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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문화의 판을 바꾼다 - 소셜아트크루 <Eldorado>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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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0. 9. 2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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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하고 있는 고민이고, 누군가는 했었던 고민이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저희와 같은 세대의 여성이라면, 저희와 같은 세대를 지나갈 여성이라면, 여성의 문화를 이해하고 싶은 대중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고민들이고 질문들이라 생각해요. 때문에 스스로를 단단하게 하는 데 저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ACT! 122호 페미니즘 미디어 탐방 2020.10.15.]

 

여성 문화의 판을 바꾼다

- 소셜아트크루 <Eldorado>

 

인터뷰 진행: 김세영 (ACT! 편집위원)

녹취 및 작성: 박동수 (ACT! 편집위원)

 

 

불편함 없이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은 얼마나 될까? 지난 2, “성적 대상화되지 않은 여성 본연의 모습으로, 여성들 스스로가 온전히 주인공일 수 있는 공연이 우리 곁에 찾아왔다. 여성문화의 판도를 바꾸기 위한 첫걸음으로 소셜아트크루 Eldorado가 선보인 첫 번째 프로젝트인 <SWOP2020 vol.1>는 보컬, ,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의 복합 문화 공연으로 천여 명의 관객들의 아낌없는 환호 속에서 진행되었다. 기존의 남성 중심적인 공연 문화를 넘어서는 새로운 공연 문화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준 Eldorado팀은 이어 두 번째 프로젝트로 다큐멘터리 <SWOP: 판을 바꾸는 여성들>를 제작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다큐멘터리 작업을 통해 무엇을 기록하고, 어떤 것을 말하고 싶은 걸까. 공연부터 다큐멘터리 제작까지 이어지는 활동들에 있어서 문화, 여성, 에 대한 Eldorado의 이야기가 궁금해 인터뷰를 청했다.

 

 

= 세영 :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본인 소개 및 Eldorado(이하 엘도라도)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 서희 : 엘도라도 영상팀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이서희라고 합니다. 다큐멘터리 기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주영 : 저도 같은 팀에서 일하고 있고요, 영상 팀에 두 번째로 합류했습니다.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하면서 팀장님을 계속 쫓아다니고 있습니다. (웃음)

- 조조 : 저는 엘도라도에서 공연 연출을 맡고 있는 조조라고 합니다.

- 한별 : 엘도라도 대표 강한별이라고 합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기획, 제작, PD를 맡고 있습니다. 연출은 영상 팀 4명이서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엘도라도는 여성 문화의 판을 바꾼다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는 소셜아트크루입니다 사회적인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예술이라는 것의 기본적 의미가 세상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질문하는 것이라 했을 때, 엘도라도는 사회적 고정관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고착화된 이미지들에 도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왼쪽부터 서희, 주영, 한별, 조조

 

= 세영 : 어떤 계기를 통해서 엘도라도 활동 및 SWOP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 한별 : 엘도라도라는 팀을 처음 만든 것은 제가 아니에요. 팀이 만들어지는 단계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수익, 판매해야 했어요. 저희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일회성 프로젝트를 벗어난 범주의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업자가 필요했어요. 제가 대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팀을 단단하게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제가 했던 생각이 있어요.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어떤 단체를 조직하고 활동하는 것을 꾸준히 해왔는데, 돌이켜보면 프로젝트들이 파편화된 조각들로만 남아있더라구요. 그러다보니 누군가가 소진되는 형태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았고요. 결국에는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관계성에만 의존해서, 그 관계로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가는 경우들이 많이 보였어요. 저는 이를 묶을 수 있는 단체를 원했어요. 2016~2018년을 거쳐오며 여성들의 목소리에 힘이 생기기 시작했고 임신중단합법화 시위 비웨이브,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불편한 용기 등이 있었습니다. 이를 지켜보며 제가 계속 의문이었던 지점이 하나가 있었어요. 그게 무엇이냐면, 여성들이 무언가를 하면 굉장히 잘 하고, 열심히 하고, 결과값도 좋아요. 그런데 그런 활동들이 사회운동의 형태에 국한되어 있다 보니까, 결국 한계, 지침, 매몰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더라고요. 때문에 이런 상황이 여성들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단계에서 사람들이 많이 변화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가령 저희가 옆에 있는 사람에게서, 지금 이 사람이 살고 있는 시간이 행복해 보일 때 그 사람을 보고 만족감을 얻듯이, 그러한 경험을 문화라는 관점에서 제공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 세영 : 엘도라도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27명의 여성이 모여 만든 소셜아트크루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영화인, 디자이너, 무용가, 작가 등의 다양한 분야에 계시는 분들을 모아 팀을 꾸릴 수 있었는지, 팀을 꾸리실 때에 힘든 지점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서희 : 질문을 받고 놀랐는데, 이게 저희 다큐멘터리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지점이에요.

- 한별 : 가장 큰 것은 많은 여성들이 그러한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는 거에요. “하고싶은데?”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고, 각자가 지닌 역량은 다 다르고, 그런 상태에서 굳이 내가 나서서 모험을 시작하기에는 미지의 영역도 많고, 생업도 있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설득해서 팀원들을 섭외하게 된 것 같아요. 누군가와 작업하면서 이 사람이랑 다른 것도 해보고 싶다,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다는 경험이 축적되잖아요. 이 사람의 니즈나 욕구를 건드려서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섭외를 진행했어요. 모두가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 해주길 바랬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여주시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섭외를 하지 않은 분들도 같은 마음으로 시작한 것 같아요. 이름을 알리고자, 있어보이는 것을 하고자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이게 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모인 것이라는 게 엘도라도라는 팀의 완성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주영 : 저도 비슷해요. 이미 한 번 여성연대를 중요시하는 모임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이 소개를 시켜줬습니다. 저도 이러한 활동을 기다리고 있었고, 조직화되고 지속가능한 형식으로 여성주의 프로젝트를 하고 싶었지만 혼자 진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엘도라도라는 팀을 알게 되고 바로 지원을 하게 되었어요. 와 보니까 거의 다 아는 사람들이더라구요. (웃음) 그런 식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기반을 다져오고, 이런 프로젝트를 열심히 해왔던 사람이 기반을 만들어내고, 안 해봤던 사람들도 참여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것 같아요.

- 서희 : 저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여러 활동을 하다가 한별과 주영을 만나게 되었었어요. 저는 범죄와 관련한 페미니즘 활동을 꾸준히 해오다가, “이걸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인가?”라는 회의감이 들며 냉소적으로 변해갈 즈음에 엘도라도 팀에게 연락을 받았어요. 재밌는 것을 해보자는 말이 끌리더라구요. 사람들을 가장 내밀하게 바꿀 수 있는 게 문화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되었어요. 영상 팀을 꾸릴 때는 저 스스로 어려운 부분이 많았는데, 그 과정에서 여성 인력이나 여성 리더 등에 대해 이야기들이 하고 싶어졌어요. 이 이야기가 다큐멘터리의 2부의 주된 내용이 될 것 같아요. SWOP 다큐멘터리가 무언가 정답을 보여준다기보단, 새로운 해답들에 대해 사람들과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SWOP: Seoul WOmen’s Playground | 공연]

= 세영 : 올해 2월에 진행된 첫 번째 프로젝트 ‘SWOP’ 공연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 한별 : SWOP 공연은 Seoul Women’s Playground의 약자예요. 페스티벌, 파티, 콘서트 등 사용할 수 있는 단어들이 많이 있었지만, 저희가 Playground라는 이름을 선택한 이유는 여성들이 마음껏 거닐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판이 있었으면 했기 때문이에요.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 기획하는 사람들, 제작하는 사람들, 이런 것을 알리고 즐기고 싶은 사람이 모두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바랬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모두 여성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여성이야!”라고 주장하는 것보다는, 저는 여성이니까 제 말이 여성의 시각이고 목소리잖아요. 때문에 그러한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등장하길 바랬어요. 그런데 이런 경우 종종 타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사회적 낙인을 찍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그 장애물들을 넘어서는 도전을 할 수 있을지 생각했어요. 이러한 고민 속에서 저희가 어떤 판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담아 정해진 이름입니다.

- 조조 : 덧붙여 말하자면, 저 개인적으로는 이 공연이 여성들에게 국한되지 않았으면 했어요.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이 모든 대중이라는 틀 안에서 우리 공연이 멋있고 재밌고, 공연을 하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 행복할 수 있게 진행되길 바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잘 진행되었다고 생각하고요. SWOP이라는 공연에서 저희가 하는 것은 놀이판을 만드는 것이고, 그것을 앞으로 더 많은 공연이나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진행하고 싶습니다.

 

▲ SWOP: Seoul WOmen’s Playground 포스터 (사진 : Eldorado 텀블벅)

= 세영 : 여성 아티스트의 가치를 확산시켜 새로운 문화의 판도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공연을 준비하시면서 어떠한 지점들을 고민하셨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요? 작업에 영향을 준 요소가 있었다면요?

- 조조 : 지금 매체에서도 많은 창작자, 아티스트들이 있잖아요. 그 중 다수는 아이돌이나 남성 아티스트들이고, 많은 대중들이 바라보는 남성 아티스트들이 하는 것을 저희도 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이 상황이 왜 그럴까 생각을 해봤는데, 제가 생각하기에 여성주의가 중심이 되면 너무 진지해보여요. 어떤 학문처럼 느껴지고, 어렵고, 그것을 왜 해야되냐고 반문하는 여성분들도 있죠. 저도 여성주의적 관점의 문화 활동에 관심이 있지만 저에게도 어려운데, 기존의 대중들에겐 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냥 멋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와 상관없이 대중 앞에 섰을 때 즐거움을 주는 사람, 영감을 주는 사람, 멋있는 사람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보여질지 고민했던 것 같아요. 저는 제가 멋있어보였으면 싶었거든요 (웃음)

- 주현 : 여성들이 모여 만든 무대는 최고다. 라는 생각이 관객분들 머리에 자동으로 스칠 수 있도록 영상에 온 힘을 다했습니다. 경험은 없었지만, 백그라운드 무대 영상을 제작할 때는 아티스트분들이 빛날 수 있는 퀄리티로 만들려고 유튜브에서 멋진 무대 영상을 많이 찾아보면서 진행했습니다.

- 서희 : 영상팀은 무대영상을 만들고 홍보 영상을 제작했는데, 저희에게 영향을 줄만한 것을 찾기 어려워서 힘들었어요. 대신 팀원들이 일하는 모습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어요. 처음 진행하는 공연이기도 했고, 공연 홍보용 영상이 없었기 때문에 소스를 사야하나 하는 고민도 했었죠. 많은 레퍼런스를 찾다가 여성에 대한 것들은 항상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에 평화로운 분위기가 많은 거에요. 이런 게 ‘Playground’라는 것과 맞나 하는 고민이 많았죠. 그렇다고 그 반대로 쌘 것만 할 수는 없고요. 이 지점에서 팀 내는 물론 다른 팀들, 대표님과도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했어요. 대표님이 말한 선택지라는 것이 조금 다른 어감일 수도 있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많이 해보고 싶었고, 기존의 여성성과 우리가 주장하는 여성성이 합쳐지는 지점은 없을까를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 조조 :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하나 더 있어요. 기존의 공연에서 아티스트를 섭외할 때, 아티스트들은 기존 기획자들에게 어떤 모습을 요구받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그냥 하고 싶었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으면 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해주셨고요.

 

= 세영 : 공연을 진행하셨을 때에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여, 공연 준비와 더불어 뜻밖의 어려움들을 많이 겪으셨을 것 같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 주영 : 다큐멘터리는 다행히 텀블벅 일정이 미리 넉넉하게 잡혀서 편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공연 준비할 때는 그렇지 않았어요. 장비도 팀원이 개인 장비를 가져와 촬영했고요. 팀원이 아팠던 날 촬영이 끝나고 그 분의 어머님이 그 분을 데리러 온 적도 있어요. 저희는 대체인력이 없기 때문에, 어머님 얼굴을 뵙고 제가 다 미안하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코로나19는 사실 생각보다 큰 어려움은 아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공연이 조금만 더 늦었어도 진행을 못 했을 것이에요. 공연이 219일이었거든요.

- 조조 : 공연 3일 전 리허설 회의를 할 때 신천지 관련 속보가 떴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감소세여서 곧 끝나는구나 했었고, 사실 당시에 코로나19가 무엇인지도 정확히 몰랐죠.

- 한별 : 코로나19에 대해서 지금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방역수칙도 있고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도 있죠. 물론 사람들의 심리가 얼어붙어 있는 것들에 대한 어려움은 극복하기 어렵지만요. 그때 당시에는 준비를 하는 저희와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들 모두 코로나19를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코로나19에 대한 많은 루머들이 떠돌고 있었고요. 그러한 상황 속에서, 출연자 중 한 분이 그냥 공연 취소되면 그냥 버스킹하러 나가자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만큼 아티스트들에게도 무대가 간절했고, 저희도 준비한 것이 아깝고 아쉬웠죠. 그리고 공연을 위해 계약한 업체들이 코로나19를 천재지변으로 봐주지 않았어요. 저희는 자본이 있어서 시작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한 현실적인 문제들도 있었죠. 또한 어떻게 대처 해야 관객들이 충분하다고 느낄 지, 안전하다고 느낄 지에 대해 감이 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준비했죠. 주변에 아는 간호사분들을 섭외하고, 체온계들을 구비하고, 스태프들이 사용할 마스크와 장갑 등 접촉을 줄일 장비들을 구입하고, 문진표도 준비를 했죠. 당시에는 표준 문진표도 없었고요. 이런 부분들이 어려웠고, 그 중에서 문진표 작성 때문에 입장이 지연된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어요.

 

▲ 사진 제공 : Eldorado

- 조조 : 사실 그게 가장 힘든 일이었어요. 당시에 30분이 공연 지연되었는데,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 스스로에게 화도 났어요. 그렇다고 관객들이 입장하기 전에 공연을 시작할 수는 없잖아요. 준비한 공연 오프닝을 더 많은 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공연계는 지금 정말 힘들잖아요. 망했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이고요. 작은 업체들은 소리소문 없이 다 무너지고 있고, 큰 업체들도 빚을 내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하지만, 대형 기획사, 소속사 등이 아니면 모두가 힘든 상황이에요. 가끔은 저희를 떠나서 이러한 현실 자체가 원망스럽기도 해요. 저희가 뭔가 해내기 시작할 때 이런 문제로 더 이상 진행을 못한다는 것이 원망스럽더라구요.

 

▲ 사진 제공 : Eldorado

- 서희 : 코로나19 외에도 힘들었던 점은, 대표님은 팀장인 저에게 뭔가 요구하기 힘들어했고, 저는 팀원들에게 요구하기를 힘들어했어요. 뭔가 진행되지 않아 딜레이가 되는 상황에서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다는 것이 힘들었죠. 다른 사람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됐기 때문이에요. 다들 본업이 있고, 따로 시간을 내어 여기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뭔가 딜레이가 됐을 때의 미안함도 있었어요. 그래서 조금 더 저희가 탄탄한 기반이나 자본이 있었다면 낫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했고요.

- 한별 : 저는 그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첫번째는 제가 돈이 많았으면 싶다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내가 신뢰도가 높고, 제가 뭔가 한다고 하면 대중들이 지지해주는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죠. 근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 팀원들에게 마음의 빚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잘 웃고 떠들거나 장난을 잘 치는 사람도 아니고, 관계가 너무 편하고 친해지면 상대방의 노력이나 에너지를 그 친함으로 쉽게 요구를 하게 될 것 같더라구요. 이런 게 제가 스스로 저에게 무서워서 같이 술 마시고, 친하게 장난치고 하는 것을 잘 못했던 것 같아요. 이런 게 아쉽고 미안했죠.

 

= 세영 : SWOP 무대를 기획, 준비, 진행, 마무리까지 진행하시면서 뜨거운 여성연대의 현장에서 뜻 깊고 뿌듯한 순간들이 정말 많았을 것 같습니다.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 한별 : 사실 신나는 순간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힘들어요.

- 조조 : 저는 처음에 팀원들을 마주한 날이 생각나요. 팀을 꾸릴 때 제가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는데, 회의 장소에 가니까 많이 본 사람들이 있는 거에요. 그런데 제가 여기서 아는 척을 하기는 애매하잖아요. (한별: 그 당시에 프로젝트 트랜드는 익명의 개인이 모이는 것이었어요) 그렇다보니 모두가 같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거에요. 이게 뭐하는 건지도 모르고 모인 느낌? 그날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는데, 자다가도 문뜩 그 상황이 생각나더라구요. 처음 기획회의를 할 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거에요. 버스킹을 하자는 것부터 500명짜리 공연을 하자, 3000명짜리 공연을 하자처음엔 이 사람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걸 할 수 있겠다고 하는 것인지 궁금하더라구요. 그런 순간부터 밤 새서 회의할 때, 밤 새서 프로필 촬영할 때, 분위기가 다운되니까 실없는 소리 할 때와 같은 순간들이 생각이 나요. 그런 순간들을 생각해보면 우리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공연 관객이 1000명이었는데, 1000명이 절대 적은 관객이 아니잖아요. 주변에 YES24 홀에서 1000명을 모았다고 하면 다들 놀라워해요. 자본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거든요. 이게 우리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그런 순간순간들이 저는 참 재밌었고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 사진 제공 : Eldorado

- 서희 : 저는 이게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연 일자가 다가올수록 압박감에 시달렸어요. 공연에 멋있는 요소들이 있는데 그것을 더 멋있게 보여줄 수 있는 백그라운드 영상이나 공연 사이사이에 들어갈 영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가 멘탈이 나가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성격인데, 바빠서 가지 못했던 리허설 영상을 보고 눈물이 나더라구요. 저 빼고 다들 너무 열심히 하고 있던 거예요. “다들 저렇게 열심히 사는 데, 제가 이걸 망치면 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그 순간이 정말 기억에 남아요. 공연을 준비하는 것이 힘들어 회의감이 들었을 때가 있었는데, 그럼에도 계속 진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게 그 순간인 것 같아요. 이렇게 내가 얻은 활력을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얻었으면 했어요. 지금 모두가 지쳐있는 상황이잖아요? 저도 그런 상황에서 많이 힘들었고요. 하지만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료들이 없었다면 저도 나가떨어졌을 거에요. 처음에 엘도라도 합류 제안을 받았을 때 문화와 공연이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을 그 순간에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공연하는 분들의 공연을 보면서도 많은 힘을 얻었고, 관객들이 그러한 힘을 그대로 받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주영 : 팀원들과의 에피소드도 많지만, 공연 당일에 무대 촬영 담당이었기에 그 기억이 가장 많이 생각 납니다. 아마 제가 가장 관객들의 표정을 가까이 본 스태프였을 거에요. 관객들이 표정이 평생 이 순간만을 기다려온 것 같았어요. 그리고 아직 마스크가 익숙하지 않았을 때였는데,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왔음에도 노래를 따라 부르는 그 눈빛들이 계속 기억나더라구요. 아티스트를 가까이서 본 것보다 관객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본 것이 더 기억에 남아요.

- 서희 :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은 것 같아요. 아티스트들이 관객에게, 관객이 스태프에게.

- 조조 : 하나 더 말하자면, 저는 아티스트들의 표정이 잊히지가 않아요. 저도 음악하는 사람이라 무대에 서 봤지만, 저런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는 어떤 느낌일까, 얼마나 행복할까 싶더라구요. 아티스트들이 표정이 너무 좋은데,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는 표정들이었어요. 연출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아티스트들의 그런 표정을 보는 게 너무 좋았어요. 노래를 하고 랩을 하고 춤을 추는 사람들이니까 그것으로 자신들의 느낌을 표현하는데, 그 때의 표정은 정말 처음 보는 표정들이었어요. 아티스트 하나하나가 모두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고, 이 무대에 섭외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아티스트 휘슬X행온 (사진 : Eldorado 홈페이지)

 

▲ 아티스트 올레디 (사진 : Eldorado 홈페이지)

- 주현 : 저는 아티스트분들의 사진촬영을 해야 해서 관객분들과 아티스트 사이에 공존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지리적으로 관객분들의 표정을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웠어요. 마스크를 썼는데도 그 너머로 느껴지는 환호성과 열정이 있어서 카메라를 종일 들었는데 아픈 줄 몰랐습니다. 공연 끝나니까 너무 아팠어요.

- 한별 : 저는 몇 가지 순간들이 있는데,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힘들어하는 스태프들과 상담을 하기도 했어요. 대표로서 제 일은 팀원의 역량을 알아내고, 그들이 최선의 컨디션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라 생각해요. 이를 위해 많이 노력을 했는데, 그렇게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분들이 많이 생각이 나요. 공연과 관련해서는, 공연장 문을 닫고 파란 조명이 켜지며 공연이 시작됐을 때 웅성웅성하던 사람들이 한 순간에 조용해지더라구요. 그러다 공연 인트로 영상이 딱 나오는 순간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는데, 이 공연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음에도 이 공연장에 나 혼자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영상이 끝나고 본 공연 인트로 영상이 나오는데, 앞에 나왔던 함성소리의 딱 세 배 정도의 소리가 나오더라구요. 그때 느꼈던 전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두번째는, 아티스트 분들도 이런 무대를 처음 봤다고 많이 해주셨는데 말보다도 무대에서 피식피식 나오는 웃음이 보였어요. 아티스트의 행복이 느껴질 때가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다른 스태프들은 각자의 포지션들이 있었지만, 저는 제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아무 말도 안 하니까. (웃음) 물론 일을 하러 다녔지만요. 그러면서 스태프들의 눈을 봤는데, 그 힘든 와중에도 눈빛이 엄청 반짝반짝한 거에요. 스태프들의 그런 모습들이 너무 고맙고 기억에 남습니다.

 

▲ 사진 제공 : Eldorado

- 혜미 : 저는 여성들이 사회의 대상화 짙은 시선을 벗어나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연을 바라고, 응원해 주신 관객분들의 연대에 벅찬 감정을 느꼈습니다. 더불어, 선례가 없는 공연을 성공적으로 올리기 위해 현업만으로도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 연대를 실천한 스태프, 아티스트 분들을 보며 정말 뜨거운 연대감을 느꼈습니다.

 

[SWOP: 판을 바꾸는 여성들 | 다큐멘터리]

= 세영 : 최근 두 번째 프로젝트, <SWOP: 판을 바꾸는 여성들>을 시작하신 것을 텀블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공연만으로 풀어낼 수 없었던 이야기들과 고민들,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들을 문화, 여성, 으로 나누어 다루고자 하셨는데, 특히 다큐멘터리작업으로 진행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서희 : 대표님 앞에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웃음) 공연을 진행하면서 굉장히 힘들었다고 생각을 했어요. 만드는 과정, 의사결정 과정, 모든 것을 토의하면서 설득이 되어야 진행하는 것이 저희의 강점이자 힘든 점이라 생각이 들었어요. 때문에 다큐멘터리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우리가 너무 잘 해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면서 너무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이것을 팀원들과 어떻게 해결해 나갔는지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가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해 보이고, 다들 한 몫씩 가져갔다고 보여질 수도 있지만, 저희 안에서는 힘들었고 힘든 과정을 해쳐 나왔어요.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겪는 게 저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문에 이를 진솔하고 직설적으로 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큐멘터리를 떠올렸고, 대표님과 다른 팀원들이 모두 동의를 해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 혜미 : 후원자, 관객, 아티스트, 스태프가 걸어온 길과 성취, 그리고 그 이면의 고민과 질문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저희 외에도 많은 분이 공연계, 넓게는 문화 예술계에서 여성의 활약과 고충, 장애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분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고, 저희의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기록과 의견 공유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가 다큐멘터리라 생각했습니다.

- 주현 : 영상팀으로서 영상에 대한 욕심이 발동했던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여성서사를 나누는 경험 자체에서 저는 연대를 느끼는데, 그것이 성공한 프로젝트이자 성공한 여성들의 경험이라면 이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나누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큰 용기가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 세영 : <SWOP: 판을 바꾸는 여성들> 다큐멘터리 작업에 있어서 어떤 지점들을 고민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주영 : 아무래도 다큐멘터리라는 게 현실을 그대로 담는 것이잖아요? 하지만 공연은 2월이었고, 당시엔 다큐멘터리 촬영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공연자들이 다큐멘터리에 동의를 한 것도 아니었고요. 때문에 당시를 회상하면서 다큐멘터리를 진행하다 보니 자료가 부족했습니다. 이런 것을 메꿔 나가면서 현실을 재현하고 저희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게 어렵긴 합니다. 그래도 잘 해가고 있는 것 같지만요. (웃음)

- 혜미 : SWOP에서 시작된 다큐멘터리이지만, SWOP 보다 먼저 존재했던, 이 공연을 기획한 여성들 '팀 엘도라도'를 조명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공연계가 아닌 타 문화 예술계 종사자 분들, 혹은 소비자 분들도 함께 공감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게끔 하고 싶습니다.

- 주현 : 아직 스토리보드의 단계이지만 짧게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에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애니메이션의 여성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할까, 어떤 형태를 보이고 있을까? 혹시라도 누군가를 소외시키지는 않을까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 다큐멘터리 <SWOP: 판을 바꾸는 여성들> (사진 : Eldorado 텀블벅)

 

- 한별 : 다큐멘터리를 하자고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엘도라도 팀을 구성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급부를 줄 수 없는 상황 그 자체였어요. 사실 이런 지점은 미안하다는 말이나 모두가 비슷한 노동강도로 일하고 있다는 상황으로는 이해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죠. 하지만 모두가 이를 이해해주고, 용인해주고,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필수적인 지출들이 있어요. 해결해야만 하는 급부들을 해결하지 못했을 때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잖아요. 저희가 그것을 바꿀 수는 없었어요. 많은 여성주의 관점의 프로젝트가 수평적인 구조를 요구하는데, 여기서 수평적이라고 할 때 그것은 인격과 관계성의 수평이지, 업무의 평등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업무의 평등을 요구하는 순간 그 팀은 흔들리다고 생각했어요. 각자의 역량이 다르고, 강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하면 업무가 하나에 치중되면서 균형이 맞지 않게 되더라구요. 엘도라도에서는 팀별 분업을 철저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여기서 오는 한계점도 분명히 있어요. 저희도 다큐멘터리를 진행한다고 했을 때 이것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했어요. 하지만 이를 실행하는 것에 있어서 어떤 팀은 훨씬 가중되는 업무를 수행해야 되고, 더 많은 압박과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마케팅의 관점이나 예술의 관점도 다르고요. 그런데 저희가 회사면 구성원에게 그에 맞는 역할을 당연히 요구할 수 있었겠죠. 엘도라도가 회사는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들 것에 있어서 서로서로 양보를 요구하고, 더 큰 에너지를 필요로 했던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 영상팀도 다큐멘터리 작업에 대해 간절히 원하면서도 너무나 피하고 싶은 양가감정이 있었을 거에요. 가장 많은 품을 들인 팀이고,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는 팀이기도 하고요. 저도 이를 지켜보며 아쉬움이 많았어요. 기록은 저희가 그것을 다시 보며 상기하고, 되돌아보고, 속된말로 뽕에 차는 것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이것이 앞으로 이런 일들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용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너무 남기고 싶었는데, 코로나19의 여파나,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사람들에게 그러한 콘텐츠로 다가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있었고요. 그럼에도 다큐멘터리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은 스태프들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매스 미디어에서 일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모든 포커스가 얼굴이 알려진 아티스트들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어요. 물론 그들의 노력이 그들을 그 자리에 있게 하는 것도 맞아요. 하지만 지금 전세계의 미디어는재화의, 관심의 편중이 확연히 차이가 나요. 가려져있는 스태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공연을 했을 때 그것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그 안에 스태프들의 수많은 노력, 열망, 서포터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해요. 충분하진 않았더라도 최선을 만들어낸 스태프 개인들의 크레딧을 찾아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영상팀에게 다큐멘터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요청을 하기도 했습니다.

- 서희 : 영상 팀에서도 찍어 둔 것들이 아까워 어떻게 활용을 할까 고민하고 있었어요. 이를 유튜브에만 올린다면 스태프에게 돌아가는 크레딧도 없고요. 때문에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는 포맷이 필요했고, 그것이 다큐멘터리라 생각합니다.

 

▲ 사진 제공 : Eldorado

 

= 세영 : 현재 다큐멘터리 작업에 있어서 엘도라도의 업무는 어떤 체계로 돌아가나요? 공동연출을 하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팀 내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 및 진행하실 때의 프로세스가 궁금합니다.

- 서희 : 처음 다큐멘터리를 하겠다 하고 대표님과 연락을 했을 때, 무조건 공동연출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문에 다큐멘터리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 회의를 할 때 4명 모두의 동의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제가 좀 독재적인 성향이 있어서 이러한 부분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도 그런 과정이 누군가를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제안을 던졌을 때 제안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을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주고 더 좋은 방향으로 서로를 설득하게 되더라구요. 4인 공동연출이 결정되었을 때 싸움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고, 영상이나 예술에 종사하는 분들이 때문에 각자 자신의 생각이 확고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도 공동연출이 처음이고, 제가 팀장이기 때문에 처음엔 걱정이 많았어요. 이런저런 진행사항을 문서화하고 전달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네 명 모두의 생각을 모두 담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있었죠. 하지만 동료애를 통해 서로서로 양보하면서 진행하고 있고, 이러한 방식이 더 좋은 결과물을 내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서로 피드백을 많이 주고받으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 주영 : 공동연출이 잘 진행될 수 있는 이유가, 물론 언급하신 동료애도 있지만, 다큐멘터리를 전문적으로 연출해본 사람들이 없다는 점도 큰 것 같아요. 누군가가 경험이 있었다면 그 사람이 답답해서라도 주도를 하게 되었을거에요. 저희는 모두가 처음이기 때문에, 특히 저는 거의 관객에 입장에서 일을 진행하게 된 것 같아요.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대면으로 진행을 못하기에, 느슨해진다 싶으면 곧바로 화상으로 회의를 진행을 했었어요.

- 서희 : 회의할 때 서로를 설득시키는 과정이 정말 길어요. 최근에 회의할 때 30분 동안 제 말이 이해가 되세요?”라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팀원 중 한 명이 이것을 한 마디로 정리해주니 너무 좋더라구요.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실은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조율이 될 때 즐거운 것 같아요.

- 주영 : 사실 저는 그 말 못 알아들었어요. (웃음)

- 서희 : 이 맛에 잘 맞는 사람들끼리 팀플을 하는구나 싶었죠 (웃음)

- 한별 : 엘도라도 관점에서 조금 더 말을 붙이면, 영상팀은 다큐멘터리 제작에만 집중을 할 수 있도록만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영상팀이 모든 업무를 다 하게 된다면 엘도라도에는 영상팀만 남는 것이잖아요. 때문에 영상팀이 다큐멘터리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 자체에 집중한다면, 그 밖에 텀블벅에 홍보물을 올린다던가 하는 부분은 기획팀, 회계팀, 홍보팀, 디자인팀 등이 다큐멘터리를 제작 주변에 있는 업무들을 함께 하고 있어요.

 

 

[ 앞으로의 엘도라도 ]

= 세영 : 두 번째 프로젝트 <SWOP: 판을 바꾸는 여성들> 다큐멘터리가 너무나 기대됩니다. 앞으로 엘도라도의 세 번째, 네 번째 프로젝트 또한 기다려지는데요.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계시지만, 이후의 프로젝트에 대한 기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 한별 : 저희가 이 다큐멘터리를 잘 만드는 것이 우선 첫번째 목표입니다. 만약에 정말 많은 분들이 성원을 해주셔서 다큐멘터리 텀블벅 펀딩이 500%를 달성한다면 두 번째 SWOP 공연을 약속드릴 수 있도록 하는 게 그 다음의 목표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세 번째가 될지, 다른 게 세번째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저희가 가능한 역량 안에서 최대한 여성들을 만나기 위해 많은 것을 해보고 싶어요. 이런 게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다방면에서의 노력이 필요하고, 저희의 힘만으로 이어가기는 조금 힘이 들기에, 같은 열망을 가진 다른 많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세영 : 앞으로 엘도라도의 계획과 소망하고 있는 작업이나 방향성이 있다면요? 앞으로의 미래를 예상하며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 서희 : 저는 다큐멘터리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웃음)

- 조조 : 항상 대표님에게 말하는 게 있어요. 저는 이 공연이 여타 다른 페스티벌처럼 지속되는 하나의 공연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엘도라도가 대한민국 최고의 공연기획사로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 한별 : 그럴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업계 전체가 너무 가라앉아 있어서저는 미시적인 관점에서, 저희가 지금까지 손댔던 품이 많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보다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어요. 고정관념일지도 모르겠지만 문화라는 게, 현장감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잖아요? 그런 감각은 관객이나 아티스트 모두 마찬가지이고요. 이를 한번 느꼈던 사람은 그것에 대한 열망을 품게 되거든요. 이를 느낄 수 있는 방향이 지금의 시국에서도 어떤 식으로든지 발전할텐데, 그런 방향 안에서 엘도라도도 함께 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루기 쉽지 않은 목표이긴 하지만, 저희가 정당한 급부를 분배할 수 있는 형태의 여성기업이 되길 바랍니다.

 

= 세영 : 마지막으로 못다 하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 서희 :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는데, 어떻게 보면 이게 저희 고민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저희 공연에서 가장 큰 의의라 한다면, 저 개인에게나 스태프들에게나 정말 많은 질문을 던져준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성공과는 별개로, 계속 고민해야하는 지점이 있고, 페미니즘 판이나 여성이라는 판에서 저희가 많은 것을 고민하게 되었어요. 제 주변에도 창작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친구들의 고민에 대해 답을 아직 내릴 수 없거든요. 저희 다큐멘터리가 ‘SWOP을 진행한 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여성 창작자 모두가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되었으면 해요. 그리고 저는 저희 다큐멘터리가 모든 여성들에게 옳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너무나 많은 페미니즘의 갈래가 있고, 너무나 다른 상황에 각자의 여성들이 놓여 있기 때문에, 솔직하게 우리의 이야기를 담되 거기에 정답을 만들어내진 않으려고 하고, 그렇게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보력하고 있습니다.

- 주영 : 뻔할 수는 있지만 관객들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다큐멘터리에서도 그런 포인트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한 편의 영화를 꼭 보러 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서희 : 다큐멘터리 완성 이후엔 텀블벅 후원자 분들과 상영회를 진행하고, 여러 영화제에 출품한 뒤 OTT 플랫폼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 조조 : SWOP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며칠 동안 밤새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이런 것들을 조금이나마 담아낸 다큐멘터리에 많은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습니다. 영상팀장님 말씀처럼 다큐멘터리의 내용이 정답은 아니지만, 이렇게 저희가 존재하고 이런 일을 하고 있음을 대중이 알아줬으면 좋겠고, 저희에게 좋은 영향이 될 것 같습니다.

- 한별 : 저는 다큐멘터리도 그렇고, SWOP 공연도 그렇고, 저희가 뭔가 특별하고 뛰어나서 질문하고, 생각하고, 답을 찾아보고, 기획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하고 있는 고민이고, 누군가는 했었던 고민이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저희와 같은 세대의 여성이라면, 저희와 같은 세대를 지나갈 여성이라면, 여성의 문화를 이해하고 싶은 대중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고민들이고 질문들이라 생각해요. 때문에 많이 오셔서 스스로를 단단하게 하는 데 저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제가 연출자가 아니라 제작자라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아요. 연출자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통해 이 시대를 담아내는지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 엘도라도는 다큐멘터리 <SWOP: 판을 바꾸는 여성들> 텀블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다큐멘터리 <SWOP: 판을 바꾸는 여성들> 텀블벅 https://tumblbug.com/eldorado

 

엘도라도 공식 SNS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Eldoradoofficial2020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EC%97%98%EB%8F%84%EB%9D%BC%EB%8F%84-El-Dorado-Team-102793844498044/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eldorado.team/

- 트위터: https://twitter.com/eldorado_team

 

SWOP 공식 SNS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WOP-Seoul-WOmens-Playground-100145274765455/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eoulwomensplayground/

- 트위터: https://twitter.com/swop_playground

 


인터뷰 진행 및 글쓴이. 김세영(ACT! 편집위원)

- 영화를 보고 페미니스트 친구들,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것에서 힘을 얻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배우고 찍다가, 지금은 미디어 교육을 기획˙진행하고 있습니다.

 

 

녹취 및 글쓴이.  박동수(ACT! 편집위원)

-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해서 영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계속 보고 듣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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