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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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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20. 4. 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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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교육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각자가 처한 환경에서, 삶의 지점에서, 저마다의 의미와 가치를 만들었다. 그건, 각 교육의 특수성에 따라 교육대상과 소통하며 교육을 디자인하고 이끌어간 미디어교육자의 교육실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ACT! 119호 나의 미교 이야기 2020.4.10.]

우리의 미교 이야기 

이수미(ACT! 편집위원)

  꽃은 지천에 피어있고, 코로나19는 사회 깊숙이 침투해 있다. ‘나의 미교 이야기’ 편집자 후기 원고 마감을 목전에 두고, 화사하게 핀 벚꽃을 내다보며 한참을 앉아 있다. 어쩌다 이 글은 내게 참 쓰기 무거운 글이 되어버렸다. 최종마감까지 꾸역꾸역 글쓰기를 미루고서도 시작이 이렇게 버거우니 말이다.     


   
  그간 한국의 미디어교육은 시민사회운동 진영과의 협력 속에 미디어 운동의 차원에서 발전해왔다. 미디어교사는 단순 강사가 아닌, 미디어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체적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성장했다. 그러나 매체 환경의 급속한 변화 속에 참여적 미디어교육은 쇠퇴하고, 상업 논리에 따른 기술형 교육과 공적 재원을 갖춘 거대 기관 중심의 미디어교육이 활성화되며 미디어교사들은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강사로서의 직업안정성도 보장받지 못한 채 미디어교육지원체계의 변방으로 소외되고 있다. 

  2016년 3월, 첫 화를 소개한 ‘나의 미교 이야기’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삶에 기반을 둔 살아있는 미디어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미디어교육자들의 교육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기획되었다. 미디어교육 현장에 많은 동료가 사라져가고 교육 자료조차 변변히 남아 있지 않지만, 여전히 끈끈한 연대로 남아 있는 미디어교육 운동의 네트워크를 통해 전국 각 지역에서 진행된 참여적 미디어교육의 실천사례를 수집할 수 있었고, 스무 명의 필자의 도움으로 풀뿌리 미디어교육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할 수 있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2014년에 류미례 선생님이 안산 단원고 방송반 학생들과 함께한 극영화 제작 교육이었다. 그 해는 진도 앞바다에 세월호가 침몰한 해였고, 참사를 당한 학교의 학생들과 함께한 교육 이야기는 사고 후 2년이 지났는데도 읽는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대형 참사 이후 죽음의 그림자 속에 전국이 무기력증에 빠져있던 그때, 일상에 들이닥친 비극과 집중되는 이목을 견뎌야 했던 어린 학생들에게 영화를 만드는 그 시간은, 현실과는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었던가 보다. 

  “우리들의 교육에서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을 위로와 안식의 의미로 기억한다. 나 또한 단원고 미디어교육 덕분에 안산분향소를 방문할 수 있었고 그 힘으로 세월호 미디어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류미례)

  2016년 7월에 소개한 ‘미교 이야기’ 3화는 김수목 선생님이 안산지역 노동자 동아리 ‘안산줌인’과 함께 한 영상제작 교육이었다. 2015년 3월에 시작한 이 교육은 교사와 학생 사이에 끈끈한 연대를 형성하며 이어지고 있었다. 교육과정의 끝에 의례적으로 치러지는 상영회를 발전시켜 ‘우리동네 깐영화제’라는 작은 축제의 장을 만든 그들은 교육 후 더 대담하고, 다양하고, 그럴듯한 상상을 이어나갔다. 그들의 시도가 얼마나 성공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교육으로 만난 그들은 여전히 같은 꿈을 꾸며 함께하고 있다.
           
  “나는 어느덧 교사가 아닌 함께하는 일원으로, 이들의 상상과 실천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워지고 그 일을 함께할 수 있음에 설레고 있다.”(김수목)

  2017년 9월에 소개한 ‘나의 미교 이야기’ 9화는 경희령 선생님이 진행한 정신장애인 라디오 교육이었다. 장애인교육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머릿속에 시뮬레이션해가며 교육과정을 준비한 교사들의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가슴에 무겁게 남은 건 글 말미에 던진 경희령 선생님의 말이었다. 

  “미디어교육 영역에서 오랫동안 미디어교사의 시간 외 노동은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교사가 당연히 수행해야 하는 업무인 것처럼 관행화되었다. 시간 외 노동에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행정 절차상 어려운 구조적인 이유도 있다... 실제로 미디어교사인 나에게 요구된 역할은 정해진 시간에 수행하는 교육활동보다 시간 외 수행하는 기획과 준비, 운영, 정리 과정의 활동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러한 번외의 역할도 교육수행만큼 중요하게 여겨졌다. 이는 미디어교사로 먹고 살기 힘들다는 개인의 투정이 아니다. 미디어교사들이 수행한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경희령)     

 2018년 5월, ‘나의 미교 이야기’는 열두 번째 순서로 정수진 선생님의 마을미디어 교육을 소개했다. 제주시 우도에서 진행된 마을신문 제작 교육의 이야기는 마을미디어가 마을 안에서 어떤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 이를 가능하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지를 고민하게 했다. 

  “우도에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은데,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 이야기할 데가 없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신들의 미디어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우도에서의 시간들은 나에게 마을미디어가 왜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말해주었다.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게 하는 것, 그래서 다른 누가 아닌 내가 주인임을 알게 하는 것, 거기서 변화의 주체가 되는 것, 우도 사람들이 나에게 준 답이었다.”(정수진)

  2018년 12월에 소개한 ‘나의 미교 이야기’ 제15화는 이순학 선생님의 교육담이었다. 이 선생님과 문화콘텐츠 그룹 ‘잇다’는 이미 여섯 해 동안 청년기 발달장애인 25명과 함께 교사와 교육대상이 서로 짝이 되어 교육도 하고 여행도 가는 동반자적 생활을 하고 있었다.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그들의 동행이 처음부터 즐겁지는 않았다. 대상에 대한 교육경험과 자료가 부족했던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서로 어울리는 사이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는 ‘선생님’을 그만두고, ‘친구’가 되기로 했다. 함께 자전거 순례를 가거나, 첫 독립생활을 영상으로 기록하거나, 일상의 변화를 응원하거나, 서로의 공간을 오가는 등 일상적 교류로 방향을 바꾸고 서로의 자립과 독립을 위한 방법들을 함께 찾아보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는 교육 바깥으로 나오는 출구를 만들었다. 교육의 시작뿐 아니라 교육 바깥으로 향하는 방법도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잘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미디어교육 현장에서 인생 여정의 ‘짝’을 찾았다.”(이순학) 

  미디어교육은 때로 누군가에게 삶의 위로가 되었고, 누군가에겐 또 다른 시작을 할 용기를 주었다. 누군가에겐 삶의 주체가 되는 경험이었고, 사회참여로 이끄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미디어교육을 통해 인생길을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되기도 했다. 미디어교육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각자가 처한 환경에서, 삶의 지점에서, 저마다의 의미와 가치를 만들었다. 그건, 각 교육의 특수성에 따라 교육대상과 소통하며 교육을 디자인하고 이끌어간 미디어교육자의 교육실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디어교육은 단지 미디어에 대한 이해와 활용능력을 증진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에 접근하고, 비판하고, 표현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통해 주체적으로 자신과 사회를 변화시키고,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실현하도록 이끄는 실천행위이기 때문이다.”(*주1)

  지금, 사회는 코로나19와 대치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민의 당면 과제가 된 지금, 대부분의 미디어교육은 일단정지 상태다. 교육노동자로서 적절한 지위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는 미디어교육자들에게 이 봄은 꽃피는 혹한기이다. 각 지자체에서 교육연수기관 강사나 문화예술 종사자 등 저소득 특수고용직에게 생계비 지원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재난긴급생활비 대책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 이는 많지 않고, 대부분 비정규직인 미디어교사들에게 휴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 고용유지지원금은 해당 사항이 아니다. 

  디지털 환경의 변화로 손쉽게 미디어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게 된 지금, 미디어리터러시는 더욱 중요한 민주시민의 주요역량이 되었고 미디어교육은 점차 인기 있는 평생교육강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삶에 기반을 둔 미디어교육의 현장은 점점 찾아보기가 힘들다. 교육의 주체로서 미디어교육자들이 설 자리는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이 코로나의 계절이 끝나고 나면 또 얼마나 많은 미디어교육자들이 교육실천의 경험을 내면에 축적한 채 사라질지 모르겠다. 

 미디어교육이 기술적, 언어적 관점에 한정되지 않고 살아있는 교육실천의 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미디어교육자가 다양한 교육실천의 경험과 연구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인 미디어교육자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당장은, 미디어교육자들이 이 코로나19를 이겨내고 미디어교육의 현장에 남을 수 있도록 신속하고 실질적인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

  우리의 미교 이야기를 이어 써준 스무 명의 필자들과 응원해준 독자들에게 감사한다! 절망보다 희망을 선택하는 이들과 함께한 시간에 감사한다! 
  이 봄이 혹독하게 아름답다. □

* 주 
[ACT! 105호] 미디어교육 교사의 연대를 선언하다 (이수미, 2017.9)
https://actmediact.tistory.com/1173

 

[ACT! 105호 이슈와 현장] 미디어교육 교사의 연대를 선언하다 - 미디어교강사네트워크 집담회

[ACT! 105호 이슈와 현장 2017.09.11] 미디어교육 교사의 연대를 선언하다 - 미디어교·강사 네트워크 집담회 이 수 미 (ACT! 편집위원회) 지난 9월 2일 가을이 시작되는 토요일 오후, ‘미디액트’ 강의실로 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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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수미

전 미디어교육자협회 대표. 
언젠가는 시골 라디오에서 DJ할머니로 늙는 것이, 여전히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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