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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9호 현장] No 베트콩! Yes 미디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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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베트콩! Yes 미디콩!
 미디콩은 대표나 실무자들이 ‘알아서 하는’ 단체로 운영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회원 각자가 즐겁게 단체 활동을 할 수 있기를 원하고, 각자 역할은 있으되 권리와 책임을 공유하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고수정(춘천영상공동체 운영위원) 

“이 회는 시청자주권확보와 미디어공동체의 실현을 그 목적으로 한다.”
지난 2월 14일 창립총회를 통해 확정된 춘천영상공동체(약칭 미디콩)의 정관 제1조다. 준비모임을 시작한지 한 달여 만에 발기인대회와 창립총회를 모두 치루면서 숨 가쁘게 달려온 미디콩이 작지만 소중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춘천에 산다는 것]

춘천은 25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사는 크지 않은 도시다. 소양댐, 춘천댐이 만들어낸 큰 호수들이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고, 마임축제와 애니메이션페스티벌, 국제연극제 등 많은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춘천에서 다양한 축제가 벌어지는 것을 보면, 춘천이 문화적으로 혜택을 받은 도시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관광을 목적으로 춘천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춘천이 그렇게 인식될 수도 있을 테다.
그러나 막상 춘천에서 살아보면 답답함을 느끼는 문제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무척 심각한 것이 영상문화다. 
도무지 춘천에서는 좋은 영화를 보기가 너무 힘든 거다. 큰 도시가 없는 강원도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겠고, 우리나라 전반이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이 영화는 꼭 봐야지.”하고 인터넷 예매를 시도하다가는 “또 춘천엔 상영관이 없네.”하고 실망하기 일쑤다. 
다량의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소장하고 있는 정보도서관이 있지만 공무원 근무 시간에만 문을 열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뻔히 쳐다보면서도 먹지 모하니 환장할 노릇이다. 
미디어교육이나 장비, 장소활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작은 도시지만 춘천에는 종합대학들이 있고, 강원대학교와 한림대학교에 각각 수백억을 들인 미디어센터가 있는데 사람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거다. 그 시설들이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드라마, 영화의 배경이 되곤 하는 춘천에 둥지를 틀고 사는 사람들이 찍고 싶은 게 많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과 물고기의 만남]

이런 환경에 작은 파장을 일으킨 것이 작년 1월 춘천MBC시청자미디어센터의 개관이었다. 방송사측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미디어센터에 몰려든 사람들은 김남기 교육실장의 열의에 힘입어 영상의 매력에 푹 빠져든 것이다. 시민영상제작과정 3기, 사회복지종사자과정 2기, 시민?사회단체활동가과정을 수료한 사람들과 방송반 학생들로 센터는 늘 북적댔다. 
그러나 강좌를 수료하고 나면 제작 활동에 진전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욕구는 있는데 시간도 없고, 계기도 없었던 거다. 수료생 몇몇이 모여 제작활동을 계획해 보기도 했지만 직장인들로선 쉬운 일이 아니기도 했다. 
시민영상제작과정1기 수료생들의 경우엔 모임을 만들자는 논의가 있었다. 홈페이지 도메인을 고민할 정도로 구체적인 회의도 진행했지만 강좌가 끝나자 삶의 현장으로 흩어졌고, 간간이 기수별 모임을 진행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두 반을 운영했던 2기의 경우엔 기수별 모임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11월 퍼블릭액세스 과정이 마련되었다. 미디어활동을 할 사람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센터 측의 의지도 강했고, 수료생들의 제작 욕구도 강했으므로 물과 고기의 만남이었던 셈이다. 
여기서 잠깐, 미디어친구들이라는 동아리를 거들떠보고 가자. 퍼블릭액세스 과정이 시작될 무렵 퍼블릭액세스 과정 교육생 몇몇과 교육에 참가하지 않는 수료생 몇몇이 모여 동아리를 만들었다. 1주일에 한 번씩 모이고, 2주에 한 번씩은 작은 상영회를 여는 알찬 동아리였다. 그러나 미디어친구들을 미디콩과 직접 연관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미디콩은 퍼블릭액세스 과정을 끝내면서 본격적으로 거론되어졌기 때문이다. 
작품 시사회를 하던 날, 수료생들은 모임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인 만큼 다양한 얘기가 쏟아져 나왔고, 매주 수요일마다 단체결성에 합의한 11명의 준비위원들이 진지하면서도 긴 토론을 벌였다. 
특히 정관 제1조 “목적”에 관한 토론은 단체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라 한 글자 한 글자 다듬고 합의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미디어공동체 실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할지 누가 알 수 있을까마는 영상을 통해 일구어나가는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로 서로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짧은 준비 기간이었지만 11명 준비위원들의 열정은 1월 말 발기인대회와 “우리학교” 상영회를 성공적으로 치루는 밑거름이 되었고, 회원들의 적극적인 의지는 지난 2월 14일 창립총회를 성사시킨 동력이 되었다.

[미디콩]

미디콩은 춘천영상공동체의 영문 표기, Chuncheon Media Community를 줄인 말이다. 
이름에서 이미 드러나 있듯이 회원들은 미디콩이 일반적인 시민?사회단체들처럼 대표나 실무자들이 알아서 하는 단체로 운영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회원 각자가 즐겁게 단체 활동을 할 수 있기를 원하고, 각자 역할은 있으되 권리와 책임을 공유하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그래서 회원들이 운영위원을 선출하고, 운영위원회에서 대표를 선출하는 간접선거 방식을 선택했다. 준비모임과 총회에서 거듭 논란이 되었던 문제이기도 한데, 일단 시도해 보기로 했다. 운영위원들이 공동으로 결정하고 공동으로 책임진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형식적으로 대표를 선출하고 일은 실무자들이 다 알아서하는 단체운영방식을 지양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미디콩은 아직 사무실도 갖추지 못했고, 실무자도 선임하지 못했다. 회비 외에는 별다른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형식을 갖추는 것보다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올해 예산에는 계획조차 없다. 그런데도 사업은 벅찰 만큼 빡빡하게 계획하고 있다.
1년 내내 회원들이 공동으로 참가하는 작품을 제작하기로 했고, 매주 마지막 수요일에는 정기상영회를 계획하고 있다. 회원들의 제작능력과 소양을 증진시키기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가동된다. 하반기부터는 회원 외 사업으로 미디어교육도 해 볼 작정이다. 
이미 한차례 첫 번째 제작회의와 다큐멘터리 학습을 진행했고, 회원 중 7명은 현재 ‘시민영상제작과정4기’로 등록해 교육을 받고 있다, 다음 주에는 황윤 감독의 2001년 작품 ‘작별’이 두 번째 정기상영회를 기다리고 있다.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실패하는 것이 낫다]

준비모임 당시 회원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말이 “일단 벌여놓고 보자.”였던 것 같다. 단체결성을 주저하고 불편해하는 회원들 혹은 일정을 늦추자고 얘기하는 회원들에게 누군가 그렇게 말하면 또 그렇게 진행이 되곤 했던 것이다. 때론 내게, 또 때로는 내가, 우리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단체라는 것이 열의만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고, 만만치 않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도 아니지만 ‘시도해 보지 않는 것’보다는 ‘실패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미디콩이기에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잘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흘러 우리 아이들이 미디콩을 이끌어나갈 때쯤에는 춘천시민의 절반이 영화인으로 활동하고, 춘천시민의 다른 절반은 액세스를 하고 있지 않을까?

춘천영상공동체 공식 카페 http://cafe.daum.net/chme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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