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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22호 미디어로 행동하라] 프로젝트인가? 제작집단인가? 네트워크인가? - 2004년 세 개의 프로젝트 사례로 본 비디오 액티비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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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인가? 제작집단인가? 네트워크인가?
- 2004년 세 개의 프로젝트 사례로 본 비디오 액티비즘

 
강 준 상 ( 영상활동가, 프로메테우스 영상 담당 )

영상매체를 반자본 노동자투쟁의 도구로 전유한 우리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80년 광주민중항쟁 이후 학생운동 단위를 중심으로 시작한 영상운동은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조직화된 노동조합 영상패를 중심으로 조직적 발전과 함께 공세적 활동을 지속했다. 이후에도 97년 총파업 투쟁속보, 2001년 대우자동차 총파업투쟁 영상중계단, 2002년 발전노조 파업과 민영화저지 미디어활동단에 이르기까지 그 면면한 노동영상운동의 흐름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며 진보적 영상운동은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노선에 대한 대응 전략을 확보하지 못한 채 이전과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된다. 대중적 지지기반이 약화된 노동조합 중심의 투쟁속보는 한계에 직면하게 되고, DV(6mm)의 대중적 보급에 의한 영상제작환경의 변화, 인터넷매체의 광범위한 보급, 퍼블릭액세스를 가능하게 하는 방송의 공공영역, 미디어센터 설립 등등의 매체환경의 변화에 따른 진보적 영상운동의 대안을 만들지 못하고, 또한 그 주체로서 활동할 인적 역량을 확보시키지 못한 측면이 동시에 있었던 것이다.

2004년 미디액트의 <비디오액티비즘 연구팀>은 그런 일련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2004년 인권영화제에 <비디오 액티비즘 : 미디어로 행동하라> 섹션을 만들고, <민중투쟁의 현장을 찾아가다>, <2002, 발전노조의 싸움을 다시 보다>, <부안 주민들, 카메라를 들다>, <마이애미 모델: FTAA 반대투쟁, The Miami Model> 네 가지 사례를 통해 ‘비디오 액티비즘’을 경향을 알아보고, 미래를 모색해보기 위한 시도를 하였다.

2005년 연구팀은 그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작년에 시도되었던 3개의 영상프로젝트의 사례를 통해 ‘비디오 액티비즘’의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결정하였다. 3개의 영상프로젝트는 모두 작년 하반기에 시작한 것으로, 각각 <이주노동자 인터뷰프로젝트(이하 이주프로젝트)>, <국가보안법철폐 프로젝트(이하 국보철프로젝트)>, <비정규직완전철폐를 위한 프로젝트(이하 비철팀)>이다. 인권영화제 상영과 더불어 미디액트 포럼을 가졌다. (포럼의 논의 내용을 몇 가지 의제를 중심으로 정리한다. 발제 내용은 생략하고 토론 중심으로 정리한다.)

 

공동제작 프로젝트는 유의미한가?

 

이날 사회를 본 미디액트 고영재 창작지원실장은 프로젝트 형식의 시도들에 대해 먼저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문제를 제기했다.

“세 개의 프로젝트의 공통점은 처음에 일정한 독립영화감독들의 제안과 발의에 의해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것이 조직적으로 제안을 한 것이건, 개인적으로 한 것이건, 일상의 긴장감을 통해서 온 것이 아니란 점이다. 액티비스트적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각자가 공통적인 전망을 가지려면 처절한 울분이 밑받침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국보철프로젝트나 제국프로젝트나 이주프로젝트나 시간이 흐르면서 만남 자체가 지속되기 어려웠다. 철학에 대한 긴장감이 아니라 일종의 이벤트로 모였던 것이다. 그냥 재밌겠다 싶으니까 한 거다. 프로젝트의 성격 상 선정적이지 않으면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국보철은 주목을 받았지만 이주는 받지 못했다. 이런 점이 현재의 국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각각의 프로젝트의 장점을 끄집어내려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야 이제 지쳤다. 그만두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마리오 감독('미친 시간' 등 연출)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점치며 더욱 더 다양한 주체들이 다양한 형식으로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고 만들어야 한다고 논했다.

“IMC의 사례를 보면서 저런 것도 가능하구나 생각했다. 아셈 투쟁할 때 진보넷에 모여 그런 문제의식을 공유한 적이 있다. 결정적으로는 부안문제가 있을 때 독립영화인들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명서 하나 내면 그만인가? 이주프로젝트는 그런 고민의 연장선에 있었던 것이다. 공동 프로젝트란 장기간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건 단체지 프로젝트가 아니다. 빨리 모여서 짧은 시간에 작업해서 성과를 공개하고 또 해산하고, 또 다른 프로젝트를 결성하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프로젝트를 조직할 것인가는 여전히 남는 문제이다. 미디액트나 한독협이 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미디액트나 한독협이 물적 기반을 제공한다면 실제로 주체로 가능할 수 있는 그룹과 개인들은 존재하고 있다. 배급의 경우도 인터넷 매체와 RTV가 있다. 그 흩어져 있는 것을 배급망으로 적극적으로 전유해야 한다. 현실성은 있다. 또 미디어라는 것이 영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진도 있다. 다양한 형식으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 가령 평택 미군문제의 경우도 개별적 작업들이 존재한다. 이것이 힘을 가지려면 프로젝트 말고는 답이 없다.”

이마리오 감독의 영상운동에 대한 가능성으로서 프로젝트 형식에 대한 모색은 충분히 의미있는 것이지만, 고영재 실장의 문제의식에 대한 답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철학과 목적의식이 분명한 프로젝트로서 지속적이고 발전과 해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비정규직 영상운동의 현 상황에 대해 얘기하며 상시적인 영상활동가 네트워크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에 대해 민중언론 참세상의 허경 영상활동가는 역사적 맥락에서 현실 비정규직 운동과 함께 해야함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프로젝트인가? 공동제작집단인가? 네트워크인가?

 

“영상을 도구로 공동작업을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현실 상황은 역량의 한계가 많은 상황이다. 현실 비정규직 운동과 같이 해야한다. 공동으로 작업하다가 역량이 부족하고 이런저런 것들이 부족하니까 다시 흩어진다. 그러면 어떤 것을 보완하고 더 갖추어야 하나? 치밀하게 고민해야 한다. 발전파업 때 영상활동가들이 모였다가 왜 결국 다 흩어졌나? 역사적 맥락에서 현실운동에 대해 판단하고 그것에 따라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판단해야한다. 그것이 없으면 계속 흥망성쇠를 거듭할 뿐이다. 상시적인 네트워크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미디액트도 그런 부분에서 계속 사업을 배치하고, 그런 것을 통해서 네트워크가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논의는 자연스럽게 영상활동가 네트워크 구축과 현실사회운동과의 연대에 대한 지점으로 옮겨갔다. 고영재 실장은 변화된 미디어환경과 물적 기반에 대한 문제와 더불어 비철팀의 운영구조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열린 공간, 물적 토대가 변화했다. RTV도 제대로 혁신하면 아카이브도 할 수 있고, 비철팀을 액세스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디어센터도 있지만, 굉장히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물적인 토대가 있다. 운영구조가 있는 경우, 비철팀이 프로젝트를 하겠다는데, 독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비정규직완전철폐를 하자는 것은 사회주의를 하자는 것과 같은 얘기다. 팀 자체에 정치적으로 동의하는 높은 수준이 있다. 열린 공간이면서도 안 될 수 있는 이중적 측면이 있는 것이다. 협회인 한독협은 또 다른 질서다. 비철팀은 한독협 중앙운영위에 무언가 제안해 본 적이 있나? 없다. 한독협은 비철팀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논의한 적이 있나? 없다. 현재 비철팀은 단체도 아니고, 프로젝트라면서 프로젝트답게 파급력을 갖고 있지도 않다. 또 네트워크를 말하는데, 정치적 지향으로서 비정규직 완전철폐를 말하면서 여러 단위의 사람들을 조직할 수 있는 네트워크로 기능할 수 있을까? 외연을 넓히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파급력을 갖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전제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면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비철팀이 다른 틀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이후 비철팀의 미래에 대한 것을 중심으로 해서 논의되었다. 논의의 주요 쟁점은 △첫째 네트워크 구축이 목적이라면 현재 비철팀의 이름 및 형식 자체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둘째 네트워크 구성을 위한 기존 단체들과의 연대 및 역할분담의 체계가 필요하다, △셋째 비정규직노동영상네트워크의 틀을 갖추기 위해 과거의 노뉴단 등의 경험으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또 달라질 수 있는가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첫째, 비철팀의 이름과 형식에 대한 문제

 

인권운동사랑방 이진영씨는 “비철팀의 완전철폐란 대전제가 네트워크 구축에 장애가 된다면 유보가 필요하지 않나? 네트워크는 기본적으로 수평적인 관계여야 하는데, 가령 민주노총 집행부에 대한 공세적인 자세 같은 것도 이견과 갈등을 만들 소지가 있을 것 같다.”고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어떻게 합의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또 이마리오 감독은 지난 <낙선>의 작업 경험의 사례를 들며 “서울의 낙선 제작팀이 다 가서 찍은 것이 아니다. 낙선이란 작업의 경우가 그런 네트워크가 가능했던 사례이다. 그런 네트워크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들이 있다. 비철팀의 경우 그런 문제의식이 있다면 프로젝트란 이름을 버리고 영상활동 네트워크란 이름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네트워크 사업에 중심을 둘 것을 제안했다.

 

둘째, 역할분담의 체계에 대한 문제

 

참여자 중 전미영씨와 나규환씨는 제작하는 사람은 제작만 열심히 하고 프로듀싱에 대한 것은 프로듀서가 해야한다고 말해 현재 비철팀이 제작을 중심으로 하는 사람들이 모여 네트워크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음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마리오 감독도 이주프로젝트의 경험을 상기시키며 “한독협이 프로듀서, 미디액트가 일정정도 라인프로듀서의 역할을 했고, 미디어참세상이 배급 역할을 하는 등의 분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 역할분담과 체계를 가져야 한다. 당장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제작주체들이 촬영하고 편집해야지 무슨 회의를 하냐”며 제작프로젝트와 네트워크의 차별성에 대해 언급하고 각 개인과 단체의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보철프로젝트 프로듀서 홍수영씨는 “독립영화 진영에 프로듀서 역할을 맡을 사람이 부족하다. 제작자를 잘 배치하는 프로듀서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래도 지금은 과거에 비해서 나은 상황이다.”고 말해 독립영화 및 비디오액티비즘 진영에 프로듀서 역할을 맡을 전문가의 부재를 문제로 꼽았다.

 

셋째, 노뉴단 등 과거의 노동영상운동의 경험에 대한 부분

 

고영재 실장은 “노뉴단이 나온 배경과 투쟁속보 제작 및 배급의 경험을 돌이켜 보자. 왜 만들어졌나? 현재의 전망은 무엇인가? 현재는 특정한 사업장과 결합해 기획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그런 변화의 의미는 무엇인가? 노뉴단은 굉장히 적극적인 배급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수준의 배급망을 가지지 못하면 100명 모여도 배급되지 않는다. 이 질서는 전국미디어센터설립네트워크와도 다르고 한독협과도 다르고 진보네트워크와도 다르다. 그런 고민들이 향후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나. 비철팀은 오픈된 공개석상에서 향후전망을 가지고 세미나를 조직해 본 적이 없다. 대중적인 파급력과 흡인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다.”고 비판하며 과거의 노동영상운동의 역사적 맥락과 현재 지형에서 비철팀의 전망을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논했다.

그 외에도 여러 논의들이 있었다. 대학 학보사 기자라는 한 참여자는 사안이 생겼을 때 뒤따르는 영상작업이 아닌, 더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영상활동은 불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한독협의 김화범씨는 프로젝트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항상 있어왔던 것이고, 더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안정적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필름 메이커스 협동조합과 같은 것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했다. 또 미디액트 이진행씨는 정책생산과 물적기반 모두 중요하다고 말하며 지역기반의 공동체 미디어와 같은 네트워크를 제안했고 박채은씨는 외국의 사례를 들며 액세스 방송국을 주체로 한 주제별 파트너쉽을 제안했다.

이번에 포럼에서 논의된 것은 비정규, 이주, 국가보안법철폐 프로젝트 등의 3가지 사례를 놓고 진행되었으며 그 중에서도 현재진행형인 비철팀 사례에 중심을 두고 활발하게 토론되었다.

성격이 전혀 다른 세 개의 프로젝트 사례를 비교분석하고 장점들을 모아 대안적인 영상운동의 방향을 모색해 보려는 시도는 무리한 것이기도 했고 불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각각의 토론자들이 다양한 단위에서 실천하고 있는 주체들이었기 때문에 현실적인 고민들이 나온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그 다양한 실천 방향에 대해, 현실 국면과 역사적 측면 모두를 담아내며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내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한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현재진행형의 논의들이 계속 모이면서 영상운동이 진일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것을 간단히 정리하며 글을 맺는다. □

 

1. 각각의 프로젝트 사례에서 주목할 지점들.

이주노동자인터뷰프로젝트 
- 사회운동 주체와 영상운동 주체의 만남. 
- 특정한 주제를 가진 미디어교육의 사례와 커리큘럼. 
- 활동가가 아닌 일반인의 프로젝트 참여를 통한 대중운동의 가능성. 
- 각 단체들의 역할분담에 의한 참여. 
- 결과로 나온 영상물 배급. 
- 이후 진행될 다양한 프로젝트의 중요한 선례.

국가보안법철폐프로젝트 
- 독립영화 주체의 급박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참여. 
- 각각의 독립영화 주체의 자유로운 스타일로 같은 주제에 대한 옴니버스 형식의 제작. 
- 각종 영화제를 통한 옴니버스 작품의 배급 방식. (개별 작가의 작품에 의한 배급방식 아닌 참여단위 전체의 배급방식) 
- 이벤트 형식의 대중적 운동의 가능성.

비정규직철폐를 위한 영상프로젝트 
- 영상운동의 세가지 주체, 즉 독립다큐멘터리감독, 노동조합 영상패, 인터넷 영상활동가가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 공동작업. 
- 노동영상운동의 큰 흐름 안에서 비정규직 노동영상운동에 대한 맹아적 문제제기. 
- 속보를 중심으로 한 기획영상을 통해 발빠르게 현실에 개입하고자 한 사례. 
- 현실적 한계를 극복해보기 위한 네트워크 구성에 대한 필요성 제기. 
- 제작단체가 아닌 프로젝트 형식의 가능성과 동시에 현실적 한계지점들.

2. 프로젝트 형식이 대안인가? (경우에 따라서 서로 양립불가능할 수 있는 주장들)

- 각각의 프로젝트의 성격이 천차만별이지만 현 국면의 정치적 사안에 대한 미디어운동의 실천적 개입이란 측면의 공통점이 있다. 
- 해당 영상주체들이 자유롭게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프로젝트를 기획 할 수 있다. 
- 프로젝트가 가진 일회적인 성격을 극복하고 정치적, 철학적, 미학적인 세미나가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 프로젝트는 프로젝트일 뿐이고, 그보다 더 장기적인 전망을 가진 단위가 필요.(가령 협동조합) - 주제별, 지역별로 다양한 공동체 미디어 가능. 
- 프로젝트의 참여주체들의 성격에 따른 역할분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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