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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78호 이슈와 현장] 영화를 보는 게 뭐 어렵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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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3. 3. 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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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78호 이슈와 현장 2012.4.17]

영화를 보는 게 뭐 어렵나요?

김찬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

  “김민희가 연기를 그렇게 잘한데~ 우리 영화 보러 가자!” “이번에 <해를 품은 달>에서 한가인 진짜 예쁘지 않았냐? 이번에 한가인 영화 찍었다며~ 그거 보고 싶다~ 이번 주에 시간 돼?”

  일상 속에서 흔히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어느 CF에서는 데이트 코스를 “밥 먹고, 영화 보고, 커피숍 가고”, “커피숍가고, 영화보고 밥 먹고”로 소개하기도 한다. 이렇듯 영화를 보는 것은 우리가 가장 흔히 즐기는 문화생활일 뿐만 아니라 함께 소통하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영화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도구이다. 영화<친구> 이후로 “니가 가라 하와이” 라는 대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하며, <살인의 추억>을 통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잡는 것에 온 사회의 관심이 쏠렸었고, <왕의 남자> 이후로, 여자처럼 예쁜 남자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졌으며, <괴물>로 인해 한강에 괴물이 산다는 루머가 진짜처럼 떠돌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2011년 가장 큰 화제를 몰고 온 <도가니>를 통해 이미 세상에 알려졌었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고, 눈여겨보지 않았던 인화학교의 사건을 전 국민이 알게 되고 학교가 폐쇄조치 될 수 있었던 것은, 영화를 통해 함께 공감하고 소통했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영화는 함께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간이 된다. 하지만, 모두 다 영화의 공간 안에서 함께 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영화를 영화답게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영화답게 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 큰 스크린 화면을 통해 영상을 보고, 빵빵한 음향을 들을 때, 영화를 통해 전해주고자 하는 감정들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봤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과 감동이 분명히 있기에 휴일이면 영화관에 사람이 넘쳐나는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누구에게나 편하고 즐거운 일은 아니다. 영화관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지 못하고, 영화표를 끊을 때도 성인이 서있는 키에 맞게 매표대의 높이가 되어 있어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눈앞에는 직원이 아닌 매표대가 보이며, 영화를 보는데 필수인 팝콘과 콜라를 사는 매점의 매표대도 높기는 마찬가지이다.

  또한, 상영관 안에서도 휠체어의 접근이 가능한 곳은 좌석 맨 앞과 맨 뒷자리뿐이어서 좌석을 선택하는 선택권은 애초에 주어지지 않는다. 보통 영화관 좌석을 선택할 때 가장먼저 안내해주는 좌석은 중간 자리에서 한 두 줄 뒤인 좌석이다. 다음으로는 뒷자리로, 이후 앞으로 안내하며, 좌석이 없을 때 가장 나중에 선택하는 자리가 맨 앞자리다. 하지만, 휠체어 접근이 되지 않아 좌석 선택권이 없는 사람은 무조건 맨 앞자리에서 2-3시간동안 고개를 뒤로 젖히고 영화를 본다. 그 큰 스크린을 보는 것도 힘들지만, 저려오는 목의 통증으로 영화를 보고나면 멀미가 밀려온다.

  또한, 누군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영화를 보아도 무슨 내용인지 알지 못해 한국영화를 보지 않는다. 외국영화는 자막이 나오니 볼 수 있지만, 한국영화는 한국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보지 못한다. 보기 싫어 안보는 것이 아니다. 보아도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것이다. 영화 박스오피스엔 많은 한국영화가 걸려있다. 한국영화의 기술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외국영화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한국인의 정서가 담겨있기에 많은 한국영화가 흥행을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누군가는 한국영화를 보며 배우가 하는 말이 무슨 내용인지 몰라서, 내레이션처럼 흘러나오는 독백을 들을 수가 없어서, 한국영화는 보지 않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또한 누군가는 영상을 보지 못해 소리로 듣고 영화를 보지만, 배우의 대사로만 영상을 그리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영화에서 보여주는 상황과 움직이는 배우들의 행동을 설명하는 화면해설서비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에 화면해설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힘들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영화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영화를 통해 형성되는 공간 속에서 함께 소통하며 나누고 싶지만, 누구에게나 영화를 보는 것이 편하고 즐거운 일이 아니기에,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 2011. 11. 3 장애인 영화관람권 대책 요구 기자회견 (출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4조에는 “장애인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함에 있어서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하거나, 형식상으로는 불리하게 대하지 않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으며, ‘장애인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정당한 편의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출입구, 위생시설, 안내시설, 관람석, 열람석, 음료대, 판매대 및 무대단상 등’을 말한다.

  또한 제21조에는 정보통신·의사소통 등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의 의무가 동조 3항에 장애인이 동등하게 제작물 또는 서비스를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폐쇄자막(음성, 오디오 신호를 TV화면에 자막으로 표시하는 서비스), 수화통역, 화면해설 등 장애인 시청 편의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위 조항이 적용되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단계적 범위에서 영화관은 2015년 4월 11일부터, 스크린 기준 300석 이상 규모의 영화상영관으로 제한되어 있다.

  지금은 2012년이다. 법이 적용되려면 3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 있으며. 또한 300석 이상의 상영관만을 대상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많은 영화관이 규정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법 개정이 필요하며 뿐만 아니라 영화관 내 환경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장애인 영화관람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약 20여개의 장애계단체가 연대하여 조직하였고, 장애인 영화 관람권 확보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시행시기(2015년)와 시행규모(300석 이상 상영관)에 대해서 시행시기를 2013년으로 앞당기고, 규모의 제한을 없애는 입법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영화관 내 환경개선을 위해서 ‘영화진흥위원회’와도 논의하고 있다.

  또한, 매일 오전 12시부터 1시까지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장애인도 한국영화를 자유롭게 보고 싶다.”는 1인 시위를 100일 동안 진행하고 있다. 지체장애, 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이 함께 자원하여 활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안양, 대전, 대구, 경북 구미, 제주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장애인 영화관람권에 대한 요구는 몇몇의 장애인들이, 서울이라는 특정지역에서만 요구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여러 장애유형을 가진 장애인이 함께 요구하고 있다.


▲ 2012. 4. 2 광화문  1인 시위
“장애인도 한국영화를 자유롭게 보고 싶다.”

  한 청각장애인 당사자분이 말씀하셨다. 자신이 영화관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면서 영화를 볼 그 당시에는 자신의 장애가 장애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에 자막만 넣었을 뿐이지만, 그것이 듣지 못하는 불편함을 보는 즐거움으로 바꾸어 주었을 때는 장애가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 것이다.

  “휴일 오후, 친구와 함께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보기로 약속했다. 휠체어를 탔지만 영화관 안에 턱이 없어서 이동하는데 문제가 없고, 영화를 예매 할 때도 내가 직접 예매할 수 있다. 상영관 안에서도 좌석을 이동할 수 있어서, 친구의 옆자리에서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다. 혼자 맨 앞자리에서 더 이상 영화를 보지 않아도 된다. 또한, 자막서비스가 있어, 화면해설 서비스가 의무화 되어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즐겁다. 한국영화를 보는 것이 좋고, 신작영화를 보는 것이 취미생활이다.”

  이것이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이어야 마땅하다. 때문에 장애인 영화관람권이 확보되어야 하며. 또한 영화관람권에서 더 나아가 문화생활전반에 걸친 문화향유권 보장까지 더 나아가야 할 것이다.

  지난 3월 29일 씨제이 씨지브이(CJ CGV)가 영화진흥위원회, 씨제이 이앤엠(CJ E&M)과 ‘장애인의 영화 관람환경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 및 화면해설이 들어간 작품의 제작상영을 지원하는데, 먼저, 4월 17일 이후, 매월 셋째 주 화요일 프라임 시간대(오후 7시)에 전국 CGV 11개 극장에서 한글자막 및 화면해설 영화를 상영하고, ‘장애인영화관람데이’에 참석하기 힘든 시청각 장애인을 위해 해당 영화를 장애인 관람용 DVD로 작품 당 800개를 제작해 국립중앙도서관, 장애인 특수 도서관 등 전국 125개 기관에 무료로 배포하며, 2012년 하반기부터는 아동청소년을 씨지브이(CGV)에 초청해 한글자막 및 화면해설 영화를 상영하면서 장애 이해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작년 10월부터 장애인정보문화누리가 CGV를 대상으로 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과, 위 장애인영화관람권공대위의 활동을 통해 이뤄진 결과이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이 일시적인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되기를 원하며, 장애인영화관람권을 보장하는 법이 제·개정되는데 까지 이어지기 바란다.

  “누구나, 다같이, 함께”는 좋은 말이고 좋은 단어지만, 기분 좋게 사용하기에는 그렇지 않은 것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우리가 함께 하기위해 변화시켜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 또한 함께 했을 때, 더욱 힘을 내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같은 곳으로 향하는 한명 한 명의 발자국 들이 모여 길이 만들어 지는 것처럼, 자유롭게, 누구나 영화를 볼 수 있기를 원하는 한명 한 명의 마음과 행동이 모여서 변화될 것들을 기대한다.

  장애인도 한국영화를 자유롭게 보고 싶다! □

[필자소개] 김찬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

저는 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서 작년 7월부터 활동하고 있으며, 장애인의 자유로운 영화관람권 확보를 위해 작년 11월부터 장애인영화관람권 공대위에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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