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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청소년들이 함께 만드는 영화 문화 - ‘진주 같은 청소년 영화 동아리’ 활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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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9. 8. 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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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교육 스토리텔링 – 나의 미교 이야기 18화]   

  ACT!에서는 최근 매체의 다양화와 교육 영역의 확장, 법제화 추진 등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미디어교육의 현장 이야기를 발굴하고 소개하고자 [미디어교육 스토리텔링- 나의 미교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 글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영역에 걸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교육자들이 경험과 고민을 공유함으로써 미디어교육의 오늘을 파악하고 발전적 내일을 위한 담론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합니다. 
  이번은 그 열여덟 번째 순서로 진주시민미디어센터 조정주 선생님이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한 영화상영 활동기를 소개합니다. 문화적 제약이 많은 지역의 한계를 넘어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영화에 접근하고, 비판적으로 읽고 토론하고, 나아가 영화제를 기획·운영하는 ‘진주 같은 청소년 영화동아리’의 활동을 통해 청소년이 중심이 되는 영화문화 만들기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지역에서 시민 참여적 영상문화 활동을 이끌어가는 미디어교육자의 고민을 통해 지역의 다양한 계층과 연계하며 지역문화 운동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영화문화 활동의 과제를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 이수미(ACT! 편집위원)

[ACT! 115호 나의 미교 이야기 2019.08.14.]   

지역 청소년들이 함께 만드는 영화문화
-‘진주 같은 청소년 영화동아리’ 활동기 


조정주(진주시민미디어센터 미디어교육 담당)

 

 

영화와 함께 크는 우리

  진주시민미디어센터는 10여 년간 진주같은영화제를 진행하면서 지역민과 영화제를 함께 만들어가는 다양한 방식을 고민해왔습니다. 그 고민의 결과물로 진주같은영화제 지역 섹션 상영작을 직접 선정하는 ‘시민프로그래머’, 정기상영회 부대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시민 모임 ‘인디씨네 놀이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요. 이런 프로그램들로 지역사람들에게 적극적인 영상문화향유자가 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참여자들의 만족도도 높았고 이후 제작 작업을 하거나 영화제 지지 모임을 결성하는 등의 후속 활동으로도 이어졌고요.
  그 결과들을 바탕으로 2018년에는 청소년들과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진주는 서부경남의 청소년들이 ‘유학’을 오는 교육도시로, 학업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강한 도시입니다. 최근에 지역의 청소년 단체들과 교육공동체가 청소년 참여 활동을 많이 만들고 있는데요. 진주시민미디어센터도 영화와 관련해 청소년들의 동아리를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죠. 멀티플렉스가 제공하는 상업 영화 외에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접할 수 있게 하고 진주같은영화제와 자체 상영회를 통해 영화로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우선, 9월에 열렸던 제11회 진주같은영화제에서 ‘영화제’를 경험해보기로 했습니다. 강사진은 상영시간과 진주같은영화제의 방향성을 청소년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영화제 영화들이 어떻게 선정되고 어떤 과정을 통해 상영되는지도 알려주었고요. 나머지 부분은 친구들에게 모두 맡겼습니다. 그랬더니 친구들이 영화제 상영작으로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로마의 휴일>을 골라 왔습니다. 처음에 영화 제목 들었을 때 ‘임창정 나오는 그 코미디 영화?’하고 되물었는데, 친구들이 그 영화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더라고요. 영화를 함께 보고 싶은 주변 사람들에게 설문해서 상영작을 골라보고 그 안에서 무겁지 않은 소재의 영화, 관객이 영화 본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 영화, 주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라는 조건으로 열심히 이야기를 나눈 결과물이었지요. 상영작 수급은 쉽지 않았지만(전미협 김예은 선생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영화제의 화제작이 되었습니다. 10대 친구들이 고전 영화를 선택하고 이에 대한 무비토크를 하는 것이 낯설면서도 재미있었나 봐요. 색다른 시도였다, 열정적인 청소년들의 모습이 멋있었다는 평가가 많아서 친구들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 2018 진주같은영화제 청소년 섹션. 문주영, 김아진 친구의 사회로 청소년영화동아리가 선정한 상영작 <로마의 휴일>의 무비토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 2018진주같은영화제. 관객에게 직접 찾아가 대화를 하는 색다른 무비토크! 진주같은영화제 청소년 섹션에서만 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었죠.


우리가 만드는 영화제

  그 힘과 응원을 모아 친구들은 연말 상영회를 준비했습니다. 이번에는 시간, 장소, 프로그래밍 등을 모두 친구들이 기획하고 진행하기로 했죠. 원래 계획은 12월이었는데 기말고사도 있고, 연말에 개인적인 일정들도 많아서 2019년 1월 12일로 연기했습니다. 서둘러 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준비를 잘해보자는 친구들의 결정이었습니다. 장소는 진주시민미디어센터가 상영관을 지원하기로 했고요. 상영작은 9월 진주같은영화제 청소년 섹션 때 설문조사 해둔 것도 있고 해서 좀 수월하게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민 전체를 대상으로 상영작을 선정했던 진주같은영화제와는 달리, 1월 상영회에서는 또래 청소년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작품으로 범위를 좁혔습니다. <빌리 엘리어트>와 <싱 스트리트>는 그런 친구들의 목적에 딱 맞는 영화여서 많은 친구들의 동의로 정할 수 있었죠. 
  그러고 나니 가장 중요한, 영화제의 이름을 정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참신하면서, 사람들이 관심도 많이 가질 수 있으면서, 우리 영화제의 목표도 잘 드러내는....... 이걸 다 담을 수 있는 한 줄을 만들기가 어찌나 어렵던지. 긴 회의에 지쳐 갈 때쯤, 누군가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우리 영화제의 장점이 뭐지? 큰 영화제가 부산인데 우리는 가까운 데서 영화 볼 수 있는 거? 버스 타고 올 수 있는 거리? 우리 버스비 얼마야?” 그래서 나온 이름이 [900원 영화제]입니다. 좀 아쉬운 마음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영화제’라는 작은 글씨로 채워두었고요. 

▲ 900원영화제 포스터. 900원 영화제의 컨셉에 맞게 버스와 버스정류장의 이미지로 만들어 실제 버스정류장에 게시했답니다.

 

▲ 900원영화제 티켓. 친구들이 오전에 직접 만든 티켓입니다. 버스표처럼 잘라낼 수 있게 만들고, 손으로 명대사를 직접 썼어요. 영화 관람 후에도 영화를 기억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진행되었습니다.


  버스와 900원을 정하고 나니 ‘영화로 하는 여행’이란 컨셉도 바로 나왔습니다. 티켓은 승차권 모양으로 만들고 그 안에 영화 명대사를 쓰기로 했어요. 옷도 승무원 복장을 할까, 상영 안내 멘트도 버스 안내양처럼 만들까 등 참신한 의견들도 많이 나왔습니다. 몇몇 아이디어는 무산되었지만, 상영 전 영화제 및 상영작 소개 영상 아이디어는 진행이 되었죠. ‘버스 타는 컨셉이니까 영화 소개를 버스 기사 아저씨가 하자!’라는 아이디어였는데, 이 생각은 며칠 뒤 영상 파일로 만들어졌습니다. 버스 회차지 근처에서 학교 다니는 친구가 버스 기사 아저씨께 부탁 하고, 대본도 써드리고, 몇 번씩 촬영해서 온 클립이었어요.

  “13시 <빌리 엘리어트> 행 버스가 출발합니다. 재미있게 즐겨주세요~”

  컨셉에 딱 맞는 14초 영상에 모두가 손뼉을 쳤죠. 뭔가가 만들어지고 있다, 잘 될 것 같다는 두근거림과 설렘으로 행사를 기다렸습니다.

▲900원영화제의 인트로 스크린샷. 계단을 오르면 버스 기사 아저씨가 소개해 주실 거예요. “13시 <빌리 엘리어트> 행 버스가 출발합니다. 재미있게 즐겨주세요~”

 


  2019년 1월 19일, 영화제 당일 친구들은 점심 일찍 모였습니다. 티켓을 직접 만들고, 상영 파일을 준비하고, 부대 행사로 페이스페인팅도 준비했습니다. 준비할 때는 의연했는데 상영 시간이 다가올수록 긴장이 되는 거 있죠. 제일 큰 걱정은 ‘손님이 안 오면 어떻게 하나’였습니다. 방학이기도 하고 홍보도 알음알음 진행해서 우리끼리 보고 끝나는 게 아닌가 싶었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상영 시간에 맞춰 하나 둘 손님들이 찾아 오셨고 우리는 10명이 조금 넘는 관객으로 상영을 시작했습니다. 상영 후에는 상영한 영화에 대한 퀴즈도 진행하고, 소감도 나누면서 무비토크도 잘 해냈습니다. 두 번째 영화 <싱 스트리트> 상영 전에는 친구들에게 급하게 연락을 돌려 초청(!)하는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죠. 

  오전부터 준비한 영화제는 저녁 7시가 되어서야 끝났습니다. 반나절 내내 친구들은 미디어센터에서 내내 준비하고 긴장하고 진행하고 하면서 보냈어요. 정리까지 하고 나니 다들 의자에 늘어진 채 앉게 되더군요. 많이 지쳤을 텐데도 재미있었다며 아쉬운 점을 공유하고 다음 영화제 아이디어를 꺼내놓는 친구들이 있어서 우리는 마음 가볍게 센터를 나설 수 있었습니다.

▲900원영화제 관객사진. 오래된 영화지만 많은 분이 극장을 찾아주셨습니다. 상영작을 아직 못 본 동아리 친구들도 함께 영화를 봤답니다.

 


청소년이 무언가를 한다는 것

  ‘진주 같은 청소년 영화 동아리’ 친구들이 영화제에서 청소년 섹션을 준비하고, 자체 상영회를 준비하는 과정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학교와 학원 생활도 해야 하고, 따로 시간 내서 모여야 하고, 고민해야 하고. 거기다 이제까지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해야 했으니까요.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어려움‘이 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센터에서 청소년 대상 미디어 수업, 특히나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할 때 겪는 어려움이기도 합니다. 바쁜 일정으로 인한 저조한 출석이죠. 모둠별로 같이 고민하고 만들어야 하는데 결석이 많아지면 남아 있는 친구들도 힘이 빠지고, 일을 진행하기가 힘들기도 했거든요. 이번에도 초반에 20명 가까운 인원으로 시작했는데 마지막에는 10명이 조금 안 되는 친구들이 함께했어요. 동아리 친구들도 오는 사람이 적다고, 추가 모집을 해야 할까 고민하는 상황이니 다 같이 공유하는 문제점이기도 해요. 
  학교생활 외에도 바쁜 일이 많으니까 이해는 하지만, 만나는 시간이 다 되어도 비어있는 교육실을 보면 초조와 불안은 강사인 ’나‘를 향한 질책이 됩니다. 프로그램이 재미가 없었을까, 너무 어려웠던 걸까, 참여자들과의 관계 형성에 문제가 있었을까, 학사 일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정을 짜서 그런 걸까 등등. 특히나 이 활동이 지원사업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기획대로 진행하고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더해집니다. 친구들도, 강사도, 마음 편하게 진행하려면 아예 자율동아리로 하면 좋을 텐데 그러면 예산 때문에 하고 싶은 활동을 하기가 어려워지고요. 매번, 매년 하는 고민이고 딜레마인데 지난해에도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크게 다르진 않더라고요. 이해의 출발이 잘못된 건가 싶어서 요즘엔 지역 청소년들이 어떤 상황인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좀 더 알아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지역의 어른들, 청소년들과 만나고 요즘 학교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결국 이 모든 활동의 시작과 끝은 친구들이 되어야 하니까요.



함께하는 즐거움

  그래도 영화동아리 친구들은 관심 있는 주제로 만나고 있어서 그런지 활동이(다른 것보다)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처음에 생각하지 못한 상황들이 생기더라고요. 고등학생과 중학생의 영화적 경험의 차이가 생각보다 커서 이야기 나누는 데 어색해지는 부분들이 생겼습니다. 살아온 시간이 다른데 영화를 본 시간이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죠. 취향이 다르니 선택하는 영화들도 달라진다고 다독거렸지만 그게 소외감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더라고요. 그 때문에 영화 감상 후 활동 때 세심하게 설계하려고 합니다. 개인의 즐거움과 다른 이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만드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네요.
  강사의 참여를 최소화할 것, 참여자들의 자율성을 우선으로 할 것을 목표로 하고 시작했는데 이 역시도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올해 친구들이 영화 만들려고 시나리오를 작업하고 있는데 의견이 많이 나와서 여러 번 엎어지기도 하고 결론 없이 긴 논의만 진행되기도 하는데요. 판을 끌어가는 게 몸에 익어서 불쑥불쑥 ‘쌤이 할게!’ 나서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때마다 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섭니다. 옆에서 방향이 크게 틀어지지 않는 선에서만 개입하려고요. 온전히 친구들의 결과물이 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저도 충분히 믿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7월에만 영화동아리 친구들을 3번 만났습니다. 이제까지 활동 중에서 최고로 많이 만난 달이 되었네요. 기특하기도 하고 걱정되고 해서 다음 모임에는 시원한 간식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달콤한 간식 먹으면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요. 친구들이 11월 진주같은영화제, 20년 1월 제2회 [900원영화제]까지 즐겁게 ‘으쌰으쌰’ 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

▲ <900원영화제> 포스터와 함께 찰칵! 2019, 올해도 계속될 ‘진주 같은 청소년 영화동아리’의 활동을 지켜봐 주세요!


글쓴이. 조정주

- 진주시민미디어센터에서 미디어교육을 기획하고 직접 강사로 활동도 합니다. 서부경남지역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미디어로 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데 실상은 교육하면서 저도 ‘커뮤니케이션’을 배우고 있습니다. 올해도 내년에도 쑥쑥 크는 강사가 되고 싶습니다. 


2018 진주 같은 청소년 영화동아리 활동표

사업명

(프로그램명)

일정

상영작

/교육프로그램명

세부내용

(연계프로그램 등)

진주같은

청소년 영화동아리

18.05.26

/14~17

진주같은 청소년 영화동아리

-교육생 인사 나누기

-동아리 활동 계획 세우기

18.06.06

/14~17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관람 후 감상 나누기 활동

18.07.15

/14~17

<오목소녀> 관람 후 감상 나누기 활동

18.08.26

/14~17

<러브레터> 관람 후 감상 나누기 활동

18.09.08

/14~17

영화제 프로그래밍 이해

-진주같은영화제 청소년 섹션 상영작 선정

-청소년 영화 상영회 기획

18.12.09

/14~17

청소년 영화 상영회 세부 기획

18.11.04

/10:30

로마의 휴일

상영 후 무비토크 진행

19.01.12

/13:00

빌리 엘리어트

영화 안내 및 상영 후 퀴즈 진행

19.01.12

/16:00

싱 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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