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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8호 이슈] 카피라이트 디스토피아에서 살아남기 - 저작권이 독립다큐 제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미국 사례 -

이전호(78호 이전) 아카이브/이슈와 현장

by ACT! acteditor 2016. 8. 1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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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권리인가? : 저작권 쟁점과 독립영화



카피라이트 디스토피아에서 살아남기
저작권이 독립다큐 제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미국 사례 -

  

지후(act! 편집위원)

 

 

그림을 클릭하면, 'stories untold' 동영상 버전을 볼 수 있습니다. 7'30"
한글자막판 출처 : 미디어참세상

작년 11월, 어메리칸 대학의 사회적 미디어를 위한 센터(the center for social media)와 워싱턴 법대의 지적재산권과 공익 프로그램(program on intellectual property and the public interest program : pippi)은 하나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제는 나눌 이야기 :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저작권 문제 해결을 위한 창조적 접근(untold stories : creative consequences of the rights clearance culture for documentary filmmakers)"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작품 제작에 있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상세히 정리하고 있으며, 현재 수준에서 대안이라 할 만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이 연구 프로젝트의 대상이 된 까닭은, 그들이 타인의 다양한 저작물을 활용(사진, 영화클립, 음악, 책, 포스터 등)할 뿐만 아니라, 그리하여 생산된 자신의 저작물을 여러 가지 시장(극장 배급, 비디오나 DVD 배급, 공중파 및 케이블 방송)을 통해 판매하거나 임대하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저작권과 관련한 다종다기한 문제들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처럼 기존의 지식/기술/문화를 활용하여 또다른 인류의 문화자산을 창조하는 이 시대 수많은 문화생산자들은, 창작에 대한 고민을 해야할 때 저작권 문제로 골머리를 앓느라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하며 절망에 빠지기 일쑤다.

 

저작권법 전면 개정을 앞두고 사회 전체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창작자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준비는커녕 제대로 된 정보 하나 없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나 있지는 않을까? 다음에 소개할 미국의 사례는, 이 법이 앞으로 창작자들에게 어떤 악재로 닥쳐올지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고, 저작권이 빚어낸 지옥에서 '살아남기'를 넘어, 이 법이 그 목적에 맞게 "문화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능동적인 견인의 주체로서 창작자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지 참고해 볼만한 연구다.

 

 

무엇이 문제인가


 

1) 비용의 문제


단연코 문제가 되는 것은, 저작권 해결에 들어가는 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만큼 높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비용은 지난 20년 사이에 극적으로 상승했다. 여기에는 과거에 비해 다양해진 상업적 배급망(DVD, 케이블, 위성방송 등)이 하나의 원인이 된다.


004년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조나단 코옛 Jonathan Cauotte 감독의 ‘타네이션 tarnation’은, 문제 많은 자신의 가족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대부분은 어머니와 조부모의 사진으로 이루어졌지만 다양한 대중문화를 레퍼런스로 활용한 덕에, 218 달러에 불과했던 순제작비는 저작권 해결 비용을 포함하자 4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정치 다큐멘터리 '언커버드 Uncovered'의 조안 세클러 Joan Sekler 감독은 비영리 목적의 작품이라 해도 저작권 비용 협상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라고 한다. 자신의 작품이 전세계의 텔레비전에서 방송되고 극장에 배급되고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권리를 영구히 취득하고자 했지만, 1초에 90달러나 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Getty images나 Corbis 같은 상업적 아카이브들의 합병도 문제다.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소규모 아카이브들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고, 그 결과 특정 사진이나 음악의 경우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기도 했다. 그들과의 협상은 애초에 불가능해서, 500달러를 내라면 고스란히 내야지 그렇지 않으면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


2) 게이트키퍼의 높은 요구


게이트키퍼 Gatekeeper - 넓은 의미에서 관객과의 만남을 통제하는 사람들. 예를 들어 기금지원자, 방송사업자, 케이블사업자, 배급업자, 편성담당자, 보험업자 등 - 들은 저작권 문제로 고소 당할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따라서 저작권 문제 해결에 대해 매우 민감하고 높은 기준을 제시한다. 이 상황에서 제작자들은 어떤 선택권도 가지지 못 한다.

 

제프리 투츠먼 Jeffery Tuchman 감독에 따르면, 제작자들은 작품의 배급에 가장 관심이 많은 존재인 동시에 가장 힘없는 존재다. 그들이 아무리 “책임은 내가 지겠어요. 이 사진은 그냥 써도 문제없습니다.”라고 말해도 게이트키퍼들의 변호사가 내세우는 기준에 맞는 서류를 제출하지 못 하면, 관객과의 만남은 차단되고 만다. 여기저기서 상을 받고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어떤 영화는 극장에서는 개봉했지만 공중파에서는 방송할 수 없고, 비디오 배급은 가능했지만 DVD 출시는 불가능한 상황을 겪을 수도 있게 된다.


3) 저작권 문제 해결 과정의 어려움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는 높지만, 그 절차가 간편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제작자들은 모든 저작권자들을 직접 찾아나서야 하는 짐을 지게 되며, 그 과정은 매우 지난하다. 누가 저작권자인지 알 수 없는 경우는 물론, 용케 저작권자를 찾아냈다 해도 그가 저작물의 사용을 거부하면 그간의 과정은 물거품이 된다. 어떤 저작권자는 예상 밖의 비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저작물을 사용하려는 창작자들과 저작권자 사이에는, 매니저, 에이전트, 변호사 등 수많은 징검다리가 놓여져 있어서, 때로는 창작자들과 저작권자가 만나는 게 불가능할 경우도 있다. 


<존 레넌을 찾아서 Looking for Lennon>를 연출한 론 머크 Ron Merk는 ‘Imagine'을 사용하기 위해 오노 요꼬와 여러번 접촉을 시도했지만 결국은 실패했다. 그는 저작권자들에게는 사용 허락에 대한 어떤 의무도 지워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 절망스럽다고 말한다. 저작물이라는 것이 일반 공산품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지만, 소유권에 관한 한 다를 바 없어서, 저작물의 사용을 허락하거나 말거나 하는 것은 오로지 저작권자의 마음에 달렸다.

 

공적인 사건에 대한 뉴스 푸티지의 획득에도 어려움이 많다. 로버트 그린월드 Robert Greewald는 NBC가 대중 연설 중인 조지 부시의 클립 사용 허락을 주저하는 바람에, 작품의 일부를 재편집해야만 했다. 그는 정치적인 영화에 연루되고 싶어하지 않은 그들의 속내를 추측할 뿐, 어떤 조치도 취할 수가 없었다.  

 

잘 알려진 대규모 스튜디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니엘 앵커 Daniel Anker는 홀로코스트와 헐리우드에 관한 <가상의 목격자 imaginary witness>라는 작품에서, 헐리우드 거대 상업 스튜디오의 작품들을 한 시간 정도 인용했다. 저작권 비용이 전체 예산의 3배쯤 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는 스튜디오의 라이센싱 담당자와 소통하는데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 잊혀진 과거 영화가 다시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아무리 설득해 봤자 담당자는 꿈쩍도 안 했던 것이다. 그는, 그들이 작품에 대해서 어떤 말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특별한 영화라는 것도, 이 다큐멘터리가 대중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좋은 작품이라는 것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어렵사리 저작물 사용에 대한 허락을 구했다 해도, 분당 3500-4500 달러라는 높은 비용을 독립제작자들은 감당할 수가 없다. 따라서 제작자들은 차선책을 찾게 되고, 의도치 않은 미학의 선택을 강요받는다. 예를 들어, 어떤 장면의 설명에 꼭 필요한 극영화를 쓰지 못 해 그 영화의 예고편이라도 쓰려고 협상하다가, 그조차도 어려우면 영화의 포스터를 활용하는 식으로 자꾸만 원치 않는 변화에 순응하게 되는 것이다.


배경음악이나 우발적으로 들려오는 음악의 저작권 문제는 제작자들을 분노케 한다. 수퍼마켓이나 까페에서 들리는 음악이라든가, 누군가 지나가면서 부르는 노래 같은 것도 저작권자들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어떤 감독들은 촬영할 때 아예 음악을 꺼달라고 요청하거나, 편집할 때 다른 음악으로 바꿔 버리기도 한다.


4) 변해가는 다큐멘터리, 볼 수 없는 다큐멘터리


저작권 문제 해결에 관한 높은 요구와 과정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같은 작품이더라도 어떤 경로로 보느냐에 따라 약간씩 달라질 수 있다. 배경음악이 바뀌거나 인용된 이미지가 바뀌거나 아예 하나의 씬이 사라지는 등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현실만 보여준다? 이것은 농담이 아니다. 저작권법 체계가 저작권자의 권리는 옹호하면서 이용자의 권리는 축소하는 반쪽짜리 법으로 개정되어 나간다면, 다큐멘터리는 더 이상 다큐멘터리의 역할을 못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건 미국에서건 한국에서건 마찬가지다. 특히 역사 다큐멘터리는 극심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아카이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는 점점 비싸지고, 역사를 회상하고 비판하는데 쓰일 수 있는 이미지의 풀은 점점 축소되기 때문이다. 이는 개별 제작자들에 대한 불이익이 아니라, 전체 사회의 손실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보고서는 현재의 저작권 환경을 옳거나 정상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전제하에, 지금의 시스템 내에서도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서술한다.

 

제작자들이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공정 이용 fair use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Weather underground의 Sam Green 감독은, 공정 이용이란 근육과 같아서 자주 이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이 아무리 감독이 공정 이용의 원리에 의존하려 해도 게이트키퍼를 설득하지 못 하면 소용없는 일이다. 따라서 게이트키퍼들을 설득하고 교육하는 캠페인도 병행되어야 한다. 법률 전문가들과 감독, 각종 사업자들이 함께 저작 권 문화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저작권 문제 해결의 과정을 용이하게 하는 일 또한 필수적이다. 비영리적인 작업에 적용할 수 있는 저작권법의 예외 조항을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더불어 제작자들이 자신들이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자각할 수 있도록,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의 법적 자문을 담당하고, 작품 완성 이후 저작권법 위반으로 소송 당한 제작자들을 도울 수 있는 센터를 설립해야 한다. 지적재산권의 다양한 분야(저작권, 상표권, 특허 등)에 대한 균형잡힌 해석을 제공할 수 있는 자료(핸드북이나 웹사이트 등)를 개발하여 대중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시급하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이용자의 권리와 저작권자의 권리가 공히 보장될 수 있는 합리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공유정보영역 public domain의 확대나 창작자들이 저작물의 사용 조건을 선택적으로 표기하는 정보공유라이선스의 채택 등 공공성의 확대를 지향하는 저작권법을 위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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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법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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