람들끼리 이렇게도 할 수 있겠구나, 그런 게 주는 용기나 희망이 정말 커요. 어떤 일을 10년 하면 새로운 일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얼마든지 의지만 있다면 새로운 걸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 매감이어서, 또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이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물론 구독자님들이 있었기에 우리도 있었지만, 그전에 먼저 이 친구들한테 고맙다는 생각 많이 들어요.

-호연 : 깅하고 되게 비슷한 느낌인데 정말 맨바닥이라는 느낌이었어요. 이걸 누가 구독을 할까? 그다음에 이어질 수 있을까 그런 의심이 있었는데, 가능하더라고요. 일단은 다음 달에 계속 창작을 할 수 있겠다는 그런 작은 희망 하나가 불씨가 계속 쓰게 만들어줬던 거 같아요. ‘매일 마감’이라는 이름도 힘이 됐던 게 내가 마감을 했어! 그 성취감이 크거든요. 

-지민 : 기본 신뢰도가 너무 높아요. 그리고 저는 협업을 굉장히 많이 해왔는데, 이 정도의 약간의 느슨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 정도로 펑크가 나지 않는 건 처음이에요. 그게 정말 신기한 부분이고 굉장히 밀접하게 매일매일 뭔가를 같이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알아서 뭔가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조금씩을 더 채워주면서 간다는 게 신기한 거 같아요. 동년배의 힘인가.

-깅 : 30대. 각자의 일한 경력이 10년 넘었잖아요. 그러니까 협업도 해보고 펑크도 내보고 이것저것 다 겪어봤으니 이제는 그 적당한 거리를 잘 유지하면서 하는 것 같아요. 이게 사실 선을 넘을 수도 있고 안 넘을 수도 있는데 그 거리 감각을 잘 유지하면서 잘할 수 있었던 거는 30대 여성 넷이 모였기 때문이라고 저는 거의 확신합니다. 그리고 ‘나대자’라는 사훈이 정말 좋았던 사훈인 것 같아요. 그 세 글자가 주는 힘이 커요.

-이다 : 저는 좀 어렸을 때부터 겸손과 나대지 않음이 인간 모두에게 내려진 숙명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여자들만 안 나대고, 여자들만 준비가 다 되었을 때, 흠잡을 곳 하나도 없을 때 나대려고 해요. 여자들은 대부분 1에서 100까지가 있다고 치면 최소한 93 정도는 되어야 할 마음이 생기는데 남자들은 30에서도 한단 말이에요. ‘그래, 나도 40 정도에 하자’. 저는 그래서 ‘나댐력’이 생긴 게 저와 우리에게 좋은 점인 거 같아요. 우리가 비록 지금 완벽하지 않더라도 보여줄 수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매일 연재를 할 수 있고 그걸 매일매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그게 되게 좋았어요.

=선혜 : 현재 독자분들하고 앞으로 독자가 되실 예비 독자분들한테 아울러서 한마디 해주실 수 있나요?

-이다 : 독자분들이 봐주지 않으시면 저희가 존재할 수 없어요. 애당초 우리가 만드는 매감 자체가 기업이나 포탈에서 주최하는 것도, 출판사 운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독자들한테 직접 전달하는 형태잖아요. 그래서 독자분들이 안 봐주시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앞으로 독자분들이 되실 분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당신 한 사람이 너무 크다, ‘나는 그냥 많은 독자 중 한 명이겠지’가 아니라 우리 매일 마감 팀에게는 정말 소중한 한 명이다, 그런 말을 하고 싶어요. 정말 소중하거든요. 독자가 직접 원고료를 주기 때문에 독자가 없어지면 우리도 없어진다.

모두 : 협박인가요? (웃음) □


*모호연 작가가 연재하던 <버리지 못했습니다> 코너가 지난 5월 『반려 물건』으로 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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