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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밤을 새고 있을 활동가들에게, 안부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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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9. 8. 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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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들의 불안한 현실에 대한 토로와 건강한 삶을 위한 대안까지 고르게 담아낸 포럼 '사회 운동 활동가의 건강권을 묻다' 현장을 짧게 전한다." 

 

[ACT! 115호 이슈와 현장 2019.8.14.]


지금도 밤을 새고 있을 활동가들에게, 안부를 묻다


최은정(ACT! 편집위원)

 


  활동가들은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7월 24일 서울 종로구 노들장애인야간학교에서는 故(고) 박종필 감독 2주기 추모 포럼 ‘사회 운동 활동가의 건강권을 묻다’가 열렸다. 활동가들의 불안한 현실에 대한 토로와 건강한 삶을 위한 대안까지 고르게 담아낸 포럼 현장을 짧게 전한다.

▲ 2019년 7월 24일, 포럼 ‘사회운동 활동가의 건강권을 묻다’ 


  기조발제와 사회를 맡은 조한진희 박종필추모사업회(준) 집행위원장은 “한 사람의 활동을 기리는 것을 넘어, 질병이나 죽음으로 활동가를 잃지 않기 위해” 준비한 포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저녁과 주말 없는 활동가들의 치열함이 “신진 활동가의 진입을 막는 걸림돌로 작동”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덧붙여 “운동은 거대한 이어달리기”이며, “바통을 받을 수 있는 존재”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지속가능한 활동 환경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로 활동가의 현실을 보여줬다. 참사 이후 심리 치료를 제안 받기도 했으나, 자신이 “국가 폭력 피해 당사자가 아니”고, 힘들어도 “활동가라면 당연히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 그러나 10년 동안 “피해자의 고통을 가장 가까이 보면서 분노와 절망이 나도 모르게 흡수되어 비슷한 감정에 휩싸였다”고 토로하며, 활동가들이 “삭히거나 담아두지 말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영 성과재생산포럼 활동가 역시, 실업급여조차 받기 어려웠던 최근 상황을 시작으로 16년 동안 활동가로 살면서 느낀 고민을 풀어냈다. 적은 활동비,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정체성 등. 활동가라면 누구나 공감할 구체적인 예로 “제도 밖에서 나이 드는 삶”에 대해 이야기 했다. “5~60대가 되어도 어떻게 대안적 삶의 모델을 만들 것인지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며, “우리 스스로 자원을 만들고 순환시킬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활동가의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대책이 나오기도 했다. 강동진 사회변혁노동자당 활동가는 4대 사회보험 보장과 함께 ‘쉼’을 보장하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프다고 하면 꼬치꼬치 캐묻지 말고 무조건 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 이어서 “활동가는 함께 비를 맞아주는 사람”이며, “누군가 아프다고 말할 때 들어주는 사람”임을 강조하며, “여기서 더 나가서 해결사가 되려고 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포럼 2부는 활동가 건강권을 위한 실천과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은사자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시민사회단체에서 스스로 조직문화를 점검해볼 수 있는 워크북을 소개했으며, 서상희 의료연대본부 시민건강연구소 분회장은 스스로를 활동가이자 노동자라 밝히며 노동조합 활동 덕분에 가능했던 긍정적 측면들을 알렸다. 

  사회활동가와 노동자를 위한 심리치유네트워크 ‘통통톡(通統talk)’, 공익 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소개도 이어졌다. 마음건강의 필요성을 조곤조곤 짚은 오현정 와락치유단 상담가는 “활동가는 모두 치유자”이며, “활동가를 지원하는 것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통통톡’이 함께 할 수 있길 바랐고, 여진 ‘동행’ 활동가는 “활동가들이 서로 돕는 안전망”을 만들기 위해 창립했다고 밝히며, 긴급 지원이나 대출, 다양한 활동 지원 사업을 소개했다.

▲ 2019년 7월 24일, 포럼 ‘사회운동 활동가의 건강권을 묻다’ 


  활동가 건강권을 주제로 다양한 영역의 활동이 모아질 수 있었던 것은 “건강은 여러 사회적 조건의 결과로서 몸에서 구현되는 것”이라는 조한진희 집행위원장의 말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건강하지 못한 활동가의 삶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화 속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가에 대해, 함께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은,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 글에 담지 못한 자세한 내용은 ‘비마이너’를 통해 연재되고 있으며, 자료집은 ‘노들장애학 궁리소’에서 볼 수 있다.
  자료집이 두껍지는 않으나 꽤나 무겁다. 현실과 대안이라는 씨줄날줄이 촘촘하고 빼곡하게 꽉 짜여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아마도 자료집을 만들기 위해 몇몇 활동가들은 밤을 샜을 거라 생각하니, 더 무거워졌다. 그러니 일단 이 무거운 자료집을 좀 나눠들면 좋겠다. 지금도 밤을 새고 있을, 함께 비를 맞아주고 있을, 해결사가 아닌 활동가들이, 바빠도 꼭 한 번 펼쳐볼 수 있길 바란다. □

 

▮ 관련기사 

[ACT! 115호] “아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이게 출발입니다.” - 조한진희
https://actmediact.tistory.com/1383

 

▮ 관련 사이트

- 비마이너 https://beminor.com/
- 노들장애학 궁리소 http://goongree.net/

- [자료집] 故박종필 감독 2주기 추모포럼: 사회운동 활동가의 건강권을 묻다
[영상] 활동 과정에서 건강이 손상된 활동가들의 스피크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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