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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잘 살고 있습니까? 그 때 그 페미니스트 여러분 -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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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19. 11. 2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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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페미니즘이 하나의 현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역사로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을 잘 담아내었다. 페미니즘은 우리 주변에 늘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차별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ACT! 117호 리뷰 2019.12.16.]

 

모두 잘 살고 있습니까? 그 때 그 페미니스트여러분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 리뷰


현경(제주여성영화제 단편예심위원)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에서 페미니즘은 가장 뜨거운 이슈다. 검찰 내 성폭력 피해 증언을 계기로 시작된 미투(#Me too)운동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고, 많은 시민들은 위드유(#With You)로 그들의 용기에 뜨거운 지지와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또한 사건 발생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강남역 살인사건과 같은 여성혐오 범죄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불법촬영, 데이트폭력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그리고 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살아남기 위해 맞서 싸우고 있다. 

 

  하지만 그에 맞서 페미니스트에 대한 혐오가 강해지고 담론이 많아지고 있다. 그럴 때마다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게 무엇일까 고민한 강유가람 감독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활발한 활동을 한 ‘영페미니스트’들의 삶이 궁금해졌고, 그들의 일상을 통해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페미니스트적인 지향이 어떻게 한국사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살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들을 찾아가보기로 한다.

 

▲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 (강유가람, 2019)


  강유가람 감독은 총 6명의 ‘영페미니스트’를 찾아갔다. ‘영페미니스트’로써 누구보다 뜨거웠던 시절을 보냈던 그들은 제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여전히 일선에서 뛰고 있기도 하고, 평범한 회사원이 되어 있기도 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기도 하였다. 모두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지만 그들은 매일매일 페미니즘을 놓지 않고 지향해나가고 있었다.

 

  과거 관습처럼 내려져오던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에 맞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도 그들은 끊임없이 고민했고, 서로 연대하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였다. 여성들이 겪는 성차별, 성폭력 등의 여성 문제에 대하여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고 ‘과연 나였어도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현재의 나는 어떤 페미니스트이고, 앞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페미니즘 운동은 20대인 내가 살고 있는 현 시대에 일어나는 현상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래 전부터 여성인권에 대하여 고민하고, 많은 여성을 대변하여 싸우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 나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 과거 우리나라의 페미니즘에 대해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안타까웠고, 이 영화를 통해서라도 널리 알려지길 바랐다.

 

▲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 (강유가람, 2019)


  하지만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차별과 범죄 등이 난무하다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회사에서 가면을 쓰고 생활할 수밖에 없다는 ‘써나’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 나도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회사 내에서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밝히는 것은 전쟁터에 맨 몸으로 나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가부장적인 분위기와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성차별, 성적농담 등은 나를 맞서 싸우게 하기 보다는 외면하는 방법을 택하게 했다.


  몇 년 전부터 제주여민회 활동을 하면서 극 중 ‘짜투리’를 본 적이 있다. 제주여민회 회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많은 여성운동을 해왔고, 지금까지도 여성인권을 위하여 페미니스트로써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참 뭉클했다. 지금보다 더 열악한 환경이었음에도 용기를 내고 변화의 첫발을 딛게 한 ‘영페미니스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여자들 없이는 오늘의 내가 없다.’라는 ‘써나’의 말처럼 ‘영페미니스트’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이고, 지금의 페미니즘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는 페미니즘이 하나의 현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역사로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을 잘 담아내었다. 페미니즘은 우리 주변에 늘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차별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글쓴이. 현경 (제주여성영화제 단편예심위원)

- 여성이 불안해하지 않는 사회를 꿈꾸는 페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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