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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2호 국제미디어운동] 일본의 시민운동도 미디어를 활용하고싶다 -한국 미디액트를 방문하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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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2호 / 2006년 5월 30일

일본의 시민운동도 미디어를 활용하고싶다 


-한국 미디액트를 방문하고나서
 
엔도 사토코 (시민활동가)


'일본에도 미디어 센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3월말에 1주일간정도 젊은 미디어활동가 및 시민운동에 관계하는 학생10여명이 시민미디어의 선진국으로 불리는 한국을 방문하였다. 미디액트을 중심으로 독자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는 여러 단체를 방문하였고, 설명 및 강의를 듣고, 또한 교류회를 통해 상호간의 의견을 나누었다. 일본에서는 지난 5월14일, 한국방문의 참가자를 중심으로 한국미디어운동 방문 보고회를 가졌으며, 참가자들과 함께 일본에서의 미디어운동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한일간의 미디어 운동의 상황이나 차이, 한국방문을 통해서 느꼈던 것들, 한국 미디어운동의 현장을 방문한 참가자들의 다양한 의견 및 반응 등에 대해서 이 지면을 빌려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무기력함을 보였던 일본의 미디어 시민운동
 
작년 12월 홍콩WTO각료 회의때, 한국의 농민, 노동자, 시민활동가가 하나가 되어,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휩쓸리고 있던 홍콩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위를 진행하였으며, 그리고 이에 대한 경계심으로 세계 각국의 농민들을 포함하여 죄도 없는 1000여명의 농민들이 본보기로 구속하였던 홍콩사태가 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이러한 큰 사태를 일본의 주류 미디어는 어떻게 보도하였는가. 주류미디어는 물론 시민측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측면에 대해서는 전혀 보도하지않았고, 기동대가 시위를 진압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폭력적인 시위를 자행하였다는 식의 일방적인 인상을 심어주는 보도행태를 보였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일본에는 이러한 주류미디어의 보도에 대응하는 시민측의 미디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홍콩 투쟁에는 많은 일본의 활동가들이 참가하고 있었지만, 이들의 정보발신 능력은 미약하기 그지없었고, 일부 메일리스트를 통해 홍콩의 사실들이 전달되긴 했지만, 그 이상의 노력들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시민진영의 여러 움직을 전달하는 미디어활동가들이 홍콩에 가서, 거점이 되는 미디어 센터를 세워서, 인터넷을 통해서 [사실]들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시민활동가들은 자신들이 행한 액션을 단지 홍콩에만 한정하지 않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려는 의식적인 행위가 있었고, 미디어의 활용이 이미 구체적인 액션의 일부로 조직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미디액트 등의 많은 미디어센터를 통해 교육을 받고, 주류미디어와는 다른 시점으로 사물을 분석하는 능력과, 실제 사실을 전달할 때의 전달 기술을 몸에 갖춘 시민활동가들이 한국에는 존재하고 있었다. 한국의 이러한 시민운동의 의식적 정보 발신의 행위에 대해서 부럽기도하고, 일본의 시민운동진영도 미디어를 활용해야한다는 문제의식과, 미디액트와 같은 기관이 역시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똑같은 문제의식을 갖춘 미디어 활동가들, 홍콩에서 한국의 미디어활동가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고 있던 학생들을 중심으로, 우선 한국의 미디어 센터와 시민운동진영의 미디어활용에 대해서 배우기 위하여 서울을 방문하는 연구조사를 계획하였다.
 
한국 미디액트 방문
 
사전에 홈페이지 등에서 어느정도의 지식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미디액트에 첫발을 들여놓는 순간, 충실한 시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교실, 교재, 밝고 액세스하기 쉬운 공간, 또한 설명해 준 교육프로그램도, 기간 및 내용이 다양하고, 단지 기술만을 몸에 익히는 것이 아니라, 의식을 가진 미디어 액티비스트가 되려고 마음을 먹으면 누구든지 될 수 있는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 미디액트에서의 토론 장면

일본에서 온 우리들은 일본에서 미디어센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점을 전달했고, 미디액트는 설립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및 경위, 운영상의 상황등에 대해서 상세하게 강의를 해 주었다. 미디어는 자신들의 것이라는 의식자체가 매우 희박한 일본의 상황에서, 한국의 미디어액트와 같은 시설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비관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던 우리들이었지만, 미디어활용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해왔고, 설립에 이르기까지 아낌없는 노력을 해 온 김명준 소장의 이야기 곳곳에서는 매우 용기를 주는 코멘트들이 이어졌다. 특히 "저도 이 문제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퍼블릭액세스가 한국에서 여기까지 빨리 인식되어 실현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민주화의 흐름과 함께 빨리 실현된 것 같다"라는 발언에는 크게 고무되었다. 일본에서는 민주화는 커녕 보수화의 흐름이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어 가고 있는상황에서, 겨우 시작된 퍼블릭액세스도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이러한 의식들을 말살하려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지만, 미디액트의 교육을 통해서 우리측의 의식적인 노력이나 전략에 따라서 상황의 역전도 가능하다는 것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미디어 단체들을 방문하고나서
 
실제 시민운동진영들이 어떻게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는 가를 배우기위해 몇몇 단체를 방문하였다. 장애인의 눈으로 보는 사회를 전달하고있는 [다큐 인], 일본에도 잘 알려진 [오 마이 뉴스], 진보운동의 포탈사이트인 [진보넷], 권력에 영합하지않고 진보운동진영의 뉴스를 전달하고 있는 [참세상], [시민방송국RTV] 등을 방문하였다. 일본에도 이러한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과는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 무엇인가가 전혀 달랐다.
일단 어떤 단체도 스탭들이 젊었다. 20대, 30대가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이처럼 젊은 스탭들이 운영을 하는 시민단체는 일본에서는 거의 없다. 시민운동의 세대교체에 실패한 결과, 50대 이상이 지금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젊은 세대중에 운동에 참여하려고하는 이들이 적은것도 문제지만, 인터넷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에 미디어를 통해 좀더 문제를 넓게 알리는 것을 통해 공감대를 넓혀갈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미디어를 통한 새로운 활용법이 창안되지 못하고있다.
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미디어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운동과는 인연이 거의 없다. 년배가 높은 세대들은 운동의 경험은 풍부하지만, 미디어활용에 대한 사고가 정지되어 있다. 한국은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젊은 세대가 이러한 양면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 같다. 일본과는 이런측면에서 큰 차이가 보인다.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들과의 토론
또한, 각 방문단체들로부터는 일본의 상황은 어떠한가 라는 질문들을 많이 받았는데, 연대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한국의 활동가들에게 일본에서는 옆으로의 횡적 연대가 제일 어렵다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일본에는 풍부한 경험을 쌓은 훌륭한 활동가들(대부분들이 높은 연배이지만)이 매우 많다. 하지만, 장년의 운동의 역사속에서 여러 상황속에서 분열을 거듭하였으며, 그후 연대가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퍼블릭액세스, 시민져널리즘 등의 분야에서 연대를 하면서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커다란 흐름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 미디어운동 방문 보고회
 
5월14일, 죠오지대학에서 열린 한국미디어운동 방문 보고회에는 일요일 저녁에도 불구하고 많은 미디어전문가, 시민단체활동가, 노동운동가 등 약 40여명이 참가하였다. 대중적인 제안이 아니라 각 분야 및 단체의 대표성이 있는 담당자들에 한정한 보고회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미디어운동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았다. 미디액트의 시설과 운영체계에 대한 감탄 및 한국의 미디어 운동의 전략적인 관점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영화진흥위원회가 한국독립영화협회와 협약 하게 진행하는 독립영화지원사업과 미디액트에 대한 사업지원의 측면에 대해서, 일본의 영화진흥위원회는 영상이외의 분야 즉 미디액트와 같은 시설분야에 대한 지원은 고려되지 않아왔다는 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정책적 차이를 볼 수 있었다. 또한 영상활동가들이 다큐멘타리나 예술영화 분야에 극한되었고, 시민미디어에 대한 관점으로 전환되지 못한 70년대 80년대 영상운동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하였다. 또한, 한국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개입],[미디어운동] 등의 단어들이 생소하게 들리는 듯 질문들이 이어졌다.
보고회에서는 무엇보다 한국의 상황과는 다른 일본의 상황에서 어떻게 미디어센터라는 것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도출되었지만, 구체화에 대한 계획까지는 이르지 못하였다. 아직까지 미디어 센터에 대한 문제의식이 폭넓게 전달되지 못한 상황도 상황이지만, 각 분야의 운동이 미디어활용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측면의 부족과 미디어운동 관계자들이 분야운동과의 연대를 갖지 않고 미디어운동분야 만을 발전시켜온 극단적인 측면들이 상호 대립하고 있음을 보고회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한국 미디어 방문참가자들은 일본에서의 미디어센터를 설립하기위한 네트워크 회의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였으며,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회의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6월-7월경에 일본의 사회운동과 미디어활용의 현재에 대한 대중적인 심포지움을 개최하여 대중적으로 미디어센터 설립을 위한 여론을 조성할 것을 결의하면서 보고회는 막을 내렸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젊은 세대가 직접 문제의식을 가지고 한국을 방문하여 미디어운동의 필용성을 절감하고 일본의 각 분야의 책임자들과 대화의 자리를 만들어 공유하게된 일련의 과정은 커다란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종적 연대보다도 횡적 연대가 매우 어려운 일본의 상황에서 어떻게 미디어 운동의 주체를 형성하면서 미디어센터를 만들어 갈 지 새로운 과제에 직면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열의 운동과 정보발신 능력의 부족, 운동의 고령화를 극복하는 수단으로서도 미디어센터를 통한 연대의 장을 만들어 가는 것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작은 일보였지만 커다란 일보가 될 것을 확신한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일본의 참가자들의 방문을 받아서 열의와 성의를 가지고 뒷바라지를 해준 미디액트의 여러분들과 각 단체의 관계자들에게 거듭 감사의 말을 전한다. 한일 미디어운동의 연대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되기를 기원한다. □

(역 : 이영채/게이오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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