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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2호 공동체라디오] 공동체 라디오의 법제화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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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2호 / 2006년 5월 30일

공동체 라디오의 법제화에 부쳐
 
김지현 (<act!> 편집위원회 )</act!>

 
올해 들어 공동체 라디오의 법제화에 관한 이야기가 한창 무르익고 있다. 작년 12월 민주노동당은 미디액트 정책실과 공동체 라디오 연구모임 '씨알', 커뮤니티 라디오 협회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공동체라디오의 출력 증강과 허가 절차 및 운영의 간소화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일부개정안을 만들고 천영세 의원을 통해 법안을 발의했다. 이후 몇 번의 간담회와 시민사회 토론회 등을 거친 후 이 법안은 지난 4월 19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고, 4월 25일에는 문광위 상임위 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이제 법사위와 본회의의 통과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이다. 비교적 큰 반발 없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기대되기는 하지만 법제화를 둘러싼 논의들은 그렇게 활발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호 <act!>에서는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공동체라디오의 법제화에 부쳐 몇 가지 의미와 쟁점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act!>
 
1. 법제화가 가져다 줄 득과 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전파사용이 법적 인정까지 이끌어냈던 다른 나라들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공동체라디오의 등장은 (마산의 사례를 제외하면) 처음부터 정부의 육성정책과 결합하여 진행되었다. 오랜 실험과 역사를 거친 실제적인 경험을 결하다보니 공동체라디오의 실험적 가능성이나 적절한 운영 구조에 대한 이해가 아직은 미숙할 수밖에 없고, 출력이나 기술 설비 조건, 지원 정책 등에 관한 법적 판단을 내리기에도 그 근거로 사용할 수 있는 자료조차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찾아온 법제화의 기회는 그만큼 우리나라에서의 공동체라디오 운동이 아직까지는 정책 의존적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기야 어찌됐든, 공동체라디오가 법체계 안에서 그 존재를 인정받게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환영할 만한 일일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보다 공동체라디오에 적합한 제도적인 지원 정책 및 제도 개선에 사용될 법적 근거가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공동체라디오 방송 사업자라는 새로운 법적 조항을 신설하고 비영리적 방송으로서의 법적 지위와 허가 대상 및 허가 절차의 간소화 등에 관한 규정을 명확히 하고 있다. 또한 지난 해 시범 사업 실행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어 왔던 출력(1W)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조항(10 W이하)을 담고 있어 그간 법적 근거와 제도적 지원의 부재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국내 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정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체라디오 운동의 대상을 법제화 영역에만 제한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법의 인정을 최종 목표로 삼거나 공동체라디오 활동의 테두리로 작용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면, 제도적 인정이 마련해줄 수 있는 혜택들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이용해 나가는 것은 앞으로 공동체 라디오 방송을 본격적으로 정착화하고 새로운 실험과 모델들을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 분명 이로운 발판을 제공해줄 것이다.
 
2. 이번 법제화가 던지는 몇 가지 쟁점들...
 
▶ 출력 조항

한편 이번 법안의 여러 가지 의의에도 불구하고 출력에 대한 규정을 놓고 여러 가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민주노동당의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10W이상으로 규정하려던 출력 규정이 정통부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10W이하로 타협된 채 소위를 통과하였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보면 소출력 라디오 시범 사업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1W이상 절대 불가를 외치던 정통부에게서 10W 이하까지라도 일단 출력을 높여낼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시범방송 사업자들 가운데에서는 이 규정이 향후 출력 증강 문제에 있어 독소조항으로 작용하지나 않을까 염려를 자아내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한 번 정해지고 나면 앞으로 제도적으로 고치기가 더 힘들어지지 않겠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방송법 차원으로라도 출력 문제가 명기되지 않는다면, 방송법 개정에 따른 전파법 시행령 개정 등의 절차로 앞으로 정통부의 의지대로 출력 문제가 규정되는 것이 더욱 문제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랬을 경우 시범 사업자들에 대한 허가를 내줄 때부터 1W 이상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던 정통부에서 10W에 육박하는 출력을 허가해 줄 리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모든 혼란의 원인은 실질적인 전파 운용 측정의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출력에 관한 규정이 정해지고 있고 이런 상태에서 펼치는 주장들은 어느 쪽에서 봤을 때나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 법제화와 시범사업의 관계

또 이번 법제화 과정에서 방송위원회가 보여준 태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방송위원회는 현재의 시범사업에 관해 방송 사업자의 재허가 추천을 거쳐 1년 동안 다시 시범사업을 연장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으나, 시범 사업에 관한 구체적인 지원 계획이나 결정들은 이번 방송법 개정안이 언제 어떻게 통과되느냐에 따라 전적으로 그에 맞춰 다시 조정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부 시범방송 사업자들에게 방송위원회의 이러한 태도는 시범사업에 대한 확실한 목표나 의지 없이 모든 것을 법제화의 여부에 따라 수동적으로 따라가겠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실제로 시범 방송 사업자들이 방송을 시작한지 9개월이 채 못 되고 있고 아직 자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송국 모델의 개발이나 시행령 수준까지의 구체적 규칙 수립을 위한 데이터나 규칙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제 법제화가 되었으니 시범사업을 통한 지원활동은 중단되어도 된다는 식의 발상은 실질적인 공동체라디오의 활성화에 대한 정책적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법제화가 충분한 자료와 조사를 바탕으로 한 완성된 단계의 법안이 아니라 아직 초기적 단계의 법안임을 고려한다면 이번 법제화의 여부에 관계없이 공동체라디오의 실질적인 제도화 및 정착화를 위해 앞으로도 방송위원회의 좀더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3. 앞으로의 과제
 
이제 6월이 되면 다시 임시국회가 열릴 것이다. 이번에는 꼭 법제화가 통과될 수 있도록 공동체라디오의 의의를 알려나가고 여론을 환기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또한 현재의 법안이 남겨놓고 있는 아쉬운 부분에 대한 보강으로써 무엇보다 출력 증강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 작업과 시범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데이터 수집 및 평가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공동체라디오의 발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열린 구조 속에서 마련되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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