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연구 웹진 Fwd는 페미니즘 연구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총여학생회, 탈코르셋, 비혼과 대리모 등 현재 주목해야 할 페미니즘의 주제를 담은 글들을 시의적절하게 발행하고 있다. 필진 간의 내부 토론을 거친 원고는 일주일에 한 건씩 공개되어 독자를 만난다. 연극비평집단 시선의 유연주님과 함께 Fwd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이세린(ACT! 편집위원)
[ACT! 116호 페미니즘 미디어 탐방 2019.10.17.]
페미니즘 연구와 현실에 다리를 놓다
-Fwd 필진 이다은, 최송희 인터뷰
유연주(연극비평집단 시선)
『페미니스트 연구 웹진 Fwd』의 창간은 나에게 이렇게 기억된다. 몇몇 페친이 Fwd의 글을 공유했다. 공유하며 쓴 글 사이사이에서 드디어 기다리던 것이 찾아왔다고 느끼는 페친들의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공유된 글을 읽어보니 한 자 한 자 눌러쓴 누군가의 도전장 같은 느낌이었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페미니즘 관련 책이 쏟아졌다. 관심 있는 독자들은 열심히 책을 읽고 사유와 성찰을 하며 삶을 바꿔나가고 있다. 하지만 책이라고 하는 매체는 아무리 빨라도 느리고 현실과 이론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도 멀었다. 뭔가 이 사이를 이어줄 다리가 필요했다. 그런데 Fwd가 바로 그 다리였다. 9월 26일 그들을 만났다. 아래는 인터뷰를 토대로 정리한 내용이다.
인터뷰: 이다은(보라돌이), 최송희(강물)
진행: 유연주
녹취: 이세린, 유연주
= 연주 : 반갑습니다. 저는 연극비평집단 시선에서 활동하고 있고 연극에 대한 글을 쓰는 유연주입니다. 특히 페미니즘 연극을 분석하고 반페미니즘적 연극을 비판하는 데에 관심이 있어요. 제가 적합한 인터뷰어인지 모르겠지만 Fwd의 글을 관심 갖고 읽던 터라 덥석 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우선 인터뷰 참여자분들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강물 : 저는 Fwd에서 강물이라는 필명을 쓰는 최송희입니다. Fwd 총무팀에서 재정, 대외 협력을 담당하고 있고, Fwd 두 번째 기획 『‘가족’ 이후에 무엇이 오는가』에서 ‘글로벌 모성’과 관련된 글(*주1)을 썼습니다. 여성의 몸과 재/생산, ‘건강’과 관련된 담론에 관심 있고, 특히 앞으로 난임 여성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 보라돌이 : 저는 이다은이고 필명은 보라돌이에요. 제가 텔레토비 덕후라서.(웃음) Fwd 홍보팀에서 인스타그램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제가 인스타그램 중독자이자 ‘인스타 마스터’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이번 여성국제영화제 쟁점포럼 현상스케치 기사(*주2)를 공동으로 썼고 3호부터는 필진으로 참여하려고 합니다. 저는 바깥 세상 특히 아시아에 관심이 있고, 특히 아시아에 관심이 많습니다. 예전에 대만으로 교환학생도 다녀왔는데 한국이랑 비슷하고 또 한국이랑 얽혀있는 이웃나라에 관심이 많아요. 중국, 대만, 싱가폴, 홍콩 등. 그 사람들을 만나 네트워킹하는 것도 좋아하고 앞으로 비교 연구나 이주 여성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한국에 온 대만 여성들에 대해 논문을 쓰고 있어요.
= 연주 : Fwd가 어떻게 결성되었는지 그 계기가 궁금해요. 시작은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해서 지금의 필진들이 모이게 됐는지, 다른 필진들은 어떤 분들인지 궁금합니다.
- 보라돌이 : 작년 이맘 때, 같은 수업을 듣던 대학원생들끼리 비슷한 고민이 있었던 거 같아요. 우리가 나름 고민해서 쓴 기말리포트를 그냥 썩히긴 아깝다. 학회지에 내려면 학위가 있어야 하잖아요. 글을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 플랫폼이 없다는 문제의식이 생겼고, 그래서 ‘우리가 뭔가를 한번 해보자!’ 해서 Fwd를 만들게 됐어요. 처음에는 같은 수업을 듣던 사람들끼리 있었는데 나중에 다른 분들도 들어오게 되면서 인원이 많아졌습니다.
- 강물 : 플랫폼 이야기가 되게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아무래도 수업의 과제이자 신진 연구자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쓴 비교적 거친 글들을 어디다가 기고하기 애매했거든요. 그러나 휘발시키기는 아까운 아이디어들이 있어서 잘 다듬어서 낼 수 있는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카이빙의 목적도 있었고요. 우리가 만드는 플랫폼이라고 하면 그나마 덜 부담스럽겠다고 생각했어요.
= 연주 : 각 필진들이 대부분 페미니즘 연구자인데, 각자가 페미니스트로 각성했던 시기는 언제인가요? 그 결정적인 계기가 궁금합니다.
- 강물 : 저희가 각성한 시기는 공통적으로 2015년 메갈리아 등장 전후 같아요. 2016년 미투 국면이라든가,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페미니스트로 각성했던 거 같아요. 그 이후에 자기 나름의 길을 걸어오다가 더 많은 지식을 접하고 싶어서 페미니즘 연구자가 되었고 그러다가 같이 웹진도 만들게 된 거죠.
= 연주 : 필진 소개를 봤을 때 필진들이 거의 20~30대, 대체로 ‘젊은’ 세대들인데 다른 세대와 다른 생각이나 고민이 있을까요? 왜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냐면, 제가 참여하고 있는 연극비평집단 시선의 경우가 그런 ‘젊은’ 비평가 집단으로 인식이 되어서 그랬거든요. 연극평론의 경우, 기존의 평론가 집단이 있지만 신진 평론가에게는 그곳으로 진입하는 게 매력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거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새로운 잡지를 만든 거였거든요. 그래서 혹시나 Fwd도 그런 세대적인 자각이나 인식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 보라돌이 : 저희는 오히려 그 질문을 받고 나서 ‘우리를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저희는 따로 세대적 특성으로, 20대로 정체화하진 않았던 거 같아요. 그런데 아까 말했던 대로 페미니스트로 각성했던 시기가 2015~16년 무렵이고 문제의식이 비슷하다보니까 다른 세대보다 우리가 더 잘 보는 게 있을 수 있고, 또 어떤 사안에 따라서는 20~30대만의 시각으로 보기도 할 거 같아요. 하지만 Fwd가 20대 정체성을 갖고 있는 건 아닌 거 같아요.
- 강물 : 저희는 다른 세대와 다르다는 생각이나 나이에 따른 정체성보다는 신진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이 좀 더 강하고 거기서 출발했어요. 경험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여성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어떤 사안에 대해서 그걸 경험한 사람만이 그 사안을 다룰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저희도 그런 거에 동의를 하면서 경험을 못하는 상황에서 연구를 할 때는 그 사람들의 삶이라든가 그 사람들 자체를 자원화 하지 않고, 타인을 대상화하지 않으면서 책임 있게 듣고 진중한 고민을 함께 해 나가야겠다고 생각해요.
= 연주 : 페미니스트에 대해서도 세대론이 있죠. ‘넷페미(net-feminist)’나 ‘영영페미(young young feminist)’ 등으로 구분이 되기도 하는데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강물 : 여러 정체성이 말끔히 분리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우선 트위터나 다른 플랫폼에서 논쟁하고 개입도 하면서 정체화를 하는 과정인 거잖아요. 영향력을 서로 주고받긴 하는데… 딱 어떤 세대적 정체성이라고 이야기하긴 어려울 거 같아요.
- 보라돌이 : 그런데 밖에서 볼 때는 그렇게 보일수도 있을 거 같네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기 위한 첫 걸음
-창간호 『백래시』에 대해
= 연주 : 창간호의 「기획의 변」(*주3)에 “백래시에 대한 비판이 개인의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개인의 행위를 조건짓고 개인의 행위에 의해 변화하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장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라고 명확하게 나와 있기는 하지만 창간호 기획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어떤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건지 좀 더 들어보고 싶습니다.
- 강물 : 섹슈얼리티 세미나를 시작으로 포워드가 결성됐다고 했잖아요. 세미나 주제 중에 하나가 ‘백래시’였어요. 백래시라는 말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인터넷상의 논법을 보니까 걸그룹의 누가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었을 때 사회적으로 여성들에게 부과된 여성성을 표지한다고 하며 그걸 ‘백래시(backlash)’라고 하고 그걸 수행하며 표현하는 사람들을 ‘백래셔(backlasher)’라고 하더라고요. 그 개념이 나오게 된 그 당시 시대적 맥락에서 살펴봐야 하는데, 그런 역사성이 간과된 채 사용되는 게 아닌가 우려가 들었어요. 그럼 우리가 이 백래시라는 개념이 어디서 나왔는지 글로 풀어내보자고 논의해서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라는 책을 기반으로 스터디를 하고 창간호를 내게 되었습니다.
팔루디는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까지의 제2물결 여성운동 이후 1980년대 미국에서 신보수주의 경향이 우세해지면서 여성들이 인권 관련 목소리를 낼 때 ‘남자품귀현상’, ‘불임유행병’ 등의 말로 여성의 불행을 페미니즘 탓으로 돌리고 ‘페미니즘의 의제는 여성에게 해로운 것이다.’라는 식으로 여성들에게 안티페미니즘과 포스트페미니즘 내재화시키는데, 그렇게 여성들의 목소리를 무화시키는 것이 바로 백래시라고 밝히고 있어요. 그러니까 백래시를 정의하는 데 있어서 개개인의 행위보다 그 당시 사회‧문화적 맥락이 중요한 거죠. 개별 글에서 그런 논의를 쭉 이어나가면서 아웃트로에서 강조하려고 했던 것은 이것이 아니면 저것, 종속이 아니면 해방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혹은 모든 억압의 소멸이라는 종결성의 정치보다 생산적이고 다층적으로 접근해야 된다는 거였어요.
= 연주 : 팔루디의 책으로 저도 세미나를 했었거든요. 매주 한 챕터씩 읽는데 꽤 오래 걸렸던 거 같아요. 사례가 너무 많이 나열되어 있다 보니 책을 읽다보면 헤매잖아요. 나중에 왜 이걸 다 읽고 있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창간호를 읽으면서 저도 전에 읽었던 걸 정리했던 거 같아요. 각 글의 댓글을 봤을 때 탈코르셋 부분에 댓글 많더라고요. 최근 페미니스트 사이에 갈등이 드러난 부분이 탈코르셋 논의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탈코르셋 논의에 대해서 혹은 그밖의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페미니스트 사이의 갈등 혹은 페미니즘 관심 없는 여성과의 갈등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 강물 : 탈코르셋 글은 진정한 ‘탈코룩’이 있는 게 아니고 그 사람이 처한 그 당시의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는 논지였어요. 우리 몸도 세포 하나, 혈액 하나가 순간순간 바뀌고 몸이 처한 시간도 계속 흐르고 유동적인 상황에서 단발을 하든 숏컷을 하든, 펑퍼짐한 바지를 입든 그게 ‘진정한’ 탈코르셋이라고 할 수 있을지, 우리는 오히려 ‘탈코’를 한 뒤에 다른 상상들이 필요한데 그냥 같은 자리에 멈춰있는 게 아닌지, 아쉬운 생각이 들어요. 탈코 실천을 부정하는 게 아니고 그 실천의 의의나 의미도 잘 알고 지지하지만 다른 논의도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걸 통해 오히려 탈코가 다양하게 이야기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던 건데 그거에 대해 날선 반응이 있었던 거죠. 아무튼 어떤 글을 쓰든 갈등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고 그런 갈등으로부터 오히려 더 많은 논의가 나올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그러한 댓글이 오히려 다음 글 연재에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조금은 다른 상상, 논의의 지평 넓히기
-제2호 『‘가족’ 이후에 무엇이 오는가』에 대해
= 연주 : ‘가족’이라는 것은 늘 많은 생각을 하게 하잖아요. 그래서 『‘가족’ 이후에 무엇이 오는가』라는 기획을 봤을 때 Fwd에서는 어떤 논의를 할지 궁금했어요. 우선 그냥 크게 여쭤볼게요. 두 분이 생각하는 ‘가족’은 무엇이고 가족 이후에 무엇이 올까요?
- 보라돌이 : 저희가 이 기획을 하면서 세미나하고 회의할 때에도 막막함에 많이 부딪혔던 거 같아요. ‘가족’이라는 말 자체도 너무 넓고, 이런 가족이 있어야 한다, 이런 가족은 해체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 같고. 그래서 3호 기획 세미나 했을 때도 어떤 답을 내리기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가족을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아웃트로에서도 고백했듯이 기획은 했지만 뭔가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다만 각자 조금씩 고민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됐던 거 같아요.
- 강물 : 가족 이후를 다루면서 ‘가족이 해체되어야 한다’ 혹은 ‘유지되어야 한다’ 이런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기보다는 다양한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가족이라고 하면 정상가족과 관련되어서만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이 사회에서 주변을 잠깐만 둘러봐도 정상가족의 형태로 사는 가정이 그렇게 막상 흔하지 않거든요. 만약 흔하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가족의 삶을 잘 못 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어떤 가족, 대안적 관계가 있을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고. 가족이라는 정의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가족에 대해서는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해봐야겠다는 정도의 결론에 도달했어요.
= 연주 : 가족에 대해 떠올리는 상 자체가 각자가 달랐을 거 같아요. 제 주변에 가족이 아닌 다른 식의 공동체를 상상하고 운동을 해나가시는 분들이 계셔서 처음에는 그런 분들을 떠올렸었다. 그런데 글을 읽어보면 제가 상상한 것보다 약간 온건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그런 광범위한 질문을 드려봤던 거 같아요.
- 보라돌이 : 1호 기획은 ‘백래시’라는 구체적인 개념이 있고 그걸 향해 좁혀진 문제의식이 있었는데, 2호 기획인 ‘가족’은 너무 광범위하고 각자가 생각하는 가족이 다 달라서 온건하게 퍼진 기획이 되었던 거 같아요.
- 강물 : 그래서 ‘가족 이후에는 가족이 온다.’라고 농담처럼 얘기했는데 사실 그 가족 이후에 오는 가족은 같은 가족이 아닌 다른 가족이라는 게 핵심이죠.
= 연주 : 강물님은 ‘모성’에 관심 있다 하셨는데 가족에서 또 핵심이 모성이잖아요.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다 의탁하고 모두 엄마를 원망하는 이런 이상한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 강물 : 페미니즘 연구에서 ‘모성이 만들어진 것이다.’라는 건 많이 이야기하는데 모성을 경험하는 여성들은 어떤 마음이나 어떤 생각을 할지, 어떤 감정에서 그런 모성을 느끼는지 정작 그거에 대한 질문은 오히려 많이 소거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가령,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아녜스 바르다의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를 정말 재미있게 봤거든요. 거기에 두 여자가 나오는데 한 여자가 “공이 되는 느낌이야.” “빵이 되는 느낌이야.”라며 임신한 느낌을 노래로 표현하는데 그런 것들이 너무 신선한 거예요. 임신, 출산, 육아 과정들이 마냥 여성에게 이롭지 않다거나 억압적이라고만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개개인마다 너무나 다른데 여성들에게 그게 어떤 경험으로 다가오는지 어떤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좀 많이 부족해서 그런 것들이 앞으로 더 많이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또 한편으로 상상이 쓴 대리모 관련 글(*주4)에서 대리모와 대리모에게 DNA와 유전자 제공하는 사람들, 브로커 등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해볼 수 있을까를 얘기해요. 그런 걸바라볼 때 주로 억압 또는 해방, 행위자, 주체성 이런 식의 키워드만 엮여서 논의하는데 그런 것뿐만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도 많이 논의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저는 난임 여성 관련해서 앞으로 연구할 생각이라 그것도 주의 깊게 보고 있어요.
= 연주 : 2호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이 아니라 조금 다른 시각으로 퀴어나 이주여성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느꼈어요. 강물님이 쓰셨던 글에서도 보통 이주 여성하면 떠올리는 면이 아니라 다른 주제인 ‘이중언어교육사업’을 택하셨잖아요. 그리고 그 주제를 다루는 관점도 조금 남다르다고 느꼈어요. 어떤 제도나 정책이 이주민에 대해 ‘동화주의’에서 벗어난 것만 해도 상당히 발전한 거라고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관점이 있는데 그런 정책에 대해서 비판적인 관점으로 글을 쓰셨어요.
- 강물 : 그 글은 직접 필드워크 해서 쓴 글을 각색해서 연재를 한 거예요. ‘글로벌 모성’이라는 키워드는 저희가 만들어서 쓴 건거고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국제적 무대에서 엄마의 언어와 아빠의 언어 두 가지 다 쓰면 당연히 좋은 거 아니냐, 엄마한테도 좋고 자녀한테도 좋은 거 아니냐, 그러는데 사실상 그 안에서 국가의 책임을 엄마의 책임으로 전가시키는 문제가 있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그 글에서 좀 더 담아내지 못했던 부분은 엄마들도 어떠한 면에서는 그런 정상 가족이나 글로벌 정책들을 통해서 자녀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는 거죠. 의도적으로 그런 데 참여하려 했던 분들도 있는데 지면상 그것까지 다 쓰진 못했어요. 그 대신 이 글을 쓴 의도는 결혼이주여성이라고 하면 너무 가정폭력이라든가, 인권, 일자리 문제 등만 논의되는데,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논의의 지평을 조금이라도 넓히고 싶었어요.
= 연주 : 보라돌이님은 아시아 쪽에 관심 있다고 하셨는데 지금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요.
- 보라돌이 : 저는 지금 구체적으로는 한국으로 워킹홀리데이를 온 대만 여성들에 대해 쓰고 있어요. 워킹홀리데이 하면 거의 호주를 떠올리는데 한국에도 2010년대 들어서 워킹홀리데이를 오는 친구들이 많이 있거든요. 제 주변에도 우연하게도 한국에 워킹홀리데이를 오는 대만 여성들이 많아서 관찰을 하다가 문제의식이 생겼어요. 이주여성이라고 하면 방금 말한 것처럼 결혼이나 노동, 경제적 이유 때문에 이주하는 걸 많이 떠올리는데 사실 그렇지 않은 이주들도 있다는 것, 그걸 먼저 좀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또 그게 한류가 확산되어서 한국에 대한 환상을 갖고 온다고만 설명되는데 아닌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또 같은 아시아 여성이라도 국적에 따라 차별적으로 대해요. 동남아 여성들은 자국에서 교육도 많이 받고 한국어도 잘 하고 시험을 열심히 봐도 비자를 얻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보면 대만이나 홍콩, 일본 이런 나라의 사람들은 한국에 쉽게 들어오거든요. 또 이런 동남아시아 이주여성들이 보통 농장, 공장, 식당 그런 데에서 일하는데 반해 경제적으로 조금 나은 국가에서 온 여성들은 제가 보기엔 한류 산업에서 일을 많이 하는 거 같아요. 아이돌 굿즈를 파는 곳이나 경복궁 근처 한복집, 성형외과, 면세점 같은 곳에서 중국 손님들 통역하는 일 같은 거요.
= 연주 : Fwd는 어떤 방식으로 기획을 하는지 궁금했어요. 스터디도 한다고 했는데 각 호마다 기획이 있잖아요. 키워드를 어떻게 정하고 어떻게 스터디를 진행하고 글의 배분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어요.
- 강물 : 연구를 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다보니까 관심 분야들이 많아요. 그래서 회의를 해서 생각을 공유하고 큰 주제나 개념어를 정해요. 그 다음에 책이나 논문 등 교재를 정해서 오픈 세미나를 하고, 세미나를 하면서 들었던 고민을 나누며 평소에 이와 관련돼서 쓰고 싶었던 글이 있던 사람들은 그런 의견을 밝히고 필진을 구성해요. 필진이 구성되면 필진들끼리 많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아니면 한 달에 두어 번 이렇게 모여서 피드백을 하고요. 필진이 아니어도 편집 때 온라인상에서 문장 하나하나 피드백을 하거든요. 그렇게 해서 다같이 참여하고 있는 형태에요. 글이 다 올라가기 직전까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래서 저희가 “집단지성으로 자생한다.”라는 표현을 하는 게 정말 그 이유거든요. 글의 필자로 올라가지 않더라도 그런 식으로 다 같이 참여하는 시스템이다 보니까 한 사람의 이름으로 올라가지만 공동의 작업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 연주 : 마감은 다들 잘 지키시나요?
- 강물 : 원래 며칠 전까지는 초고를 완성하고 피드백 받은 다음에 수정해서 언제까지 올리자. 그런 메뉴얼을 정했는데 1호 때에는 조금 쉽지 않았던 거 같고 2호 때에는 쉽지 않았지만 노력은 해봤어요.
- 보라돌이 : 기적적으로… 그 전날까지도 안 되겠다 싶었는데 기적적으로 올라가지더라고요.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거 같아요.
- 강물 : 최대한 머리를 같이 쥐어짜며 하다보니까….
- 보라돌이 : ‘펑크는 절대 안 된다!’ 그러면서.
= 연주 : 다 나온 상태에서 한꺼번에 올리는 방식이 많잖아요. 그런데 Fwd는 글 하나하나가 시간차를 두고 올라오는 게 신선하고 좋았어요. 올라온 글 한 편에 집중하며 읽을 수도 있고 독자들의 유입도 꾸준할 거 같아요.
- 강물 : 어떻게 해볼까 고민 많았는데 어느 정도의 양을 넘어가면 사람들이 지쳐서 유입률이 떨어지고 맨 처음 글만 보고 그 뒤의 글은 잘 안 보게 되거나 몇 개만 뽑아서 보거나 그러잖아요. 그래서 매주 하나씩 올리되 이거에 정말 책임을 다해서 집중을 하자고 해서 이렇게 지금의 상태가 되었습니다.
= 연주 : 그래서 어려운 점은 매주 마감이 있다는 거죠. 매주 다 같이 집중하려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 보라돌이 : 정말 쉽지 않죠. 지금까지 해온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지속 가능할 것인가 고민하게 된 거 같아요.
= 연주 : 제가 생각했던 방식은 마감일은 하나고 한 사람이 수합된 원고를 갖고 있다가 날짜만 다르게 하나씩 올리면 어떨까 생각을 했었어요. 물론 그걸 악용할 사람이 있겠지만.
- 강물 : 맨 처음에 저희도 올리는 건 그렇게 하되 모든 글은 인트로 올라가기 전에 어느 정도 완성하자고 했는데 글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시간을 두고 보면 계속 고쳐야 되는 부분이 보이고 거기서 또 수정하다보면 다시 돌아오는 맹점이 있기도 하고. 그래도 회의를 하고 있는 부분이 지속가능한 형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이렇게 글을 올리다보면 필진들도 에너지가 고갈될 것이니까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보자, 이런 걸 많이 대화하고 있어요.
- 보라돌이 : 그런데 원고를 미리 완성해두고 한꺼번에 내보내면 독자들에게 충분히 반응을 못하는 거 같아요. 특히 저희 글 중에 아웃트로는 기획된 글이 다 나오고 나서 댓글도 다 본 상태에서 썼기 때문에 독자의 반응에 바로 대응하고 소통할 수 있었는데 그 점이 좋다고 생각해요.
= 연주 : 웹진의 장점이 바로 그거 같아요. 글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고 그거에 대한 반응을 할 수도 있고. 아무래도 빠르죠.
- 보라돌이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던져두고 도망가는 게 아니라.
= 연주 : 문체에 대해서도 고민한다고 하셨는데 “대중과 연구자의 사이에 서서 페미니스트 대중의 이야기와 페미니즘 이론의 언어를 잇는 글”, “에세이보다는 분석적이면서 학술논문보다는 가벼운 글”(*주5)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특히 종이매체가 아니고 웹진이라.
- 강물 : 아무래도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장벽이 생각보다 높거든요. 가령 저의 예를 들면, 엄마랑 페친인데 제 글을 공유하면 엄마는 관심이 많아서 읽어보려고 시도하지만 맨날 하시는 말씀이 “네가 하는 소리는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거든요. 그러면 그때마다 풀어서 설명하는데 그 부분이 아쉽기도 해요. 그래서 줄타기를 계속 하고 있는 거 같아요. 어떤 개념을 쓸 때 적확한지도 고민하지만 난이도도 고민이에요.
= 연주 : 저도 글을 쓰고 엄마한테 읽어봐달라고 하거든요. 전공자가 아닌 우리 엄마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을 고민하는 편이에요. 관객 대중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비평지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런 거 같아요. 포워드는 웹진이라는 점에서 종이로 된 월간지를 내는 저희보다 더 애매하잖아요. 그래서 고민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보라돌이 : 저희들 피드백 중에 ‘이건 논문 말투라서 안 된다’ 이런 것도 있었어요.
= 연주 : 맞아요. 비평가들도 연구자인 경우가 많거든요. 비평을 쓰면 논문이다. 논문을 쓰면 비평이다. 이런 게 아무래도 너무 힘들어요.
- 보라돌이 : 스위치 전환 정말 어려워요.
- 강물 : 그런데 때로는 그런 경우도 있는 거 같아요. 가령, 버틀러 책도 어렵고 난해하다고 하는데 글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죠. 그렇지만 그런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게 아닐까, 스스로 이해하기보다는 설명의 책임을 타인에게 묻고 정당화를 요구하는 건 아닌가 고민도 있어요.
= 연주 : 기획과 발간의 어려움은 없으신지 궁금하네요. 필진들의 원고료는 어떻게….
- 강물 : 저희가 오히려 회비를 내면서 쓰고 있고요. 후원은 이곳저곳에서 종종 들어오는데 연구자분들이 격려 차원에서 해주고 계세요. 그래도 아직 많이 부족하니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주6)
- 보라돌이 : 외부기고는 원고료가 책정이 되어 있어서 지급하고 있어요.
= 연주 : 글도 노동력을 투입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정당한 대가가 없으면 지치더라고요.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이걸 하기 위해서 다른 일을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도 있고. 그리고 웹진이라고 돈이 안 들어가는 게 아니잖아요. 구축하고 유지하고 홍보하고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아무래도 후원이 많이 필요할 거 같아요.
『Fwd』 3호를 기다리며
= 연주 : 3호 기다리는 독자로서 다음 기획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한데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지금쯤이면 기획과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다음 기획이랑 발간 시기 등을 미리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 보라돌이 : 2호가 끝나고 회의를 했는데, 필진들이 다들 대학원생이고 학기 중에 진행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약간 시기를 늦추기로 했어요. 그 사이를 외부기고나 특별연재 등으로 채우려고 해요.
- 강물 : 템포를 늦추고 좀 더 길게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더 오랫동안 할 수 있으니까요. 다음 기획은 그렇게 미뤄놓았지만 저희가 또 일 벌리기 선수들이라 이것저것 또 쓰고 싶은 건 많은 거예요. 그래서 비평의 형식으로 계속 쓰고 있어요.
- 보라돌이 : 하나의 기획은 완결성이 있어야 하지만 비평은 그때그때 쓸 수 있어서요.
- 강물 : 그것도 그렇고 외부기고도 받고 있으니 제안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페미니스트 SF읽기’ 대담도 계속 연재될 테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연주 : 그럼 3호 발간은 언제쯤으로 예상하면 될까요?
- 보라돌이 : 3호는 내년 상반기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 연주 : 마지막으로 질문을 드리자면 앞으로의 계획이나 개인적 소망이 궁금합니다. Fwd의 구성원으로서 혹은 그냥 개인적인 것도 좋습니다.
- 보라돌이 : 저는 한창 미래를 고민하다가 일단 고민을 논문 이후로 미루고 있어요. 아시아, 여성, 이동 이런 쪽으로 관심사를 넓히고 또 심화시키고 싶어요. 포워드에도 그렇게 참여하고 싶고요.
- 강물 : 저희 Fwd에는 생업이나 각자의 연구가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쉬어가는 것도 있거든요. 제 개인적인 바람은 무사 졸업이고요. 그리고 이 공동체가 좀 더 오래, 꾸준히 연구 집단으로서 가길 바라는 마음이 들어요. 지금보다 힘을 빼고 가더라도 서로 간의 교류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가 됐으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다들 관심사가 비슷했다가 점점 달라졌는데 각자의 필드에서 열심히 활동하면서 기고도 하고 다양한 논의를 공유할 수 있는 관계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연주 : 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3호가 나오기까지 특별기고와 비평 읽으며 기다리겠습니다.
- 보라돌이, 강물 : 감사합니다. □
* 주
1) 「결혼이주여성과 ‘글로벌 모성’ 프로젝트」 https://fwdfeminist.com/2019/08/21/vol-2-6/
2) 「[2019 SIWFF] 쟁점포럼 스케치: ‘여성 몸들’은 어떻게 배치되는가? 클럽, 룸, 밀실에서의 여성들」 https://fwdfeminist.com/2019/09/11/culture-3/
3) 「기획의 변」 https://fwdfeminist.com/2019/07/17/vol-2-1/
4) 「‘대리모’를 여성주의적으로 사유하기」 https://fwdfeminist.com/2019/08/28/vol-2-7/
5) 「Fwd 창간호 「백래시」를 닫으며」 https://fwdfeminist.com/2019/05/29/vol-1-8/
6) Fwd 후원하기 https://fwdfeminist.com/supportfwd/
글쓴이. 유연주 (연극평론집단 시선)
- 누구든 소외되지 않는 연극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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