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21호 / 2005년 5월 25일 지금 꼭! 필요한 독립영화 전용관 |
조 영 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 |
1.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
모두(? 아닌 사람 빼고)가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아무도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는 독립영화 전용관. 미디어센터 설립 이전부터 논의되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헛바퀴를 돌며 오직 독립영화인들만이 목놓아 필요성을 부르짓는 독립영화 전용관. 독립영화 전용관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독립영화인들이 되겠지만 거기에서 창출되는 부가효과는 관객들과 한국영화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2년이 넘는 준비기간과 지리멸렬한 논쟁을 뒤로 한 채 설립된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가 전국적으로 미디어센터 설립논의에 불을 당겼듯이 독립영화 전용관도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설립된다면 독립영화가 일취월장하며, 상업영화 일변도의 영화문화에 일대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그 해결점이 보이지 않고, 실타래조차 풀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도 영진위는 묵묵부답이며, 우리의 요구는 피상적인 차원에서 그치고 있는 듯하다. 독립영화 전용관이 방울이라면, 방울을 걸 고양이도 방울을 걸어야 할 사람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
2. 거기까지 - 독립영화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하여 |
한국의 독립영화는 국내외 영화제와 간헐적인 상영회 그리고 TV 프로그램(독립영화관, 열린채널, 열린다큐) 등이 아니면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영화제 등에서 상영이 되는 작품들을 제외하고는 관객을 만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은 관객들에겐 새로운 영화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근거지가 없다는 것이고, 예비 창작자들이 동시대 동년배의 작품(치열한 경쟁과 타협을 거쳐 상업영화 ‘감독’이 된 작품을 제외하고)을 보고 영화에 대한 열정을 풀어낼 수 있는 커뮤니티를 갖지 못하고 외국의 예술영화와 당대의 상업영화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미이며, 작품활동을 하는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을 어느 영화제에서 뽑아 주기를 기다리게 만들며, 영화제 진출이 작품의 성패를 결정짓는 오류를 범하게 만든다. 즉 상영자체가 ‘그 작품 괜찮다’는 보증수표처럼 작용하고 있으며,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는 구조이며, 독립영화에 대한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국내외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그를 통해 주류언론의 호의적인 평가를 받은 작품들은 일정하게 상영의 기회가 보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거기까지이다. 주류 언론과 예술영화관에서 수용할 수 있는 영화들은 일년에 세네편에 불과하다. 작년의 경우 <송환>과 <마이 제너레이션> 정도이다. 나머지 영화들은 작품의 질적 수준과 목적의식과는 무관하게 영화제용 영화로 전락하고 말거나, 그저 프로파간다 영화에 머물고 만다. |
3. 독립영화 없는 한국의 극장가 |
이미 한국의 극장가는 상업성을 목표로 만들어진 기획형 영화들이 점령해버린 상황이다. 멀티플렉스들의 증가로 스크린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극장에 걸려있는 영화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드는 기형적인 현상이 증폭되고 있다. 예전부터 예술영화 전용관을 표방하며 운영됐던 극장들(코아아트홀, 동숭시네)이 문을 닫는 실정이며, 영진위의 지원으로 시네마테크와 예술영화 전용관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것은 외국의 예술영화를 소개하는 장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그나마 예술영화 전용관들조차도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쯤되면 전용관에 대한 문화당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요구되는 상황인데, 영진위는 예술영화 전용관 지원 사업 이외에 딱히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영진위와 지자체의 제도적 지원 아래 운영되고 있는 전용관은 ‘서울아트시네마’와 ‘시네마테크 부산’ 두곳 뿐이다. 이 공간에서 독립영화가 상영되는 경우는 영화제와 기획전 형태의 상영회가 전부이다. 즉 이런 공적 공간에서도 독립영화 상영의 안정화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검증된 거장들의 영화와 주옥같은 외국의 예술영화들이 관객의 눈높이를 높이고 있지만, 시대와 충돌하는 동시대의 독립영화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그만큼 독립영화 전용관의 필요성을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
4. 독립영화 전용관의 역할과 해야할 일들. |
독립영화 전용관이 가지는 의의와 해야 할 일들은 생각보다 많다. 그것들을 대략 몇 가지로 정리해 본다면. 첫째, 독립영화 전용관은 독립영화 배급의 전초기지로 기능할 것이다. 최근 독립영화계의 화두는 작품을 어떻게 배급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과거처럼 사회적 이슈를 중심으로 한 영화들이 대학을 통해 배급되는 시절이 아니다. 운이 좋은 영화는 전국의 영화제에서 상영이 되지만 그것은 배급이 아니다. 현재의 상황은 충무로의 저예산영화들도 영화제에서의 후광을 통해 극장에 개봉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독립영화에까지 기회가 보장되기란 쉽지 않다. 충무로의 저예산영화들이라도 독립영화의 10배가 넘는 제작비가 투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독립영화들은 전용관을 통해 일정한 상영을 보장받고, 그것을 통해 대안적인 배급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어야 한다. 전용관에서 상영된 영화가 거기에서 머무르지 않고 다른 공간에서 상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즉 배급이 될 수 있도록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게 기획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둘째, 독립영화 전용관은 관객과 독립영화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소통의 장이다. 일상적으로 독립영화의 존재를 알리고 그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를 교환하는 안정적인 구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흔히 관심있는 관객들에게 듣는 이야기들이 독립영화 보고 싶은데, 언제 어디서 볼 수 있는지 모른다는 이야기이다.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가까이 있는 영화제를 소개해주는 것 뿐이다. 전용관이 있다면 보다 많은 관객들을 고정관객으로 확보할 수 있으며, 영화제는 보다 성격을 분명히 하고, 공격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창작자는 만들고, 관객은 영화보고 돌아가는 일방향의 소통구조가 아닌 독립영화만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그안에서 관객과 창작자라는 경계를 허물고 대화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자리가 중요한 이유는 독립영화에 대한 관객의 인식의 변화와 함께 제대로 된 피드백이 이루어짐으로서 작품의 질적 수준을 고양시킬 수 있다. 창작주체와 수용자의 만남이 단절된 상황에서 ‘창작’이 갖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전용관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셋째, 독립영화 전용관은 한국영화 전체의 질적 수준을 강화하는 수단이다. 독립영화 전용관은 현재의 불안정한 독립영화 상영의 체질을 개선하고 그 속에서 준비된 영화인력들이 자신들의 비전을 펼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는 곳이다. 또한 독립영화 전용관은 창작자들에게 또다른 의욕을 불어넣을 것이다. 사전제작지원과 같이 직접적인 물적 지원과 독립영화 전용관과 같은 인프라가 결합될때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상영하고 유통하는 전반적인 환경에 있어서의 개선이 가능해질 수 있다. 독립영화를 했던 사람이 충무로 상업영화계 진출해서 한국영화를 발전시킨다는 도식적인 차원이 아니라 독립영화가 좀더 풍부해지고, 그 기반이 튼튼해지면 자연스럽게 한국영화도 튼튼해지는 것이다. 독립영화를 통해 단련된 인적/물적 토대는 결국 한국영화의 인적/물적 토대가 된다. 또한 독립영화인들이 굳이 충무로나 방송 외주로 진출하지 않더라도 이 공간에서 자신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독립영화 전용관은 ‘관객운동’의 차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독립영화 상영을 통해 관객들은 더욱 안정된 구조 속에서 한국의 독립영화들과 만날 수 있게 된다. 다양성과 실험성이 넘치는 영화들을 접하면서 영화를 보는 시각이 다양해지고, 당대의 영화들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고, 미래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독립영화 전용관의 운영과 관련해 독립영화 상영과 더불어 해외의 독립영화, 예술영화의 상영을 병행하는 방식이 고려된다면, 이러한 관객운동으로서의 독립영화 전용관의 위상은 더욱 중요한 의의를 가질 것이다. |
5. 전용관의 형태는 좀더 구체적으로 |
이밖에도 독립영화 전용관에 대한 상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필요성과 운영방식 그리고 목적성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용관의 설립을 위한 준비와 논의는 독립영화 진영 안에서도 부족하다. 그리고 전용관을 만들어내기 위한 방식도 심도깊게 논의해야 한다. 항상 그랬듯이 영진위에만 모든 것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물론 가장 중요한 영역이겠지만), 문화관광부와 지자체와 기업을 통해 좀더 폭넓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독립영화 전용관은 하나만을 목표로 해서는 안된다. 전국적으로 성격을 달리하는 전용관들이 생길 필요가 있다. 장편영화 전용관, 다큐멘터리 전용관, 단편영화 전용관, 퍼블릭 액세스 전용관 등 그 성격에 따라 지원 기관이나 운영방식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전용관에 대한 요구와 논의는 오래됐지만, 정작 독립영화안에서 선언적인 의미 이외의 노력과 투쟁 등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도 돌아보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 좀더 본격적으로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공격적으로 관련기관의 입장을 확인하고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 [참고] 독립영화전용관, 독립영화의 안정적 상영/배급을 위한 전제 조건 ( 2005 전주국제영화제 로컬 세미나 발제문 ) / 원승환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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