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교육 스토리텔링 - 나의 미교 이야기 20화]
ACT! 편집위원회에서는 매체의 다양화와 교육 영역의 확장, 법제화 추진 등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미디어교육의 현장 이야기를 발굴하고, 소개하고자 ‘미디어교육 스토리텔링-나의 미교 이야기’를 기획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영역에 걸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교육자들이 경험과 고민을 공유함으로써 미디어교육의 오늘을 파악하고, 발전적 내일을 위한 담론을 만들어가기를 희망했습니다.
지난 2016년 3월, 첫 ‘미교 이야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 코너를 통해 모두 열아홉 명의 미디어교육자들의 교육실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스무 번째 시즌1 마지막 교육담을 소개합니다. 유스보이스 미디어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는 백지혜 선생님의 ‘미교 이야기’를 보며 미디어교육자가 즐거운 미디어교육의 환경과 미디어교육자 지원시스템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희망합니다. 다음 호엔 ‘나의 미교 이야기’ 편집위원 후기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이수미(ACT! 편집위원)
[ACT! 117호 나의 미교 이야기 2019.12.16]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무엇이 있을까?
-유스보이스 미디어교육을 중심으로
백지혜(미디어교육자)
지난 2014년, 미디어교육자를 모집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발견한 공고에는 “청소년이 미디어를 만나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 청소년들에게 미디어를 통해 진짜 자기 이야기 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미디어 교육자를 찾습니다....교육 커리큘럼의 성장에 앞서 교육자의 성장을 위한 지원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우와, 이런 행복한 프로젝트라니! 저는 지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미디어교육자로 선발되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고, 이것이 ’유스보이스‘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첫 교육으로 저는 동료 교육자와 함께 <역지사지 동화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아이들과 함께 동화책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2014년 8월부터 10월까지 15세에서 19세까지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7회차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다양한 공간을 다니며 이야기의 소재를 찾고 직접 그림을 그리고, 동화를 쓰는 과정으로, 교육을 통해 완성된 ‘불편한 나무의자’라는 책은 유스보이스 컨퍼런스에서 대중들에게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유스보이스 교육자로서 두 번째 프로그램인 <노(No)답 나들이>는 2016년 여름과 가을에 8회차에 걸쳐 청소년들과 함께 진행되었는데 평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교육이었습니다. 여행길에 만나는 낯선 장소의 풍경을 일회용 카메라로 촬영하여 자신을 표현하고, 인화된 사진에 코멘트를 적어서 전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유스보이스의 지원으로 저는 현실적인 부담을 내려놓고 교육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진행한 유스보이스 프로젝트가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여름과 가을, 두 번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IT기기와 미디어가 함께 어우러져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며 그것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공유하는 교육입니다. 제가 이 교육에서 사용한 도구는 ‘셀디’라는 것인데, 이 기기는 1인칭 시점 캠을 위한 웨어러블 디바이스입니다. 고프로나 스마트폰을 장착하여 1인칭 영상을 효율적으로 촬영할 수 있도록 고안된 도구라 이번 프로젝트와 어울릴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촬영과 편집 도구는 아이들에게 친숙한 스마트폰을 이용했습니다. 총 12시간으로 구성된 이 교육은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에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여름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처음 진행한 후, 이번 가을에 몽골 아이들을 대상으로 두 번째 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프로젝트- 몽골 청소년들과 함께한 교육
재한몽골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들이 영상제작에 관심이 많아 저의 수업을 요청했다고 들었습니다. 교육 의뢰를 받았을 때, 다른 나라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한다는 것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언어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유스보이스 담당자와 이야기를 해보니 교육대상자들의 대부분이 한국말을 할 수 있고, 3-4명의 친구들만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해서 교육 진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교육자료에 글보다는 이미지의 비중을 높이고, 강의할 때 말의 속도도 늦춰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소개로 시작된 수업은 아이들의 관심사를 알아보는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포스트잇에 좋아하는 것을 적고 모둠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인데, 글을 쓰고 말을 할 때 아이들이 모두 몽골어를 사용하기에 가능하면 한국어를 사용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몽골어가 들려 관찰해보니 아무래도 아이들에게는 모국어가 편해 보였습니다. 이후 영상제작기초 수업과 장비 테스트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1인 1기기를 이용하여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모든 학생이 1대씩 ‘셀디’를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상자에서 ‘셀디‘를 꺼내 직접 조립하는 과정을 겪으니 활동이 풍부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영상으로 표현할 때, 주제 선정에 있어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있어서 오늘 수업에서의 주제는 ’내가 있는 공간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을 영상으로 나타내기로 하고, 공간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도서관 곳곳을 둘러보고 영상으로 표현하고 싶은 장소를 선정하는 것으로 기획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교육을 하며 한국어를 못한다는 3-4명의 아이들을 더 관심 있게 관찰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전체 학생 중 원활하게 한국어를 하는 친구는 3~4명뿐이고 겨우 소통이 가능하거나 소통이 어려운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앞선 시간에 진행되었던 수업을 머릿속으로 되짚어 보며 아이들이 과연 어느 정도 이해를 하며 이 수업에 참여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오늘 수업은 이미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었고, 테스트 촬영을 시작한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곧 본격적인 촬영과 편집을 앞두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본인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표현해 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수업 둘째 날, 아이들은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했습니다. 촬영 주의 사항, 작업 완료 시간, 편집 어플리케이션 설명 등 오늘도 교육해야 할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언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제와는 조금 다른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제가 설명을 하면 몽골학교 선생님께서 통역을 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사실 어제 교육을 이렇게 진행했다면 아이들의 이해도가 좀 더 높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습니다. 통역을 하며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속도는 느렸지만, 아이들의 이해도는 높아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교육시간은 정해져 있고, 정해진 수업을 다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지만, 일단 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촬영을 마친 아이들은 ‘VLLO’라는 동영상 편집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영상을 편집했고,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 환경과 앱스토어 계정의 가입된 국가가 달라 다운로드가 안 되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친구들에게는 다른 어플리케이션을 소개해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하나둘 작품이 완성되어 가고, 교육의 마지막은 공유회로 운영되었습니다. 각자의 작품을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1분 내외의 작품을 만들기로 했는데 완성된 것은 5분~8분가량 되는 작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서로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보면서 상영회를 즐겁게 진행했고, 교육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유스보이스 교육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결과물로 교육의 성패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에서 일어나는 교육자와 청소년들의 모든 이야기를 교육의 결과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미디어 교육을 하면 결과물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시간 배우고 만든 작품이 텔레비전 속의 고퀄리티를 담아야 하고, 영화에서 본 것 같은 서사가 들어 있어야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교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의 성장은 집중하지 않고 결과물로 교육을 판단하고 교육자의 역량을 판단하는 모습은 정말 씁쓸할 뿐입니다. 또, 제가 유스보이스 교육을 즐겁게 하는 이유는 교육자가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데 최선의 뒷받침을 해주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수업이 기획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 소통하려 하며, 교육에 필요한 것 이외의 서류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합니다. 교육이 진행되는 교실을 이유 없이 들여다보지 않으며, 교육의 방향성을 미디어교육자에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이런 교육자에 대한 배려가 교육자들 스스로 더 책임감을 갖고 교육을 준비하고 진행할 수 있게 하는 뒷받침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미디어교육에 대한 필요와 가치를 느끼는 저는 프리랜서 미디어 강사입니다. 유스보이스와 같은 좋은 방향성을 가진 단체와 일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제가 앞서 소개한 프로젝트는 2년에 한 번씩 진행되었던 프로젝트입니다. 어느 단체에서, 센터에서, 재단에서 강의를 하지만 저는 소속된 사람으로서의 어떠한 권리도 요구할 수 없습니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지위 또한 불안정합니다. 올해는 몇 개의 수업을 진행해야 먹고 살 걱정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원한다고 해서 원하는 만큼의 수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어느 해에는 수업이 너무 많아서, 어느 해에는 수업이 너무 적어서 고민이 듭니다. 나이가 들면 하기 어려운 일,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면 미디어 교육자가 아닌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강사들의 지속적인 성장에 어려움을 줍니다. 역량을 쌓아서 더욱 다양한 교육을 해낼 수 있는 강사들은 교육자도 근로자도 아닌, 사람으로서 교육생들과 만납니다.
올해 정부에서 학교 교육에서 미디어교육의 내실화 지원을 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를 가르치고 이끌어갈 역량이 있는 미디어 강사들에 대한 이야기는 비중이 크지 않았습니다. 과연 올해는 강의를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강사비가 제때 입금이 될까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교육을 준비하는 일이 줄어들길 바랄 뿐입니다. 좋은 교육을 위해서는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는 강사들이 있어야 하고, 강사들의 삶이 행복해야 좋은 교육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 강사들이 교육에 집중하고 더 좋은 소통의 환경을 생산해 낼 수 있도록 지원이 다양화되어, 행복한 미디어 강사의 삶을 계속 유지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아직 저는 미디어교육자여서 행복합니다! □
글쓴이. 백지혜
안녕하세요. 미디어강사 백지혜입니다.
청소년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도록 ‘나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미디어 교육에 반영하려고 노력합니다. 뛰어난 영상미, 훌륭한 기술을 뛰어넘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미디어를 통해 표현하고 소통하는 활동을 지향합니다.
[편집자 주] 청소년 미디어교육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의 커리큘럼을 소개합니다. 자료를 공유해준 필자와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교육 세부 내용 |
1일차 |
강사 소개 및 수업 소개(30분) 나에게도 있고, 나에게만 있는 것 찾아보기(30분) - 나의 최근 관심사를 포스트잍에 적어 나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기 - 노트에 나의 관심사를 적고 이유를 적어보기
영상제작 기법의 이해(30분) - 영상언어의 이해 - 영상제작 기초 - 촬영기법 - 콘티작성법
사용할 장비 알아보기 (30분) - 장비사용법 안내
편집어플리케이션 안내 - 장비 테스트
공간 알아보기 (1시간 30분) - 내가 있는 공간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찾아보기 - 사진 5장과 텍스트를 이용하여 영상 만들기 및 공유하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영상으로 표현하기(2시간 30분) - 기획안 작성(1~3분 영상) - 콘티 그리기 - 대본작성 - 촬영 |
2일차 |
생각열기(5분) 촬영 (1시간) - 촬영 모니터링 - 2차 촬영
편집 (3시간) - 촬영본 모니터링 - 가편집 및 본편집 - 자막 넣기 등 효과 넣기
최종모니터링 후 결과물 출력하기
상영회(2시간) - 작품 소개서 작성 및 역할 정하기 - 완성작품 상영 - 프로그램 참가 후기 나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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