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14호 리뷰 2019.05.25.]

     

    예술노동의 사각지대, 예술인 고용보험으로 채워질까?

     

    홍태화(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사한 「2018 예술인 실태조사」가 발표되었다. 문학, 미술, 공예, 사진, 건축, 음악, 국악, 대중음악, 방송연예, 무용, 연극, 영화, 만화, 기타 14개 분야별 문화예술인 5,002명이 참여했고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문화예술인들의 다양한 노동 실태가 수치로 드러나게 되었다.  

    ▲    예술인의 예술활동을 위한 개인 수입 ( 「2018 예술인 실태조사」, 문화체육관광부)



    ▲  겸업 예술인들의 예술활동 외 직업 종사 이유  ( 「 2018  예술인 실태조사 」 ,  문화체육관광부 )

     

    ▲ 예술인의 예술경력 단절 이유 (「2018 예술인 실태조사」,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인의 1년간 예술활동을 통한 평균 소득은 1,281만 원. 여기에 3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무려 절반을 차지했다. 겸업 예술인들의 84.3%는 불안정하고 열악한 노동 환경을 이유로 예술활동 외 겸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고 예술경력 단절 경험자들의 68.2%는 예술활동을 통한 수입의 부족을 경력 단절의 이유로 삼았다. 서면계약 체결률 37.3%, 고용보험 가입률은 24.1%에 불과해 많은 예술인이 사회보장의 혜택에서 벗어나 노동권과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번 실태조사는 문화예술노동을 통해 삶을 영위할 수 없는, 현재의 문화예술 노동환경의 열악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많은 예술인들이 예술활동 및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에 놓여 있고 이는 예술인이 사회보장제도에 하루빨리 포섭되어야 할 이유이다. 

     

    ▲ 예술인의 예술활동 관련 계약 체결 경험 (「2018 예술인 실태조사」, 문화체육관광부)



    ▲ 예술인의 공적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가입률 (「2018 예술인 실태조사」, 문화체육관광부)

     


    권리를 위한 첫걸음, 예술인 고용보험 논의의 시작

      그동안 오랫동안 지속해온 예술인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의 필요성 및 문제제기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을 통해 특수고용노동자 및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을 국정과제로 선정하였다. 예술인 고용보험은 프랑스의 ‘엥떼르미땅’을 모델로 하였다고 밝혔다. 이는 공연 및 영상분야에 종사하는 예술인 및 기술지원 인력을 대상으로 설계된 프랑스의 예술인 실업 보험 제도로 간헐적으로 일하는 예술인들의 특성을 고려해 공연(혹은 촬영)이 없는 기간에도 실업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이들이 안정적으로 작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예술인을 위한 ‘한국형 엥떼르미땅’을 만들겠다고 밝혔고 이후 본격적인 예술인 고용보험 및 실업급여 제도의 틀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7년 7월 발표한 정부의 예술인 고용보험 세부 내용은 가입률 0.3%에 불과한 임의가입 자영업자 고용보험제도와 유사한 형태로 보수를 지급하는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예술인복지법상 예술 활동을 증명한 예술인만을 대상으로 하며 수급 요건으로는 36개월 동안 고용보험 가입  12개월을 충족시켜야만 했다.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나듯 예술인들의 계약 체결률과 고용보험 가입률은 현저히 낮다. 예술인복지법상 예술 활동 증명이 어려운 예술인들이 많고 게다가 노동 형태가 일시적이고 비정기적인 예술인들이 36개월 동안 고용보험 가입 12개월을 채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탁상행정에 불과한 제도를 유네스코 <예술가의 지위에 관한 권고>에 준하며, 오롯이 문화예술인을 위한 제도로 만들기 위해 13개 문화예술단체가 모였다. 공연예술인노동조합, 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문화연대, 뮤지션유니온, 방송작가유니온(준), 서울연극협회 복지분과, 예술인 소셜유니온,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전국예술강사노동조합,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13개 문화예술단체는 2017년 8월 ‘문화예술노동연대’를 구성해 문화예술인들의 노동 현실을 고려한 실질적인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모으기 시작했다.

    ▲ 2017. 09. 27 국회 토론회 ‘예술인들은 어떤 고용보험을 원하는가? (출처: 문화예술노동연대)


      문화예술노동연대는 故최고은 작가조차도 통과할 수 없었던 예술 활동 증명 없이 모든 예술인을 적용대상으로 확대해줄 것, 그리고 보수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만큼 문화예술인이 임금노동자와 동일하게 당연적용(의무가입)을 하도록 하고 18개월 동안 180일 고용보험 가입 시 실업급여 수급요건이 될 것을 전제로 약 1년에 걸쳐 정부와 지속적인 대화와 논의를 하였다. 

      그 결과로 문화예술노동연대의 요구안이 많은 부분 수용되었고, 2018년 8월 고용노동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예술인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의결한 아래의 내용을 발표하였다. 

    1. 임금노동자나 자영업자가 아닌 예술인도 고용보험을 당연적용(의무가입) 형태로 적용하되,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2. 고용보험사업 중 ‘실업급여’만 적용되며 고용안정ㆍ직업능력개발 사업은 제도 시행 성과 분석 후 도입 결정한다. 
    3. 보험료는 예술인과 사업주가 각각 1/2을 부담한다. 다만 소득확인이 어려운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하는 기준보수를 적용한다.  
    4. 실업급여는 24개월 중 9개월 이상 고용보험료 납부한 비자발적 이직자 및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감소로 이직한 사람에게 지급한다.  
    5. 실업급여 지급수준은 월평균 보수의 50%로 하되, 상한액은 임금노동자와 동일하게 적용한다. 
    6. 실업급여 수급기간은 고용보험 가입기간에 따라 임금노동자와 동일한 90일~240일로 적용한다. 

      이는 1년간 예술인들이 치열하게 싸워 얻어낸 값진 결과물이지만 여전히 법률개정안 통과 및 하위 법령(대통령령 등)의 마련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남은 숙제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의결된 예술인 고용보험이 모든 문화예술 노동자들에게 공정한 혜택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첫째, 고용보험의 구체적인 적용대상으로써의 예술인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에 예술인의 정의는 「예술인복지법」 제2조 2호에 명시된 ‘예술 활동 증명을 해야 하는 자’다. 예술 활동 증명의 문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고용보험 개정안에 예술인 적용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 신진예술인과 예술 활동 증명을 할 수 없는 경력단절 예술인이 포함될 수 있도록 대통령령의 개정이 절실하다.

      둘째, 문화예술노동 현장에서의 계약 체결률은 아직 현저히 낮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 활동 관련 계약 체결 사례를 물은 질문에 57.9%가 체결한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면 예술인고용보험의 적용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공적자금으로 지원되는 사업에 서면계약 체결에 대한 조건을 의무화, 표준계약서 작성에 우대지원을 비롯 예술 활동에 서면계약을 전제하는 등 많은 행정지원 및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


      셋째, 계약 기간에 예술 결과물을 위한 연습 시간 및 기간 등 사전활동의 시간과 기간이 명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뮤지션의 경우 당일 콘서트 또는 공연을 위해 수일 또는 수개월에 걸쳐 연습 등 준비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계약서에 준비 기간 외에 공연 일자만 명시된 경우, 예술인은 예술노동을 하고 있어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된다. 이 같은 문제는 많은 문화예술인들에게 해당되는 문제다. 프랑스의 앵떼르미땅 제도에서도 연습시간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예술인의 표준계약서에 준비기간의 명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넷째, 「고용보험법」 제18조에서는 이중취득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예술산업의 특성상 동일사업자 또는 다른 사업자와의 반복 또는 복수계약을 하거나 개별 사업자로 활동하는 예술인이 있다. 이에 건설일용노동자와 유사하게 보수지급일을 12일인 경우 1개월로 인정하고 실업급여 신청일 이전 1개월간 일한 날 수가 10일이 안 될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을 토대로 단기 계약 반복하는 예술인에게 적용하는 사례설계도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로 예술인 고용보험도 ‘실업급여’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고용보험사업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임금노동자 수준의 재직자 및 실업자 훈련지원을 통한 전문성 강화, 육아휴직급여 및 출산 전후 휴가급여를 통한 경력단절 예술인의 보호 등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한정애 의원 대표 발의된 고용보험법 개정안에 사전 논의되지 않았던 예술인의 출산 또는 유산·사산을 이유로 노무를 제공할 수 없는 경우 출산전후급여 등이 포함된 것은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적극 대응한 것으로 매우 환영할 일이다. 다만 예술인 출산전후급여 등의 지급요건, 지급수준 및 지급기간, 지급절차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해지는데 있어 예술현장의 이해가 적극 반영되길 바란다. 또한 이번 법률개정안에서 제외되었지만 임금노동자 수준의 재직자 및 실업자 직업훈련지원을 통한 전문성 강화 지원 등 경력단절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가 보호될 수 있도록, 고용보험 적용 확대를 비롯 예술인복지법등 다른 법률의 보완 등 사회보장 확대를 위한 지속적 논의가 필요하다.


    문화예술인도 노동자다

      그동안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예술인은 불안정하고 비정규적인 노동에 종사해왔다. 예술이라는 이유로 낮은 임금과 긴 실업 기간을 스스로 견뎌야 했고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예술인 고용보험은 이러한 문화예술인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고용보험위원회 심의 의결된 내용을 근거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경애 의원은 「고용보험법」 및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의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였다. 또한 이에 맞춰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의원은 「예술인복지법」에서 ‘국가가 고용보험료 일부를 지원’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였다. 
      
      무엇보다도 예술 활동이 노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예술인고용보험 내용을 담고 있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의 통과가 시급하다. 그리고 이런 예술인고용보험제도 정착을 시작으로 유네스코 <예술가의 지위에 관한 권고>에 따른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가 보장될 수 있는 제도들이 마련되어 예술노동의 사각지대가 하루 빨리 해소되길 기대해 본다. □

     


    글쓴이. 홍태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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