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18호 / 2005년 2월 28일 누구를 위한 권리인가? : 저작권 쟁점과 독립영화 저작권법 개정 현황과 그 대응 김 지 성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정책연구원) 지난해 말 통과된 개정안 이후, 이어질 전면 개정안을 포함한 개정안들로 저작권법은 큰 폭의 수술을 받게 된다. 1월 17일에 시행에 들어간 개정 저작권법에 대한 인터넷 공간의 시민들의 반발로 저작권법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이전 어느 때보다 높다. 높은 관심은 긍정적이나 이러한 관심이 네티즌, 시민사회단체, 문화계가 변화에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이어질 저작권법 개정의 개략적 추이, 이에 대한 시민사회 영역의 현실적 대응 노력, 그리고 과제를 이 글을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개정 저작권법에 따른 반발과 그 함의 1월 17일 시행에 들어간 개정 저작권법의 내용만을 본다면, 최근에 언론 보도에 자주 등장하는 네티즌들의 반발은 저작권법을 잘 모르는 시민들의 오해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정부의 관계자는 개정 저작권법은 아무런 죄가 없음을 주장한다. 저작인접권자(실연자, 음반제작자)에게 전송권을 부여한 개정 내용 때문에 소리바다 등을 통한 파일 공유나 블로그의 배경음악이 갑자기 불법이 된 것도 아니며, 애국가를 공중이 접근이 가능한 형태로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것이 불법이 된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관계 공무원의 이야기는 틀린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시민들이 저작권법에 무지하기에 이렇듯 반발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만큼이나 저작권법을 둘러싼 현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실토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는 시민들의 이 같은 반발이 이전까지는 저작권법을 둘러싸고 간헐적으로 제기되던 사건 또는 논쟁이 자신들에게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명확히 느낄 수 있는 계기로서 작용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은 첫째 이번 개정에 따라 돈을 가진 산업계의 더욱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권리 주장이 단순히 법문안의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소리바다나 벅스뮤직에 대한 공격이 산업계의 단순한 분쟁에서 멈추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이는 법의 개정이 실질적으로 누구에 의해서 주도되는가를 알게 됨을 뜻하는 동시에 저작권법 개정을 통한 산업계의 영향력 확대의 대상이 특정한 서비스 영역이 아니라 바로 시민들 자신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는, 시민들이 정부와 여당이 지난해 말부터 발의 또는 발의 준비 중인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의 범위 축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과 전면 개정안 등이 서로 동 떨어진 내용이 아닌 하나의 프로그램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본다. 개정 저작권법에 따른 시민 사회의 대응 1월부터 인터넷 상에서 네티즌들이 ‘No Music, No Blog’ 까페(http://cafe.naver.com/nomusicnoblog), ‘네티즌을 범죄자로 몰지마라’ 까페(http://cafe.daum.net/nethim) 등을 통해 모여 활동하고 있다. 정보공유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및 민주노동당은 개정안 발의 시점부터 이 개정안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하였다. 입법 과정에서 문화관광부는 이번 개정이 세계저작권기구의 “음반 및 실연에 관한 조약”(WPPT) 가입의 전단계로서 필요하며, 외국의 통상 압력을 그 이유로 들었지만 관련 단체와 민주노동당은 저작인접권자 권리 강화에 따른 인터넷 상의 이용 제약은 명확하나 이에 따른 대책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다는 점과 산업의 측면에서도 현실적으로 권리 강화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산업계가 변화하는 기술과 이용 현실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는 점 등에서 이를 비판하였다.
저작권법 개정 프로그램에서의 쟁점들 윤원호 의원의 제27조 개정안의 내용은 지난 2003년 9월 독일의 저작권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조항에서는 사적 이용의 기준으로 두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이용 목적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둘째는 그 이용 범위가 개인이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범위여야 한다. 과거 대학가의 복사점 등에서 책을 복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반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에 의한 복제”는 사적 이용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단서가 있다. 이를 확장하여 윤원호 의원의 안은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의 원본이 “저작권을 침해하여 만들어진” 경우나 “정당한 권리없이 배포,방송,전송된” 경우, 이를 “알면서” 복제하는 경우를 추가로 사적 이용에서 제외한다는 것인데, 이는 개별 이용자의 수준에서 법을 형평성을 가지고 집행한다는 것이 실질적으로 어려운 데다가 이용자가 복제 원본의 불법성을 판별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음으로 해서 그 실효성이 의문인 상황이다. 여당의 저작권법 전문 개정안의 경우는, 아직까지 초안을 공개하고 있지 않아서 면밀한 검토가 어렵지만, 보도 자료에 나온 주요 내용만을 놓고 보아도 그 개정의 범위가 방대하다. 몇 가지만 뽑아서 이글에서 제시하는 것도 벅찰 정도다. 몇 가지를 든다면: * 인쇄도서에 대한 영리 목적의 대여권 신설 * ‘배타적 이용권’ 도입 * 웹캐스팅 등 새로운 매체 생성에 맞추어 디지털음성송신 개념 도입 * 실연자의 인격권(동일성 유지권, 성명표시권), 대여권, 공연권, 배포권 신설 * 신탁관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관리하고 있는 저작물 이용계약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함 * 저작권 침해방지를 위해 상설단속반을 설치 운영 할 수 있게 함 * ‘업으로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저작재산권 등을 침해한 행위는 ’‘비친고죄’로 변경 * 저작권자의 요구가 있으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서비스 중단을 ‘즉시’하도록 요건 강화 * 실연자 인격권 침해와 허위 표기에 대한 형사처벌 추가 *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를 저작권 위원회로 명칭변경. 저작권 교육, 홍보, 그리고 정책개발 지원 기능 추가. 표준화 업무 추진을 위한 저작권정보센터 설치. 저작권 침해방지 등의 업무 수행을 위해 관련단체로부터 기부금 받을 수 있게 함. 등이다.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신탁관리체제를 정비하고, 부분적인 개정을 통한 헝클어진 체계를 바로잡는 부분은 충분히 긍정적이나, 다른 내용은 여전히 저작재산권자의 권리 강화와 이에 따른 이용자의 단속과 교육이라는 패러다임을 강화한 내용들이다. 도서의 대여권이 신설되면, 진정으로 우리나라 만화 산업이 살아날 것인지, 분쟁 조정 기구였던 저작권심의위원회가 저작권위원회라는 이름을 걸고 관련단체에서 돈을 받아 저작권 침해 방지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이미 저작권법의 목적인 사익과 공익의 조화(제1조)는 물 건너가는 것은 아닌지. 나가면서 저작권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 활동가들, 그리고 연구자들에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쁘지만, 새로운 꿈도 꾸어볼 수 있는 해가 될 것 같다. 이런 예상을 하게 되는 이유가 단지 줄을 이을 저작권법 개정안에 따른 논쟁 때문만이 아니다. 첫째는, 시민들에게 유쾌하지 못할지라도, 저작권법 개정과 제도 변경에 따른 영향이 점차 뚜렷해짐으로 해서 저작권법이 다수의 시민들에게 삶의 문제로 인식되는 해가 될 것이다. 둘째는, 이전의 짧은 시간에 급격히 이루어진 법제도 도입의 성과와 오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성숙함으로 해서, 저작권 논쟁이 법리와 국제 조약의 틀을 벗어나 관련 이해 당사자들이 현실 적합성과 대안 제시를 요구하는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다. 셋째는, 지난해 세계저작권기구(WIPO) 총회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제안한 WIPO의 목적과 활동에서 개발 의제를 확립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여 2005년 정부간 회의에서 논의를 하고 7월말까지 보고서를 준비하기로 결정한 것과 WIPO의 저작권 위원회에서 칠레가 차기 위원회 안건으로 이용자의 지식 접근과 이용 권리를 추가한 것 등과 같이 WIPO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던 저작재산권자의 권리 강화라는 패러다임에 대한 의미 있는 도전이 국제적인 차원에서 올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고, 이는 국내에서도 균형 잡힌 논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나는 이러한 좋은 여건에서 얼마만큼의 성과를 이끌어낼 지를 결정하는 관건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저작권과 관련을 맺고 있는 이해당사자 집단들이 얼마나 정확하게 대표될 수 있도록 이익집단으로 모이고 논의의 장에 나설 수 있는가다. 이제까지 일방적으로 저작재산권자의 권리 강화로 이어져 온 것은 저작재산권자들이 우리 사회의 정치에서 과대대표 되었기 때문이다(저작권법 상의 저작재산권자 집단들이 모두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 다양한 창작자 집단들이 얼마큼 정확하게 대표 되었는지 의문이다). 무수히 많은 네티즌이라 불리는 인터넷 상의 저작물의 창작, 유통, 매개의 주체인 시민들, 과학기술 혁신의 주체인 연구기술자 집단, 저작물의 접근을 제공하는 공적 기구(도서관과 같이) 등이 그 사회에서 차지하는 인구 비중이나 저작물의 사회적 이용에 기여하는 역할에 비례하여 정당하게 대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단언한다. 이러한 대표의 불균형은 결국 법제도의 불균형으로, 창작자들의 삶을 보장하고 의욕을 높임으로 해서 공익(과학기술 발전, 문화 발전, 건강, 교육, 민주주의, 삶의 질 향상, 사회적 통합)을 달성하려는 저작권법의 목적인 사익과 공익의 조화의 파괴로 이어져 온 것이다. 둘째는, 우리의 현실과 수준에 맞는 저작권 논의의 주제가 제시되어야 한다. 문화의 창작 방식과 이용 형태는 사회마다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최근의 정보 격차 실태에 대한 조사에서만 보아도 우리 사회에서 지역, 연령, 계층 집단 간의 상대적 격차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와 선진국의 도서관 숫자나 일인당 장서 수 등은 수십 배의 차이가 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서 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저작재산권 보호 규정을 만든다고 해서 그것으로 문화 선진국이나 저작권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창작자 보호와 전 사회적 문화 향유의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우리가 해오지 못한 것들을 챙기지 못한다면, 그 어떠한 강력한 재산권 규정과 단속도 몇몇 사람들의 주머니를 불려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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