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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8호 이슈] 독립다큐멘터리와 저작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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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18호 / 2005년 2월 28일 




누구를 위한 권리인가? : 저작권 쟁점과 독립영화





 
독립다큐멘터리와 저작권 문제




이 마 리 오 (독립다큐멘터리 감독)
 



얼마 전 에롤 모리스 감독의 <전쟁의 안개>(http://www.sonyclassics.com/fogofwar)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이 작품은 미국 현대사에서 중요했던 사건들 한가운데 늘 중심적인 위치에 있었던 한 인물(맥나라마)을 인터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사건 당시의 자료들을 엄청나게 많이 사용하여 제작한 작품이었다. 예를 들면 케네디의 죽음 이후 닉슨과 맥나라마의 전화 통화 사운드,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진행되었던 백악관 회의 사운드, 각종 미국 텔레비전의 과거 뉴스 화면 등. 솔직히 어떻게 저런 자료들을 구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 자료들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했다.
한국에서 독립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면서 그러한 자료들을 구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에 작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질 못한다. 미국에선 이러한 자료들을 돈을 주고 사는지 아니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자료들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충격적이었고 다큐멘터리를 작업하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자료화면이라고 해보아야 기껏 대한뉴스 정도나 구할 수 있을까?


아마도 저작권 문제가 대두가 되는 것은 최근의 일일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독립 다큐멘터리는 소수의 영화제나 혹은 테잎을 구입해야만 볼 수 있는 영화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KBS의 <열린채널>이나 <독립영화관>, EBS의 <열린 다큐멘터리>를 통해 공중파 방송에서 매우 제한적이긴 하지만 독립 다큐멘터리들이 방영됨으로써 저작권 문제에 대해 작업자들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작품에 들어가는 음악은 대부분 음악작업자들과 함께 작업을 함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자료화면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었다. 대표적인 자료화면이 대한뉴스이다. 당시의 시대상황이나 중요했던 사건들을 왜곡된 시각이긴 하지만 담고 있기 때문에 작품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대한뉴스를 구하려면 KTV에 신청(나의 경우엔 다큐멘터리 작업을 위해서 구입신청을 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논문을 쓰기 위해서 필요하다 라는 이유로 신청을 했다. 왜냐하면 다큐멘터리에 사용될 자료화면이라고 하면 분명 비용과 절차에서 문제가 생길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을 하든가 아니면 공중파 방송사의 아는 PD들을 통해서 구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방법이 아니라면 말 그대로 공식적으로 신청해서 비싼 비용을 지불해서 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예를 들어 방송사의 영상물을 사용할 경우, 보통 10초당 10-15만원 비용을 지불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
 
 
출처:12년간의 간첩과의 만남 [송환]


물론 아직까지 저작권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예는 거의 없다. 국내에서 제작된 독립 다큐멘터리들 중에서 극장 개봉한 작품은 매우 극소수이며, TV에 방영한 작품들 또한 극히 적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어떠한 독립 다큐멘터리가 방송을 탈 경우 타방송사의 자료화면은 방송을 할 방송사의 자료화면으로 대체를 해서 사용하는 편법을 방송사에서 요구하여 방송을 하는 경우가 있다. 더불어 방송사들의 경우 음악에 대한 저작권 사용료를 계약을 통해서 지급을 하기 때문에 음악에 대한 저작권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솔직히 말해서 독립 다큐멘터리가 많이 보여 지지 못해왔기 때문에 저작권을 가진 사람들이 문제제기를 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 독립 다큐멘터리 작품들이 극장개봉을 하거나 TV를 통해서 방영이 될 기회는 점점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저작권 문제는 매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떠한 방법이 있을 수 있을까?
먼저 대한뉴스, KBS, EBS 등 공공영역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의 저작권은 비영리적이고 비상업적인 용도로 사용될 경우 당연히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각 기관의 자료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아카이브를 구축하여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이때 사용자는 자료의 출처를 밝혀 저작권의 출처를 명확히 하면 될 것이다. 말로만 공공성을 외칠 게 아니라 직접적인 행동으로 공공성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인쇄매체(사진, 신문 등)나 음악의 경우처럼 사적인 영역이라고 불릴 수 있는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비영리적이고 비상업적인 사용의 경우 출처 명시를 하는 조건으로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애초의 의도는 비상업적이고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창작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상업적인 유통과정에서 유통이 됨으로써 이윤을 창출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일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독립 다큐멘터리가 이윤창출을 한다고 해서 도대체 얼 만큼이나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을 했으면 좋겠다. 충무로의 상업영화처럼 대규모의 자본이 투여되어서 제작되는 것도 아니고 극장개봉을 한다고 해서 몇 십 만명의 관객이 든다는 것은 현재의 제작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이렇게 극장개봉을 하는 작품 또한 굉장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지 극장개봉을 했다고 해서 혹은 TV를 통해서 방영이 되었다고 해서 기존의 상업적인 사용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다. 독립영화를 포함하는 비상업적인 영역의 창작 작업에 대한 현실적인 별도의 저작권 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사실 저작권 문제는 좀 더 큰 틀에서 볼 필요가 있다. 모든 영역에서 만들어지는 창작물이 그러하듯이 창작물을 통해서 이윤이 생긴다면 그 이윤은 그것을 만든 창작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창작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배급, 유통업자나 자본을 투자한 자본가 혹은 그것을 구입한 소유자, 즉 저작권자에게 그 이윤이 돌아간다. 저작권이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문제의 핵심은 저작권을 침해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윤창출이 방해를 받기 때문에 이윤을 남겨야 하는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며 이것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결국 시장경쟁의 자본주의 논리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이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단지 돈벌이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문제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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