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32호 여성미디어운동] 여성들을 대상화하고 성차별적 관행을 당연시하는 미디어 환경의 개선을 위하여

본문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2호 / 2006년 5월 30일

여성들을 대상화하고 성차별적 관행을 당연시하는

미디어 환경의 개선을 위하여
 
강혜란 (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

민우회 미디어운동에 대한 간단한 소개
 
한국여성민우회의 미디어운동은 86년 시청료거부운동을 기점으로 출발되었다. 이는 비정상적 권력에 대한 감시활동의 하나로 방송모니터링 소모임을 구성하여 비판적인 문제제기를 던지는 또하나의 틀로 기능했다. 때문에 당시에는 성차별 극복이라는 고유과제에 대한 관심보다 공정성에 초점을 맞춘 방송감시활동이 대부분의 내용을 이룬다. 이러한 활동은 90년대 후반 방송개혁국면을 맞으면서 보다 본격적인 활동을 위한 미디어운동본부라는 조직틀로 개편되었다.
98년 미디어운동본부 발족 이후에는 정책감시 및 제안활동, 성차별적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적극적인 이슈 파이팅,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교육 등 그 영역이 계속 확장되었다. 특히 2006년에는 부설조직으로 독립하여 좀더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여성주의적 미디어운동을 펼쳐나가고자 한다. 부설화는 ‘디지털’ ‘방송통신융합’ ‘다매체다채널’로 요약되는 매우 경쟁적이고 상업적인 미디어 환경의 확대에 대해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주류 미디어에 대한 감시와 더불어 점차 확대되고 있는 대안적인 컨텐츠 창출까지를 포괄하는 것으로 여성들의 시선을 반영한 다양한 미디어운동 영역을 한 자리에서 통합적으로 실현해보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회원들의 참여가 전체 미디어운동본부 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데 있다. 미디어운동본부의 회원활동은 분과체계로 이루어지는데, 가장 대표적인 분과는 모니터분과와 교육분과다. 모니터분과는 방송모니터링, 교육분과는 미디어교육을 전담하면서 상근체계와 더불어 매우 비중 있는 자기활동을 벌여가고 있다. 방송모니터링은 1회적인 의미의 문제프로그램 퇴출노력보다는 성인지적 관점의 심의시스템 마련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진행되고 있다. 이는 검열의 패러다임을 넘지 못하는 현재의 심의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소수자의 목소리가 대상화?배제되지 않는 기본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방송사내 교육 실시 등 다양한 활동을 연계시키고 있다. 미디어교육은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캠프를 운영하던 방식에서 초등학교와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 주된 초점을 맞추고 있다. 궁극적 목표는 비판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확산에 있다. 그외 올해 처음으로 구성되어 활동방향을 모색중인 영상제작분과가 있다. 영상제작분과는 여성들의 시선과 감수성을 드러내는 대안적 영상물을 제작하거나 제작하고자 하는 회원들의 모임으로 궁극적으로는 여성의 감수성과 문제의식을 드러낸 영상물공동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활동 소개
 
○ 한국여성민우회의 미디어운동은 주류화 전략의 일환으로 전개되었다. 즉 성차별적 프로그램 편성-생산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 뿐 아니라 미디어 영역 전반에 여성의 참여와 정책결정권을 확대하는 적극적인 주류화 전략을 기반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는 기존의 매체비평운동에 제한되었던 여성주의 미디어운동과는 차별성을 갖는다. 즉 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방송개혁운동, 통합방송법 제정, 각종 뉴미디어관련 정책 수립, 어린이TV법 제정활동, 방송평가제·방송심의제의 현실화 노력, 방송평가위원회·시청자불만처리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위원회 참여, 시청자평가프로그램·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활성화를 위한 주도적 활동 등 지상파 방송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이를 주도적으로 풀어감으로써 전반적인 미디어운동 속에서 자기 위치를 공고히 하였다. 또 그 과정에서 성평등한 정책패러다임의 중요성, 성인지적(姓認知的) 관점의 점근방식이 가지는 차별성을 널리 알려나감으로써 미디어종사자들의 성평등 의식에 대한 인식 변화를 꾀하였다.
○ 방송사내 여성제작자 및 남성제작자와의 토론회 및 교육 실시를 통해 구조화되어 있는 방송제작시스템의 성차별성을 문제제기하고 학계 및 제작자와의 연대의 기초를 닦아 나갔다. 토론회?워크샵 ?간담회 등이 진행되었고 사내 성차별에 대한 지원활동도 전개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여성앵커의 역할에 대한 문제제기·승진승급에 있어서의 차별에 대한 문제제기 등이 있다. 학계와의 연계를 통한 공동토론회를 마련하여 활동가들과 연구자들의 네트워킹을 본격적으로 시도하였다.
○ 미스코리아 대회 지상파방송 중계 폐지 및 2004년 공영방송 KBS SKY의 생중계 저지, 성폭력을 희화화한 SBS '깜짝스토리랜드‘ 폐지, 여성의 전신성형을 오락프로그램의 소재로 활용한 SBS ’쇼무한탈출‘의 폐지, 백지영비디오사건에 대한 편파보도에 대한 SBS ’한밤의TV연예‘에 대한 공동소송 등 성차별적 프로그램에 대한 즉각적이고 조직적인 대응활동 등을 벌여 성차별적 프로그램에 대한 방송제작자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이슈파이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였다.
○ ‘개그콘서트’ ‘아침마당’ 등 기존의 사회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아왔던 프로그램들에 대한 성인지적 관점의 문제제기를 통해 선정성과 폭력성에만 초점을 맞춰온 모니터링의 흐름을 바꿔나가고 ‘여성의 눈으로 프로그램 평가하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갔다. 또 이러한 이 과정에서 감수성 확대를 위한 사례집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단순 모니터링에서 벗어난 연단위의 사례집 발간 사업 개시하였다. 이는 2004년 2005년 ‘성평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방송심의제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보다 본격적인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 기존의 시청자단체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양적평가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성차별의 구조적 요인에 대한 접근을 구체화했다. 이는 여성부가 후원하고 여성개발원이 주관한 ‘뉴스와 드라마?시트콤?방송광고에서의 성차별에 대한 양적 평가(2001~2003)’와 자체적으로 실시하였던 ‘지상파방송의 주시청시간대 출연자분석과 관련한 보고서(2003)’ 등이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결과보고를 통해 방송이 ‘젊고 예쁘고 젊은 여성출연자’만을 방송프로그램 안에 담아냄으로서 성차별을 지속적으로 강화시키고 있다는 결과를 널리 알려 많은 사회적 주목을 받은 바 있다.
○ 장기적이고 누적적인 미디어의 부정적 효과를 개선하기 위한 미디어교육을 지속적인 실시하고 있다. ‘어린이방송학교’를 비롯해 ‘청소년미디어학교’의 개최하고, ‘출장! 미디어교육’을 통한 찾아가는 미디어교육의 전형을 창출하였으며, 미디어바로보기 확산을 위한 초등미디어교육 총 2000여회 실시하는 등 회원들의 참여에 기반한 미디어교육활동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주류미디어에 대한 비판과 감시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 해도 성차별적 요소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별도의 관심이 필요한 영역이다.
○ 미디어운동본부 발족 당시부터 공익적 프로그램을 시상하는 푸른미디어상 시상식을 통해 공익적 프로그램 제작환경을 확대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다.
○ KBS ‘열린채널’, 시민방송 등 날로 확대되고 있는 퍼블릭 액서스 영역에 대한 크고 작은 시도들을 계속 벌이고 있다. 현재 KBS ‘열린채널’에는 성차별과 관련한 이슈를 세 작품, 시민방송에는 미디어교육 관련 10회 연속기획을 내보낸 바 있다. 현재 민우회는 이러한 기존의 퍼블릭 액서스 영역에 대한 접근과는 별도로, ‘민우R&T’라는 민우회 활동과 여성관련 이슈들을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소규모 자체방송을 기획하고 있다.
 
이후 활동방향 및 과제
 
이렇게 다양하게 펼쳐지는 여러 가지 활동의 궁극적 목표는 성평등한 대안적 사회의 실현이다.미디어를 매개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절대적으로 증가하는 현대 사회에서, 날로 상업화되어 가는 경쟁적 미디어 환경 속에서, 미디어를 매개로 확산되는 성차별적 이데올로기 확산을 제어하고 보다 평등한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다양한 문제의식과 개선책을 제기하고자 한다.
또 여성을 단순한 볼거리로 재현하고 성차별적 관행과 문화를 당연한 것으로 재생산하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우리 모두 인식하도록 하는 것, 특히 매체정책·매체제작·매체교육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분명히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것에 목표를 둔다.
이를 위해 ‘매체정책’, ‘매체감시’, ‘매체교육’, ‘매체제작’이라는 네 가지 영역을 통합적으로 운영해나감으로써 보다 다양한 운동방식을 창출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현재 미디어운동본부가 안고 있는 고민거리를 조금 소개해보면, 하나는 온라인상의 운동이 매우 저조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장기 프로젝트에 집중하다보니 단기적 대응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는데 기여할 많은 활동가들의 참여를 기대한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