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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교 이야기 슬로건은 “미디어, 내가 주인입니다” - 노영란(매비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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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9. 10. 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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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교육 스토리텔링-나의 미교 이야기 19화]

  <ACT!>에서는 최근 매체의 다양화와 교육 영역의 확장, 법제화 추진 등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미디어교육의 현장 이야기를 발굴하고 소개하고자 [미디어교육 스토리텔링-나의 미교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 글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영역에 걸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교육자들이 경험과 고민을 공유함으로써 미디어교육의 오늘을 파악하고 발전적 내일을 위한 담론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합니다. 

  그동안 ‘나의 미교 이야기’가 주로 미디어교육자의 개별 교육과정에 대한 교육현장의 경험을 중심으로 소개되었다면 이번 19화에서는 미디어교육자 개인의 역사를 통해 미디어교육의 흐름을 살펴보고 미디어교육 현황에 대한 미디어교육자로서의 현재적 고민을 담아보고자 합니다. 1997년에 결성되어 참여적 미디어교육의 발전을 함께해온 시민단체 ‘매비우스’ 노영란 선생님의 ‘나의 미교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이수미 (ACT! 편집위원)


 [ACR! 116호 나의 미교 이야기 2019.10.17.]

 

나의 미교 이야기 슬로건은 
“미디어, 내가 주인입니다” 


노영란(매비우스)


  ‘나의 미교 이야기’에 어떤 것을 공유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미디어교육과 함께한 지난 시간을 이 지면에 다 풀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미디어교육 현황, 교육 사례 등은 현재 미디어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 공유하고 있을 테니 저는 오래전 이야기, 우리나라에 미디어 교육이 생겨나던 때의 저의 미디어 교육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대중과 함께 하는 저의 미교 이야기는 매체비평우리스스로(이하 ’매비우스‘)를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97년 뜻 맞는 선후배들과 매비우스를 만들었고, 매비우스가 가장 중요하게 추진한 사업 중 하나가 바로 미디어교육이었습니다. 지금과 비교해보면 그때의 미디어교육은 초보적인 수준이라 많이 미흡해 보일 수 있지만 20여 년 전 당시는 대부분 사람에게 미디어, 미디어교육 이라는 단어조차 낯설었을 때라 쉽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99년에 시작된 매비우스의 연중캠페인 “미디어, 내가 주인입니다”가 대표적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디어교육과의 만남, 민언련 언론학교

  매비우스의 캠페인 “미디어 내가 주인입니다” 사례를 소개하기에 앞서 저와 미디어교육의 만남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저의 미교이야기는 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저에게 미디어교육은 누군가가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을 접하고 배워서 실천했다기보다는 현장 활동 경험 속에서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온 활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미디어교육을 해야지 하고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디어교육이란 말 자체가 사용되지 않던 시기였으니까요. 그 당시는 80년대 정권의 나팔수라고 불릴 정도로 불공정한 보도를 일삼던 방송, 신문을 바로잡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앞당기는 것이며, 그 중심에 시민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시민들이 방송, 신문이 얼마나 사실을 조작할 수 있는지, 그 속성을 제대로 모르고서는 힘을 모을 수가 없다는 생각에 시민 대상 언론 바로보기 교육인 ’언론학교‘(현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교육프로그램인 언론학교 담당 활동가였음) 운영에 참여하며 언론운동으로 첫 출발을 했습니다. 

 

▲ 1991년 11월 6일 시작한 언론학교 5기

  93년 최초의 문민정부라 불렸던 김영삼 정부의 등장은 방송환경을 변화시켰습니다. KBS, MBC만 볼 수 있던 시대에서 새롭게 민영 상업방송인 서울방송(SBS)을 비롯한 지역민방, SO, PP 등 유료방송이 등장하며 방송의 상업적 경쟁이 급격하게 심화하였고, 공짜로 보던 방송을 돈을 내고 봐야 하고, 오락프로그램의 저질화 등 방송프로그램의 질 저하로 인한 역기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이로부터 어린이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불어 커지게 되었죠, TV안보기 운동도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기술의 발달로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는데 “방송을 못 보게 한다? 드라마 오락프로 안 보는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과 대화가 안 된다는데….” 결국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으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대안으로 찾게 된 것이 바로 ‘미디어교육’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미디어를 제대로 가르치고 배우게 해서 아이들 스스로 변별력을 갖추고 능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미디어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90년대 후반을 넘어 2000년 초반부터는 이 주장들이 조금씩 힘을 받아가기 시작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당시엔 미디어교육이 무엇인지, 무엇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누가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경험과 내용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에 이미 미디어교육을 시행하고 있던 영국이나 호주 등 해외사례를 찾아봐야 했습니다. 90년대 중반, 서강대 매스컴센터와 원용진 교수님을 중심으로 저를 포함해 여러 선생님이 모여 영국 BFI연구소 등 해외 여러 나라의 미디어교육 자료를 구입해 번역해서 스터디도 하고, 영상제작교육을 받고, 영상언어도 공부하면서 미디어교육을 이해해나가며 한국의 미디어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토론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내용을 저는 매비우스에서 활동가들과 함께 현장으로 옮기는 사업을 진행하며 매비우스의 미디어교육을 만들어 왔습니다.

 

▲ 1994년 서강대 매스컴센터 방송제작교육


나의 미교 이야기를 만든 ‘매비우스’  

  급격하게 변화는 미디어환경 속에서, 기술의 발달은 더 다양한 미디어를 만들어내고, 그로 인해 미디어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했기에 미디어교육의 필요성을 알리고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한 사업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대규모의 대중과 함께할 수 있는 사업으로 기획된 것이 바로 99년 매비우스 연중캠페인 “미디어, 내가 주인입니다”였습니다. 
  본격적으로 대중들을 상대로 미디어교육이 무엇인지, 미디어교육이 왜 필요한지, 이를 통해 미디어가 주는 정보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아가 미디어를 활용/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가 시민들을 만나 미디어에 대해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청자 독자 등 미디어수용자 스스로가 소극적인 미디어의 소비자가 아닌 미디어의 능동적 주체, 주인임을 인식하고 미디어의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널리 알려보자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보라매공원, 시청역 지하도, 가족 나들이객들이 많이 찾는 과천경마공원까지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미디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화로 보는 미디어변천사’, 어떤 미디어를 얼마나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기록한 ‘미디어일기장’, 매비우스 교육을 받고 직접 제작한 가족신문, 학교신문, 청소년신문 전시, 청소년들이 만든 영화보기, 나만의 미디어 갖기(홈페이지 만들기, 가족신문만들기, 6mm 비디오카메라로 직접 뉴스 만들어보기 등) 체험 코너 운영을 통해 많은 관심을 받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1999년 매비우스 연중캠페인 ‘미디어 내가 주인입니다’
▲서울보라매공원에서 진행한 “미디어 내가 주인입니다”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매비우스 최초의 미디어교육 교재라 할 수 있는 <미디어교육 길라잡이-학교밖교과서TV>, <미디어교육 교수법개발을 위한 워크샵 교재>(2000년), 지도자양성용 교재<미디어와 청소년문화>, 유아미디어교육 <우리아이 세상을 배우는 미디어>(2002년), <다른미디어교육 같은미디어교육>등 다양한 교재도 발간했습니다. 일반 시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미디어교육 강좌를 개설하고, 중고등학교, 노동자단체, 장애인단체, 청소년복지시설 등 다양한 곳을 찾아가 미디어교육을 진행하였고 미디어교육 지도자 양성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 당시 교육받았던 수강생들이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미디어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국미디어교육네트워크가 만들어질 때 초대 간사단체를 맡아 소통하는 등 매비우스의 미디어교육 활동이 우리 미디어교육 역사에 주춧돌 하나 정도는 놓았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 매비우스 미디어교육 교재 
▲ 2000년. 매비우스 첫 번째 미디어교육 교재라 할 수 있는 <학교밖 교과서 TV> 


미디어교육 활성화를 위한 바람 

  미디어교육은 이제 학생만이 아닌 전 국민의 생애주기에 맞춰 평생 교육받아야 할 권리라는 인식에 이를 정도로 점차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디어교육이 점점 더 어렵고 복잡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미디어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법에 정의된 미디어교육의 개념은 “미디어와 미디어를 통하여 전달되는 정보에 대한 이해와 창의적 활용능력을 증진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소통능력 및 민주시민으로서 요구되는 자질과 소양을 함양하기 위한 모든 형태의 교육”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난 9월 22일 결성된 전국미디어리터러시 교사협회는 미디어리터러시를 “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나 문화콘텐츠에 적절히 접근하여 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미디어를 활용하여 의미 있는 정보와 문화를 생산하고 전달할 수 있는 능력 및 미디어를 윤리적이고 책임 있게 이용하는 태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초기 미디어교육의 개념은 시청각교육처럼 미디어를 통하여 전달(수단, 도구)되는 것에 대한 교육(Through Media)이 아닌 About Media 즉 미디어 자체를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으로, 미디어리터러시는 ’미디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활동했던 것과 비교하면 미디어교육의 정의조차도 많이 복잡해진 듯 보입니다. 
  기존 활동의 성과 위에서 제대로 평가하고 나온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습니다. NIE는 미디어교육인가 아닌가를 놓고 논쟁하던 것이 대표적 사례로 떠오릅니다. 여전히 미디어교육과 미디어리터러시는 쓰는 사람에 따라 서로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 같고, 제작교육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문제, 컨트롤타워 없이 여러 부서로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문제, 새로운 미디어가 나올 때 기존 미디어교육의 확장으로 사고 되지 못하고 새로운 영역인 것처럼 트렌드를 쫓아가는 식의 파편적 교육(기존 미디어교육과 디지털리터러시, 코딩교육, 알고리즘교육이 전혀 별개인 것처럼 추진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 문제는 해소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디어교육을 종합적으로 추진할 시스템과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에 덜 중요한 취급을 받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 2004년<미디어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시민단체 미디어교육 활동가들이 모여 각 단체의 미디어교육을 평가하고 토론하고 있다. 


  시민사회운동 차원에서 출발한 우리나라 미디어교육의 30여 년 역사 속에서, 2000년대 통합방송법에 미디어교육지원이 명시되면서 시민단체 미디어교육 활동 지원이 늘어났습니다. 이로 인해 찾아가는 미디어교육이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담론과잉을 걱정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반면,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민단체 미디어교육 지원이 대폭 축소되면서 미디어교육에 대한 담론도 함께 사라지던 것도 봤습니다. 이로 인해 풀뿌리 현장에서의 미디어교육은 축소되고 공적 재원을 갖춘 산하 시청자미디어센터, 언론진흥재단 같은 공공기관과 정부가 중심이 된 미디어교육이 주가 되어 진행되는 문제가 생겨났습니다. 
  중단없이 미디어교육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시스템화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지금처럼 정부든 공공기관이든 시민사회든 학교든 담당자의 의지나 사회분위기에 좌우되는 것이 아닌 상시적으로 계획되고 집행되는 교육 영역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교육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중심으로 보호주의적 관점이 강조되던 시기도 있었고, 교육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공교육에 독립과목으로의 도입을 최우선 목표로 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디어교육은 시대적 상황과 필요에 의해 변화·발전하고 있습니다. 미디어교육은 더디지만 발전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의 미디어 교육도 확대되어 가고 있고, 학교 밖에서는 미디어센터 혹은 마을미디어사업과 연계한 풀뿌리 시민단체 미디어교육이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어 뿌리를 내려가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 2018년 12월 장애인인권포럼 “미디어교육지원법이 필요하다” 

  미디어교육의 역사가 30여년이라고 하지만 미디어교육을 모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최근에 저는 초기에 미디어교육의 필요성을 알릴 때처럼, 장애인단체나 다른 영역의 시민단체들에게 미디어교육을 왜 받아야 하는지, 미디어교육 활성화를 위한 시스템 마련을 위한 법 제정이 왜 필요한지를 알리고 동참을 제안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교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다양한 미디어교육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사례발표회 같은 미디어교육 전국대회가 있었으나 지금은 그럴 공간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국제심포지엄, 해외 전문가초빙 등 해외사례 공유도 좋지만, 축제나 영화제처럼 우리 미디어교육 제 주체들이 모두 모여 1년의 성과를 나누며 성찰할 수 있는 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통해 학교현장, 시민사회, 공공기관, 정부가 특정 영역에 올인하지 않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틀 아래서 제대로 역할을 분담해 공통의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기획되어 공유되면 좋겠습니다. 그 발판으로 국회에 발의된 미디어교육법이 빨리 통과되어 우리 사회 미디어교육이 한 단계 더 도약할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며 나의 미교이야기를 마칩니다.□

* 주

매비우스 : 매비우스는 ’매체비평 우리스스로‘의 줄임말로 신문과 방송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자발적인 시민모임의 활성화가 왜곡된 언론환경을 바로 잡고 시청자 주권이 실현되는 건강한 미디어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된 시민단체이다. 1997년 결성되어 대중매체 비평과 미디어교육, 미디어교육 정책 제안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출처: 매체비평우리스스로 매비우스 https://mabius.tistory.com/116)


글쓴이. 노영란

 

- 매체비평우리스스로(매비우스)에서 활동하며 미디어교육의 필요성을 알리고,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현장에서 다양한 교육생들을 만나왔습니다. 최근에는 미디어교육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활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디어교육활성화를 위해 제대로 된 지원법이 빨리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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