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까지 ‘퍼플레이어 5만 양성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5만이라는 숫자가 허황되게 보일 수 있지만 저희에게는 그만큼 절박하고 중요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정도 모여야 뭘 해도 할 수 있겠다는 숫자가 저희에게는 5만입니다."
[ACT! 119호 페미니즘미디어탐방 2020.4.14.]
5만의 마음이 여성영화에 닿기를 - 퍼플레이(Purplay)
황혜진(ACT!편집위원)
수년 전, 영화제에서 처음 단편영화를 접했을 때 들은 생각이 있다. 영화제가 끝나면 이 영화들을 어디서 볼 수 있지? 단편영화를 보는 제일 빠른 방법은 그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 스트리밍 주소를 받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대부분의 단편영화는 영화제가 아니면 만나보기가 어렵다.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커뮤니티 시네마 공간이 있지만, 그것도 개봉한 영화들이나 상업영화를 손쉽게 IPTV나 타 OTT 서비스에서 접할 수 있는 것에 비해 턱없이 접하기가 어렵다. 이와 같은 고민을 하던 퍼플레이의 조일지 대표는 남성중심의 영화판에서 여성영화들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통로를 개설하고자 2017년 퍼플레이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3년, 기존의 서비스를 안정화하고 퍼줌의 론칭이 함께한 업그레이드 된 퍼플레이를 조일지 대표, 김하나 총괄 매니저 두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소개한다.
인터뷰는 지난 4월 1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화상회의프로그램을 이용해 화상인터뷰로 진행되었다. ACT! 편집위원 이세린, 임종우, 황혜진이 인터뷰어로서 참여하였으며, 이세린 ACT! 편집위원이 녹취를 담당했다.
=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두 분 본인 소개 및 퍼플레이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일지 : 퍼플레이 컴퍼니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조일지입니다. 퍼플레이는 영화를 좀 더 쉽게 볼 수 있게 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입니다. 현재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해서 여성영화를 대여하고 있고, 약 135개 정도의 작품을 서비스 중입니다. 여성영화의 정보와 비평을 모아서 온라인 매거진으로도 발행을 하고 있고, 비정기적으로 오프라인 상영회도 열고 있습니다.
- 하나 : 저는 퍼플레이에서 총괄 매니저라는 역할을 맡고 있는 김하나라고 합니다. 직책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거저거 아무거나 다 하고 있습니다. 회사소개는 대표님이 해주신 것으로 갈음하겠습니다.
= 어떤 계기를 통해서 퍼플레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 일지 : 2006년부터 공동체라디오 마포FM에서 활동을 하다가 2014년부터 퀴어영화제 사무국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영화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주제에 따라서 영화를 소개하는 재미를 알게 되어서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영화제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난 뒤에 주최하는 저희도 극장에서 만나지 못하는 좋은 영화가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계속 의문이 들었습니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극장에서 못 보는데 온라인으로도 볼 수 없다는 갈증이 점점 커졌습니다. 그 시점에 저를 포함해서 6명의 창립멤버들은 ‘정말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했고 저의 앞선 고민을 들은 친구들이 ‘그러면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라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퍼플레이에서 상영 서비스를 하기로 선정하는 영화들의 기준이나 원칙이 있을까요?
- 일지 : 기본적인 건 여성 감독의 작품 혹은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 젠더 이분법에 도전하거나 성평등한 영화라고 저희가 규정을 하고 지금 현재 여성 감독이나 국내영화나 단편영화 중심으로 섭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르, 길이, 제작년도 상관 없이 서비스 하고 있고 제 개인적으로는 SF 장르를 좋아합니다.(웃음)
- 하나 : 지금 대표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대원칙은 그러한데, 어쨌건 제일 중요한 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인가를 가장 많이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감독이 만든다고 해도 여성의 서사가 주가 아니거나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그런 작품은 제외를 하고 있고 반대로 생물학적 남성 감독이 만들었다 해도 의미 있는 여성 서사를 담고 있으면 서비스를 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생물학적 남성 감독의 영화가) 전체 서비스 작의 10%를 넘게는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영화진흥위원회 결산자료를 통해 나오는 통계들을 보면 여전히, 물론 개봉 영화 시장 안에서, 여성 감독들의 영화가 10에서 15%를 넘지 못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징적으로 이 시장이 여성들에게 얼마나 힘든 시장인지를 보여주고 적어도 퍼플레이 안에서는 남성 감독의 작품을 틀기가 이렇게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 상징성 같은 것들을 고려해서 10% 내외의 비율로 맞춰서 생물학적 남성 감독의 작품도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가급적 스탭의 과 반 이상이 영화를 보고 같이 논의를 한 후 결정을 하고 있고 일단 현실적인 문제는 전국의, 전 세계의 모든 영화를 다 볼 수는 없으니 기본적으로는 국내 여성영화제나 인권영화제, 퀴어영화제 중심으로 상영했던 작품들 중에서 컨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역으로 저희에게 제안을 주시기도 하고 추천을 해주시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도 스크리너를 찾아서 영화를 보고 논의를 해서 상영작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해외영화들에도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루트를 통해서 컨택을 하는 중입니다.
= 이용자로서 퍼플레이의 큐레이팅 방식에 만족감이 큰데, 어떤 방식으로 화면이나, 뉴스레터를 구성하는지 궁금합니다.
- 하나 : 저희가 서비스하고 있는 영화들은 그 영화가 지닌 나름의 가치가 크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최대한 잘 전달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들을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이트 안에서 제공되는 기본적인 작품들도 보통 시놉시스나 감독님들이 주는 연출의도 같은 것들로 대체하는 부분을, 저희는 어떻게 보면 무식한 방법일 수 있지만, 마치 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쓰듯이 저희가 모두 작성을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보여졌으면 좋겠다라는 의미들을 저희의 시각을 담아서 작성하고 있습니다. SNS나 뉴스레터를 통해 소개되는 콘텐츠들도 그런 내용을 최대한 많이 영화들을 잘 소개할 수 있는 내용으로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서 한 켠에서는 저희가 소개하는 홍보 콘텐츠들이 말이 너무 많다는 지적들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습니다. (웃음) 영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루트가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엮일 수 있는 고리들을 만들어 내려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 일지 : 퍼플레이 웹사이트에서 다 담지 못하는 정보들을 매거진과 뉴스레터라는 다른 루트를 통해서도 제공을 하고 있는데, 퍼줌 같은 경우에는 영화의 재미가 문화적 자극에서 온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영화가 재미있느냐는 취향의 문젠데 어떤 영화를 볼 것인가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친구의 추천이나 아니면 어떤 블로그의 후기, SNS의 소식, 박스오피스의 누가 어떤 영화를 얼마나 봤나 등등 누군가에 의해서 알게 되거나 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여성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적은 만큼 여성영화에 대해서 말하는 곳도 적다고 느꼈고 더 많은 정보와 더 많은 콘텐츠가 나와야지 더 많은 소비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서 퍼줌을 통해 더 깊고 더 다양한 내용을 담아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풀어내는 건 별개의 문제지만(웃음)
= 한국에 여성영화와 관련된 영화제들이 많은데, 영화제들과의 제휴나 컨소시엄 등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일지 : 저희야 당연히 계획하고 있고 (웃음) 계속 접촉을 시도해봐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저희가 적극적으로 시도를 못 했습니다. 앞으로 저희가 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영화제들과의 제휴 혹은 컨소시엄이) 이루어진다면 어떠한 방식이나 형태가 될까요?
- 일지 : 지금 현재 생각하고 있는 방향은 그해 영화제에서 했던 작품뿐만 아니라 그 전, 혹은 그보다 전에 했던 작품 중에서도 저희가 서비스하고 싶은 작품, 그리고 영화제에서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작품을 스트리밍하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조금씩 제안을 시작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 하나 : 혹시 ACT!를 보시는 지역의 여성영화제 관계자분들 있으시면 연락을 주셔도 좋겠습니다. (웃음) 환영합니다!
= 퍼플레이는 72시간이라는 시간제한을 두고 영화를 볼 수 있는 형태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어떤 기준으로 정하게 되셨나요?
- 일지 : 처음 퍼플레이를 시작할 때는 구독 서비스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막상 사업을 운영하고 프로젝트를 꾸리다 보니까 구독 서비스는 생각보다 많은 금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하다 보니 단건으로 대여하는 방식을 하게 되었고, 72시간 동안 대여하는 금액에 대해서도 내부에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72시간이라는 시간보다 금액에 대한 부분에 고민이 더 많았습니다.
= 그렇다면 작품마다 가격대는 어떻게 책정하고 있나요?
- 하나 : 저희에게 제작 시기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최신작인 경우, 조금 더 가격이 올라가는 정도입니다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건 작품의 길이입니다. 혹은 퍼플레이가 독점으로 서비스를 하거나 (아직은 없지만) 해외작품같이 보기 어려운 작품을 서비스하는 경우에는 약간의 가격 프리미엄을 붙이고 있습니다. 사실 영화 한 건을 구매하시면 그 가격의 거의 70%가 창작자나 배급사에게 돌아가는 구조로 세팅이 되어있습니다. 퍼플레이가 예비사회적기업이고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미션들을 보았을 때 그 정도로 설정을 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 하에 설정했습니다. 서비스하는 영화 자체의 단가가 높지 않기 때문에 저희의 수익은 불안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사실 굉장히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셔야만 수익이 날 수 있는 구조로 설정이 되어있어서 회원 모집에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 좋은 소비자와 좋은 투자자가 나타난다면, 향후 확장하고 싶은 사업이 있나요?
- 일지 : 스트리밍 서비스 내에서 이용자가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기본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것들은 당연히 하고 싶고 스트리밍서비스나 온라인 매거진 외, 더 하고 싶은 건 여성영화인 매니지먼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웃음)
- 하나 : 여성영화인 매니지먼트나 저희 내부에서는 DB를 구축하고 그것을 커뮤니티처럼 활용될 수 있는 방식의 온라인 공간으로의 확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여성감독이나 배우뿐만 아니라 스태프들까지 그 안에서 정보도 확인하고 서로 어떤 작품에 참여했는지 확인하는 DB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소통하거나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전망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영화 상영관이라던지 커뮤니티 공간에 대한 고민이나 기대도 계속 가지고 있었는데 요즘 돌아가는 시국이 오프라인 공간과 우리를 점점 멀어지게 하는 건 아닌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웃음)
= 퍼플레이 내부 스탭들이 꼽은 최애 콘텐츠를 밝혀주신다면?
- 하나 : 얼마 전 업로드 된 한혜지 배우님이 주연했던 <밸브를 잠근다>, 올 설 특집으로 소개했던 <전 부치러 왔습니다>, 최근에 감독님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한 <그녀의 욕조>, 역시 인터뷰를 했던 이나연 감독님의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오래 전부터 힘을 실어주고 계신 김현정 감독님의 <은하 비디오>, 작년 여성영화제를 통해 접촉해 알게 된 장지혜 감독님의 <리:플레이>와 <사빈과 아나>가 언급이 되었습니다. 특히 <사빈과 아나>는 영국의 나이 든 레즈비언 커플의 일상을 찍은 작품인데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추가로 , <박강아름의 가장 무도회>, <위대한 손과 불가사리>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 퍼플레이의 과거를 돌아보며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를 예상하며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 일지 : 호기롭게 시작을 했는데, 많은 지지와 응원과 더불어서 우려와 염려 속에서 2년 반을 준비하고 올해 10월이 지나면 시작한 지 3년이 넘어가게 됩니다. 앞으로 2년 동안은 해야 할 것,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 하나 :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고 그런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즐거운 시기 같습니다. 최우선의 과제는 여성영화 플랫폼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퍼플레이를 안정적이고 재밌는 서비스로 만드는 게 최고의 목표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우리의 일터가 살아있어서) 내년에도 우리 다 같이 출근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단기적 목표를 세우고 있고, 좀 더 장기적 비전으로는 '자유로운 공간, 여유로운 마음'이라는 꿈을 공유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못다 하신 말씀이 있다면?
- 일지 : 여성영화를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 풀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알리고 퍼플레이가 앞으로의 길을 닦을 수 있도록 그 기반인 이용자들을 모집하기로 해서 ‘퍼플레이어 오만 양성 프로젝트’라는 이벤트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퍼플레이가 작년 12월 말에 서비스 시작을 했고 서비스의 가입자가 이 정도는 되어야 힘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회원 수가 오만명이 될 때까지 여러 가지 혜택도 드리는 프로젝트입니다.자세한 건 하나 매니저님이 소개해주시겠습니다.
- 하나 : ‘퍼플레이어 오만 양성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제목의 프로젝트를 바로 내일부터(인터뷰일 기준 4/2) 시작할 예정이고 5월 말 정도까지 모든 걸 쏟아 부어 회원수를 많이 모아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회원 가입만 해도 볼 수 있는 무료 상영작도 풍성하게 제공하고 가격 할인 프로모션과 추가적인 경품 제공 등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5만이라는 숫자가 허황되게 보일 수 있지만 저희에게는 그만큼 절박하고 중요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정도 모여야 뭘 해도 할 수 있겠다는 숫자가 저희에게는 5만입니다. 오픈되면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
▮ 관련 사이트
- 퍼플레이 http://www.purplay.co.kr/
- 퍼줌 http://www.purzoom.com/
* 퍼플레이는 2020년 4월 2일부터 5월 20일까지 ‘퍼플레이어 5만 양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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