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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79호 이슈와 현장] 다큐멘터리, 좀 더 즐겁게, 좀 덜 외롭게 - 신진다큐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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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3. 4. 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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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79호 이슈와 현장 2012.06.25]

다큐멘터리, 좀 더 즐겁게, 좀 덜 외롭게 해보자구!!
신진다큐모임을 소개합니다.

김지현 (ACT! 편집위원회)

  4월 5일 목요일 저녁, 홍대 어느 조그마한 전시장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날 딱히 무슨 전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들이 모인 것은 ‘신진 다큐멘터리를 지원하는 모임’, 이름 하여 ‘신다모’의 첫 정기총회 자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전날 ACT! 편집위원회 회의에서 관련 소식을 듣고 정보를 파악하러 온 필자에게도 이들은 이름표를 건네며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사실 신ㆍ다ㆍ모라는 이름 석 자만 듣고 찾아온 필자처럼, 이날은 신다모의 회원들이 직접 서로를 눈으로 확인하며 이 모임의 모호한 정체성을 조금은 확실한 것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작년 12월부터 신진 다큐멘터리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서로 알음알음으로 이런 모임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단 모임에 동의하는 사람들끼리 1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자리를 가져왔다고 한다. 그리고 서로 주변 사람들에게 가입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이 모임을 알려나가고 있었는데, 매달 모임마다 참가자가 달라져서 정작 전체가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열 댓 평 남직한 공간은 곧 꽤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고, 이렇게 그들은 나무를 심는 날에 다큐멘터리 제작자 네트워크의 씨앗을 심기로 하였다.


▲ 2012. 4. 5 신진다큐모임 2012년 상반기 총회 모습 (출처: ACT!편집위원회)

  이 모임의 제안자이기도 하고 처음부터 계속해서 참여해오고 있는 손경화 감독은 신다모가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다큐멘터리를 2-3년 만들어온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 나중에 10년 후에도 우리가 이렇게 재미있게 작업을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주변에 다큐멘터리를 새로 만들기 시작하는 친구들은 한두 작품을 만들고 계속해서 사라지는 것 같고, 우리가 10년을 같이 즐겁게 작업할 친구들이 그때는 정말 아무도 없겠구나 하는 위급함 같은 게 있었다. 그래서 일단은 우리가 함께 모이면 같이 품앗이를 하든 하다못해 아르바이트라도 같이 할 수 있고, 정보들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아직까지 정체성이 모호하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신다모가 벌여온 활동들은 벌써 상당하다. 올 초 1-2월에 이루어진 대안문화공간 스몰톡프로젝트의 정기상영회 [시네마테크 ‘낯선’]은 당시에는 준비모임이었던 “신진작가네트워크 준비모임”의 제공으로 그 첫 번째 이야기 “낯선, 그 이야기의 시작: 다큐멘터리 신진작가 특별전”을 풀어놓을 수 있었다. 이 상영회는 또 역으로 신진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모임 또는 네트워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스몰톡프로젝트’ 자체가 1997년부터 독립영화와 실험비디오 작업을 해오는 독립 영상&사운드 작업자 그룹 ‘망각의 삶’이 꾸린 후속 프로젝트로, 신진 작가들을 비롯해 독립 예술인들이 계속해서 대중들과 만나고 자립적이고 지속가능한 창작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넓혀나가기 위해 작년에 새롭게 공간을 오픈한 곳이다. 이후 신다모는 3월 인디다큐페스티발과 미디액트의 사전제작지원제도인 ‘봄’ 프로젝트에도 파트너로 참여했다. 신다모는 봄 프로젝트에 신청했으나 선정되지 못한 안타까운 작업들을 위해 촬영 지원 3회, 녹취 지원 3회, 프리프로덕션 프로듀싱 지원 1 작품, 모니터링 지원 등 신다모 이용권을 지원하기로 했다.


▲ 1월 12일~2월 23일 매주 목요일 저녁 총 8편 상영, 주최:스몰톡프로젝트, 제공: 신진작가네트워크 준비모임, 영희야 놀자, 시네마달  

  현재 신다모에는 다양한 주제별로 무려 5개의 팀이 꾸려져 돌아가고 있다. 총무팀, 대학 상영팀, 기획 상영팀, 지방 상영팀, 실태조사팀이 그들인데, 총무팀은 상영료 수입 배분, 회비 적립, 팀별 회의비 지원, 인터넷 까페 관리 등 모임의 운영을 총괄한다. 대학상영팀은 주로 각 대학의 학생 자치 단위들과 연계해서 상영 기회를 만들고 있고 지금까지 경희대, 서강대 등에서 상영 기회를 마련했다. 이날 정기총회에서 다큐멘터리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이 대학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대학상영팀은, 대학의 학생 운동과 신진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서로에게서 힘을 얻고 다큐멘터리 관객층을 늘리며, 부수적이지만 수입도 생긴다는 측면에서 대학상영회 추진의 의의를 찾고 있었다. 앞으로는 지역 대학들과도 연계하여 전국적인 상영망을 조직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한편, 기획상영팀은 대학상영팀과 함께 신다모의 작품 상영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결성된 또 다른 팀이다. 이렇게 신다모의 활동이 주로 상영회에 집중되어 있는 이유는 신다모 멤버들이 처음 모였을 때 가장 공감했던 부분이 바로 힘들게 작업을 했는데 정작 영화제나 몇 번의 공동체 상영 말고는 상영할 기회가 별로 없다는 현실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그 다음 작품을 할 동력도 찾기 어려웠다. 기획상영팀은 일단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작은 영화 상영공간들을 찾아가 신다모의 취지를 설명하고 상영회 개최 여부를 타진했다. 그렇게 해서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에서는 5월부터 신다모 회원들의 신작들을 소개하는 정기상영회 [재미다큐]를, 하자센터에서는 6월부터 한 달에 두 편씩 대안적인 개봉 형태에 초점을 맞추는 정기상영회 [다큐 하자]를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밖에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과도 기획 상영전을 열기로 했고, 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도 다큐보기 모임이 만들어져 이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다큐보기 모임을 가져갈 예정이라고 한다.


▲오!재미동과 신진다큐모임이 함께 하는 정기상영회 ‘재미다큐’의 첫 상영작

  스몰톡프로젝트지원팀은 앞서 소개한 스몰톡프로젝트라는 공간에서 제안을 받고 취지에 공감해 시작한 팀인데 스몰톡프로젝트에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고, 홍성 홍동과 같은 지역 마을공동체들과 연계한 상영회를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실태조사팀은 현재 다큐멘터리 제작 환경의 문제점을 찾고 앞으로의 전망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팀이다. 지금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 각종 문헌과 사례들을 조사하고 있으며 이렇게 조사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서 한편의 다큐멘터리로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설명하고 보니 신다모가 벌써 꽤 체계가 잡힌 곳처럼 들리겠지만, 구성원들 사이에는 이 모임의 정체성 뿐 아니라 지속적인 운영체계 또한 앞으로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마련해가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이상의 팀들은 자신의 관심분야에 따라 필요를 느끼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역할을 분담해서 참여해나가는 것이며, 따라서 팀별 회의는 각자 알아서 진행하는 것으로, 대신 전체 회의는 매달 첫째 주 목요일에 한 번, 정기총회는 일 년에 4월과 10월 등 두 번 연다는 것 정도만 정해진 상태이다. “신진이라는 말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자라고 할 때 외주 방송 제작자들도 포함하는 것인지”, “신다모가 단순히 이익집단이 아니라 정당한 입장을 가진 모임이 될 수 있을지”, “또 서울 중심의 모임에서 벗어나 부산이나 전주, 제주도 등 지역과 연계할 수 있는 방법들은 무엇인지” 등 아직 논의되어야 할 질문들은 너무도 많다. 다행인 것은 모임의 뚜렷한 목표와 정체성, 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는 것에 강박감을 느끼지 않고 좀 더 느긋한 자세를 유지하려 한다는 것! 본 모임의 (임시) 매니저인 이용의 감독은 당장의 거창한 목표 설정이나 사업 추진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편이다. 최근 한국독립영화협회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신다모의 활동 계획과 목표, 비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결국은 지금보다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겠지만 일단은 지금보다 더 친해지고 서로의 문제의식을 공감할 수 있는 과정이 중요할 것 같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일을 벌이기보다는 지금까지 벌여놓은 일들을 잘 정리하고 회원들 간의 소통의 기회를 늘려야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신다모 안에서 상영팀이 만들어진 이유가 작품을 함께 보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었는데 진행을 하다 보니 작품을 함께 보자는 애초의 취지보다는 상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에 몰두한 측면이 있다. 앞으로의 상영회에서는 신다모 회원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함께 영화를 보고 서로의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다음 일들은 일단 그렇게 서로의 영화를 보는 것이 가능해지고 나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신다모에는 약 80명 정도의 멤버들이 가입해 있는 상황이다. 신다모는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모임이고, 따로 대표자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신다모 외에도 최근 다큐멘터리 작가들이 모여서 작품을 상영하고 세미나를 하는 다큐멘터리작가네트워크(다작네)도 꾸려졌는데, 매달 하나의 작품을 선정해 상영회를 가진 뒤 해당 작품의 감독이 발제를 하고, 감독들과 평론가들이 영화에 대한 감상과 질문을 자유롭게 주고받으며 세미나가 진행되는 모임이다. 이밖에 지난 호 ACT!에서 소개한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 지역 신진 미디어활동가들의 모임 “오겡끼데스카”, 대구풀뿌리미디어네트워크 풀똥과 같은 지역별 풀뿌리미디어 네트워크까지 합치면 독립 미디어와 관련해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이런저런 다양한 모임과 조직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흐름들이 모여 지금의 답답한 미디어 현실을 바꿔내는 새로운 원동력이 되길 기대해본다. □

 

* 관련 자료

 

신진다큐모임 공식카페

[한독협뉴스레터 1호] 독립영화 핫이슈 ② : 신진다큐모임_ 이용의, 김청승 감독 인터뷰

 

[필자소개] 김지현(ACT!편집위원회)

2004년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저널 ACT!와 인연을 맺은 후 미디어운동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미디액트 정책연구실을 거쳐 지금은 참여 영상 문화에 관한 논문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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