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21호 / 2005년 5월 25일
여성들의 미디어 공동체
조 석 순 애 ( 여성영상집단 [움] 활동가 )
여성미디어공동체는 물리적 공간을 뛰어 넘는 다양한 형태의 여성주의 미디어 활동들을 의미한다. 여성들이 모여 미디어를 통해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또 다른 여성인 나를 발견하며, 그 변화의 과정들을 다른 여성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 바로 그것이 여성미디어공동체이다.
나는 여성들이 미디어를 통해 자신과 또한 다른 여성들과 소통하고 연대하기를 꿈꿔왔다. 여성들의 삶이 미디어가 빚어낸 스펙트럼으로 인해 다양한 목소리와 새로운 빛깔들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성들의 미디어 공동체가 될 여성미디어센터에 대한 고민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다. 따라서, 여성미디어센터를 만들어 낼 주체이자, 그 자체가 각각의 센터가 되는 유기체 조직인 ‘여성미디어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내가 생각하는 여성미디어공동체는 물리적 공간을 뛰어 넘는 다양한 형태의 여성주의 미디어 활동들을 의미한다. 미디어를 통한 여성들의 모임이 될 수도 있고, 여성 미디어 그룹간의 네트워크가 될 수도 있다. 여성들이 모여 미디어를 통해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또 다른 여성인 나를 발견하며, 그 변화의 과정들을 다른 여성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 바로 그것이 여성미디어공동체이다.
꿈과 비전을 공유하면 곧 현실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여성미디어공동체에 대한 상상의 한 자락을 펼쳐본다.
▬ (상상 하나!! 여성영상치유공동체)
우리 공동체에서 진행하는 영상치유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고 있다. 영상치유프로그램은 각 지역 대학의 미술치료학과, 상담치료학과와 연계하여 기획하였고, 다양한 여성그룹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첫 시작은 탈성매매 여성 쉼터와 함께 영상치유과정을 진행하였는데, 영상을 통한 소통과 치유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여성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성폭력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영상을 통해 진행했다. 자신을 카메라를 통해 노출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특히,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상처나 아픔들은 더 하다. 그러나 자신을 지지해줄 수 있는 감수성을 가진 집단에서 자신을 풀어내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카메라를 사용하는 일은 어렵지만, 새로운 시도였다.
같은 상처를 가진 여성들과 함께 울고, 분노하고, 웃는 과정을 통해 응어리져 있던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많은 여성들이 겪고 있는 공동의 문제로 문제의식을 옮겨와 함께 대응책을 모색하는 후속모임을 꾸리게 되었다.
▬ (상상 둘!! 여성농민미디어공동체)
우리 공동체는 여성농민들로 이루어져있다. 지난해 농활을 온 여학생들이 미디어제작교실을 열었는데, 교육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모임을 꾸렸다.
현재는 농촌지역의 미디어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주로 마을 곳곳에 잘 조직되어 있는 새마을부녀회나 여성농민회와 연대한다. 교육장소는 마을회관을 이용하였다. 그랬더니 마을회관이 여성해방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동안 마을회관은 집안과 같이 반복적으로 보살핌 노동을 해야만 하는 공간이기도 했는데 미디어교육 공간으로 활용하였더니 다른 공간적 의미들이 탄생되었던 것이다. 이번에 여성농민들과 함께 농한기에 미디어교육을 실시하였는데 편집 장비는 정부의 정보화마을 사업으로 들어온 마을정보센터의 피시를 이용 했다. 농번기 한여름에 남성농민들은 달콤한 낮잠을 자고 여성농민들은 세탁기 돌리고 설거지 하고 집안 청소를 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마을회관에서 상영을 하였더니 여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설쳐서 동네를 망쳐놓았다고 한판 난리가 났다. 물론 이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다.
그리고, 전에는 이장만 쓰던 스피커를 하루에 30분씩 마을 여성들이 돌아가면서 사용하고 있다. 주요 뉴스와 농사관련정보, 여성에 관련된 신문기사를 읽어주는 일을 주로 한다. 시원한 여성들 목소리가 마을 스피커를 통해 논밭 가득 울려 퍼지게 되었다. 저녁 시간 집안일을 하느라 마을회관에 모이지도 못하고 텔레비전도 거의 못 보고 살아 그동안 정보에 소외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몰랐는데, 이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 (상상 셋!! 레즈비언 미디어공동체)
우리 공동체는 레즈비언 미디어 공동체이다. 주로 레즈비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마포구의 공동체 라디오 마포FM에서 레즈비언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직접 제작하여 방송한다. 뿐만 아니라 시민방송에도 <레즈비언은 지금>이라는 프로그램을 직접제작 방식으로 기획하여 한국 최초로 레즈비언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물을 가정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사회의 레즈비언과 동성애자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이 방송의 영향으로 동성애자혐오범죄특별법이 제정되었다.
▬ (상상 넷!! 여성미디어 접근권을 고민하는 모임)
우리모임은 여성들이 미디어에 접근하는 위해 필수적인 조건들을 고민한다. 현재는 00미디어센터에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의 접근권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여, 그 디자인을 맡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의 미디어 접근권을 높이는 한가지 방법으로는 강의를 듣거나 활동하는 시간 동안 베이비시터를 상주시켜 아이와 함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미디어센터 공간 일부를 보수하도록 하여 놀이방을 꾸미고 있다. 새롭게 만들어진 공간을 어린이놀이터로 만들고 아이들이 따로 그 공간에서 베이비시터와 함께 놀 수 있게 하거나, 어린이 미디어놀이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전문 강사도 함께 배치할 예정이다. 이같은 여성들의 접근력과 참여률을 높이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는 여성미디어공동체 형성에 가장 실질적인 토대가 될 것이다.
▬ (상상 다섯!! 장애여성 미디어 공동체)
우리 공동체는 카메라뿐만 아니라 각종 장비와 콘솔 등이 20-30대 비장애인 남성의 몸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는 것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영상기술표준안 마련을 제안하였다. 이 제안은 여성용 카메라, 휠체어와 가슴 등 어느 곳에나 부착이 가능한 카메라, 눈의 깜박임으로 작동되는 센서 편집툴 등이 개발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지역미디어 오늘은> 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남성 미디어 활동가들이 직접 각자가 제작한 영상물에 대해 여성주의 시각으로 분석하도록 하였으며, 남성중심적 시각에 대해 여성들이 항상 분석하고 문제제기 하고 요구하던 것에서 벗어나 직접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반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것은 지극히 제한된 몇 가지 상상이다.
이외에도 여성들의 경험과 존재에 대해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고 힘을 얻어 나갈 수 있는 공동체들은 무궁무진하다. 여성미디어공동체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더 모인다면 더 많은 사례들과 상상들이 나올 것이며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진 여성공동체가 만들어내는 힘과 에너지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 될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더 다양한 여성미디어공동체를 함께 꿈꾸길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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