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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26호 공동체상영운동] 노동영화제 정기상영회

이전호(78호 이전) 아카이브/특집

by acteditor 2016. 8. 1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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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26호 / 2005년 10월 27일  

 

 

노동영화제 정기상영회
 
김소혜 ( 서울국제노동영화제 지원단 )
 
매 달 마지막 주 토요일, 미디액트 대강의실에서 열린 노동영화제 정기 상영회도 두 살의 나이를 먹었다. 2004년 1월, 제 7회 노동영화제의 폐막작이었던 <혁명은 TV에 나오지 않는다>를 3개월 만에 다시 상영하는 것으로 시작한 정기상영회는 예상치 못한 뜨거운 반응과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며 계속되고 있다. 
정기상영회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일 년에 한번 노동영화제를 통해서 소개되는 작품들을 더 많은 관객들과 정기적으로 만나게 할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는 그 전 해의 노동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작품들 중 시의성을 고려하여 매 달 정기상영회의 작품이 선정되었고, 이는 다양한 주제들로 변주되며 풍요로운 상영회로 이어졌다. 매 달 관객 숫자는 유동적이지만, 상영회가 처음 시작되었던 몇 달 동안은 뉴스레터 외에는 거의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 강의실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분들이 상영회를 찾아주었다. 학생, 노동자, 일반인 등으로 이루진 다양한 관객층은 인터넷을 통해서 소식을 알고 또 자체적으로 조직되어 매 달 정기상영회를 찾고 있다.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분과 함께, 매 달 정기상영회의 주제와 연관되어 정기상영회에 참여하여 상영회 이후 풍성한 토론을 이끌어내는 관객들도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영화제 정기상영회는 단순한 작품 상영과 관람의 일방적 소통을 넘어서서 현재 진행 중인 운동에 대하여 소개하고, 진행사항을 공유하며 함께 고민하는 공론의 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지난 2년 간 노동영화제 정기상영회를 정리하며 기억에 남는 상영회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4월, <인터내셔널가의 역사와 전망>,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투쟁>
 
2004년 4월 24일, 노동영화제 정기상영회는 5월 1일 메이데이를 앞두고, <인터내셔널가의 역사와 전망(2000, 피터밀러)과 울산의 현대중공업 노동자영상패가 제작한 <故 박일수 열사 분신 투쟁속보 모음>으로 관갠과 만났다. 전 지구적 변혁운동의 역사를 음악을 통해서 엮어낸 <인터내셔널가, 역사와 전망>은 노동자 국제주의와 노동자 문화를 다룬 작품으로 제5회 서울국제노동영화제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으며, <故 박일수 열사 분신 투쟁속보 모음>은 “하청 노동자도 인간이다”고 외쳤던 고인의 죽음 이후 투쟁과정을 기록한 소중한 영상이라는 점에서 메이데이를 앞 둔 시점에 의미를 가지는 기획이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울산 현대중공업 노동자영상패의 배문석씨가 참여하여 관객들과 함께 영화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故 박일수 열사 분신투쟁속도 모음의 시작은 “절망의 공장”이란 자막으로 시작한다. 카메라는 울산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박일수열사가 분신을 했던 2월 14일 새벽부터 전국 노동자 장으로 치러지는 장례식까지 55일에 투쟁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란 유서를 남기고 절박했던 하청노동자들의 삶을 고발한다. 55일간의 기록은 이 땅에 존재하고 있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자본의 억압, 그리고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갈등을 생생히 담아냈다. 다큐멘터리 안에는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대책위원회 천막을 폭력을 동원해 해산시키고 어용화된 울산현대중공업 노조가 박일수열사의 죽음을 왜곡하며 대립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일상화된 폭력과 거대한 자본의 힘 앞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떻게 싸워가며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가는지 그 과정을 그려낸다. 
박일수열사의 장례가 끝나고 울산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은 하청노동자 노조를 결성하게 되는데 다큐멘터리의 끝은 새롭게 시작되는 희망과 함께 또 어렵게 싸워야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고단한 삶을 이야기한다. 이는 단지 울산중공업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 차별받고 있는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모습들을 조망하는 다큐멘터리이며, 상영회를 통하여 자리를 메운 관객들과 함께 고민할 수 있었다.
 
<점거하라>와 지금 한국의 스쿼트 운동
 
6월의 상영작은 지난 2003년 제7회 노동영화제 상영작인 <점거하라!> (2003, 캐나다, 82분, 이브 라몽)이었다. 구조적인 실업과 가난을 강요하는 체제에 맞서서 빈집을 점거해서 살아버리는 스쿼트 운동을 생생하게 담아낸 <점거하라!>는 2003년 Hot docs!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상영을 준비하면서 지원단은 풍동을 비롯한 각 지역에서 아직도 살인적인 철거가 진행되는 우리의 현실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 많은 고민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풍동 철대위에 계신 운동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상영이 끝난 후 용역반 폭력행위의 증거품으로 모아둔 대형새총 및 새총, 최루탄, 화염병 등을 하나하나 들어가며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생존권과 직결된 스쿼트 운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가 예상치 못한 관객들이 있었다. 목동예술인회관에서 스쿼트 운동을 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상영회 소식을 접하고 자리를 찾아준 것이다. 이들은 ‘목동 예술인회관 점거 프로젝트’인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중 상영회 소식을 듣고 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 상영회를 찾았다고 말했다. 생존을 위하여 스쿼트를 할 수 밖에 없는 풍동의 철거민들과 자발적으로 스쿼트에 참여하여 점거운동을 예술로 만들어내는 행위예술가들. 다큐멘터리 <점거하라>에서도 볼 수 있는 스쿼트 운동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그 사이의 갈등을 지금 서울의 하늘 아래서 목격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레게머리를 하고 자유로운 옷차림을 하고 맨발로 걸어 다니는 스쿼트 아티스트들과 용역반에게서 뺏은 새총을 들고 있는 풍동 주민 사이의 간격은 실로 매우 큰 것이다. 그러나 노동영화제 정기상영회를 통해서, 이들이 서로의 운동에 대해서 알게 된 것, 서로를 만나 이야기를 들은 것, 그것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단결하라!>와 한국의 성노동자들
 
9회 노동영화제를 앞둔 올해의 마지막 상영회인, 2005년 9월의 정기상영회 상영작은 제5회 노동영화제 상영작인 <단결하라 !> (Live nude girls unite!)였다. 샌프란시스코의 핍쇼 종사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 투쟁을 그린 이 다큐멘터리는 성매매 관련 노동에 대한 고민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촉매제와 같은 작품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지난 제5회 노동영화제에서 한 차례 상영한 후 처음으로 상영되는 것으로, 최근 성매매 특별법(성특법. 성매매방지와 피해자 보호에 대한 법률과 성매매알선 처벌에 대한 법률)문제와 함께 성노동자 문제가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지금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연대를 모색하는 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시 상영하는 의미가 있었다. 마침 성노동자 법외노조 설립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측에서 노동자뉴스제작단 앞으로 감사의 뜻(성노동자들의 노조운동을 그린 영화 상영에 대한 감사의 글)을 보내주었고, 상영회 전에 이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가지는 시간을 마련했다. 
영화 ‘단결하라’를 만든 줄리아 퀘어리는 레즈비언이며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며 핍쇼 스트리퍼이며 동시에 페미니스트 액티비스트인 죠이스 월레스 박사의 딸이기도 하다. <단결하라>의 미국의 성노동자들과 한국의 성노동자들은 영업형태에서 물론 많은 차이가 있다. 한국은 미국과 같이 성매매 금지주의 국가(네바다주 제외)지만 영화 속 핍쇼에 등장하는 ‘전라(올누드)의 댄싱’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완전 금지주의 국가다. 이런 환경에서 미국 성노동자들의 노조운동과 민성노련 법외노조의 출범은 맥락에서 만난다. 
그러나 한국의 여성 성노동자들은 이들 모두를 ‘성매매 피해여성’으로 몰아가는 성매매특별법과 보수적인 여성단체들에 의해서 구석으로 몰리고 있다. 그렇지만 줄라아 퀘어리가 자신의 경험과 투쟁과정을 풀어내듯, 한국의 성노동자들도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9월 상영회는 다른 공간에서 일어나는 운동의 의미 있는 조우를 목격한 자리였다.

이러한 일례들에서 볼 수 있듯이 노동영화제 정기상영회는 상시적인 정기상영회로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상시적으로 작품을 공개한다는 의미와 함께, 다양한 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들을 통해서 지금의 운동을 고민할 수 있는 장이 되어왔다. 이는 상영회를 시작하면서 기대하지 못했던 정도로 뜨거운 관객의 호응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러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 지금의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주제로 알찬 상영회를 꾸려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 서울국제노동영화제
 (Seoul International Labor Film and Video Festival)
 
1997년부터 시작된 서울국제노동영화제는 노동영화의 상영 공간으로서, 그리고 영상활동가, 투쟁 주체간의 상호 교류의 장으로서 그동안 8회에 걸쳐서 개최되었습니다. 그리고 2004년 1월부터 노동자뉴스제작단은 영상미디어센터에서 노동영화제 월례 정기 상영회를 개최했습니다. 노동자뉴스제작단이 주최하는 서울국제노동영화제 및 정기 상영회는 많은 자원활동가들의 참여를 통해서 준비되고 있으며, 정기 상영회 및 영화제를 준비하기 위해서 자원활동가의 모임인 <노동영화제지원단>이 조직되어 있습니다. 프로그래밍, 웹 기획 및 디자인, 홍보, 후원조직, 번역, 자막작업, 자료집 제작, 행사진행, 노동영상운동 연구사업 등 다양한 영역을 담당하고 있는 지원단의 활동에 많은 분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연락처 : 노동자뉴스제작단 02-888-5123 / http://www.lnp89.org/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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