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미디어 수업 이야기』는 교육설계에 있어 매체 환경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청소년의 흥미와 요구를 반영하고, 여기에 교사 자신의 개성을 더하여 구체화했다. 이 책의 교육과정과 다양한 활동은 미디어를 통해 교사와 학생의 삶이 연결되는 학교미디어교육의 실천 방향을 제시한다."
[ACT! 117호 리뷰 2019. 12. 16]
이수미(미디어교육자협회 대표)
아침에 눈을 뜨면 간밤에 새로 뜬 뉴스와 정보, 지인들의 소식을 SNS를 통해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여행지의 풍경을 개인방송으로 전하고 이웃과 함께 라디오를 제작해 마을 소식을 공유하는 것이 더는 낯설지 않다. 미디어로 하루를 시작하고 미디어로 하루를 마감하는 디지털미디어 시대에 미디어는 우리의 생활과 문화를 변화시키는 삶의 중심 환경이 되고 있다. 미디어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미디어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디어에 대해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으로서의 미디어교육은 이제 비판적 읽기와 활용 능력을 넘어 미디어 환경에 대한 사회·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와 소통하고 참여할 수 있는 민주 시민의 기본 역량을 기르는 과정으로서, 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미디어교육을 분명히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매체 환경이 급변하고 미디어교육의 개념이 확장되며 그동안 미디어교육을 실천해왔던 교육의 일선에서조차 미디어교육은 점점 낯선 무엇이 되어가는 듯하다. 미디어의 변화를 따라가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고,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의 미디어 경험을 교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미디어교육의 개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체계적인 미디어교육 지원정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현장에서 변화하는 미디어와 현실의 삶을 연결하여 살아있는 미디어교육을 실천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나 교육문제의 해결안은 늘 교육현장의 고민 속에서 구해지는 것 같다. 전국국어교사모임 ‘매체연구회’ 선생님들이 그동안 학교현장에서 학생들과 부딪히며 연구하고 실천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의 경험을 모아 책으로 내놓았다. 『매체연구회 샘들의 생생한 미디어 수업 이야기]』(해냄에듀, 2019.08)는 국어교사들이 최근의 매체환경의 변화를 수용하여 공교육 과정 안에서 실천한 유형별 학교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의 실례이자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엮은 ‘매체연구회’는 전국국어교사모임 내 연구단체로 1998년에 결성되어 미디어리터러시 교육과 국어교육의 연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삶의 시, 삶의 노래』(2003), 『국어시간에 매체 읽기』(2005), 『국어시간에 매체 가르치기』(2010), 『슬기로운 미디어 생활』(권혜령 외, 2018)을 발표하는 등 학교에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이 정착될 수 있도록 꾸준히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부분으로 나뉜다. 1부 ‘학교에서의 미디어 교육’은 학교미디어교육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내용으로 학교에서의 미디어교육의 필요성과 교육내용, 교육실천의 어려움을 짚어보고 2015 개정 교육과정 중 교과별 미디어리터러시 관련 내용을 분석·검토하여 학교미디어교육의 발전 방향을 제안한다. 2부 ‘수업으로 실천한 미디어 교육’에서는 매체연구회 선생님들이 매체의 유형 별로 수업을 계획하고 진행한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그 안에서 이룬 성과와 한계, 교육현장의 고민을 담고 있다.
『매체연구회 샘들의 생생한 미디어 수업 이야기] 』(이하 미디어 수업 이야기)에서 소개하는 매체 유형별 미디어교육의 실천 사례는 뉴스, 광고, 게임, 웹툰, 영화, SNS, 매체변형 5가지 주제다. 대부분 중·고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이 이루어졌고, 국어수업 시간뿐 아니라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동아리 시간, 자유학기 시간 등 정규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수업이 진행되었다. 각 수업은 먼저 하나의 매체를 선정하고 그에 따라 매체의 특성과 언어, 재현의 방식, 미디어 윤리와 문화 등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성찰하는 활동과 미디어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다양한 활동들로 구성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매체연구회는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은 미디어와 미디어 텍스트를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비판하며 창조적으로 표현하고 사회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능력 및 태도를 갖추기 위한 교육”이며 “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나 문화 콘텐츠에 적절히 접근하여 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미디어를 활용하여 의미 있는 정보와 문화를 생산하고 전달할 수 있는 능력 및 윤리적으로 책임 있게 미디어를 이용하는 태도를 함양하는 교육을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이 책에서 소개하는 미디어교육의 실천 사례들이 “도구적, 언어적 관점에 한정되지 않은 사회적, 문화적 소통과 맥락을 포괄하는 관점”을 바탕으로 실천되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책의 미디어교육 실천 사례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수업의 계획과 실행에 있어 학생들의 흥미와 요구, 그리고 교육을 진행하는 교사의 관심사를 반영하여 창의적인 미디어교육 활동들을 개발한 것이다.
“그동안 게임을 못 하게만 했지 게임을 제대로 즐기는 법을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어떤 게임이 좋은지, 어떻게 게임을 즐겨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고 그저 게임 문화에 대해 비판만 해 온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p94)
그래서 20년차 게이머인 교사는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게임 습관을 분석하고 미디어로서의 게임의 가치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개발해 제시한다.
한편, 청소년 시절부터 만화를 보고 그리는 것을 좋아하던 교사는 웹툰을 활용한 수업을 제안한다. “아이들과 더 쉽고 재미있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 서로의 삶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필자가 좋아하고 잘 아는 것을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마음먹었다. 국어시간에 ‘웹툰’을 활용해 보자.”(p124)
이 교사는 고전이 현대 사회에서 가치 있는 작품으로 다루어지듯 양질의 웹툰 또한 삶에 큰 의미를 주는 가치 있는 콘텐츠로서 학생들에게 재미와 의미를 모두 주는 미디어교육의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모두가 미디어의 이용자이자 생산자가 되고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경계가 무너지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우리의 삶은 미디어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고 있다. 교육자와 학생의 관계 역시,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로 양분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경험하고, 소통하고, 발전하는 관계로 재설정 되고 있다. 교육설계에 있어 매체 환경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청소년의 흥미와 요구를 반영하고, 여기에 교사 자신의 개성을 더하여 구체화한 이 책의 교육과정과 다양한 활동은 미디어를 통해 교사와 학생의 삶이 연결되는 학교미디어교육의 실천 방향을 제시한다.
다양한 미디어교육 현장에서 매체별, 주제별, 계층별 미디어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미디어교육자들이 장기간의 자료조사와 교육 기획을 거쳐 미디어교육을 실천하고 있지만 이러한 사례들을 수집하고 교육자료를 보관하는 종합적인 미디어교육 데이터베이스가 아직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 교육현장의 생생한 경험과 자료는 또 다른 교육설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디딤돌이 된다. 교육자료를 공유할 변변한 미디어교육 아카이브가 없는 상황에서 매체연구회 선생님들의 수업사례 공유가 반갑다. 이 책은 사례에서 활용한 워크북과 학습지 등 교육자료를 QR코드를 통해 내려받아 누구나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디어 수업 이야기』에서 제안하는 다양한 활동은 학교미디어교육 뿐 아니라 사회미디어교육에서도 교육대상과 현장의 특성에 따라 변형하여 시도해보면 좋겠다.
최근 체계적인 미디어교육 지원정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며 국가 차원의 미디어교육 지원사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대규모 미디어센터 건립 등 물적 인프라 구축에 치중되어 미디어교육을 실천하는 미디어교육자들의 어려움은 여전하다. 교육현장에서 매체 환경의 변화를 수용하며 창의적인 실험과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미디어교육자에 대한 교육(재교육)과 연구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그래서 다양한 미디어교육 영역에서 활발히 교육연구가 이루어지고 교육실천의 사례가 공유되길 바란다. ‘매체연구회 샘들의 생생한 미디어 수업 이야기’는 앞으로 많은 미디어교육 현장에서 적용되고, 수정되고, 보완되는 과정을 거쳐 더욱 명랑한 생명력을 얻으며 성장할 것이다! □
글쓴이. 이수미
미디어교육자협회 대표. ACT!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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