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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2호 해외단신] 네팔의 민주화운동과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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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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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2호 / 2006년 5월 30일
네팔의 민주화운동과 미디어
 
김지현 (<ACT!> 편집위원회)
 
지난 4월 네팔에서는 국왕의 철권통치에 대항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대적인 국가 총파업 운동을 벌여 국왕을 하야시켰다. 수만 명의 민주화 요구 시위를 촉발시켰던 네팔 국왕 갸넨드라는 2000년 왕궁 대학살을 통해 왕위에 오른 후 즉시 의회를 해산하고 친정체제를 구축했으며, 반정부투쟁을 하고 있는 공산반군의 위협을 빌미로 국민들의 기본권을 억압하고 인권을 침해하더니 결국 작년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켜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무능하다는 이유로 국회를 해산한 후 직할 통치를 실시했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왕가의 예산을 6배로 늘려왔다. 이러한 독재와 폭정에 항거해 7개 정당의 주도 아래 4월 5일부터 4일 동안 예정되어 있던 이번 파업은 국왕의 무력 진압과 과도한 공권력 탄압으로 오히려 장기화되었고 결국 4월 21일 국왕이 네팔 왕국의 권력을 국민에게 위임하겠다는 대국민 연설을 발표하면서 국왕의 퇴진을 이끌어냈다. 5월 18일 네팔 의회는 만장일치로 국왕의 군대 통수권과 면책특권을 박탈하고 내각이 국왕의 후계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국왕의 소득과 자산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세금을 부과하게 하는 등 국왕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선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로써 네팔 국왕의 철권통치는 완전히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현재 네팔은 새로운 의회를 구성해 새 헌법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이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미디어는 중요한 격전지가 되었다. 특히 국영방송과는 달리 시민들에 의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공동체라디오는 국가에 의해 대표되는 엘리트 기득권층의 담론과 힘없고 돈 없는 민중들의 담론이 서로 충돌하는 전쟁터였다. 일단 네팔의 미디어 상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네팔은 공동체 라디오에 있어서만큼은 남아시아에서 선구자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1990년 민주화 운동에서 얻어낸 새 헌법은 모든 기본권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주었고 1993년에 제정된 전국 커뮤니케이션 정책법(National Communication Policy Act)은 민간 부문에 의한 FM 방송에의 참여를 핵심적으로 규정해놓고 있다. 남아시아 최초의 “독립 공동체 라디오”인 라디오 사가라마사Radio Sagaramatha가 설립된 이후 네팔 전역으로 공동체 라디오와 FM 채널들이 퍼져나갔고 빈곤 대중들에게 정보, 교육, 오락을 제공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05년 2월 1일 지금의 국왕이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차지하게 되면서 미디어, 특히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탄압이 본격화된다. 국왕은 공동체라디오의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래에 대한 방송을 금지시키고 이를 이유로 라디오 방송국의 직원수를 감소시키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년 간 1,000명 이상의 뉴스 분야 기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히 국민들로부터 격렬한 반발을 일으켜왔다.
이번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도 국왕은 미디어를 통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4월 3일 국가는 헌법에 위배되는 미디어 포고령을 재도입하고 독립 방송인들에 의한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의 방송을 금지시켰다. 이것은 2005년 10월 비슷한 내용의 포고령을 도입하였다가 위헌 판정을 받고 유예 명령이 내려졌던 대법원의 판결을 위반하는 행동이다. 또한 유선 전송망 사업자(cable operator)들에게 특정 TV 방송국의 방송 전송을 중단할 것을 명령하였고 지역 당국을 통해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의 전화연결을 끊거나 군대를 동원해 방송국을 침탈하는 등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행동들을 벌였다. 경찰과 군대는 시위 과정을 취재하던 수백 명의 기자들을 영장도 없이 체포하였고 이 과정에서 무력을 동원하였다.
현재 네팔 저널리스트 연합(Federation of Nepalese Journalists, FNJ)은 5월 1일 열린 총회에서 현재의 네팔 민주화 운동의 성과를 지지하고 이 과정에서 미디어와 관련해 생긴 피해들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보상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독재 정권 하에서 발행된 미디어 탄압 정책 및 법령들을 조사할 것과 앞으로 네팔 국민들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및 표현의 자유 권리를 보장해 줄 새로운 미디어 정책을 새 정부가 공개적으로 논의해나가도록 요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사진출처: 일다)


<참고자료>
-“International Mission Calls On King To Halt Brutal Attempts to Suppress Freedom of Expression and Targeting Of Media”, 세계공동체라디오연합, 2006년 4월 15일
http://nepal.asiapacific.amarc.org/site.php?lang=EN
-“AMARC Condemns the Renewal of Unconstitutional Media Ordinance in Nepal”, 세계공동체라디오연합, 2006년 4월 19일
http://nepal.asiapacific.amarc.org/site.php?lang=EN
-“FNJ statement on the recent crisis, the new political situation, and prospects for press freedom”, 세계공동체라디오연합, 2006년 5월 1일 
http://nepal.asiapacific.amarc.org/site.php?lang=EN
-“네팔도 피플파워 승리했다”, 중앙일보, 2006년 4월 24일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25&article_id=0000605574&section_id=104&menu_id=104 
-“네팔의 들불 같은 민주화 운동”, 여성주의 저널 일다, 2006년 4월 25일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07&article_id=0000001544&section_id=102&menu_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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