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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8호 미디어로 행동하라] "'비정규직 완전철폐'를 위해 뭉친 미디어 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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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18호 / 2005년 2월 28일

 

"'비정규직 완전철폐'를 위해 뭉친 미디어 활동가들"
 
 
이진영(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여야 정치권은 비정규직 개악안을 2월이 아닌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일단 미루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야합의 결과인 '처리 유보'로 만족할 수 없다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비정규직 완전철폐에서 비정규직 차별폐지와 보호법안 쟁취가 현실적인 구호인 듯 인식되고 있는 현실에서 '비정규직완전철폐를 위한 영상 프로젝트' 팀 (아래 비철팀)이 구성되어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주류 미디어에서 철저하게 외면하는 민중의 입과 귀를 대변하며 각개전투하고 있던 미디어 활동가들이 좀더 도드라진 힘을 발휘하고자 모인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동지들!>


비철팀은 작년 11월 비정규직 개악안의 통과가 불거지면서 만들어졌다. 국회 크레인 고공농성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목받지 못하는' 절박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던 시점에서, 그간 비정규직 노동 문제에 집중해 작품을 제작해 온 김미례 감독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발빠르게 전할 수 있는 프로젝트 팀 구성을 제안했다. 이에 <미디어참세상>, <프로메테우스> 등 진보적 인터넷 언론을 비롯해, 타워 크레인 노조 선전국장,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삼삼오오 결합하여 현재 약 15 여명에 이르는 팀원을 갖추게 되었다. 비철팀에 참여하고 있는 <프로메테우스>의 강준상 활동가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활동가들이 모여, 영상 운동이나 정치적인 입장에 대한 차이를 빚게 되는데, 이는 오히려 내부 논의를 활성화시키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국회 크레인 고공농성,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등을 다룬 비철팀의 성과물들은 속속 미디어 참세상, 프로메테우스 등 인터넷 매체를 통해 배급되어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미디어 참세상의 허경 활동가는 첨예한 정치적 대립이 현존하는 때에 "영상 역시 구체적인 정치적 시각을 견지하며 발언하는 데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입장이 반영된 최근작, <무엇을 할 것인가? 동지들!>에서는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 즈음 극대화되었던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노동자들의 비판적 목소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동지들!>


사실 이렇듯 긴박한 정세적인 흐름에 맞추어 뜻을 결집하고자 했던 미디어 활동가들의 역사는 짧지 않다. '민중의 나라', '총파업통신 지원단', '대우차 노동조합 2001총파업투쟁 영상 중계단', '민영화저지 미디어 활동단', 'ASEM 투쟁 공동 미디어 기획단' 등 단발적 사안에 집중한 연대체가 1980년대 후반부터 면면히 이어져 왔다. 특히 '민영화 저지를 위한 미디어 활동단'은 미디어와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2002년 발전노동자들의 투쟁을 사회적으로 환기시키며 국가기간산업 민영화 저지의 필요성을 국민적으로 알려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미디어 센터의 설립과 확장 등에 따른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의 확충, 기자재에 대한 접근 완화, 인터넷 언론의 운용 기회 확대와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 시민 채널을 통한 배급 통로 확충 등 미디어 활동가들이 전유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상대적으로' 탄탄해졌다. 이를 기반으로 작년 한해에는 이주 노동자 프로젝트인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인권하루소식> 2004년 9월 4일자), '국가보안법철폐프로젝트'(<인권하루소식> 2004년 10월 16일자) 등이 진행된 바 있다.


선정적이고 보수적인 주류 미디어에 맞서 '비정규직 완전 철폐'라는 진중한 목적을 명시하며 대안적 영상을 모색 중인 비철팀이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주류 미디어에서는 비정규직 확대를 저지시키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본래 취지는 무시한 채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에서 나타난 대립을 폭력으로 점철된 노동계 내부의 갈등으로 왜곡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강준상 활동가는 "비철팀이 체계적이고 상시적인 조직이 아닐뿐더러, 이미 팀원들 대부분이 나름의 활동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책임질 수 있는 단위의 부재" 등을 문제점으로 꼽는다.


미디어 활동가로의 정체성을 견지하며 사회의 그늘진 곳과 어깨걸이 하려는 비철팀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철팀은 현재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룬 영상물과 '사회적 합의주의'를 역사적으로 조망한 영상물을 준비 중이다. □
 * 이 글은 인권하루소식 제 2758 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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