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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일상 플랫폼, ‘줌마네’가 걸어온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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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19. 11. 2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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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등장했다가 몇 년 만에 사라지는 여성주의 모임이나 단체를 수없이 보았는데, 줌마네는 어떻게 20년 가까운 시간을 버텨 왔을까. 상근 하지 않는 줌마네 기획팀이 어떻게 계속해서 다른 여성들을 불러 모으는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걸까. 그런 삶이 불안정하지는 않을까. 나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ACT! 117호 페미니즘 미디어 탐방 2020.1.20.]

 

지속 가능한 일상 플랫폼, ‘줌마네가 걸어온 20

 

이세린 (ACT! 편집위원)

 

  많은 여성주의자들에게 줌마네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줌마네가 시작된 2001년부터 지금까지의 활동을 알아가면서, 그동안 줌마네를 거쳐 간 여성들이 많았을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교적 여성주의자로서 살아간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와 친구들은 최근에야 줌마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사실 대학이나 정치조직에 속해 있는 이에겐 여성주의자 공동체를 찾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직장생활, 분야가 나뉘어 있는 활동영역, 고시준비 등 각자의 생활에 매진하는 나와 친구들은 각자의 주거와 생활을 지지할 기반을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뒤늦게 줌마네를 통해 만난 사람들은 이미 삶의 단단한 기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몇 년 만에 사라지는 여성주의 모임이나 단체를 수없이 보았는데, 줌마네는 어떻게 20년 가까운 시간을 버텨 왔을까. 상근하지 않는 줌마네 기획팀이 어떻게 계속해서 다른 여성들을 불러 모으는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걸까. 그런 삶이 불안정하지는 않을까. 나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이 나와 동시대를 공유하는 페미니스트들에게도 공감되리라는 생각으로 줌마네 기획팀에 인터뷰를 청했다.

 

▲ 줌마네 기획팀 전원이 인터뷰에 함께했다. 왼쪽 앞부터 짱아, 하리, 오소리, 오른쪽 앞부터 루후나, 오보.

 

여성들의 자립과 예술적 성장을 돕는 곳, 줌마네 (since 2001)
줌마네 기획팀 소개

오보 “줌마네 기획팀에 들어온 지 3년 차입니다. 기획회의 때마다 회의록을 작성하고요. 솔직하게는 아직 줌마네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주간 오보>라는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쓰는 프로젝트를 하며 책을 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루후나 “줌마네와는 인터뷰 글쓰기 강좌로 만났고 2016년 기획팀에 합류, 올해로 4년 차네요. 이것저것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짱아 2001년 ‘글쓰기로 돈 버는 힘 기르기’ 1기로 연을 맺고 기획팀은 7년 전에 들어왔습니다. 역할은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전화해서 섭외하고, 옛날 멤버들을 기억하고 연락하는 일은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리 “영상 만드는 일을 하면서 오소리와의 인연으로 줌마네에서 2013년 ‘두 번째 영화를 위한 제작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지금까지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소리 “줌마네를 만든 사람입니다. 영화를 만드는 게 제 일입니다. 줌마네에서 함께 기획하고, 줌마네라는 플랫폼을 계속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Q. 줌마네가 2001년부터 지속되어 오면서 많은 변화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 시간들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하리 당시 ‘언니네’라고, 언니네트워크의 전신인 온라인 여성주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었었는데, 알바로 다른 여성주의 단체들의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곤 했었어요. 당시 홈페이지가 열풍이라. 약간 먹고 살기를 도와주는 차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웃음) 그때 줌마네 홈페이지도 만들어주면서 인연을 맺었죠.

오소리 사실 그 이전부터 하리와의 인연은 시작돼요. 지금도 게릴라처럼 생겨나는 여성운동이 있듯이 그때도 그랬는데, 그 친구들과 작업을 많이 했어요. 지금도 생계와 자립이 고민이라고 하지만 당시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사업 시작하는 친구들하고 자원을 공유하는 거죠. 언니네와도 그런 관계였어요. 줌마네 홈페이지 제작을 맡겼죠. 초보 작업자들이지만 여성주의라는 범주 안에 있는 동료들에게. 잘못하면 같이 망할 수도 있어요. (웃음) 하지만 어떻게 보면 줌마네 20년은 그런 시도의 연속이었어요. 지금도 건물도 없고, 월급도 안 나오고, 수익을 내다봐도 수익이 안 나지만 그런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경제적 자립의 ‘힘 기르기’에서 여성 간의 연결로

 

Q. ‘그런 시도’가 뭔지 정확하게 이해를 못 했어요. 초기의 줌마네 활동이 어땠는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오소리 저희는 줌마네에서 여자들이 경제력을 가질 수 있는 구체적인 기능을 갖게 되길 바랐어요. 네트워킹하는 연습도 많이 했고요. 여자들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했어도 관계망을 구축하고, 소신껏 일을 기획하는 연습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어요. 줌마네 초기인 2000년대 초반의 30대, 40대는 더욱더 그랬어요. 남자들은 어릴 때부터 축구 농구하면서 팀워크를 다지는 연습을 하고, 위계를 세우고 정보와 기술을 전수하는 시스템을 유지해가면서 살아요. 그런 훈련이 전혀 안 되어 있는 거예요. 여자들은.  
  그래서 2001년 줌마네를 시작할 때 시작했던 프로그램 제목이 ‘글쓰기로 돈 버는 힘 기르기’였어요. 원고를 기획하고, 필자를 섭외하고 글을 쓰고, 매체를 찾아 편집장에게 글을 보내고 일을 따내는 등의 전 과정이 포함된 프로그램이었어요. 한마디로 경제적, 사회심리적 자립과 협업을 위한 준비과정이랄까요? 지금도 줌마네는 그런 지향성을 고수하고 있어요. 프로그램의 내용은 현재의 필요성에 맞게 바꾸어 나가고 있고요. 

짱아 저도 덧붙이면, 저는 줌마네에 들어오기 전 여성단체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삶이 행복하지 않았었어요. 그때 줌마네 교육을 받았는데,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다른 직업을 가지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제가 들었던 <글쓰기로 돈 버는 힘 기르기>는 기자수업에 가까운 타이트한 프로그램이었어요. 줌마네는 그렇게, 사회생활에 복귀하기 위해 문화센터에 가는 게 아니라 여자들끼리 모여서 힘을 얻고 나에게 뭔가를 장착하려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어요.

오소리 줌마네는 언제나 뭔가 시작하는 사람, 사회가 요구하는 프로필이 별로 없는 여성들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책을 만들고, 작업을 했어요. 그런 작업방식이 매우 중요했어요. 고학력에 학력, 문화자원 있는 여자들에 비해 이런저런 이유로 일터 진입을 못했거나 단절된 여성들은 어디 낄 자리를 찾기가 어렵잖아요.  
  사실 여성주의자들 중엔 ‘줌마네’ 이름을 구리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알고 있어요. (웃음) 저도 첨엔 그랬거든요. 그런데 아직 여성주의라는 품 안에 들어오지 않은 어떤 사람들은 ‘줌마네’라는 이름 때문에 맘 편히 이 세계로 넘어올 수 있거든요. 
  줌마네는 지금도 줌마네에요.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다만 초기와는 달리 지금은 여자들의 일 경험과 언어가 전보다 풍부해졌죠. 예전에는 주로 중산층 전업주부가 줌마네를 찾아왔고  아주 기본적인 의식화와 경제적 자립이 필요했죠.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줌마네에는 10대, 20대, 30대 비혼들도 많이 와요. 성 정체성과 삶의 스타일도 다양해졌어요. 각자의 삶을 영위하고 지속하는 방법, 네트워킹 하고, 아카이빙 하고, 살아남는 방법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줌마네의 흐름이 바뀌었어요. 

 

 

포기하지 않는 조건, ‘스스로를 소외시키지 않는다.’


Q. 줌마네처럼 문턱 없이 여성들이 어울릴 수 있는 모임이 되고 싶은데, 그렇게 확장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하리 일단 모임을 계속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부터 확장하려는 욕심은 버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짱아 줌마네도 오래 지속하긴 했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은 주로 10명 내외의 적은 규모였어요. 공간도 없었어요. ‘또 하나의 문화’ 공간을 빌려서 하다가, 싸고 오래된 집들을 구하고. 소규모의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모였다고 볼 수 있어요. 프로그램 하나도 최소 1년이었고. ‘작은 가게’처럼 이어왔다고 얘기하기도 해요.

오소리 줌마네가 애초에 지금의 형태를 계획해서 가지게 된 게 아니고, 생존 가능한 몸체를 유지하고 감당하지 못할 만큼 사업을 하면서 몸체를 키우지 않는다는 전제를 지켜오면서 지금의 형태가 된 거예요. 다시 말하면 단체에서 프로젝트 하면서 스스로를 소진하고 싶지 않다. 독립투사처럼 살지 않겠다. 자신을 소외시키는 일이 된다고 느끼면 다 그만두고 안 한다. (웃음) 세상이 알아주는지는 전혀 중요시하지 않았어요. 그것까지 신경 썼다면 금방 위태로웠을 거예요. 저희는 2001년부터 지금까지 하고자 했던 일에 충실했죠. 가랑비에 옷 젖듯, 일상을 정치화하는 것을 자기 언어로 끊임없이 하는 것.

 

짱아 돈벌이를 위해서든, 마음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든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계속 쓰게 만들었어요. 저도 예전 웹진에 소파와 남편의 연관관계에 대한 글을 썼던 기억이 나요. (웃음) 주로 붙박이로 앉아있다. 항상 있지만 쓸모는 없다. (웃음) 그런 내용이었는데.

 

▲ 줌마네에서 2018년 열었던 자기기록 워크숍. 줌마네에서는 여성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미디어를 계속해서 교육해 왔다.

 

책읽기와 강의 대신, 더 많은 대화와 공동의 작업으로


Q. 저와 친구들은 모이면 주로 모이면 여성주의 책 읽고 스터디하는 게 위주였는데요. 줌마네는 그런 건 안 하시는 것 같아요.

짱아 그런 건 전혀 하지 않았어요. (웃음)

오소리 굳이 말하자면 책을 읽고 더 질문하고 싶게 하는 내적 동력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나 할까요? 영상제작, 글쓰기, 산책을 통한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 체화하고 움직이고 만들어 내는 작업에 더 치중하고 있는 것 같긴 해요. 계층, 학력 불문하고 자신의 일상을 돌보고 좀 편하게 젠더감수성을 만들어가게 하기 위한 전략이에요. 

짱아 스터디는 하지 않았지만 이런 건 했어요. 줌마네에선 별칭을 쓰는데, ‘누구 엄마’로 불리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가사나 육아보다 자신에 대해서 자기 입장으로 얘기하게 하도록 하는 분위기가 깔려 있었어요. 자기 명의의 통장 하나 따로 만들라고 하기도 하고. 학습하고 의식화하는 게 아니라 문화 속에 녹아있는 거죠.

오소리 신촌에 있던 ‘레스보스’ 같은 레즈비언 바에 가서 자기와 다른 정체성, 세대의 사람들과 만나고 접하는 시도를 했죠. 섹슈얼리티 관련한 공부를 하고 책만 읽은 게 아니었던 거예요.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차별과 억압을 스스로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공간이 되려고 했던 거죠. 싸움과 저항의 커뮤니티이면서 일상을 만들고 서로를 연결하기 위한 곳이기를 원했던 것 같아요. 

짱아 저희는 주로 읽고 토론하기보단 뭘 같이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 같아요.

하리 밥도 같이 먹어요. 밥 먹는 것도 중요해. 밥 차리는 게 너무 힘들지만.

 

짱아 저는 내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좀 더 인간적으로 일하면서 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줌마네에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고민과 관련한 강의를 듣는 게 아니라, 일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고민이 있는 사람들과 같이 캠프를 갔어요. 대안적 시도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암중모색인 사람도 있었고. 그런 모든 사람이 자기 얘기를 나누었고 기획팀도 마찬가지였어요.

 

▲ 줌마네에서 2019년 열렸던 집담회와 워크숍의 포스터. '집'이나 '일'과 같이 일상과 닿아있는 키워드에 대해 위계 없이 이야기 나누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오소리 자기 위치에서 삶을 살아가며 고민하는 사람들, 그래도 뭔가 모색하려는 사람들을 모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권위자를 모시는 게 아니라.

 

하리 책을 읽기보다는 그 분야에 맞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모셔오죠. 오소리에게서 가장 많이 배웠던 것이 그거인 것 같아요. 찾아가는 것. 보통 자기랑 비슷한 사람들이나 주변 사람만 만나려고 하잖아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나 다른 영역의 사람들이라도 찾아가서 만나고 뜻이 맞으면 엮어서 뭔가 도모하는 태도. 줌마네 일도 그렇게 굴러가는 것 같아요.

 

Q. 앞으로 줌마네에서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오보 저는 지금 33년째 기획팀을 하면서 이건 뭐지? 이게 맞나? 하면서 제 생각을 이어가는 중인데요. 언니들이 뭔가를 하고 있는데, 언니들이 하는 일은 같이 살기 위한 걸 하는 거구나 하고 느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여기서 하듯이 내 주위 사람들과도 무언가를 하고 싶어요.

 

오소리 저는 작업자로서 다른 작업자들과 협업하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여기 줌마네에서.

 

 

모두가 불안정한 시대, 줌마네가 추구하는 안정된 삶

 

Q. 현재 줌마네 기획팀 활동만으로도 생계를 책임지는 것이 가능한가요?

 

하리 기획팀 활동만으로는 어려워요. 월급이 있는 체계가 아니라서. 수익이 남으면 연말에 배분을 하기는 하지만... 각자 다른 방식으로 먹고사는 것은 책임지고 있어요. 저는 영상 일을 하지만 그것도 먹고사는 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웃음)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아요.

  여성주의자로서 살면서 경제적 자립을 하고 커뮤니티를 이루면서 살 수 있을까? 하는 거창한 목표로 시작했던 일도 1년 만에 정리를 했지만, 계속 다른 식의 시도는 했죠. 실패를 하기도 하고. 그런 와중에 장시간 지속하고 있는 줌마네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커뮤니티를 계속 유지하려면 이를 원하는 누군가의 의지와 노력, 공간과 운영 비용이 필요한데, 그것들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유지해 왔는지를 저는 줌마네로부터 배우고 있죠.

  먹고 사는 건, 여성주의자로서 먹고 사는 방법이 예전에는 아카데미에 들어가거나 단체에 들어가는 것밖에 없었잖아요. 그게 아니어도 살아지는구나 하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불안정한 직업의 세계가 일상이 되어버리기도 했고. 이런 삶에 대한 근력이 생긴 것 같아요. 한 번에 두세 가지를 같이 하는 그런 것이 익숙한.

 

오소리 여기에서 하는 일들이 나에게도 의미 있고, 아름답고 재밌다는 느낌을 줘요. 20년이 되었지만 줌마네에서 생존 경비를 확보하는 것이 언제나 중요한, 그러나 실현하기 참 어려운 목표예요. 이것을 실력 있는 사람들과 더 빨리, 더욱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드는 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새로 시작하는 당사자들과 작업하면서 이루고 싶어요. 줌마네 방식으로 일하면서 생존을 위한 돈벌이를 하는 것. 이게 목표에요. 이걸 이룬다면 그건 굉장한 성취이고 지금도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손해 보는 일은 아니다. 되게 괜찮다 싶어요. 여러 측면에서.

 

하리 그리고 여기서 쌓인 네트워크가 있어서, 생계비가 필요하면 커뮤니티를 통해 일을 알아보고 연결해주고 있어요. 생계를 같이 고민하는 단계까지 오는 것 같아요. 돈을 버는 것뿐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 얼마나 벌어야 하느냐, 집과 관련한 얘기도 그렇고요. 삶의 내용 자체를 같이 고민한다고 해야 할까요.

 

 

짱아 줌마네에 다시 올 때, 이제 사회에서 내가 하는 역할은 사장의 구미를 맞추면서 밑의 사람들을 괴롭히는 중간 관리자 역할밖에 없구나, 그렇게 살다 지쳐 나가떨어지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때였어요. 얘기한 것처럼 줌마네에서 배분이 되기도 하고 줌마네의 정체성을 인정받는 하에서 제안받는 일들도 있고요. 회사 그만두고 줌마네 오면서 지출을 많이 줄였는데 그래도 살만하더라고요. 회사 다닐 땐 자기 공간을 꾸리고 살기 위한 시간은 만들기 어려운데 그런 것도 많이 바뀌었죠. 그런 식으로 자립의 조건이 바뀌는 것 같아요.

 

루후나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요, 최근에 내가 지금 여기서 하고 있는 게 이구나 인식하게 되면서부터 고민이 많아졌어요. 줌마네 일이 좀 특이하거든요. 노동이기도 하고 작업의 성격도 있고, 활동의 의미도 있고요. 그렇게 복합적인 일이기 때문에 어려운 게 개인의 정체성과 일이 분리가 잘 안 된다는 거예요. 줌마네 기획들 중에 일상과 동떨어진 건 없었던 것 같아요. 다른 일반적인 일들과는 참 다르죠. 최근 몇 년간 줌마네가 집담회를 통해 얘기한 이라는 주제도, ‘이라는 주제도 우리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잖아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일을 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들어요. 나와 닿아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선을 긋고 여기까지만 일! 이렇게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한편으로는 참 어려워요.

 

Q. 자기를 소외시키지 않는 일과 활동을 꾸려가고자 노력하는 줌마네를 응원합니다. 제 삶에서도 줌마네의 생존 방식을 기억하고 싶어요.

 

하리 그게 혼자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혼자서는 너무 고립감이 많이 들어요. 같이 나누고 지지할 그룹이 필요해요.

 

짱아 저희도 사실 줌마네라는 기반이 있어서 불안하지만 안정감이 있는 거거든요.

 

하리 10, 20년이 아니라도 1년짜리라도 매주 만나서 밥 먹고 일상이나 고민을 얘기하는 공간이 있다면 거기서부터라고 생각해요.

 


글쓴이. 이세린  

 

공동체미디어의 힘을 믿는 사람  
주변 사람들에게 '인터넷 인간'이라 불리는 SNS 중독자  
다양한 사회 운동을 좋아하는 페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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