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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21호 특집] 변화의 기류를 타고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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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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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21호 / 2005년 5월 25일 

변화의 기류를 타고 오르다
 
김 화 범 (한국독립영화협회 배급담당 )
 
Ⅰ. 배급위원회 건설을 위한 추진 과정
 
1. 배급위원회의 시작을 준비하며 - 제작자들의 관심과 참여에 놀라다
 
아직 배급위원회는 시작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4차에 걸친 준비모임을 통해 출발선에 서기 위해 천천히 워밍업을 했다. 워밍업을 통해 배급위원회의 구성이나 조직의 형태, 필요한 사업들을 거친 형태로 정리해보기도 했고, 각자 필요한 사업에 대한 내용을 토대로 참여할 사업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그 사업팀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들이 기획되고 있다. 솔직히 반신반의했던 준비모임이 활력을 가지고 힘차게 진행된 것은 모임에 참가한 분들의 의지와 열정이 서로 공명을 일으킨 결과였다. 지금까지 모임에 참가한 분들 중에는 4차 모임까지 꾸준히 나온 회원들도 있고, 아직 회원이 아닌 제작자들도 있고, 배급위원회 건설에 관심을 늘 표명해주시는 제작자. 그리고 참가하지 못하지만 모임이 있으면 꼭 무슨 이야기를 진행했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까지. 관심을 드러내는 방식과 말하는 단어는 다르지만 많은 관심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고픈 욕망이 넘치지만 혹시 호명되지 못한 분들이 섭섭하게 생각하실 것 같아서 여기에는 기술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실무자로서 참여하신 제작자들의 열정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2. 잠시 숨을 고르며
 
준비 모임에 참여하신 제작자들의 열기로 얼추 배급위원회의 밑그림이 나왔다. 처음의 우려는 완전히 기우였다. 여전히 독립영화 배급이 독립영화를 만드는 제작들에겐 큰 중압감이었고, 그들 모두의 고민이었기 때문에 참여자의 수가 2, 3차 모임을 진행할수록 늘어갔다. 물론 4차 모임은 3차 모임에 비해서 적은 수이기 하지만 새로운 분들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진행하고 배급위원회 출범을 2달 정도 미뤘다. 지금 당장에 시작을 알려도 괜찮을 일을 늦추게 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4차에 걸친 모임을 통해 구체적인 형태까지는 아니더라도 필요한 사업 방향을 정하기도 했지만, 잠시 멈춰 서서 지금의 우리의 고민들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기에 여기에서 각자의 나침반으로 우리가 있는 곳을 정확하게 파악하자는 의도이다. 다시 말해 숨고르기다. 산을 오를 때 정상까지 가지위해선 힘을 잘 분배하여 올라야 쉽게 지치지 않고 오를 수 있듯이 말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이미 누군가가 한 일을 우리가 다시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판단과 행동이 독립영화 배급 활동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염두해 두지 않을 수 없었다. 하여 지금까지 우리가 온 길을 다시 검토하고자 한다. 각자가 가진 독립영화 배급에 대한 생각과 그동안 협회에서 추진해온 배급사업에 대한 검토, 앞으로 계획들을 다시 한번 점검하여 배급위원회가 지향해야할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 서로가 합의하고 관련 사업들을 입안하고 1년의 계획, 앞으로 중장기적인 계획을 만들기 위해 잠시 멈췄다.
 
3. 배급위원회 건설추진모임을 구성하며
 
배급위원회 건설을 위한 준비모임을 4번 걸쳐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가졌던 생각은 제작자가 주체로 서고 그들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주로 한독협 배급담당이 만들어온 자료를 통해 그 틀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어, 좀 더 포괄적인 고민보다는 당장 배급위원회를 만드는 실무적인 검토부터 진행된 것 같다. 그렇게 진행되다 보니 하다못해 배급위원회가 왜 필요한지, 구체적인 지향을 어디에 두고 일을 진행해야 하는지, 준비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제작들의 날 것의 고민들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다는 평가와 판단을 하게 되었다. 오늘 당장 준비해서 내일 일을 하고 그 다음날 그만둘 일이 아니기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우리가 준비해온 내용을 다시 복기하면서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과 준비를 해야 할 일은 나누고, 일의 어떻게 배분하여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고민할 내용을 가지고 워크숍을 가지기로 했다. 워크숍은 지금까지 느슨한 형태의 모임이 아니라 배급위원회 건설 준비를 위한 모임을 통해 좀 더 집중도를 높을 수 있는 조직 형태로 구성하여 독립영화 배급의 의미와 실천들과 한독협에서 추진해온 배급사업에 대한 평가, 배급위원회의 사업 추진 방향, 중장기 계획들, 그리고 올해의 계획들을 입안하고, 배급위원회 건설까지 활동하게 될 것이다.
 
4. 배급위원회의 또 다른 준비하며 - 터닝 포인트
 
이제 배급위원회의 건설을 위한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이제 본 궤도로 옮겨와 실질적인 배급활동을 준비하는 단위로 전화되어야 한다. 그동안은 배급위원회를 구성을 위한 여론을 형성했다고 보고, 눈에 보이는 (그것이 활자화 되든, 아님 구체적인 행동이든) 활동으로 직결될 수 있는 기본단위를 만들어야 한다. 그 준비는 곧 들어간다. 그리고 단위가 구성되면 내부 워크숍을 통해 내용을 만들어 갈 것이며 그렇게 준비된 내용을 외부로 공유할 것이다. 이제 방금 터닝 포인트를 지났다.
 
Ⅱ. 배급위원회 활동의 의미
 
아래는 배급위원회의 활동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들을 나열해보았다. 이 생각들은 배급위원회 건설추진모임에서 다시 검토되어야 할 내용이다. 이것은 배급위원회에 활동에 기대를 거는 실무자의 거친 생각임을 밝혀둔다.
배급위원회는 독립영화 배급의 활로를 모색하고 실질적인 행동을 준비하고, 활동하기 위한 인적 네트워크이다. 배급위원회는 각자(개인제작자, 제작단체 등)가 가진 네트워크의 허브이며 동시에 독립영화의 자기증식을 위해 상영네트워크, 교육네트워크, 제작네트워크를 가로지르며 자신을 조직하며 확산하는 커넥터이다. 자기 조직화의 방향은 한 점을 향해 나아가는 일방향이 아니며, 그 방향은 배급위원회에 참가하는 단위들의 방향이며 한 정점이 아니라 다중의 지향이며 쌍방향을 가진다. 이것은 독립영화 배급의 일반론이 있을 수 없음을 밝힘과 동시에 한 방향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을 넘어서 각자 스스로의 판단과 행동을 통해 검증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배급의 모든 것이 배급위원회로 집중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배급의 한 방법으로 스스로 조직되기를 바란다. 
배급위원회의 인적네트워크는 스스로의 판단을 통해 행동하는 단위이다. 배급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네트워크를 재구성하고 재배치하며 현실 가능한 배급네트워크로 기능할 수 있도록 각자의 네트워크를 배급위원회로 수렴할 수 있어야 한다. 각자의 정보와 인적자원을 데이터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토대로 참가자 (개인, 제작단체, 연대단체 등)의 네트워크를 배급네트워크로 확산시켜나갈 구체적인 사업이 제안되고 목표가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단기간에 진행되어서 만들어질 과정이 아니기에 좀 더 치밀한 준비를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배급위원회가 독립영화 배급정책의 기본을 세우는 것도 또한 절실한 일이다. 3-4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만들어진 우리의 고민들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장기적인 배급위원회의 방향을 설정하고 빨라지는 기술환경, 미디어환경 속에서 독립영화 배급의 길찾기는 한순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에는 현재의 구조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배급환경, 배급방식, 배급형태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와 배급모델을 시급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이 사업은 올해 영화진흥위원회 단체지원을 받았다.) 그리고 독립영화의 모두의 염원인 독립영화 전용관을 시급히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독립영화 배급의 활성화의 기본 토대를 만들기 위한 ‘배급조합’ 설립을 위해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나가야 한다.

그것을 준비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이전하고는 다른 방식,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것의 기본 토대가 배급위원회이다. 이전의 방식은 배급사를 중심으로 하는 방식과 개인제작자들이 알아서 진행해야왔던 방식, 이 두 가지가 지배적인 독립영화 배급의 방식이었다. 배급사가 아닌 그리고 개인인 아닌 제 3의 배급방식에 대한 제안이다. 그 활동이 실질적으로 또 다른 배급의 방식으로 나아가기 위한 경험을 축적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배급의 모든 것이 고민될 수 있는 단위, 배급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참여 구조. 이제 이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가야 한다. 모든 것이 시작이다. 시행착오가 많이 겪을 것이고, 실패의 활동으로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고민을 만들어 간다면, 이것이 바로 우리의 경험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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