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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21호 미디어로 행동하라] 민중언론 참세상의 '상과 방향', 속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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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21호 / 2005년 5월 25일 

 

 민중언론 참세상의 '상과 방향', 속내 이야기
 
 

유 영 주 (민중언론 참세상 편집장)

   5월 1일 참세상 페이지를 창간하고, 12일에는 창간발기인대회와 창립기념식을 가졌다. 참세상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할지 많이 지켜보는 듯 하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자신의 상과 방향으로 다섯 가지를 내놓았다.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미디어 △대안 담론을 여론화하는 미디어 △투쟁하는 민중의 생활매체, 정치매체 △주류영역, 공공영역을 확장하는 민중의 미디어 △변혁적 민중적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미디어인데, 오늘은 그 속내 이야기를 짚어볼 참이다.
 
1.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미디어




참세상에 대한 질문 중 가장 많은 들은 것이 "무슨 돈으로 만드느냐?"였다. 대답은 간명했다.
"회원의 회비와 후원기금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컨텐츠 유통에 따른 일정한 수익과 공공기금에 대해서도 열어둔다"
"광고를 안 싣는다고 이야기인가?"
"상업광고, 자본의 광고를 안 싣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하고 다시 묻는다. "그렇게 해서 안정되게 만들 수 있느냐?"
이 질문이 나오면 나는 대개 대답을 안 하거나, 무뚝뚝한 표정만 짓거나,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이거나 한다.
 상근활동가 20명 정도로 시작하되, 활동비 60만원을 책정하고, 그밖에 운영비 등을 산출하면 년간 최소 2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월 1천8백만 원 규모다. 예산안은 회원 1400명을 모집하고, 미디어컨텐츠 유통을 확대해서 감당하는 것으로 짜여져 있다. 창간발기인대회 시점까지 월 1만원 이상 내는 참세상회원 가입자는 400명 정도 된다.
이렇게 험한 길을 가야 하나? 그렇다. '민중언론'은 민중언론을 갖고 싶어하는 참세상회원의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아래 네 가지 '상과 방향'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안 되면 어떡하나? 그럴 리 없지만, '민중언론' 모델이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여러 가지 교훈을 남길 것이다. 언론에서의 상업논리, 자본논리, 정경유착논리, 이해집단의 찌라시 논리 따위와 구분되는 민중언론의 길이 처음부터 쉬운 일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비관적이라는 이야긴가? 아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회원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우리가 생산하는 진보적 미디어컨텐츠의 유통 영역을 넓혀가고, 사회적 공공성에 기초한 재원도 조금씩 확보해나갈 것이다.
너무 큰소리 치는 것 아닌가? 글쎄다. 무엇보다도 참세상 활동가들이 큰 맥락에서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정신을 소유하고 활동하고 있다. 큰소리 치는 것으로 보였다면 순전히 이 때문일 것이다. 
 



2. 대안담론을 여론화하는 미디어

 

민중이란 사회 구성원 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면서도 사회적 부와 법적 제도적 혜택으로부터 차별 받거나 소외되어 있는 주체들이다. 부자 신문의 어떤 것을 들춰봐도 민중이 주인공이거나 민중의 목소리가 온전하게 실리는 신문을 찾아보기 힘들다. 부자 신문에 등장하는 민중은 대부분 뉴스의 대상으로서의 민중일 뿐 뉴스의 주인공으로서의 민중이 아니다. 부자 신문은 민중이 생각하는 사회, 국가, 사상, 이념, 권력, 문화 등의 논의 공간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양새를 갖추지 않아 좀 안 되어 보이긴 해도 민중의, 민중에 의한, 민중을 위한 민중언론이 필요하다. 
 
돌아보면 그렇다. 2000년대 중반을 경과하면서 민중운동은 분명 거대담론 상실의 위기를 겪고 있다. 논의 논쟁도, 실천 논쟁도 빈곤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민중운동 안팎에 거대담론에 대한 배척 경시 풍조도 커지고 있다. 민중언론은 이런 풍토를 바꾸는 데 힘을 보태야 할 텐데 보통 일이 아니다.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로부터 비롯되는 많은 문제들, 즉 제국주의, 전쟁, 사회적 빈곤, 노동유연화,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한 진보적 기획이 그것이며, 민주주의, 인권, 평화, 대안세계화, 사회화, 평등 등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가치를 확장하는 미디어 실천이 그것이다. 
 

주로 기획연재, 특 별기획, 고정칼럼주장 등을 통한 담론 주장의 형태와 취재 보도를 통한 미디어컨텐츠의 내용으로 구성될 텐데, 앞으로 벌어질 모든 문제들에 대해 민중 스스로 만들어가는 대안의 내용들을 여론화하는 역할을 꿋꿋하게 펼쳐가야 한다. 그것이 거대담론이든, 부문 영역의 작은 정책적 제도적 담론이든.

돌아보면 특별기획으로 '세계화에 저항하라', 김삼권 기자와 불안정노동철폐연대와 공동기획한 '사회적 빈곤에 철폐를', 라은영 기자가 기획한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파산을 선언하라' 같은 특별기획이 그러하고, 창간을 맞아 윤태곤 기자가 기획한 '굿바이 한겨레', 최하은 기자가 기획한 '빛나는 여성노동을 위하여', 홍석만 활동가가 기획한 '이제는 민중언론'과 같은 기획이 민중언론으로서의 대안담론을 여론화하기 위한 노력들이었고, 기획연재와 고정칼럼주장 필진들의 꾸준한 글쓰기가 전체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여기에 참새칼럼주장, 해외칼럼주장, 진보블로글이 이어지거나 신설되었는데, 기대가 크다. 
 
대안 담론의 여론화를 잘 해왔는가를 중간평가 하라면 사실 높은 점수를 치긴 어렵다. 다만 이것도 과정이고, 더 잘 하기 위해 기반이라는 점에서 위안 삼을 수는 있겠다. 중요한 것은 이런 대안 담론을 고민하면서 만들어지는 미디어컨텐츠가 아니라면 민중적, 진보적 미디어켄텐츠로서의 지위를 갖기 어렵다는 점이다.
 

3. 투쟁하는 민중의 생활매체, 정치매체
 
 

며칠 전 한국일보 신문개혁팀이 회사 살리기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신문(Newspaper)의 부가가치는 사실상 끝났다. 뉴스의 콘텐츠로도, 페이퍼의 스타일로도 활로가 좁다. 뉴스 대신 차별화한 관점(Viewpoint)을 팔아야 이윤을 남길 수 있다. 타지의 1면 주인공은 이제 뉴스가 아니라 기획"이라고 분석했다. '이윤'을 남기기 위해 '뉴스'가 아니라 '관점'을 팔아야 한다는 주장에 시비를 걸고 싶지는 않다. 요점은 '관점을 다뤄야 살아남는다'는 위기 진단에 따른 상황 판단이다. 동일한 사건을 두고 기조와 판단이 다른 뉴스가 실리는 것은 다반사. 민중언론은 민중의 관점을 갖는다. 민중의 관점이란 많은 관점 중에 취사 선택하는 관점이 아니라 보편과 상식의 관점, 다수자이면서 사회적 약자의 관점, 억압과 차별을 깨뜨리고 역사의 주체로 등장하는 주체의 관점을 일컫는다. 그래서 민중언론은 민중의 삶의 전 영역을 민중적 시각으로 사실을 충실하게 다뤄내고, 민중운동의 여론 기획으로 민중운동의 발전을 촉진하고, 자본의 기획을 분석하고 폭로하고 언론으로 설명하곤 한다. 참세상의 뉴스는 크게 세 개로 나뉘어져 있다. '노동-사회운동-반세계화'이다. 이번 창간을 준비하면서도 영역을 더 늘려보자는 의견이 있었고, 적극적으로 검토도 했는데, 역시 기존 세 개의 영역을 더 심화하는 쪽으로 취재 방향을 잡았다. 안으로 취재팀도 크게 '노동팀-사회팀-정경국제반세계화기타팀' 등 세 개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노동팀, 사회팀이 나름대로 영역 구분이 명확한 데 비해 반세계화를 주되게 다뤄온 라은영 기자와 정치영역을 주되게 다뤄온 윤태곤 기자가 한 팀을 이뤘는데 딱이 팀이름을 짓지 못하다가 정경국제반세계화기타팀으로 이름을 붙이고 말았다. 이 팀은 팀 이름을 약칭으로 줄여서 부르지 말라며 주변을 피곤하게 만드는데, 자신들끼리는 "어이 팀원~"하며 소통하는 기만을 저지르곤 한다. 참세상 기자(활동가)들이 민중의 삶, 투쟁, 문화, 대안담론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충실히, 감동있게 보도할 수 있을 지는 더 지켜보아야겠다. 다만, 진보적 미디어컨텐츠 생산자로서 민중의 삶의 현장을 누빌 것이고, 민중의 삶과 동화되는만큼 충실하고 감동있는 미디어 컨텐츠 생산이 이루어질 것이다. 곧 민중의 생활매체이자 정치매체로서의 참세상을 만들어가는 주체로 성장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4. 주류영역, 공공영역을 확장하는 민중의 미디어




많은 미디어활동가들이 미디어운동을 주류, 공공, 독립 영역으로 구분하고 다시 실천하는 입장에서 각 영역에 대한 전체적인 계획을 고민하곤 한다. 특히 독립 영역의 미디어활동가들의 앞선 문제의식과 실천을 접하노라면 존경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무릇 험한 환경에서 고생하며 만들어내는 미디어컨텐츠가 더 대접받고 존중받고 해야 하는데 세상의 이치가 그렇게 흐르지 않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참세상은 창간 계획을 밝히는 과정에서 민주주의 발전과 기술 발달에 따른 미디어환경의 변화에 예의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치적으로 구획되거나 제도적으로 규정되었던 미디어 환경이 크게 변화하여 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 정치적인 제약이 누그러진 상황이 되었고, 기술 발달에 따른 미디어컨텐츠 유통경로가 다변화, 다양화되고 있다. 컨텐츠를 안정되게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만 갖추면, 유통경로 역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넓게 확장된다는 이야기다.참세상이 주류, 공공영역에 주목하는 것은 진보적 미디어컨텐츠를 생산하고 소극적으로 유통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주어진 유통과정에 보다 공세적으로 대처해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의지와 무관하게 열린 공간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면서. 그래서 참세상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특징지어지는 미디어환경의 변화 속에서 '텍스트와 영상 컨텐츠 생산의 융합'을 실현함으로써 향후 생산과 유통 과정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의지를 모았다. 민중언론 참세상의 공간적 의미를 진보적 '미디어컨텐츠생산자네트워크'로 규정한 것도 이에 준한다. 정신 똑바로 박힌 생산자들이 힘있는 네트워크를 이룬다면 공공성의 확장과 언론, 사회 전반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 보았다. 
 
         


현재는 영상활동가 4명이 현장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속보와 참세상리포트 등을 만들고 있고, 피플파워팀이 10여 명이 시민참여방송에 매주 한 차례 40분짜리 시사프로그램을 생산 보급하고 있다. 그동안 영상활동이 언론활동인가, 미디어활동인가, 역으로 언론활동에 영상이 필수인가 그렇지 않는가 등 많은 토론이 있었는데, 결론은 민중언론이 단순 취재 보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대안 담론의 여론화의 방향과 민중의 생활매체, 정치매체로서의 지위를 갖는 미디어로, 취재기자와 영상기자와 피플파워팀이 함께 큰 그림을 그리자고 중지를 모았다. 주류, 공공 영역 확장도 무릇 세상일이 그러하듯 하기 나름이다.



5. 변혁적 민중적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미디어




변혁은 곧 혁명을 말한다. 한국 사회의 변혁, 혁명의 그림이 어떻게 그려질지는 좀처럼 자신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혁명은 지금 세계 곳곳에서 아주 구체적으로 일어나고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혁명은 과거 역사 속의 유물의 개념이 아니라 멀지 않는 미래에 다가올 민중의 삶과 투쟁의 언어인 것이다. 변혁, 혁명과 같은 용어를 사용함에 있어 전후 맥락없이 남발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용함에 있어 스스로 자기검열에 빠져 주저하거나 머뭇거릴 이유도 없다는 이야기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억압과 차별과 핍박받는 주체들은 억압과 차별과 핍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크고 작은 몸짓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 현장에서 잠재된 혁명 에네르기를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억압, 차별, 핍박받는 주체들 이를테면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크고 작은 행동에서 그러하고,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노동, 환경, 교육, 보건의료, 문화 정책에 반발하는 부문의 구성원들과 지역 주민들의 저항이 그러하다. 모름지기 앞으로 일어날 혁명은 과거와는 분명 다른 방식이겠지만, 동시에 민중의 저항과 투쟁이라는 보편적인 모습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 민중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이들의 미디어이다. 참세상이 외치는 변혁적 민중적 네크워크는 이미 머릿속에 그려있는 조직꼴을 의미하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현재로서는 혁명을 꿈꾸는, 변혁을 꿈꾸는 사회구성원들의 자유롭고 발랄한 상상 속의 네트워크라 할 수 있겠다.그런 상상 속에서 월 1만 원 이상을 내는 참세상 회원 1400명을 만들고, 전선 위를 맘껏 날아다니는 '전선위의참새' 수천 명을 만들고, 진보언론과 매체의 네트워크 공간을 만들고, 참세상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책임있게 해나가겠다는 말이다.부디 당부컨데, 민중언론 참세상의 미래의 모습과, 변혁적, 민중적 네트워크에 대한 모든 자유로운 상상을 제한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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