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9호 / 2007년 3월 7일
아~ 카이브!? 정보와 지식의 공유를 위한 아카이브 운동을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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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원(미디어문화행동, gomediaction.net | jonairship@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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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카이브가 문제인가? 최근(에서야), "아카이브(archives)"가 (적어도 미디어운동 공동체에) 하나의 이슈로 던져졌다. 단적으로 방송위원회가 미디어교육 아카이브를 만들고 있는 상황에 이르러서 그랬다. 방송이나 영화 콘텐츠에 대한 아카이브는 워낙에 있어왔는데, 주류 미디어 산업의 맥락에서 세워지고 운영되어온 것들이라 이러한 아카이브들에 대한 거리감은 지금까지 그에 대한 소홀함을 눈감아 주었다고 치더라도, 우리가 생산하고 이용하는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아카이브를 공적 기구가 엄청난 돈을 들여 직접 만든다고 나서다 보니 더 이상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게 되었다. 미디어교육 아카이브가 하나의 제도/기구의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는 지금도, 우리 공동체에서는 아카이브가 무엇이(어야 하)고, 미디어로 사회운동을 하는 차원에서 공공 아카이브에 대한 입장과 대안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에 대해 사실 잘 모르거나 최소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더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 글이 나오게 된 것도 [ACT!] 편집위원회에서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아카이브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한 토론글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워낙에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차원의 "공동체미디어아카이브 작업반"이 만들어진 것이 작년 11월이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아카이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그게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좀 더 깊은 논의를 하기 위한 모색이 있어왔다. 하지만, 이 작업반이 기대한 만큼의 역할을 하지 못했고, 결국, 아카이브만으로 국한되지 않는 웹 환경 전반에 대한 이해와 미디어 사회운동 차원의 전술적 활용을 위한 연구모임을 구성하기로 되어, 공공적 아카이브에 대한 대응은 (여전히 구성중인 것으로 보이는) "전국미디어교육네트워크"의 방송위원회미디어교육 아카이브 연구팀에 맡겨지게 되었다.하지만 지금까지의 이러한 공백을 메우면서 아카이브에 대한 입장 정리와 토론을 위해 이 글이 어느 정도 효용이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데, 이 글은 아카이브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곧바로 이를 비판한다기보다, 왜 아카이브를 가지고 떠들어야 하는지, 민주적인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위해, 사회정의와 인권실현의 사회변화를 위해 사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 아카이브 이슈에 대해 어떻게 봐야할 지에 대해 토론하기 위한 몇 가지 단초들을 던지는 차원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아카이브 구축 과정 그리고 운영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원칙과 방법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진척시키지 못했다. 우선, 아카이브는 무엇 무엇이라는 정의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왜 아카이브가 문제인가이다. 특히, 사회운동, 그리고 미디어 사회운동에 있어서 아카이브가 왜 중요한가, 아카이브가 왜 문제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기 위해 먼저 이것의 근대적 "기원"을 간단하게 경유해 볼 필요가 있다. 아카이브는 근대 정치의 산물이다. 기록물 자체 혹은 기록물들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카이브(archives)의 가장 간단한 뜻풀이다. "기록"과 관련하여 보면 무엇을 기록하고, 누가 기록하며, 어떻게 기록하는가, 그리고 이 기록을 위해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가 등의 문제가 줄이어 등장한다. 더 나아가 기록물을 보관하는 장소의 측면을 보더라도, 어떻게 얼마나 보관하고, 그 장소는 어디에 위치하며, 누가 관리하고 운영할 것인지의 문제가 또한 이어진다. 이렇게 복잡한 사회역사적 산물인 아카이브가 현재와 같은 의미를 구현하는 제도이자 기구로 그 꼴을 갖춘 것은 근대에 들어서의 일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프랑스 혁명을 거친 이후다. 아카이브가 어떻게 근대 정치의 산물이 되었는지 간략히 추적해 본다. "아카이브의 운영은 하나의 조직이나 사회의 일상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 및 근거가 되어 심지어 그 지속성에 결정적인 요소였다"(위키피디아 중 "archive"). 우리가 일상적으로 영수증을 받아 모아두거나 장부를 쓰거나 서명한 서류를 주고받거나 회의록을 작성하여 공유하는 것도 바로 이런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기억력이나 말로 전달하는 것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겠다. 그런데 이러한 기록은 권력의 문제이다. 기록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강력한 수단으로 개발되어 왔고, 그런 목적에 맞는 기록 보존 기구가 만들어져 왔다. 인류 문화에서 문자가 등장하고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역사 시대가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르렀을 때, 그 역사는 곧 문자를 통한 기록의 문제였고, 이를 누가 어떻게 기록하는가는 끊임없는 역사에 대한 해석(왜곡과 그 반론)을 낳았고, 이는 곧 현재의 지배구조 혹은 권력의 정당성의 근거를 어떻게 마련하느냐의 문제였다. "종교적 관심에 따라, 권력자의 욕망에 따라, 학문 연구를 위한 수단으로, 평등한 시민사회를 요구하는 정치적 열망에 의해"(김기현, 2001) 지속되어온 기록과 재기록의 역사적인 행위들은 곧, 아카이브 운동의 역사에 다름 아니다. 다른 한편, 권력이 행사되는 방식일텐데, 기록된 것의 사용은 정보 독점의 문제이다. 정보의 독점에 의한 소수의 권력화 가능성을 일소하자는 것이 근대 이후 시민사회의 아카이브에 대한 의미부여였다. "현대 사회에서 아카이브는 시민사회의 알 권리, 정확한 정보와 근거에 입각한 국가권력의 통제와 감시를 위해서 필요한 사회적 기관"(김기현, 2001)으로 보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한국의 국가기록원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와 같이 정보 독점 혹은 공유와 권력의 문제로서 아카이브는 프랑스 대혁명 시기를 거치면서 그 체계를 갖추며 발전하였다. "당시 프랑스 혁명 정부는 과거 왕정과 교회, 귀족이 독점하던 행정기록과 특권을 보장했던 기록을 시민에게 공개"하는 결단을 내리고, "앞으로 정부활동에서 생산되는 모든 기록에 대해서도 시민이 열람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였다. 1789년 파리에 국립아카이브(Archives Nationales)가 설립되었고, 1796년 지방아카이브(Archives Departementales) 설치가 법령으로 정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각 공공기관이 만든 기록을 통합적으로 보존할 행정기관이 최초로 탄생한 것"이고, "국가가 기록 유산의 보존에 책임이 있다고 승인한 것이며, 일반 대중에게 공공 기록 열람의 기회를 부여"했다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정인숙, 편역, “도서관”, 2000; 장경식 편, 『브리태니커 CD 2000』, 멀티미디어판V1.0. 서울: 한국브리태니커' 김기현, 2001에서 재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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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에 으젠느 앗제가 찍은 프랑스의 국립아카이브 건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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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에 투사된 "지배하는 중심에 대한 욕망"은 이렇게 근대적 (민족)국가가 만들어지는 시점에서 감시와 통제 혹은 상상된 공동체로서의 민족국가(민족문화 정체성)의 문제들과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아카이브(archives)라는 단어는 워낙에 정부(government) 혹은 질서(order)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의 아르께(arkhe)로부터 어원을 갖는다. 그 말 자체에서부터 아카이브라는 게 국가적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근대적 의미의 아카이브는 민족국가의 성립과 밀접한 연관을 맺으면서 발전했다. "민족국가의 성립 과정에서 그 영토 내부에서 발생하는 사안에 대한 효과적인 감시 체제의 구축"(강영숙, 1999, 11쪽)을 위해 필요한 것 중의 하나였다. 즉, 지배 엘리트 계급의 전유물이었던 지식 정보가 인쇄술의 발전과 대중적 확산이 이루어지면서 이에 대한 통제권을 확립하는 차원에서 아카이브는 국가적 차원의 사업이 되었고, "민중의 자발성과 도전을 억누르는 억압 체제의 기능을 담당"하는 한편, 민족국가라는 정체성이 강제적으로 만들어지는 시점에서 "민중들에게 통일된 정체성을 주입하는 틀로서 기능"하는 것이기도 했다. 아카이브는 곧 상상된 공동체로서의 "민족(국가)"에 대한 물리적 근거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아마도 가장 저열하고 무식한 방식의 이러한 아카이브의 예는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이 아닐까 싶다. 외세침략에 대한 응전의 역사로서 "한민족"의 정기를 유치하게 상상하고 있는 온갖 구성된 기록물들이 모아져 있던데... 아카이브를 둘러싸고, 한편으로는 감시와 통제를 통한 정보 독점과 지배 권력의 유지, 다른 한편으로는 공개와 공유를 통한 투명성과 정치 참여의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며 작동해온 아카이브는, 그런 만큼 기록물의 수집, 분류, 보존과 함께 공개, 열람, 이용의 행위를 보장하(거나 안하거나 하)는 정보 민주주의의 또 하나의 '투쟁의 장소'가 되어왔다고 볼 수 있다. 대체로 민주주의가 보편적 가치로 퍼져나가면서, 아카이브는 기록물을 수집, 분류, 보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반에 공개되어 열람되는 방향으로, 더 나아가 기록 과정에 대한 참여, 재창조, 재구성에 대한 요구와 실천으로까지 진척되기도 하였다. 아카이브는 이러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수집, 평가, 보존하는 사회 역사적인 의무를 갖는 것으로 인식되어온 셈이다. 아카이브는 도서관(라이브러리)이 아니다. 앞서 간단하게 짚은 것처럼, 아카이브는 "기록물의 수집, 혹은 그 수집된 것들이 보관되는 장소"를 가리키는데, 아카이브에 대한 명확한 이해는 도서관과 아카이브와의 비교를 통해서 잘 드러난다. 사실 아카이브(의 개념과 기능)를 도서관(의 그것들)과 혼동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비교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두 가지가 공히 "생산된 자료를 수집, 정리, 보존하여 필요시 이용하도록 하는 사회적 기능은 물론, 이들 자료를 후세에 전달해주는 정보전달의 문화적 기능"(박수현, 2004,17쪽)을 갖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하지만 차이점이 더 많다(위키피디아 중 "archive"참조). 아카이브는 책같이 보통 출판된 것이 아닌 기록물을 중심으로 하고, 이를 위해 정부나 기업 차원의 대규모 조직에서 주로 구축한다. 그래서, 아카이브는 어떤 활동들의 결과로 나타난 정보 부산물(by-products)을 보존하는 것이고, 반면 도서관은 특정한 저작 행위를 통한 정보 생산물(products)를 보존하는 것으로 본다. 요컨대, 아카이브가 도서관과 비교해서 갖는 핵심적인 차이는 원본(오리지널)을 수집 보관한다는 점이다(아카이브와 도서관에 있어서 판권의 유무, 자료의 출처, 자료 가치의 판단, 분류 방식 등의 자세한 비교 내용에 대해서는 박수현, 2004, 17-9쪽을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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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학교의 디지털도서관 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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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실, 예로부터 기록되거나 집필된 자료의 사본을 중심으로 수집 보관하고 공개하여 열람하여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아카이브 보다는 도서관이 더 중요한 장소이자 제도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도서관이 "디지털도서관"으로 거듭나고 있는 양상은 흥미롭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끔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도서관의 자료들을 확인하고, 아주 가끔은 원본 자료도 직접 검색 결과로 만나 인쇄하여 볼 수도 있는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이전의 아날로그 방식의 도서관과 비교하면 이러한 디지털 도서관은, 다른 "디지털 혁명"의 수혜들처럼 정보 공유와 이용 환경의 가히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 특성을 보면(위키피디아 - http://en.wikipedia.org/wiki/Digital_library), 디지털 도서관은 1) 물리적 경계 없이, 즉 도서관에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인터넷 연결만 된다면 전세계 사람들이 같은 정보와 자료에 접근해 이용할 수 있고, 2) 밤이나 낮이나 가리지 않고 어느 시간대에도 이용할 수 있고, 3) 수많은 이용자들이 동시에 같은 정보/자료를 이용할 수도 있으며, 4) 보다 구조화된 방식으로 보다 풍부한 콘텐츠에 접근해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탈로그에서 특정한 책으로, 또 특정한 챕터로 순식간에 이동해서 열람할 수 있다. 또한, 5) 이전에는 책 제목이나 저자, 출판사 등의 기본 서지 정보만을 검색하는 게 다였지만, 이제는 그 책 안의 내용까지도 검색 대상이 된다. 즉, 보관된 자료의 모든 내용에 들어있을 단어나 구(phrase)를 검색어로 처넣어 검색할 수 있고, 검색 결과로 나와 있는 것들을 클릭하면 바로 정보나 자료에 접근해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이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6) 원본의 질적 저하가 없는 채로 수없이 많은 정확한 원본의 복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 7) 전통적인 도서관은 자료를 보관할 물리적 공간의 한계가 있었다면, 디지털 도서관은 디지털화를 통해 그런 물리적 공간의 필요성이 현저히 낮다. 8) 특정한 디지털 도서관은 다른 디지털 도서관에 있는 더 많은 정보나 자료들에 대한 링크를 너무도 쉽게 제공할 수 있어서, 끊임없는 통합된 자원 공유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9)비용면에서 볼 때도, 이론적으로 디지털 도서관의 운영비용은 전통적인 도서관에 비해 낮다. 전통적인 도서관은 사서 인건비, 도서관리, 대여 업무, 도서 추가 작업 등에 엄청난 돈을 지출해야 하지만, 디지털 도서관은 그런 비용들이 거의 없다. 다만, 인쇄된 자료를 디지털 포맷으로 변환하는 것, 이것들을 관리하기 위한 전문 기술 인력의 인건비, 온라인 접근을 유지하도록 하는 비용(서버, 대역폭 이용료 등)이 있다. 디지털 도서관의 정보 및 자료들은 몇 년 지나면 가장 최근의 디지털 미디어 형태로 전환해주어야 하는 비용(하드웨어와 전문기술 인력 등)에 또한 큰 지출이 있기는 하다.아카이브는 이제 “아카이브”가 아니다. "실질적인 민주화의 여부는 언제나 다음과 같은 결정적인 문제를 통해 확인될 수 있다: 아카이브에, 그 구성 과정에, 그리고 그 해석 과정에 참여하고 접근할 수 있는가"(자끄 데리다, 아카이브 열병[Mal d'Archive]). 기술 환경의 변화 그런데, 디지털 정보 형태의 변화는 이렇게 도서관이 디지털 도서관으로 거듭나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아카이브에도 비슷한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록하고 보관하는 방법으로서의 기술의 변화는 당연히 기록하고 보관하는 걸 생명으로 하는 아카이브 자체의 의미를 변화시키기 마련이다. 하여, 책이나 문서 자료를 중심으로 한 아카이빙에서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그리고 이들의 복합적 형태인 멀티미디어를 아카이브하는 것으로 확대되었는데, 의미 있는 (역사) 기록을 위한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물린 자연스러운 과정이겠다.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이 방송 산업 및 문화에 미치고 있는 영향 - 단적인 예로 1대 다의 일방향적인 정보전달의 방송(broadcast) 모델의 상대화 -과 비슷하게, 이 기술 변화는 기존의, 마치 방송과 같은 아카이브의 일방향적 모델을 변화시킬 가능성을 내장하고 있다. 사실 근대적 아카이브가 부분적으로 갖고 있는 민주화의 의미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사실 소비문화의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었다. 즉, 아카이브의 이용은 곧 아카이브된 자료를 소비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아카이브의 구성과 운영 자체에는 관여하지 못했고, 그 자료를 창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아왔다. 부분적으로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 덕분에 이러한 기존의 일방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아카이브 모델의 변화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웹 아카이빙 특히,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아카이브의 의미는 급속히 상대화되고 변화해왔다. 마치 인터넷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공동체" 대신 쓰는) "커뮤니티"가 인터넷이 없던 시기의 공동체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상당히 변화시키고 있는 것처럼,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아카이브"를 위한 전문 웹사이트들도 종종 발견되지만 "아카이브"를 하나의 메뉴로 가지고 있는 웹사이트들도 많다. 이건 "라이브러리, 웹사이트 등에서 수집된 일단의 출판물, 웹사이트의 잡지, 저널, 신문들은 지난 호(號)가 아카이브로 사용"되는 것을 말한다. 참고로, 프로그래밍 차원의 보다 전문적인 정의가 있기도 한데, 사실 그런 차원에서 영어로는, 컴퓨터과학에서 사용되는 아카이브(archive)는 단수이고, 워낙에 우리가 말하는 아카이브(archives)는 복수로 표기하는 게 정확하다. 그래서 이와 같이 물리적인 아카이브가 별도로 있지 않고, 인터넷에 있는 정보 및 멀티미디어나 그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웹 아카이빙(Web archiving)이라는 용어로 구분할 수도 있다(위키피디아 중 "Web archiving"). 가장 대표적인 예가, 1996년에 설립된 공공적 비영리 조직인 "인터넷 아카이브"(http://www.archive.org)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웹 아카이브 사이트로 약 400억개 이상의 페이지를 아카이브하여 보존하고 있는데, 아키비스트들은 그렇게 모여진 자료들이 아카이브의 성격을 갖는 것들이 아니라는 차원에서 엄밀한 의미에서의 아카이브가 아니라, 디지털 도서관으로 규정하고 있다([http://en.wikipedia.org/wiki/Archive 위키피디아 중 "Archi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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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아카이브에 올려진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2006) 영화(영어자막 버전) 정보 및 다운로드/스트리밍 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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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어느 용어 사전에는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Digital Archive System)"을 "단순한 콘텐츠 저장 관리 기능을 넘어 영상이 담고 있는 세부적인 내용과 정보를 디지털화해 보관과 관리 면에서 비용 절감은 물론 제작 환경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차세대 방송시스템"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디지털 형태의 지식과 정보, 콘텐츠가 수집, 분류, 정리되는 것은 곧, 새로운 생산/제작의 문제이기도 하다.아카이브의 상업화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아카이브의 등장은 자연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미디어 콘텐츠를 아카이빙하면서, 권력의 보존 및 유지가 아니라면, 돈벌이하려는 목적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콘텐츠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것이다. 최근에 발견한, 웃기지도 않는 사례는 한 포털 웹사이트의 "지식시장"이다. 제목부터도 딱 그렇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 - 콘텐츠를 올려보라고 권유문은 가관이다. "회원님의 좋은 컨텐츠를 등록하시면 짭짤한 수익이 되어 돌아옵니다!" 디지털 아카이브 & 디지털 라이브러리의 융합 아카이브의 다변화와 상업화를 동반하는 이러한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 환경에 따른 변화를 서로 역할 분담했던 아카이브와 라이브러리의 융합이 가능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면 어떨까. 앞에서도 정리했듯이, 도서관과 비교해서 아카이브는 고유의 콘텐츠들을 가지고 있다. 도서관에 있는 책은 다른 도서관 등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아카이브된 콘텐츠는 바로 그 아카이브에만 있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라이브러리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마찬가지로, 혹은 그 보다 더한 혁신적인 변화를 아카이브에 제공하면서, 이러한 아카이브의 (이제는 한계로 보이는) 특성이 달라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오리지널 형태를 보존하는 것은, 그럴만한 필요성도 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기술적 한계도 있었다고 할 때, 아카이브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계속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검색엔진이나 메타 정보 등을 통해, 디지털 복제를 통해 원본들을 개별적으로 카탈로그할 수 있고, 물리적으로 그 아카이브에 가지 않더라도 그 복제된 것을 원거리 접근할 수 있게 된다(위키피디아 중 "Digital library"). 더군다나, 처음부터 디지털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어떤가? 아카이브와 라이브러리의 경계는 완전 애매해진다고 봐야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에 힘입어, 이제 아카이브는 도서관의 기능도 충분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원본을 보존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한 아카이브가 보다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대중적 접근과 정보, 지식 공유를 위한 라이브러리로서도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은, 권력과 상업화에 맞서는 차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아카이브 용어의 전략적 사용 그러면 사실 아카이브라고 하지 말고, 라이브러리 혹은 디지털 라이브러리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아카이브를 쓰(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개방적 참여형 아카이브 등을 통해 아카이브의 근대적 의미, 그 중앙 집중, 권력, 지식 독점에 대한 반대 운동 차원의 아카이브 (재)전유를 위해 전략적으로 이를 여전히 사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카이브가 갖는 여전히 중요한 특성은 그 원본; 역사; 기원에 대한 구성(권)력이며, 문화정치적인 차원에서 볼 때, 끊임없는 의미화 실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만들어진 의미의 소비에 그치지 않고, 그 의미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소비문화가 아닌) 생산 문화를 위해 아카이브 자체의 의미를 변환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아카이브는 지식 사유화에 대항하는 정보와 지식의 공유 운동이다. 기록물을 수집, 분류, 보존하고, 일반에 공개되어 열람되고 이용될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이 이 기록 과정에 대한 참여, 재창조, 재구성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이러한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가능성으로만 그치지 않는 현실이 되고 있다. 그것은 곧, 아카이브 시스템 자체에 대한 개방, 독자적 아카이브의 구축에까지 이르고, "아카이브를 하는 행위는 보다 '적극적인' 정보 공유의 행위"를 의미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진전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정보와 지식 공유운동으로서의 아카이브 운동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역사 해석과 현재의 재구성에 대한 이데올로기 투쟁의 의미가 있다. 지배하는 중심에 대한 대항과 탈중심을 위한 미세하지만 다양한 움직임들이 권력 중심의 역사 서술과 현재 그리고 현실에 대한 왜곡에 맞서는 힘들이다. 이는 미디어운동의 주요 의제이기도 하며, 아카이브를 매개로 한 사회운동이기도 하다. 두 가지 차원의 아카이브 운동 그렇다면, 아카이브 운동은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접근할 수 있겠다. 하나는 공공 미디어 컨텐츠(및 더 나아가 시스템)의 개방을 위한 정책 개입이다. 지식과 정보 영역에서의 자본 축적을 고도화하는 자본의 운동에 따라 이제 지식과 정보는 사유화되고 있고,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 이제는 하나의 권리로 주창되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공유의 권리! 아카이브 운동은 공유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알권리를 넘어 공유할 권리를 보장받고 이를 사회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공공미디어 아카이브를 열어젖히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공공 아카이브에 대한 개입은, 영국의 BBC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아카이브 사례처럼 주류 미디어도 전향적으로 고려해 볼만한 창조적인 사업이므로 보다 적극적인 개입 전략과 실행이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공공 아카이브 이외에도 남는 여러 영역들 - 독립적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독립적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사업들이 있겠다. 중앙집중식의 아카이브의 효율성과 함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자율적 독립 아카이브의 필요성이 있는 것이며, 웹 아카이빙을 통해 그 기술적 가능성, 경제적 가능성은 이미 현실로 증명되어 있다. 지역의 미디어센터를 비롯해 다양한 시민사회단체 및 일반인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들고 있는 미디어교육 영상 교재 및 수료 작품,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 공동체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넷 동영상 등의 제작, 배급, 상영/방영되는 콘텐츠 및 프로그램 등을 위한 아카이브는 중장기적으로는 공공 미디어 아카이브 형태가 되어야 하지만, 당장에는 독립적으로 구축해 나갈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개방, 참여, 오픈소스를 원칙으로 하는 아카이브의 구축과 운영 아카이브 운동의 의미를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한 기본적인 구축과 운영의 원칙을 설정해보는 일이 필요하다. 아카이브 구축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아카이브 작업은 자료의 표준화, 정보 처리, 목록화, 연계 등으로 볼 수 있다. 1) 표준화 작업: 상이한 형식의 자료를 일관된 기준으로 표준화하는 것 2) 정보 처리: 일괄 변환, 메타 정보, 요약, 통계 등3) 목록화 작업: 열람을 위해 디렉토리 형태로 자료 보관 4) 연계 작업: 대용량 저장소를 제공하면서 정보 검색이 가능하게 하고, RSS 발행 등으로 흩어져 있는 다른 아카이브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함. 이렇게 구축된 아카이브는, 자료의 보존(과 백업), 정보 검색과 열람, 쉽고 효율적인 관리와 활용, 자료의 공유와 재사용을 위한 기본 기능을 갖는다. 이는 다음과 원칙과 가치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1) 그 목적에 있어서 공익성, 비시장성, 투명성을 담보해야 하고, 2) 운영 과정에서의 독립성(자율성), 전문성, 협력성을 기해야 하며, 3) 아카이브의 이용 측면에서 개방성, 참여성, 창조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운영하기 이전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개방과 참여적 방식을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콘텐츠: 오픈소스(혹은 퍼블릭 도메인)으로서의 정보와 지식 더 나아가 아카이브에 수집되고 이용되는 정보와 지식 자체가, 독점적 소유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저작권 및 지적재산권 체제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저작권에 속박된 채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건 너무도 명확한 한계가 있다. 디지털아카이브로 정보와 지식을 수집하고 보관하고 접근하여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애초부터 여하간의 저작물들을 저작권으로 묶어놓는 게 아니라 공공적인/비영리적인 이용을 장려하는 퍼블릭 도메인으로 개방시킨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콘텐츠 매개 과정: 자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또한, 디지털 아카이브를 만들려고 할 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수집, 보관, 분류, 변환, 검색, 재생 등)로 자유소프트웨어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아카이브의 기술적 인프라 구조 자체도 투명성을 실현하고 궁극적으로 접근성과 개방성, 그리고 참여구조를 확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정치적인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아카이브를 만들려는 목적과 의도가 중앙집중화된 정보와 지식의 집적을 통해 갖는 권력 혹은 귄위 효과를 노리거나 돈벌이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그 어디도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곳은 없겠으니 거의 모든 아카이브에 해당한다고 보면 되는데), 아카이브는 개방과 참여라는 기조를 어떻게든 구현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모여진 정보와 지식에 대한 접근과 이용은 자유로워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보와 지식을 수집하여 보관하고 접근하여 이용하도록 하는 도구들 역시 바로 그러한 것들이 되어야 한다. 아카이브를 위한 하드웨어, 특히 소프트웨어 자체가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온갖 특허로 묶여있는 것들이라면, 온전히 이러한 개방과 참여의 기조를 담보할 수 없다. 당장 보기에는 영리적 목적으로 개발된 상용 소프트웨어가 어느 정도 널리 사용되고 있고 하니, 이러한 현재적 조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상용 소프트웨어의 사용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상용 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 자체도 그렇지만 이를 통해 편집한 콘텐츠의 재배포와 공유에 제한을 가하고, 소프트웨어의 (개발 등) 기술적 측면이 투명하지 않으며(아무나 그 소스 코드에 접근하지 못하며), 의미 생산 과정과 그 경험을 매개하는 도구로서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통제는 폐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건 마치 족쇄와 같다. 계속 쓰는 거 쓰게 되는 효과를 발휘한다(잠금효과). 그래서 문제는 아카이브 이용의 대중적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술적 인프라 자체도 투명성을 확보하면서 그 구조적 틀이나, 말하자면 생산수단자체에 대한 접근이 개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시스템이나 생산수단 차원의 투명성, 접근성, 개방성은 희생되기 일쑤였다. 이를 넘어서야 한다. 그 어떤 영역보다도 많은 대안들이 디지털 생산수단으로서의 소프트웨어 영역에 존재하고 있으니 더더욱...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와 공공|독립 아카이브 운동 마지막으로,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차원의 아카이브 운동에 대해 몇 가지 단상들을 정리한다. 사실, 이는 집단적인 토론의 과정을 통해 아카이브의 사회적(혹은 공동체 차원의) 필요성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원칙 잡기가 필요한 사안인데, 그리고 이런 토론 과정이 있어야 방송위원회 따위의 공적 기구가 우리의 미디어 생산과 그 결과물을 궁극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미디어를 통제하고 공공적 미디어 영역 전체를 집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향이 잡힐 것인데, 이러한 토론의 필요성과 추진 가능성조차 아직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래의 단상들이 이를 위한 촉매가 될랑가 모르겠다. 독립 미디어 콘텐츠의 공유와 창조를 위한 아카이브 독립영화의 활성화, 미디어교육, 퍼블릭 액세스의 활성화를 가로지르는 지역 미디어센터라는 지역 공공 인프라가 이 아카이브구축 사업과 잘 맞아떨어진다. 지역의 다양한 이슈를 다룬 독립적이고 대안적인, 참여적이고 공동체에 의한 미디어 콘텐츠들이 전국의 각 지역에 존재하는(할) 미디어센터를 매개로 수집, 분류, 공유, 배급, 상영, (재)창작될 수 있는 현실적 조건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지역 미디어센터의 설립 취지에 보면, “미디어교육과 퍼블릭 액세스를 위한 기초 시설 및 교육프로그램 제공, 독립영화의 강화, 영상 아카이브의 구축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미디어센터는 다양한 인력과 정보를 네트워크 하며 21세기의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영상문화를 열어 가는 실험적 모델로 적극 제기되어왔다.” 그 중에서도 영상 아카이브의 구축은 미디액트가 생길 때는 예산의 부족으로 힘들었고, 다른 지역 미디어센터는 아직 구체적인 추진과 운영의 계획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미디어센터가 아키이브의 구축을 핵심 사업의 하나로 천명하였음에도, 현재 서울의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와 부산의 시청자미디어센터, 전주의 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등 주요한 미디어센터의 현 운영 과정에서는 최소한 현재까지 독자적인 아카이브에 대한 사업을 찾아볼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아카이브 구축 사업은 아날로그 방식이든 디지털 방식이든 그 자체로 하나의 미디어센터를 설립하는 것과 같은 비교적 대규모 사업처럼 인식될 수 있고, 어느 하나의 미디어센터가 독자적인 아카이브를 갖는 것이 규모의 경제로 볼 때 큰 의의를 갖기 힘든 측면도 있다. 따라서, 이를 하나의 지역 미디어센터가 구축하는 것보다는, 네트워크 형태의 공동의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각 지역 미디어센터는 이를 공동으로 쓰면서도 특수한 목적에 따라 필요한 영역에 국한하여 개별적인 아카이브를 별도로 구축하는 방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예를 들어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는 안정성을 보장하는 중앙 서버의 구축과 함께 각 지역미디어센터에 분산형 서버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소프트웨어 차원에서는 앞서 논의한 대로, 자유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이용함으로써 기술적 차원의 개방성을 통해 참여적 구조를 더욱 확대하는 방향이 맞다. 그런 차원에서, 전국의 미디어센터 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접근성과 창조성, 효율성과 연계성을 기하는 미디어 아카이브 구축에 대한 섬세한 연구 작업도 필요하다. 덧붙여, 외국의 공공적/독립적 온라인 아카이브와의 연대도 적극 고려될 수 있다. 도서관에 해외 문헌에 대한 서지가 있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아카이브되어 이용될 콘텐츠의 차원에서 해외의 진보적 콘텐츠를 수집/번역-자막/공유하는 차원에서, 그리고 분산형 서버 공유를 위한 미러링(mirroring) 차원, 그리고 다양한 국제 공동 사업의 가능성 차원에서 적극 추진되어야 할 일이다.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의 디지털 아카이브 + 개방형 아카이브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각 지역의 미디어센터들이 점차 전국적 분포의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퍼블릭 액세스, 미디어교육, 독립영화/공동체 상영회를 종합적으로 기획/운영할 수 있는 각 지역 미디어센터는 지역 간 소스 및 콘텐츠 공유를 위한 각 거점으로 역할 할 수 있고, 특히 퍼블릭 액세스와 독립영화 배급/상영 차원에서 활용할 것들이 많겠다. 미디어교육 차원에서도, 커리큘럼이나 각 차시의 수업안(문서), 교재(비디오, 오디오, 이미지, 마인드맵의 다이어그램 등), 미디어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미디어 작업들(수료작 등), 교육 평가 및 정책 보고서 등 지금도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서로 요청하고 전달하는 일들이 빈번한데, 이런 지식/정보/콘텐츠의 공유 네트워크를 위한 온라인 아카이브의 필요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에 존재하지 않은 개방형 온라인 아카이브를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차원에서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겠다. 서버 혹은 새로운 파일공유 방식들이 가능하고 널리 채택되는 한에서, (만들자고 한다면) 이 아카이브는 누구에게나 업로드 및 다운로드가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퍼블릭 액세스와 공동체 참여 미디어 운동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개방-공유 그리고 (재) 창조를 위한 아카이브 + 정보공유의 라이선스 개방형 아카이브를 구성함으로써 또한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누구나 가져갈 수 있으며 누구나 변형시킬 수 있고 다시 공유할 수 있는 자유로운 교환과 창작과 소통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 이렇게 참여와 개방과 공유가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또한, 점차 저작권자의 권리만을 일방적이고 획일적으로 보장하는 것을 넘어, 정보/지식/콘텐츠가 만들어지는 방식도 그렇듯이 내가 만든 것도 자유롭게 공유되고 변형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정보공유의 다양한 라이선스를 채택하도록 해야 한다. 잠재적 범죄자가 되는 현재의 저작권법 체제에 대해 (부분적이나마) 대안적인 미디어 이용의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공공적 미디어 아카이브에 대한 요구 + 독립적인 (온라인) 아카이브의 구축 온라인 아카이브의 경우는 (있으면 좋지만) 공적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그 구축 비용은 저렴한 상황이다. 그래서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하는 공적 지원 구조를 만들어내고 공영방송 등의 주류 미디어 콘텐츠들도 보다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아카이브를 요구하는 한편, 우리의 독자적인 미디어 아카이브를 온라인에서 만들어나가길 수 있다고 본다. 활용: 상영회 및 채널 프로그래밍을 위한 아카이브 각 지역의 시민/노동/인권 영화제의 영화 프로그램들도 온라인 상영을 하는 경우에 자체적인 웹사이트에서 보여지게 하더라도, 이 아카이브에서 제공하는 서버 저장 공간(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서비스)과 표준화된(될) 메타정보, 관련정보DB 등을 활용하다면, 훨씬 다양한 온라인 상영과 차후 배급을 위한 기획/실행 과정이 상당히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개별영화제와 그 프로그래밍, 주제별 상영 목록이나 개별 콘텐츠의 정보들이 통합적으로, 그러나 위계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분류되고 검색되어 활용될 수 있고, 더 나아가 독립영화 프로그래밍 자체를 개방적 참여 방식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다. 즉, 메타정보와 정보DB에 대한 접근과 제공이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로 가능하다면, 누구나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관심과 주제에 따라 영화들을 프로그래밍하여, 곧바로 공동체상영회를 위한 프로그래밍과 홍보자료 등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손수 만드는 프로그램(UCP 혹은 Program On Demand)이라고 불러볼만한 것이다. 확장: 미디어센터 간 온라인 네트워킹 및 전용관(복합상영관) 향후 여건이 갖춰진다면 지역 미디어센터를 또한 복합 상영관 및 아카이브 형태로 구축할 수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시네마네트워크처럼 미디어센터 간 온라인 배급-상영 네트워크/아카이브를 구축한다면, 이는 다음의 두 축으로 구성될 수 있다.1) 아카이브(AV자료보관+관람+소규모상영실), 미디어 갤러리, 미디어 서버, 온라인 아카이브, 2) 커뮤니티, 소스공유 p2p소프트웨어, 플랫폼 + 멀티 채널링, 찾아가는 상영회(이동상영관) 등 그 외에도 다양한 독립적 미디어 아카이브의 활용과 확장, 공공 아카이브에 대한 개입과 활용에 대한 방법들이 존재할 것이다. 이는 앞서의 언급처럼 집단적인 토론과 실행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가야 할 일이다. 개방적 시스템 구축, 저작권 문제, 공적 지원 및 독립적 운영, 접근 조건의 격차 등의 이슈들에 대해 구체적이 안을 마련하고 입장을 정리하면서 말이다. 참고문헌 * 위키피디아: - "archive"(http://en.wikipedia.org/wiki/Archive) - "Digital library"(http://en.wikipedia.org/wiki/Digital_library) - "Web archiving"(http://en.wikipedia.org/wiki/Web_archiving) * 강영숙, 디지털 방송 시대의 방송 영상 아카이브 방안에 대한 연구,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1999 * 김기현, 아트 아카이브(art archives)의 국내도입을 위한 연구, 중앙대 예술대학원 석사논문, 2001 * 박수현, 방송 영상 아카이브의 역할과 효율적 운영방안,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논문, 2004 * '아카이브'의 욕망'(cinemarx 블로그, http://cinemarx.cafe24.com/tt2/164) * 왜 오픈 아카이브인가?(정보트러스트 어워드 2007, http://award.infortrust.org/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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